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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신고전주의 경제학 타파하기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의 결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복잡계 과학, 네트워크 이론, 비선형 동역학, 프랙탈 통계학'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이 책은 그러한 새로운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시장이 효율적이고 완벽하다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이론들이 필요하다는 토대를 역설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6장의 '성차의 경제'를 논하는 부분이었다. 'The gendered economy'로서 주류 경제학에 오류가 있는 이유를 '남성'적인 '양의 경제'의 성별 편향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데이비드 오렐 자체의 순수한 주장이기 보다는 그러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지은이는 사람들의 비난에 대해서 신경 쓰며 성차별이 아니고 보다 근본적인 '음양의 조화'로서 얘기하는 거라고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아이슬란드'와 관련된 부분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신자유주의 사상이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이슬란드의 수상이 된 데이비드 오드손에게 영향을 끼쳤다. '국영 기업과 은행은 민영화되었고 감세가 추진되었으며 자본 시장은 자유화되고 산업 보조금은 끊겼다.'(184쪽)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부자 감세에다가 기업들이 민영화되고 있는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걸 알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개혁은 초기에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경제가 곤경에 처했다는 말이 나돌자 크로니화는 가치를 잃고 인플레이션이 불붙었으며 은행은 휘청거리고 주식시장은 곤두박질 쳤다. 이에 겁먹은 예금자들이 외국으로 진출한 은행으로 몰려들어 아이슬란드는 처절한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말았다. 금리, 인플레이션, 실업이 모두 치솟고 크로니는 폭락해 제곱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건 지금 우리나라에 나타난 트리플 약세의 현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어쨌든 아이슬란드는 그 후 '여성에 의한 정서 자본'이 탄생한다. 여성이 수상과 장관직, 금융 감독 당국의 고위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아이슬란드의 모습이 남녀차별에 의해 남자가 경제 운영을 잘못해서 여자가 등장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성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경제 부문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것은 남녀평등의 차원이 아니라 '다양성'을 높여 정책 선택에 있어서의 '위험성'을 낮추겠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남초현상이 강한 경제계에 여성이 포함되어 있는 집단이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다른 그룹보다 조금은 위험이 덜한 선택을 해 왔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이 단기간에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겠지만 그것은 '거품'이 많아 장기적으로 보면 많은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류 경제학자들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국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다. 나는 이것이 항상 의문스러웠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부자들이 있는 게 아닐 텐데도 왜 보수와 우익을 표방하는 한나라당 및 대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펼쳐지는 것일까?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민의 권리라 할 수 있는 '투표권 행사'는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것은 대기업들과 부자들인 사회의 강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 정책을, 즉 부자 감세나 기업의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각종 규제 철폐 등을 펼치도록 국가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고 있고 신자유주의가 완전하고 효율적인 경제 정책이라는 우리를 대상으로 한 세뇌의 결과일 것이다.
새로운 경제학 이론이 금융계에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이익 추구'를 벗어나 경제 현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민 의식의 성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간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튼튼하고 안정된 경제 성장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