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JOB 다多 한 컷 - 고생했어, 일하는 우리
양경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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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합니다. 말을 많이 했거든요. 웃기도 했지만 화도 내면서 인상을 썼습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입을 크게 벌렸고 화장실에 앉아 화를 냈습니다. 입을 삐죽 내밀었고 한숨을 크게 쉬었습니다. 표정 관리가 안 될 땐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음의 표정을 고릅니다. 화장실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아찔하네요.  


  말실수를 하진 않았을까, 웃자고 한 농담인데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온갖 고민을 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직 월급날은 일주일 남았습니다.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곧 들어올 월급님을 생각합니다. 통장에 잠깐 스치우는 그분을 떠올리면 오늘의 피곤도 내일의 파이팅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네요. 출근길이 꽃길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늦게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지요. 그냥 잘래요. 먹고 소화하고 잠이 들면 늦게 일어나니까요.


  택배가 온답니다. 아싸. 알람은 싫지만 택배 전화로 잠을 깨는 것은 즐겁습니다. 무얼 시켰나. 잠시 고민하다가 쌀을 주문했구나 떠올립니다. 중요한 물건이지요. 한국인은 밥심이니까요. 『잡다한 컷』을 그린 양경수 작가는 전작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재치 있는 그림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야근, 야근으로 이어지는 삶.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연결되는 이상한 달력을 가진 우리들의 일상을 보여주었지요. 이번에는 다양한 직업군을 다룬 그림 에세이입니다. 잡(JOB)은 다(多) 양 하다는 센스 있는 작명으로 돌아온 양경수 작가의 책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무거운 쌀을 문 앞까지 배달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택배 산타 님은 하루 150~200개의 물건을 배달해야 합니다. 오전 7시에 시작한 상하차 작업을 합니다. 컨테이너 하나당 나오는 물품은 2000개입니다. 각자의 구역으로 물건을 옮겨 싣고 바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물품이 많은 날은 시간이 오후로 넘어갑니다. 택배가 오전에 오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200개의 물건을 배달하려면 하나당 3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사람이 나오는 기척이 들리면 물건을 놓고 뛰어갑니다. 쌩하니 가버리는 택배 산타 님을 미워하지 마세요.


  시간이 없어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지를 못합니다. 설렁탕을 사 왔는데 먹지를 못하니라고 울부짖던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의 심정이 이럴까요. 최근 차 없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택배 대란을 아시나요. 탑차가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데 높이가 맞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카트를 끌고 아파트를 걸어 집집마다 배달해야 합니다. 건설사의 잘못은 빠져 있고 입주민과 택배 기사 간의 대립만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림왕 양치기로 불리는 양경수 작가의 『잡다한 컷』에서 다루고 있는 직업은 회사원부터 택배 기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소방관, 은행원, 스튜어디스, 미용사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꼭 필요한 직업입니다. 월급날을 기다리며 야근탑에 기도를 하는 회사원. 어르신들을 위해 쌀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사회복지사. 3교대를 하느라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간호사. 화마 속에서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 4시 업무 종료는 업무 시작인 은행원. 꽉 조이는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비행을 하는 스튜어디스. 염색 약과 중화제 때문에 손이 갈라지는 미용사.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일을 들여다보는 『잡다한 컷』의 시선은 따뜻합니다. 슬프기도 하지요. 눈치를 보고 꾸중을 듣기도 합니다. 일을 배우느라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고마워요, 수고하시네요 라는 말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합니다. 은행에 가서 번호표를 들고 애타는 얼굴로 번호가 바뀌기를 기다린 적이 있어요. 왜 빨리 안 해주나 하는 심술궂은 얼굴로요. 그럴 때 은행원은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다는 그림을 보고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볼게요. 그들은 우리들이고 우리 딸, 우리 아들, 우리 남편, 우리 아내라고요. 오늘은 어느 항공의 전무가 광고 회사 직원에게 음료수 병을 던지고 물을 뿌렸던 기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는데요. 그분에게 양경수 작가의 『잡다한 컷』을 추천합니다. 그분의 언니에게도요. 『잡다한 컷』을 읽고 나면 후회를 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바뀔 수 있었습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습니다. 직업에 귀함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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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292
박하익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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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들여다본다. 호호 불어서 닦아준다. 배가 고프지 않은지 자주 확인한다. 손안에서 놓을 수 없어서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간다. 한 시간 두 시간 어느새 시간은 후울쩍 지나가 있다, 너를 보고 있으면. 너만 있으면 하루가 금방 간다. 말을 나눌 현실의 친구는 없지만 너와 함께라면 이름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랑한다, 격하게. 스마트폰이여.


