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렐류드 - 찬란한 추억의 정원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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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독자에게도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프렐류드>는 아마 그 시대 독자에게는 더욱 생경하게 다가왔으리라 예상된다. - 옮긴이의 말 中에서 

책을 다 읽은 후 '옮긴이의 말' 중에서 와닿는 문장을 발견했다. 이 문장을 보고 위로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난해하다고 생각하며 나의 독서 수준을 탓했다. 난해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 위로받으며 읽은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표제작인 <프렐류드>를 포한한 여러 단편 속 인물들을 이해하는 어려움은 있었으나 점차 작가의 의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상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자꾸 빠져들게 된다. 그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이해되는 내용도 있다. 

 

'어린 소녀에게 그는 두렵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어린 소녀>를 읽으면서 걱정했다. 어린 소녀는 아빠를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말하는데 아빠 앞에서는 말을 더듬는다. 어떤 이유로 아빠를 두렵게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들도 아빠를 무섭고 대하기 어려운 존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렵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걱정된다. 뉴스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건들처럼 어린 소녀도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안도한다. 어린 소녀는 피곤한 아버지를 이해한다. '아버지는 별로 크지 않다….'라 말하는 어린 소녀의 말이 이해된다. 우리들도 아버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처럼 커 보이지 않는다. 다가가기 어려웠던 아버지를 이해하면 그의 커다란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딜 피클>을 보면서 사람의 기억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예전의 일을 기억하는데 서로 다르다. 식물원에 갔을 때 남자는 꽃 이름을 말하던 여자의 달콤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여자는 말벌을 쫓는 그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변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웃게 된다. 여자가 왜 이별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해된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인 사람과의 만남은 지속되기 어렵다.

 

<프렐류드>의 단편들은 미로 같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길이다. 오해로 시작한 내용들은 이해로 변한다. 처음 읽을 때는 인물들을 오해하지만 읽으면서 그들을 이해한다. 난해함이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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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에 새긴 약속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장세련 지음, 윤문영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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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 것은 아니었다. <마성에 새긴 약속>에서는 사람보다 임금에게 말을 바치는 말이 더 귀했던 조선 시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람은 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며 일해야 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취재하면서 조선 시대에 100여 개가 넘는 마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책을 보며 '마성'에 관심을 가지고 숨은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






종2품 가선대부에 임한다는 교지를 받은 전유상은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감동적인 순간이 찾아오면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나 보다. 전유상도 영광스러운 순간에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자신의 곁을 지켜준 칠복 아재가 생각난다. 

이야기는 전유상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작한다. 유상이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으로 망했다. 아버지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은 유상이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유상은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다. 아버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 앞에 놓인 가난으로 인해 두 사람은 이별한다. 조세를 내지 못하면 방어진 목장에 석축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겨우 여덟 살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있을까. 아버지를 의지하며 살았는데 헤어진다고 하니 눈물밖에 흐르지 않는다.

언젠가 돌아오실 거라는 생각에 슬픔을 버텼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 마음은 어떨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서 열흘이 걸려 울산까지 갔지만 아버지는 만날 수 없다, 성을 쌓다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며 아버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보기 위해 멀리까지 온 유상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울분을 참을 수 없는 유상이는 성벽에 돌을 던지고 발로 찬다. 분한 마음을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아버지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감목관은 유성이의 진가를 알아본 것일까. 유성이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칠복 아재에게 일자리를 주고 관아에 딸린 작은 방에 숙소를 마련해준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유상이는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마성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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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칭찬받을 만해 단비어린이 문학
임서경 지음, 시은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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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배려, 예의는 기본적이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것들이 없다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도 많은 것이다. <충분히 칭찬받을 만해>를 읽으며 우리 삶에서 기본적인 것들이 흔들리면 어떤 일들이 생각하게 된다.



 

황제이는 물리 치료사인 엄마와 희망경찰서 생활 질서계에 근무하는 아빠, 한 살 어린 동생과 살고 있다. 직업 때문일까. 아빠는 생활 질서를 강조한다. 제이는 그런 말들이 잔소리처럼 들린다. 아빠를 닮아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동생 로이가 얄밉게 느껴질 정도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배려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지 않고, 질서를 무너뜨리면 이 세상은 엉망이 되어 가거든. 그래서 법이 필요한 거고. - p.63 

친구 가현이는 '푸실 마을'이라 불리는 곳에 살고 있다. 푸실 마을에서 가현아와 놀다가 집에 돌아가는데 덥고 힘들어 걸어가기 힘들었다. 집에 가는 길에 쓰레기장에서 본 빨간 자전거를 한 번 타보니 생각보다 잘 굴러갔다. 버려진 것이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집에까지 타고 간다. 주인이 없는 자전거니 타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쁜 일은 어깨동무하며 온다고 했던가. 제이에게도 그런 하루가 찾아온다. 학교 화장실에서 한 아이가 새치기하고 급식실에서 앞을 보지 않고 친구와 이야기하던 남자아이와 부딪혀 넘어진다. 더럽혀진 옷을 갈아있고 나갔다가 빗물이 튀겨 다시 옷이 젖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자전거를 탔을 뿐인데 자전거 도둑으로 오해받는다.

