
'농담'은 쿤데라의 소설제목이다. 까뮈나 카프카에 주눅이 들어 유명소설가들의 책은 아예 안보는 나였지만 얼마 전 읽었던 쿤데라의 책이 너무도 재미있어, 그가 쓴 책을 다 샀고, '농담'은 그중 하나다. 거기 나온 얘기를 조금만 한다.
주인공(그냥 '루'라고 하자)은 농담을 잘못해 군대에 끌려가 탄광 일을 하게 되는데, 군대에 있으면 알다시피 정력이 뻗치지 않는가. 그런 루가 외박을 하다가 한여자를 알게 된다. 당연하게도 루는 그녀에게 한번 하자고 조른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주지 않고, 루는 그녀에게 "왜 처녀성에 집착하느냐. 한번 하자. 그건 좋은 거다"고 설득한다.
그러던 중 부대의 중대장이 바뀌었는데, 아주 악독한 인간이라 외출, 외박을 아예 못하게 해버린다. 루의 부대로 찾아와 철조망 너머로 그를 바라보는 그녀, 루는 그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외박이 금지되었쟎아. 그때 하잘 때 할껄 그랬지!"
그녀는 그때의 일을 무지하게 후회한다고 말한다. 다시금 땡기는 루, 사람들을 돈으로 구워삶아, 인근 주민의 집을 빌리고, 거기서 한번 하기로 한다. 그거 한번 하려고 루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고, 적쟎은 돈을 써야했다. 철조망을 통과해 그녀를 만난 루, 키스를 조금 하고 본격적으로 하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는 또 거부한다!
달래보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비싼 댓가를 치룬 줄 아느냐고 협박도 하고 해서 다시 하려는데 또 거부. 결국 그는 강제로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한다. 브라자를 찢자 아주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녀, 죽어도 못준단다. 화가난 루는 결국 그녀의 따귀를 때렸고, 당장 가버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녀는 울면서 나가고, 허탈해진 루는 부대로 복귀했는데, 분노에 휩싸여 잠을 설친다.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에 편지를 보내 보지만, 답장이 없다. 나중에 무단이탈을 해서 찾아가보니 그녀는 이미 떠나고 없었고, 그 이탈로 인해 그는 열달간 영창에 가야했다.
루에게서 충격을 받은 그녀는 어찌어찌하다 루의 친구를 만나는데, 그 친구는 그녀로부터 그녀가 어릴 적 나쁜 애들한테 집단으로 성폭행을, 그것도 상습적으로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친구는 그녀를 달래 성에 대한 왜곡된 마음을 풀어주고, 그녀랑 한다. 근데 그 친구는 아내와 자식이 있었고....어찌고 저찌고...
이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햇볕정책 생각이 난다. 강제로 하려던 루가 실패한 반면, 따뜻하게 대해주며 때를 기다린 친구는 성공했쟎는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바람이 아닌 햇볕인 걸까. 중요한 건, 여자를 성적 욕구의 충족만을 위해 이용하면 안된다는 것. 자기는 하고 싶어도 여자가 싫다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잘나가던 루가 군대로 끌려간 건 물론 농담 때문이었는데, 그 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건 자신의 절친한 친구. 루는 안심하지만, 그 친구는 루를 파렴치범으로 만들면서 루를 군대로 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그뒤부터 루는 그 친구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히는데-당연하다-어느날 만난 라디오 기자(헬레나)가 알고보니 그 친구의 부인이다. 루는 감미로운 말로 권태기에 이르렀을 중년의 헬레나를 꼬시는데 성공, 거하게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둘은 별거중이었고, 친구는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애인이 있는 것. 즉, 친구가 중요하게 생각지 않으니 그 부인이랑 하는 건 전혀 복수가 아니다.
오히려 길가에서 루를 만난 그 친구는 아내로부터 둘이 했단 소리를 듣더니 "둘이 잘해봐라. 헬레나는 좋은 여자다"면서 아름다운 20대 애인과 걸어간다.
아주 당연하게도 루는 다시한번 하자고 졸라대는 헬레나한테 이렇게 말한다.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 우린 끝이야" 침통해진 헬레나는 "난 이제 세상을 하직한다. 루, 잘먹고 잘살아라"는 편지를 쓴 뒤 카메라 기자를 시켜 루에게 전달한다. 편지를 읽은 루, 자리에서 일어나 헬레나를 찾아나서는데, 방송국 건물을 다 뒤져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곳은 화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갔더니 그녀가 치마를 걷고 변기에 앉아있다. "뭐에요!!"
알고보니 그녀는 카메라기자의 주머니에 든 진통제를 통째로 먹었는데, 카메라 기자는 변비환자였다. 그런데 변비라고 하면 창피하니깐 진통제 약병에다 변비약을 넣어 두었으니 그걸 원샷한 헬레나가 설사를 엄청나게 할 껀 당연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
1) 변비를 부끄럽게 생각한 카메라기자의 재치가 헬레나를 살렸다.
2) 어떤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건드리는 건 복수가 아니다.
3) 맘만 먹으면 여자를 꼬실 수 있는 루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중년의 여성은 언제나 위험하다. 참고로 헬레나의 나이는 35살로 나온다.
4) 변비약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
5) 친구한테 해꼬지를 당할지 모르니 원한 살 일은 절대 하지 말자. 특히나 친구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