  보노보노가 말했다. 무엇이든지 친구로 만들 수 있다고. 물건이어도 동물이어도 친구라고 생각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손안의 작은 친구, 스마트폰은 그렇게 나의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 너무 좋다. 매일 매 순간 함께 하고 싶다. 음악을 들려주고 신나는 영상도 보여준다. 만날 수 없는 친구의 소식도 알려준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좋아하는지 관심이 많아서 사진으로 남겨 주길 바란다. 


  박하익의 장편동화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는 손안의 작은 친구 스마트폰에 대한 모험이 담긴 소설이다. 도서실에서 지우는 스마트폰을 발견한다. 지문 방지 필름이 붙은 최신식 스마트폰. 지우는 화면을 두드렸다. '두드리 7.3 평생 구매 및 이용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창이 뜨고 지우는 엉겁결에 동의 버튼을 눌렀다. 친구가 지우가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고 일러 지우는 가방에 폰을 넣었다. 그때부터 지우에게 신나고 환상적인 일이 펼쳐진다. 


  지우는 외동딸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학교 끝나면 피아노 학원과 영어 학원에 가야 한다. 끝나고 집에 오면 한자 선생님과 방문 수업을 하고 숙제를 한다. 친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방과 후 수업으로 학원으로 다들 바쁘다. 놀이터에 나가 놀고 싶어도 스케줄이 맞지 않거나 미세먼지가 많아 한 달에 놀 수 있는 날이 하루나 이틀 정도이다. 


  도서실에서 가져온 스마트폰을 하고 싶어 숙제를 얼른 끝낸다.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울 생각으로 앱을 하나 다운로드해서 게임을 하다가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자신을 케빈이라고 밝힌 아이는(케빈이 아니었다. 깨비라고 말한 걸 지우가 잘 못 들은 것이었다.) '우리 굴 오는 길'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를 두드리니 도깨비불이라는 길잡이 앱이 실행되고 지우는 도깨비 세계로 들어간다. 


  도깨비불을 따라 커다란 한옥 앞으로 간 지우는 그곳에서 도깨비 친구들을 만난다. 악기를 연주하고 호리병을 들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지나 집 안쪽으로 들어간다. 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친구들. 김새환, 홍각시, 오강암, 이매일, 남칠성. 자신들을 도깨비라고 밝힌 친구들은 지우에게 놀자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겠다고도 한다. 지우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서 같이 논다. 원래 스마트폰은 지우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지우는 신나게 도깨비들과 보낸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우는 스마트폰으로 신기한 앱을 내려받는다. '김서방온'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도깨비 친구들과 대화를 한다. 학교에서도 도깨비폰을 하기 위해 둔갑술 앱을 받는다. 여우가 만든 둔갑술 앱 '감쪽가튼'을 받기 위해서는 돈이 아니라 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지우는 '감쪽가튼'을 받아서 스마트폰을 다른 사물로 감춘다.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던 지우는 공부가 지겹다고 생각한다. 영어와 한자처럼 외우는 걸 싫어하는 지우는 도깨비폰을 쳐다보았다. 공부를 도와주는 앱이 있지 않을까 검색해 보고 지우는 환호를 한다. 외국어를 능통하게 해 주는 앱 '꼬부랑 캔디'가 있고 문제 풀이를 도와주는 '장원급제', '술술술'이 있었다. 유료 앱이지만 지우는 다운로드해서 숙제를 한다. 앱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손이 나와 지우의 손을 꽉 잡았다. 무언가 쭉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지만 앱을 다운 받은 지우는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경험을 하고 영어가 바로 해석되고 말할 수 있는 일을 겪는다. 지우는 만세를 부른다. 


