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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개정판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평점 :
반갑고도 불편한 이야기들
먼저, 눈이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듯한 저자의 얼굴이 다소 엉뚱해 보였다. 웃으면 코와 입 주위에 깊은 주름이 만들어질 것 같은 저자는 장난끼가 다분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마크 슈미트라는 작가의 인상처럼 글 내용도 엉뚱하면서도 반가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하면서도 낯설었다.
저자는 다방면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아시아 곳곳을 이사 다녔고 짧은 만화를 그려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분석을 시도하여 글을 썼다. 마크 슈미트는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고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라는 책 내용 또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저자의 자유로운 사고를 보여주었다.
분명 책 내용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스머프 마을을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공동체로 보고 공동 생산과 분배 방식이 평등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한 부분이었다. 마크 슈미트는 가가멜을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자본주의의 횡포로 보거나 어떤 스머프에게는 동성애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반가웠던 점은 마크 슈미트가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며 지낸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특히, 한국의 햇볕 정책에 대해서 영화 <친구>나 <태극기 휘날리며>를 갖고 설명한 부분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 3자,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평가라는 점이었다. 한국의 모든 조폭 영화는 외국인에게 먼저 남한과 북한의 분단과 관련된 코드로 읽힌다는 점, 그래서 <쉬리>라는 영화가 외국에서도 흥행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이라고 하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만큼 예술 문화에서도 그런 소재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므로. 그리고 한국에 대한 특수한 이해가 있어야 남한 사람들이 갖는 북한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만큼 우리는 스스로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핵을 가지고 미국과 협상하는 게 한 민족으로서 당당해 보이기도 한다는 점, 통일이 되면 오히려 세금이 많아져 우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제 3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남한과 북한은 우리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복잡한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불편한 감정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제 3자니까, 외국인이니까, 그게 사실이라도 우리를 깊숙히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거리감이 생겨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일본에 대한 우리 한국인의 태도에 대한 점도 나오는데, 일본을 좋아하지만 정말 싫다는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외국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크 슈미트는 일본과 우리 역사에 대해서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를 알고 있고 독립기념관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고문과 위안부 등 얼마나 악독한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얼만큼 이해하고 공감했는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사실적인 이해를 하면서도 우리가 일본에 대해 드러내는 감정이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정책에서 느껴지는 인종적인 차별주의가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제 3자의 외국인의 시각이 솔직히 드러나는 것이므로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일본에 의해 우리의 한글을 없애고 창씨개명까지 해야 했던 것이 유태인이 말살정책 같은 것을 당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현재의 반일 감정이 오히려 인종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다니,,, 이게 일반적인 외국인의 시각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것이 일본이 그동안 갖고 있던 외국에서의 위상일까? 세계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아직도 먼 존재들인 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동성애, 특히 '게이'에 대한 용어가 시대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이는 지 살펴보는 부분이 흥미롭게 읽혔다. 단지 그것이 영어의 단어 변천을 설명하는데 더 힘을 쓰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왜냐면 그 부분을 '사우스파크'라는 외국 만화 시리즈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단편적인 이해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걸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반적인 문화적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영화 <해리포터>와 <엑스맨>이 유전적인 요소가 인간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그 운명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라고 공통점을 논한다. 디즈니 만화에서 여성의 역활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있었다. 백설공주에서 인어공주, 뮬란으로. 이 외에도 슈퍼맨의 변명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희화화하고 있었고 브랏츠 인형을 가지고 어린 여자 아이들도 어른처럼 꾸미고 다니고 그것이 소비 사회에서 어른에 의해 조장된다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마크 슈미트가 스머프나 한국의 햇볕 정책 등을 바라보는 사고는 재미있었다. 알지 못했던 외국인의 시각이나 '게이'에 대한 용어 변천사는 우리나라에서 한 단어가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가 어떻게 나쁜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은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보여주는 외국의 한 예였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실망스럽고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몇몇의 대중문화를 읽어내고는 있지만 그 분석은 사실 단편적이었다. 짧막한 글들은 한번에 읽어내리기는 쉽지만 그만큼 많은 내용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이 저자가 많은 곳을 이사다니며 방랑 생활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어떤 주제 아래에서 조금 더 포괄적인 분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