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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ㅣ 케이스릴러
김시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1월
평점 :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떨까. 현생의 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전생의 기억 속 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어떤 내가 진짜인지 혼란스러울 것 같다. 지금의 가족들이 있지만 전생의 가족들도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꼬이지 않을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는 설정으로 가진 이야기가 흥미를 갖게 한다.
코와 입술 사이에 인중이 없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인중 없는 아이들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다.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에 태어나야 하는 아이들은 울거나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장애로 생각되었던 아이들에게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말을 하지 않던 아이들이 말을 하는 순간 전생의 비밀들이 하나둘 밝혀진다. 좋은 기억의 전생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가진 전생의 무게는 너무 무겁다. 인중 없는 아이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현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환생아 한 명이 태어날 때마다 거대한 시간의 파도가 일었다. 잔잔한 파도는 아무 일 없이 지나기도 했지만, 집채만큼 높은 파도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의 축이 뒤섞인 바다에서 무기력하게 표류하는 인간들은 성난 바다가 포효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 p.14
지영과 석훈은 평범한 삶을 원했다.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지영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지영과 석훈의 만남은 특별했다. 지영의 엄마가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 당시 열네 살이었던 지영이는 이식을 할 수 없어 유전자 변형 돼지로부터 이종장기이식을 받게 된다. 석훈 아버지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기에 둘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의도치 않은 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받게 되는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을 석훈에게 의지한 것이다.
지영은 석환과의 결혼을 통해 안정을 찾으며 출산을 앞두고 있다. TV에서 환생아 관련 토론을 하고 있어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다. 예정일을 2주일 앞두고 찾아온 생명은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영은 아이를 보며 따뜻함을 느끼지만 석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이를 마주한다. 아이는 어떤 전생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기환'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아이는 도통 말을 하지 않는다. 생후 60개월이 되어서야 한 마디를 한다. 우연히 보게 된 TV 속 화면을 보며 '우리 집'이라 말하는 아이. 그 한마디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기환이의 전생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지영이는 기환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기환이의 전생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들. 추악한 진실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는 기환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기환이가 전생의 기억을 소환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에 묻혔던 일들이 기환이의 기억으로 하나둘 밝혀진다. 누구를 위한 일들이었을까. 누군가의 욕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다. 원한이 많으면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이 가진 원한이 환생한 것은 아닐까. 그때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지금은 밝히고 있다. 그 진실이 밝혀지기 두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묻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가 밝혀진. '권선징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죄를 짓고도 두 발을 뻗고 자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권선징악은 꼭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로 만나는 K 스릴러 시리즈는 가독성이 높고 호기심을 갖게 한다. 다음은 어떤 소재로 우리들은 찾아오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