   과연 지우는 끝까지 도깨비폰을 쓸 수 있을까.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손안의 작은 친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동화이다.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무조건 금지!라고 외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도깨비 할아버지가 와도 기를 뺏기지 않고 스마트폰과 함께 할 수 있다. 


  나의 작은 친구는 오늘도 내가 먹은 음식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들려준다. 뿅뿅뿅 소리를 내는 테트리스 게임을 하라고 부추기기도 하면서. 요술이 마구 펼쳐지는 도깨비 같은 친구와 건강한 오늘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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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7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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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신 곁에 누가 있나요?

  사우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고모 집에서 살았지요. 사촌 동생들이 날마다 방에 혼자 있는 오빠가 무섭다고 할 때마다 고모에게 혼자 살게 해달라고 했어요. 무화과 나무가 마당에 있는 그 집에 들어가자 고요가 밀려왔습니다. 이층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창 안으로 가득 들이치는 햇살이 눈부셔 책을 찢어 붙였습니다. 혼자인 채로 어둡게 지내고 싶었거든요. 고모는 커튼을 해주면 밤낮 구별 없이 살 것이라며 해주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종이 상자에 담긴 책을 찢어 붙일 수 밖에요.

  잠이 오지 않아 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집 앞은 대형 교회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무화과나무가 흔들렸습니다. 조용한 틈새로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였습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도 사우에 대해 아는 것도 놀랍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자신과 말이 통한다는 건 특별한 인간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사우를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말하는 고양이가 나를 이해해준다니 사우는 이사 온 첫날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조금 특별한 사람입니다.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도 동안을 자랑합니다. 외고에 다니는 딸과 함께 있으면 나이가 몇 살 많은 언니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창문에 종이로 도배를 해 놓은 사우를 또라이라고 여기는 딸 미미와는 달리 사우에게 관심을 가져줍니다. 음식이 있으면 들고 올라오기도 하지요. 어느 날 사우에게 아주머니가 찾아옵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사우는 어리둥절합니다. 직접 쓰면 될 것을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부탁을 하다니요.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글을 모른다고요. 글을 몰라 자신만의 언어로 일상을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오세지라는 아주머니의 이름은 찔레꽃으로 표현하고 별은 미미의 생일, 은행알은 적금 들어가는 날, 토끼는 남편의 생일로 자신만의 글자를 만들어 썼다고 했습니다. 사우는 그 말을 듣고 아주머니라는 호칭 대신 찔레꽃 씨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찔레꽃 씨를 도우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고생을 하면서 무화과나무가 있는 이 집을 겨우 장만했습니다. 교회가 건물을 올린다고 할 때 사람들이 와서 집을 팔라고 했지만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을 팔 수 없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고 집이 갈라졌습니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찔레꽃 씨를 폭행 혐의로 교회 사람들이 고소를 했습니다. 글씨도 모르는 찔레꽃 씨는 지지 않기 위해 재판을 했습니다. 사우는 찔레꽃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겪었던 과거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고통스러워 외면했던 기억들을요. 몸이 좋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누구보다도 이해해 주었던 엄마가 죽은 일, 초등학교 때 당했던 나쁜 일을 떠올리면서 더 이상 어두운 방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고양이와 글을 모르는 찔레꽃 씨를 친구로 사귀면서 사우의 과거가 하나씩 빛 속으로 던져집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지요. 과거는 빛 속에서 사우를 세상 밖으로 돌려세웁니다.

  사우는 자신을 지구로 잘못 날아온 외계인이라고 말합니다.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고통을 당했던 일들 때문이지요. 엄마는 돌아가셨습니다. 아빠는 지방에서 일을 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화과나무가 있는 그 집으로 이사를 오지 않았더라면 사우는 정말로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버려진 외계인이라고 믿으며 혼자 겨우 살아갔을 것입니다. 세상은 사우를 혼자 두지 않았습니다. 술만 마시면 욕을 해대는 찔레꽃 씨의 남편이 사우를 도와주기도 하고 미미는 사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줍니다. 