 

이 일로 제이가 가볍게 여겼던 기본적인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학교에서도 질서를 지키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그것을 보면서 아빠가 했던 말들은 잔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힘든 시간을 지나서일까.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질서를 지키고 서로 배려한다. '어린이 안전 지킴이'에 지원한 제이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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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삼촌이 나타났다! 단비어린이 문학
박선화 지음, 시은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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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11>이 시작되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며 눈길을 끄는 랩이나 래퍼들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가사들이 가끔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어떤 면에서 시원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평소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못 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면에서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힙한 삼촌이 나타났다!>의 표지에 보이는 인물을 보니 떠오르는 래퍼가 있다. 다른 래퍼들과 달리 정서적인 가사를 담고 있어 가끔 듣고 있다. 그 때문인지 아직 책을 읽기 전인데 이 인물에게 호감이 간다.

 

용이의 삼촌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래퍼 '블키'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블키'가 아니라 '봉삼'이라 부른다. 헐렁한 까만 바지, 티셔츠를 입고 눈썹에 피어싱한 모습이 탐탁지 않을 것이다. 용이의 아빠이자 블키의 형은 열심히 과수원 일을 하는데 동생은 일을 안 하고 건들거리며 노는 것처럼 보인다. 정직한 농사를 하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과는 달리 용이는 삼촌이 정말 멋지다, 언제가 인기가 많아져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용이는 같은 동네에 사는 천웅이와 단짝이다. 할머니들에게 여의주 이야기를 듣고 여의주를 찾으러 다닌다. 블키 삼촌이 용이의 플렉스라면 여의주는 마을의 플렉스다. 천웅이는 돈을 벌어 엄마와 아빠와 같이 살고 슈퍼 사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 '여의주 슈퍼'라는 이름도 미리 만들었다. 두 아이는 여의주를 찾으며 나눠 갖기로 했다. 용이와 천웅이는 여의주를 찾을 수 있을까.

 

여의주를 찾는 순수한 아이들과 블키의 모습은 대조적으로 보인다. 보이는 모습은 다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꿈이나 희망은 다르지 않다. 소박한 시골 마음에 삼촌이 나타난 것만으로 화제가 된다. 어른들은 화려한 겉모습의 '블키'가 아니라 함께 살던 시절의 '봉삼'이로 기억한다. 그들이 함께 한 시간이 있어 삼촌의 마음을 다들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용이에게는 삼촌이 플렉스이고 마을의 플렉스가 될 거라 믿는다. 우리의 플렉스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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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1
정소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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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범잡>에서 소개되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인데 막상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아직 보지 못했다. 어떤 사건과 연관 지어 이 책을 소개하였는지 궁금해 프로그램을 먼저 보려 했지만 게으름으로 보지 못하고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우리는 많은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층간소음' 아닐까. 그 심각성은 뉴스를 통해 마주하는 사건들과도 연관이 있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서로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층간소음'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층간소음은 어쩔 수 없이 아래층이 약자라 위층에서 늘 조심해야 해요. - p.54 

 '가해자'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해를 끼친 사람'이다. <가해자들>이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한 사람이 아닌 많은 가해자가 있다. 우리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1011호, 1111호와 1211호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흔들리게 된 것은 '층간소음'이다. 이 책을 보면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웃으며 괜찮다고 이해하며 지나갈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이웃'이라는 관계가 무색하다. 1111호에 '형님'이라 부르는 관계의 가족이 살고 있으니 조심하였으나 아래층의 여인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비실을 통해 매번 항의를 전해 받으니 1211호의 여인도 불만이 쌓여간다. 아래층에 살고 있으면 고스란히 소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아래층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혼란스럽다. 

 

1011호, 1111호와 1211호에 사는 인물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음인지 혼란스럽다. 작품에 나오는 황병기의 <미궁>을 검색하여 들어보니 '기괴한 소리'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공포까지 느끼게 되지 않을까.

 

'층간소음'의 피해를 본 사람이라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반면 나의 작은 발소리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집이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라 누군가에는 고통스럽고 공포를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피해자'라 말하는 '가해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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