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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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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숫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다 

이 책에서는 5가지 주제 아래에 10개의 실제 사례가 나온다. 5가지 주제 아래 놓인 실제 사례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같은 통계적 방식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실제 사례는 무엇이 문제였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바뀌었는지 얘기하면서 통계에 접근 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는, '평균의 함정을 벗어나다' 이다. 여기서는 줄 서지 않고 즐기는 디즈니 월드와 꽉 막힌 정체가 풀린 미네소타 고속도로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디즈니 월드와 미네소타 고속도로는 사람들이 언제 몰려들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도로가 꽉 막히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복불복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았다. 통계학자와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다. 그것은 디즈니 월드에서는 '패스트패스'를 사용했고 미네소타 고속도로에서는 '램프 미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패스트패스는 인기 있는 놀이 기구를 타기 전에 미리 표를 뽑고 다른 걸 하고 있다가 약속된 시간에 오면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길게 줄을 서서 타는 것보다 패스트패스가 결코 빠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실제 시간이 아니라 체감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시간에 대한 이득을 본다는 착각에 빠진다. 대기 시간을 실제보다 길게 잡아놓고 예약을 하는 데도 사람들은 실제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믿는 것이다. 패스트패스 외에도 디즈니 월드에서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느끼기 위해 심리적인 방법으로 시간이 빨리 간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지루하지 않게 다른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다. 시간에 관심을 갖게 하지 않는 것이 디즈니 월드의 핵심인 것이다.  

램프 미터링 제도는 차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고속도로를 진입하기 전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신호등은 고속도로의 사정에 따라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차의 양을 조절한다. 실제로 차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실제 시간보다는 체감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아 램프 미터링 제도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램프 미터링 제도를 없앤 것과 비교해 보니 출퇴근 시간이 22% 이상 증가했다. 이걸 보면 램프 미터링 제도는 출퇴근 시간을 줄여준 획기적인 장치였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느끼는, 체감하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램프 미터링 제도를 융통성 있게 보완했다. 고속도로 진입 시간을 짧게 잡아 대기 시간을 줄인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오류의 미덕을 이해하다'는 걸로 전염병의 발병원인과 신용평점 시스템의 예시를 들고 있다. 둘 다 수백 개의 조사 항목에서 무엇이 발병원인지 무엇이 신용을 보장해 주는지 찾아내야 했다. 전염병의 발병원인은 실제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원인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작업이다. 게다가 어떤 대상을 발병원인으로 찾아내도 그것이 실제로 맞을 확률은 낮고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수백만 개의 비교 대조군에서 어떤 것이 다른 게 있는지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소비자 단체는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신용평점 시스템은 비난한다. 둘 다 많은 항목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분해 내고 그게 맞을 확률은 전염병의 발병원인이 훨씬 낮은데도 말이다.  

세 번째 주제는, '평등의 모순을 바로잡다'는 것으로 SAT 시험 문제의 공정성과 플로리다의 거대 보험사를 제시하고 있다. 시험 문제는 백인과 흑인의 시험 점수 차가 크다는 것으로 차별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고 플로리다의 거대 보험사는 2년 연속으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파산해 버린 걸 예로 들고 있었다. 시험 문제의 공정성에서 통계학자들은 결국 모순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백인과 흑인의 시험 점수 차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을 백인과 흑인으로 나눠서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확실히 백인과 흑인으로 뭉뚱그려 비교할 때보다는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플로리다 지역을 다른 지역과 나눠야지만 손해를 볼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걸 2년 만에 파산한 플로리다의 보험사가 보여주고 있었다. 

네 번째 주제는, '결과의 비대칭을 보다'는 것으로 도핑테스트와 거짓말탐지기의 예를 들고 있다. 도핑테스트와 거짓말탐지기가 실제로는 정확하지 않고 한 사람의 부정선수, 거짓말 하는 사람을 잡아내기 위해 다수의 성실한 선수와 진실한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도핑테스트는 부정선수 적발을 위한 의학적 테스트가 그 기준선 설치 때문에 실제 부정선수도 놓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에 비해 거짓말탐지기는 1명의 진짜 범죄자를 적발하기 위해 100명의 가짜 범죄자를 찾아내고 그들을 조사하기 위해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다섯 번째 주제는, '확률의 미신을 깨버리다'는 것으로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한 공포와 복권에 당첨될 거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비행기 추락 사고는 수많은 안전한 비행기 여행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실제로 비리나 사기가 끼어들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그 희망은 실제로 낮은 확률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실제 예시를 들면서 확률과 통계에 대한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으면서 숫자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었는지 논하고 있었다.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놀이공원이나 차가 막힌 도로, 신용평점 시스템, 시험 문제의 공정성, 거짓말탐지기, 비행기 추락사고, 복권 당첨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문제들을 대상으로 사회체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숫자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할지는 순전히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다. 우리는 단지 그 중에 아주 작은 부분을 살펴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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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봄이 왔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기념일이 많은 5월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여러 책들을 골라 보았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세금혁명> 

