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세트 (무선)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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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책 중 하나입니다. 고등학교 때 한 권씩 사서 아껴 읽었습니다. 다시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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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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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컴퓨터 수리기사로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는 송우영. 그가 전하는 컴퓨터 수리의 팁은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이 안 돼서 전화를 건 적이 있는데 기계 음성의 안내원 역시 셋탑 박스의 전원을 끄고 다시 켜보라는 것이었다. 별거 없구나.
  송우영의 어머니는 오래 병을 앓다가 죽었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수신인이 없는 열 두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어머니에게는 재혼하기 전에 낳은 이일영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다. 카운트다운을 세는 숫자 영. 일. 이. 이일영의 아버지는 우주비행선의 항공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렇지만 한 번도 우주로 나간 적 없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이일영은 아버지와 삼촌의 꿈이자 염원인 우주비행사가 되기로 한다. 소설을 읽어나가면 짐작이 되지만 이일영은 우주 어디론가로 떠나게 되었다.
  송우영은 어머니가 그의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전해주려 하지만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무대에서 펼치는 개그는 무슨 의미가 있겠어로 귀결된다. 아등바등 살고 몸 아파가면서 일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가출하고 반항하고 부모 속 썩이고 울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백화점 가서 옷 사고 패밀리 레스토랑 가서 스테이크 썰면서 웃는 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죽으면 어디로 갈까, 무엇이 남으면 좋을까.  송우영과 세미, 강차연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세미는 입이 남아서 코미디를 계속했으면 한다고 한다. 송우영은 자신의 농담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럼 너는 아무것도 안 남겠네라고 세미는 농담을 던진다. 우주에서 사라진 이일영의 목소리와 지상에서 숨이 다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만나 농담을 던지며 깔깔거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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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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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관계들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감옥에서 살아갔던 리스베트는 세상의 문을 열고 나왔다. 어서 와, 이 더럽고 추악한 세계를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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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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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베트가 돌아왔다. 돌아온 그녀는 성숙해졌고 사회성을 좀 더 갖추게 되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아우구스트와의 소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수학 방정식을 풀고 사건을 해결할 그림을 그리게 한다. 스티그 라르손의 죽음으로 중단되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는 한층 견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돌아왔다. 감시 사회라는 우리 세계의 어두운 면을 끌고 들어온 작가, 다비드는 리스베트를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가 품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소설에 펼쳐 놓기 시작했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 그녀의 아버지 살라첸코의 죽음으로 과거의 불우했던 기억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리스베트의 이후의 삶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살라가 죽은 이후에도 그가 거느린 범죄 조직은 와해되지 않았다. 리스베트는 돈의 흐름을 찾다가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 하나를 추적한다. 인공지능과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자 프란스 발데르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을 누군가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미국에서 스웨덴으로 들어온다. 그에게는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이 있다. 연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가정을 돌보지 못한 그는 부인과 이혼한 상태이다. 
  아들을 데려오기로 결심하고 전 부인과 남편이 사는 곳으로 간다. 순순히 아들을 내주는 라세는 술에 취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다. 아우구스트와 시간을 보내던 중 그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챈다. 사진 기억력이 있으며 그림으로 완벽하게 재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신호등에서 만났던 남자를 정확하게 그려내고 수에 대한 이해도 뛰어난 아들. 프란스는 서번트를 연구하는 찰스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상태를 말한다. 
  미카엘은 프란스의 조수를 만나 리스베트의 근황을 듣게된다. 리스베트가 프란스의 컴퓨터에서 해킹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참여했던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해킹당했고 프란스는 이것 때문에 보안 문제에 편집광처럼 굴고 있다는 것이다. 미카엘이 프란스를 만나 뭐가 문제인지 털어놓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프란스는 자신을 향한 위협과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프란스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빼앗으려는 괴한에 의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죽임을 당한다. 프란스는 죽기 전 미카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집으로 와 달라고 한다. 미카엘은 사건 현장으로 또 한 번 뛰어들게 든다. 