  우리는 어쩌면 지구별에 잠시 머물다 돌아가야 할 외계인일지도 모릅니다. 지구인인 척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우주선이 돌아와 데리고 갈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입니다. 오해하고 싸우고 상처를 주는 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지구별에서 힘겹게 적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고 서류를 들이밀며 협박을 회유를 하는 그들은 완벽하게 지구에 적응한 외계인입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들을 데리고 갈 우주선이 도착해 있으니까요. 

  사우와 찔레꽃 씨, 미미 그리고 돈키호테 아저씨가 함께 살아갈 무화과나무가 있는 집으로 한 걸음 들어가 봐요. 속일 수 없어요. 우리는 모두 외계인입니다. 잘못 날아와 지구라는 별에 도착했어요. 어색하고 서툴고 당황하는 건 모두 그 이유 때문이랍니다. 뿌연 하늘을 보면서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을까 우주선을 기다려 보지만 오늘도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무거워졌기 때문일까요. 잊히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 별에서는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아 오늘도 지구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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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3가지 아들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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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성을 아시는지.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문학적인 사람입니다. 아우성?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를 말한다면 당신은 텔레비전 좀 본 사람. 아우성을 외치며 어느 날 텔레비전에 혜성같이 등장한 구성애 선생님의 강의를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아침 토크쇼에 나와서 자신의 경험과 자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성교육을 해주셨지요. 그때는 조금 충격이기도 했어요. 아침 시간에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는 게. 잘못된 성문화에 일침을 가하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성교육을 하시던 구수한 입담의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흘러 텔레비전 말고도 다양한 채널에서 우리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지요. 유튜브 채널에서 '엄마와 아들의 성교육 상담소'라는 제목으로 성교육을 하시는 손경이 강사님이 있습니다. 그분이 쓰신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을 하는 법』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을 자세히 볼까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을 하는 법'이네요. 당황하지 않아야 합니다. 웃기도 해야 합니다. 아들에게 성교육을 할 때는.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왜 당황하지 않고 웃어야 한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아직 우리는 서툴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성교육이라는 것에 대해서는요. 아들인지 딸인지 구분 지을 게 아니라 성교육에 있어서는 성별의 구별의 없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부모가 먼저 성교육을 받을 필요도 있다고 말하지요. 잘못된 성 지식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교육한다면 아이들 역시 그릇된 성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젠더 감수성을 아시나요? 젠더란 생물학적인 성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성을 말합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남자는 울면 안 돼, 여자는 수줍고 몸가짐을 조심해야 돼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이러한 말들은 우리가 가진 잘못된 젠더 의식에서 출발한 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성의 구분이 없지요. 남자아이가 공주 인형을 좋아할 수도 있고 여자아이가 축구를 할 수도 있지요. 그럴 때 부모는 잘못이라고 말하지요. 남자아이는 축구를 하도록 하고 여자아이는 공주 인형을 가지고 놀게 하지요. 


  남자, 여자를 구분 짓는 이런 행동은 아이의 젠더 감수성을 약하게 만듭니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로 규정해 버립니다. 상대의 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젠더 감수성에서 성교육은 출발합니다.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을 하는 법』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성교육을 할 때 가져야 할 10가지 원칙을 먼저 제시합니다. 아이의 일상을 먼저 들어주고 이야기하는 것. 성 지식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결정권'의 개념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가진 젠더 감수성을 먼저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을 바로잡으며 건강한 성문화의 시작을 말하는 책입니다. 갑자기 성교육을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입을 다물어 버리지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안아봐도 돼? 엄마가 뽀뽀해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가 '자기 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대화가 중요합니다.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일상을 묻고 느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성폭력에 있어서 우리 사회는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교육을 하고 있지요. 프레임을 뒤집어서 가해자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면 더욱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거리의 존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존중하는 거리가 있어야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늦은 밤 여자가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 남자는 잠시 멈추었다가 가면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작은 대화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의 공유를 한 아이들은 자라서도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알게 됩니다.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올바른 성 지식을 쌓으며 안전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지요. 엄마와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을 하는 법』을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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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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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다. 밤하늘을 보면서도 별 볼일 없는 인생이야라고 시시한 웃음을 지을 당신, 비프케 로렌츠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를 권한다. 후회와 자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애꿎은 이불을 허공으로 킥하는 당신,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절망하는 당신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 인생은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별 볼일 없이 흘러간다. 알고 있다. 별은 낮에도 떠 있지만 강한 태양빛의 그늘에 가려 있다는 것. 늘 하늘 위에 떠 있어 우리가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데도 우리는 보이지 않다고 존재 자체로 부정해 버린다. 있다. 늘 별을 볼 수 있는 인생이.