 세금은 우리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사회로 존재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더 좋은 곳에 바르게 쓰도록 하는데 관심이 적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무상으로 급식을 하는 것 마저도 복지 예산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국민의 돈'이 '국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정작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걸까? 우리는 그 '세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무엇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알고 있어야 힘이 될 수 있다. 

 
  

 

 

 <돈의 본성> 

 화폐의 개념과 이론, 역사를 분석한 책이다. "화폐는 손상 받지 않는 보증서가 아니라 권력투쟁의 결과물이다."라는 책 소개 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더 이상 교환 수단만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환율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유럽의 단일 통화인 유로가 생기면서 새로운 화폐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지역도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일 통화가 생길 수 있는 걸까 궁금하다. 

 

 

 

 <경제학을 리콜하라> 

 '역사'는 과거를 재해석 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경제'는 미래를 예측해서 닥쳐올 위기를 미리 막는 것에 존재 의의가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도 세계 경제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이정진은 애덤 스미스의 경제 논리에서부터 마르크스, 케인스의 경제 철학까지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행복 친화적인 경제학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저자의 관점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줄의 경제학> 

 요새 신문을 보면 영어와 약자, 신용어들이 너무나 쏟아져 나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곧 우리 생활에 먹고 사는 문제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 용어는 중요한 만큼 더욱 아리송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용어들을 따로 찾아보는 것은 바쁜 현대 생활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삽화나 한 줄 설명으로 어려운 용어들의 의미를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다. 

 

  

 

 

 <금융 사기꾼>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번의 클릭으로 원금의 몇 배를 벌 수 있는 방법은 주식 이외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로또 만큼 대박날 확률이 높은 경제 영역인 것이다. 워렌 버핏이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적인 부호로 성장했으니 그 무한한 가능성에 많은 사람들이 불나방 처럼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기에 걸려들 수 있는 위험성도 높다. 세기의 금융 사기 수법들이 소개된 이 책을 읽으면서 주식 투자의 위험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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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향 2011-05-2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신간평가단 도서는 내가 추천했던 <돈의 본성>이 선정되었다. 다른 한 권은 <지디피는 틀렸다>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책일까 기대되면서 설렌다.
 
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인터뷰 특강 시리즈 5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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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딜레마에 빠진 우리 

2008년 김용철은 '삼성'을 우리 사회에 고발했다. 자신이 8년 동안 지냈던 조직 문화를 '배신'했다. 누구는 한 인간으로서 그럴 수 없는 거라고 비난했고 누구는 진정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리고 그 시기에 <한겨레21> 인터뷰 특강의 주제가 "배신"으로 잡혀 김용철, 정혜신, 진중권, 정재승, 정태인, 조국이라는 6명의 연사가 매 주 특강을 진행했다. '21세기를 사는 지혜'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2011년이 되어 2008년 한국 사회를 읽어 보았다. 그때는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인수위원회에서 한 달 동안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한반도 대운하 등에 대해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 시위를 하던 격정적인 시간들을 지난 참이었다. 지금 보면 어찌 그리도 씁쓸한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열심히 촛불 시위를 했어도 하나도 바뀐 게 없고 도리어 진보적인 여러 세력들이 정부의 검찰로부터 공격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때 연사들의 예상이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정권 말기를 앞에 두고 4대강 속도전을 내는 우리 한국 사회는 대체 어디로 휩쓸리고 있는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그 길이 밝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나온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은 참이라 2008년 인터뷰 특강 내용은 더 새로울 게 없었다. 판결 내용이 김용철이 예상한 것과 같았고 '검찰'과 관련해서 얼마나 '삼성'의 편의를 봐주고 불법을 저지른 내용을 합법적인 걸로 만들어 주었는지 더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단지 '법과 질서'를 강조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그 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배신'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김용철의 '배신'이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위한 얍삽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과 정의를 위한 올바른 행동이었다는 것을 여러 연사들의 발언을 통해 옹호하고 있었다. 그것이 단기간에 경제에 어떤 피해를 줄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 정당하게 돌아와야 할 혜택을 돌려받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혜신은 심리상담의 측면에서 배신의 정신분석을 해 주었다. 우리가 배신을 당한 사람은 있어도 스스로 배신을 했다고 한 사람은 없다는 걸 설명해 준 점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배신당하는 건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배신은 상대방은 결과로, 나는 동기적인 부분에서 사건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바라본 사건과 남이 바라본 사건이 다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남의 연예사에는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 게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부고발자들의 이중적인 심리 상태를 분석해 놓았는데, 그 부분을 보니 내부고발자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조직을 배신했다고 다수가 손가락질을 하고 본인도 점차 자신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자책하며 고민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데, 왜 그들의 행동이 박수를 받지 못 하는 걸까? 잘못된 것을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조차 이렇게 비난을 받는 일이라면 대체 이 사회에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권력과 돈'일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도덕성이 낮아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이유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당선된 걸 보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 5년 후를 생각해 보자. 

