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짜 모범생 ㅣ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평점 :
모범생의 사전적 의미는 '학업이나 품행이 본받을 만한 학생'이다. 모범생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맞춰 살아가야만 모범생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은 '모범생'이라는 한 단어로 학생을 평가한다. 그 단어만으로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것을 허용한다. 학생들은 꼭 모범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 누군가 만들어 놓은 잣대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소아 청소년 정신과를 3개월째 다니고 있는 선휘는 콜라 중독자이다. 콜라가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 손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한다. 선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 때문에 스스로 콜라 중독자라고 말하는 것일까. 선휘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다. '있었다'라는 과거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솔메이트였던 형은 왜 선휘 옆에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을 모를 때가 많다. - p. 43
문제 아이는 없어도 문제 부모는 있다. 자식을 자랑거리로 생각하지 말고 자식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부모라면 마음에 새기는 내용이 아닐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길이 아이들이 원하는 길인지 먼저 생각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어른들이 정해진 길을 아이들이 따라오기만을 바란다.
<가짜 모범생>에서 만나는 건휘, 선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과장된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재'라는 말을 들으며 전교 1등을 하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의 어깨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지 않을까. 오롯이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형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보지 않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엄마를 보는 우리들도 숨이 막혀온다. 학생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않을까. 아이들을 성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에 놓인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뒤떨어진 아이가 되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은 접어두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게 되는 현실이다.
유일한 친구가 돼주었던 형이 자신의 곁에 없다는 것을 선휘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형의 빈자리에 자신을 앉히려는 엄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방관자처럼 침묵으로 모든 상황을 마주하는 아버지도 이해할 수 없다. 선휘는 이런 무거운 짐을 당연한 것이라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형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선휘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마지막은 그나마 위로가 된다. 선휘에게 나타난 은빈을 보면서 손을 잡아준다면, 잠시 어깨를 내어준다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은 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말하지만 학생에게 공부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두 앞으로 달려가기를 강요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할 시간에 수학 등을 풀기를 원한다. 선휘가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잠시나마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