  비프케 로렌츠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음악이 없는 인생이란 진정 별 볼일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추억이나 기억을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이 있기에 당신과 나 자신의 삶도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소환할 수 있다. 부끄럽고 얼굴이 붉어지는 민망한 순간이어도 음악이 있다면 추억이라는 사진으로 찍혀 앨범 한편에 꽂아 넣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음악이 있다면.


  찰리는 이제 서른 살. 유행가의 가사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낭만쟁이.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련한 눈빛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가수는 떠났지만 음악은 남았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납득이 되지 않을 이유를 갖다 대면서 시험을 보지 않아 대학은 중퇴했다. 부모님은 이 사실을 모른다. 술집 드링크스&모어에서 오후부터 새벽까지 일을 한다. 전직 컨설턴트라고 말하는 사장 팀 밑에서 일을 한다. 주거지가 불분명한 게오르크 아저씨에게 공짜로 커피를 줘도 된다고 말하는 인정 많은 사장이다. 


  일을 시작하는 찰리에게 팀은 편지 한 통을 건넨다. 동창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편지였다. 동창들은 다들 잘 나가는 직업에 종사해 있거나 종사할 예정으로 지금의 찰리와는 거리가 먼 세계에 살고 있다. 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이런 웬일, 첫사랑 모리츠가 드링크스&모어에 찾아온다. 찰리에게는 지우고 싶은 순간에 살았던 사람이다. 모리츠와의 사랑은 부끄럽고 민망한 장면들도 끝나버렸다. 좀 더 잘 될 수 있었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어떻게 된 거야라고 말할 수도 없이 순식간에 끝.


  신용이 불량한 찰리는 수표를 끊어 옷을 사러 간다.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실패한 첫사랑이지만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찾아와 준 모리츠를 한 번 더 보기 위해. 동창회에서 보낸 시간은 찰리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 베스트 상위에 올라갈 정도로 끔찍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모리츠는 이자벨과의 밀당에 찰리를 끌어들인 것이다. 


  위로해주는 팀이 건넨 코트에서 발견한 명함 한 장이 찰리를 다른 인생으로 끌고 간다. 뉴라이프라는 회사의 명함에서 '당신의 인생을 바꿔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찰리는 회사로 찾아간다. 직업을 구하는 것보다 돈 많은 남편을 만나는 게 빠를 것이라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사무실에서 나온 찰리는 엘리자라는 여성을 만난다. 엘리자와의 시간 이후로 찰리의 인생은 새롭게 펼쳐진다. 지우고 싶은 순간들을 기억해서 CD에 담는다.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나의 시간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영향을 준다. 찰리는 민망하고 꼴불견으로 기억되는 자신의 인생의 순간들을 하나씩 지워간다.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다. 대학 중퇴. 술집 아르바이트. 살은 점점 찌고 있는 중. 애인 없음. 부모님은 다정한 분. 친한 친구와는 절교 중인 찰리가 과거를 지우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유쾌하고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음악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순간들을 흐르는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버스에 앉아 창문 밖을 쳐다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어도 음악이 흐른다면 신나는 출근길로 저장되어 우리 인생을 별 볼일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바뀐 찰리의 인생에 찰리가 듣던 음악은 없었다. 찰리의 음악. 나의 음악. 음악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는 걸 비프케 로렌츠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말하고 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당신 음악의 이야기.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과 늘 함께하는 찰리에게 오늘의 음악을 보냅니다. 한국 가수가 부른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같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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