지금도 열심히 사회를 비판하는 진중권은 앞으로도 대중을 배신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리였다. 아무리 사회가 잘 돌아가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야 할 것은 많다. 하물며 사회적 약자가 한 사회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살 등으로 죽어나가는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당당하게 무엇이 잘못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다수의 대중들과 다른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그러한 소수의 의견도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소수의 주장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반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토론 문화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옛날의 전근대적인 '빨갱이, 좌빨, 지역감정'으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 마디 말로 사회를 들끓게 하는 진중권의 존재 이유는 분명해진다. 

정재승은 인간의 두뇌 실험과 관련된 다양한 예시들을 들어 준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조국은 대학 교수의 정치 참여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기 할 일을 먼저 해놓고 정치든 다른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교수의 정치 참여로 공석으로 남아 대학 수업에 끼치는 불이익은 분명 바뀌어야 할 문제이다. 높은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학생의 피해는 대체 무엇으로 보상되는지 알고 싶었다.  

정태인은 한미FTA의 실상을 알려주고 있었다. 정부가 얼마나 교묘하게 말을 꾸미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무섭고 식습관으로 인해 인간 광우병에 한국인이 얼마 취약한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어이없는 조건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려고 하는지 뉴스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실상을 알리고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장하준도 보호 무역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하고 있는데, 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우리 자신을 낮추고 무엇이든 퍼주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은 몇몇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서이겠지만 그것으로 우리가 받는 피해는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무엇을 하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세워 나갔으면 좋겠다. 한국사 선택이었다가 1년 만에 필수로 바뀐 것처럼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한국의 실상을 알리는 이런 책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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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활동 종료 페이퍼

 

 

 

 

 

 

 

 

1) 신간평가단 활동하면서 좋았던 책 Best3  ~>  이번 [예술/대중문화] 8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읽은 책은 모두 12권이었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영화는 역사다>, <사진의 극과극>, <건축콘서트>, <마크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읽기>,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 있다>, <미술은 똑똑하다>, <예술의 정신>, <그림, 문학에 취하다>, <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나, 깨진 청자를 품다> 이다. 모두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간직하고 있어서 한 달, 한 달을 충만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 책들이었다. 이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였다. 충실한 역사적인 고증과 유물에 대한 사진 자료와 그 설명은 미술사의 기본 텍스트라고 할 수 있었다. 다음에 2권이 나오면 또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이었다. 어떤 부분은 조금 제목의 연관성에서 멀어져 모호한 것도 있는 게 사실이었지만 예술의 상업화 등에 관한 지은이의 쉬운 설명은 흥미로운 이론이라 좋았다. 남은 한 가지는 <건축콘서트>였다. 뒤로 갈수록 중언부언해지고 같은 예시를 들면서 그 재미가 반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앞 부분에서 나온 건축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책이었지만 감정적인 면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준 책을 골라 보았다.


2) 향후 신간 평가단에 건의하고 싶은 이야기 ~>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신간평가단 한 기수가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는 페이퍼나 리뷰를 올리는 사람 숫자가 현격하게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상이라고는 해도 글을 올리는 사람은 그런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신간평가단 9기에서 다시 활동을 하게 되었지만, 8기 끝이 되니 힘이 조금 빠진 다고 해야할까요? 조금 그런 영향이 있네요=0=;; 봄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에 활동 종료 페이퍼를 올리기는 하지만 서로 6개월을 끝까지 함께 해온 그 기수 사람들끼리 조금 더 스스로 칭찬하고 자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 안하고 끝까지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상을 해주면 좋을 듯 싶습니다. 뭐, 도장이나 스티커, 작은 상장 같은 거요. 6개월 동안 8기 신간평가단을 위해 힘들게 고생해 주신 담당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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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깨진 청자를 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 깨진 청자를 품다 - 자유와 욕망의 갈림길, 청자 가마터 기행
이기영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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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속 역사의 한 자락 