  프란스를 죽인 자는 그의 아들이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살려둔다. 이후 아우구스트는 리스베트를 만나 정확한 묘사로 살인자를 그려낸다. 한편 리스베트는 미국 NSA의 전산망을 뚫고 들어간다. 그들이 벌이는 감시 활동과 돈을 향한 탐욕적인 행태를 담은 파일을 내려받는다. NSA와 솔리폰이라는 회사 그리고 상당한 실력자들이 모인 해커들의 집단 스파이더스라는 범죄 조직이 연루된 사실을 밝혀 낸다. 이 과정에서 리스베트는 프란스의 아들을 구해낸다. 그녀는 아우구스트와 피신한 채 NSA에서 훔친 파일을 열기 위해 고민한다.
  아우구스트에게 놀라운 수학적 능력이 있는 것을 알아낸 리스베트는 조금씩 아우구스트의 내면의 문을 열어준다. 스티그 라르손이 심어 놓은 이야기들을 완벽하게 끌어온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리스베트의 쌍둥이 동생 카밀라를 소환한다. 살라의 어둡고 기괴한 면을 닮은 카밀라는 리스베트의 새로운 적수가 되어 나타난다. 다음 권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다. 리스베트의 뛰어난 해킹 능력으로 밝혀진 스파이더스의 범죄는 세상에 알려졌지만 카밀라는 잡히지 않은 상태다.
  돌아온 리스베트는 그녀 스스로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로워졌다. 어두운 과거를 활용해 더 강해지고 완벽해졌다. 아우구스트를 말하게 만들었고 그와 수학 방정식을 풀어 냈다. 사회적인 관계들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감옥에서 살아갔던 리스베트는 세상의 문을 열고 나왔다. 어서 와, 이 더럽고 추악한 세계를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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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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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친구라는 걸 만들기도 하고 어울리기도 했다.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이름을 물었다. 집이 비슷한 방향이면 학교가 끝나고 손잡고 인도를 점령하며 걸어갔다. 무슨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청 웃고 크게 말했던 건 사실이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했던 말들을 반복하고 확인하고 웃었다. 시끄럽고 기쁜 마음을 가지고 텅 빈 집으로 들어와 한동안 그것들을 간직하기 위해 애썼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바꿔 입는 사이에 달아나긴 했지만.
  빈 방에 혼자 앉아 천천히 숙제를 하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누워 있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어나갔다. 작은 스탠드 하나를 켜놓고 책장을 넘겼다. 누워서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일찍 눈을 떠 그대로 누워 오전 시간을 보냈다. 한 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과 남은 시간을 또 뭘로 보내지 섭섭함이 남았다. 
  책을 읽을수록 애들이랑 시시덕거리는 게 시시해졌다. 쉬는 시간이면 읽던 책을 다시 꺼내 자리에 앉아 읽었다. 집에도 혼자 가는 날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애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과 다르다는 게 확인되면 멀어진다. 책 안에는 이상한 세상이 펼쳐 있기도 하고 이상한 세상을 내가 닫을 수도 펼칠 수 있기도 하고 그래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언제든지 들여다보고 덮을 수도 있는 나만의 세상.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이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선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감정의 이름들을 헷갈'려 하는 소년이다. '아미그달라'라는 편도체, 아몬드같이 생긴 그곳에 문제가 있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이나 공포가 그에 해당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나누는 감정의 공유를 할 수 없다. 엄마와 할멈의 도움으로 학습된 감정으로 겨우 학교를 다니고 일상을 유지해 나간다.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닌 학습된 감정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윤재가 선택한 세상과의 충돌은 책 읽기이다. 어렸을 적 꿈이 작가이기도 한 엄마가 꾸려가는 헌책방 안에서 윤재는 책을 읽어 나간다. 자신이 느끼지 못하고 겪지 못하는 감정들이 담긴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도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작가가 결말을 내렸든 내리지 않았든 독자로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때가 있다. 이야기가 끝나면 인물들의 시간은 어떻게 될까. 그것으로 끝일까, 내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이어지고 있을까. 『아몬드』의 세계는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건 윤재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괴물이 아니라 끝없이 세상과 만나고 경험하고 싶어 한 평범한 아이라는 것이다.
  단단한 아몬드 안에 갇힌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고 싶어 했던 아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벗어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진 친구를 발견해 내는 아이. 그날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것에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세계를 파괴하는 아이. 윤재는 세상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고도 느끼지 않은 척 행동하는 모순된 세계 안에서 걸어 나왔다.
  책을 덮는다. 이 세계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내가 선택하고 뛰어든 세계, 그 안에서 나는 괴물과 만나 괴물이 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나는 잘못하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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