가마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허허벌판이다. 이렇다 할 표식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기 일쑤다. 지나갔던 곳을 되돌아온 적도 많았다. 빙글빙글 아무리 돌아도 눈에 띄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이정표가 없기는 삶도 마찬가지다. (13쪽)

책을 읽으면서 한 가닥 기대를 품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빛깔이 나오면서 어떻게 그러한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 그 흐름을 되짚어 보거나 그 기술이 도자기를 굽는데 얼마나 정교하고 세련된 것인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고려청자의 그 아름다운 빛깔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자신을 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읽어도 읽어도 빈 공간의 가마터와 깨진 도자기 그릇만 나올 뿐이었다. 어? 하다가 책이 끝나 버리고 말았으니 그 허황된 기대감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깨닫고 말았다. 

이 책의 지은이는 전국 방방곳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흔적이 거의 사라진 가마터를 찾아다녔다. 사람도 거의 없는 곳을 물어물어 겨우 찾은 곳은 사금파리 조각들이 몇 개 발견될 뿐, 옛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가마터를 지키고 그릇을 구해내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은이는 청자 가마터를 기행하면서 생겼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수필 형식으로 편하게 얘기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은이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주저하며 고민했던 순간의 고통을 드러내었다. 몇 십 년을 붙잡고 있던 전공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우리의 '도자기'를 공부한 걸 보면 지은이는 스스로를 나약하고 부족하다고 평가하지만 그것보다 더 용기 있고 신념이 굳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 후에도 자괴감을 느끼는 것 같아 지은이가 안타깝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자신이 하는 공부에 즐거움을 찾는 그가 자유로워 보였다.  

장보고의 청해진 설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가마터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0년 만에 장보고의 푸른 꿈은 사그라지고 말지만 그 흔적은 점차 한반도로 퍼져나가며 통일신라 말 고려 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부를 갖춘 지방 호족의 권력욕에 대한 발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가마터는 주인의 삶에 영향을 받다가도 다른 힘 있는 사람에게 넘어가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부분은 현재 역사적인 사실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서 가마터 자체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했는지는 추측일 뿐이지만 그 당시를 나타내는 퍼즐 조각을 맞추다 보면 지은이의 상상처럼 그럴 법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의 그 씁쓸한 뒤끝이라니... 도자기를 만드느라 북적거렸을 텐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허허 벌판이나 누군가의 묘지, 집터, 뒷마당, 골프장 등등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곳에서 만든 그릇들은 다 어디로 가고 사금파리 조각들만이 자신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덧없는 야망의 끝자락과 무상한 세월의 스산함이 뒤섞인 현실을 보았다. (11쪽)' 라고 말한 지은이의 말처럼 허무한 우리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무리 화려하게 번성했던 것이라도 유구한 세월 속에서는 역사의 한 자락도 차지하지 못 한다고. 인간의 삶도 그 속에서 스러지고 스러져 사라질 뿐인 것이다. 

처음에 책을 읽기 힘들었던 것은 지은이가 가마를 찾던 개인적인 에피소드, 가마터가 만들어진 배경을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지은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까 추측하여 상상하는 부분, 그리고 그 가마터에서 발견된 사금파리 조각들을 보고 무엇을 만들고 기술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얘기하는 부분 등이 이어지는 게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가마터를 기행 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가벼운 수필 글인지, 가마터의 유례를 추측해 보는 역사학자의 입장이나 청자 조각을 보고 도자기의 역사를 추적하는 고고학자의 입장에서 쓴 전문적인 예술 서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수필 글에서는 가벼우면서 지은이 자신의 개인적인 삶이나 고뇌, 인생을 논하다가 갑자기 역사적인 내용으로 넘어갔다가 또 다시 유물의 얘기를 하는데, 어느 글에 초점을 맞춰 자세를 잡아야 하는 지 나 혼자 동분서주 머리를 굴렸다. 읽다보면 이 책의 방식에 곧 적응하고 말지만 말이다. 그리고 도자기 조각을 얘기하는 데, 그 용어를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각 가마터에서 나온 청자 조각의 특징을 조금 더 쉽게 구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어쨌든 아무도 찾지 않는 빈 가마터를 순례하며 우리나라 도자기의 흔적을 외롭게 되짚어온 지은이의 열정이 고마웠다. 우리에게 청자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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