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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누구나 꿈꾸는 도서관은 있을 것이다.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푹신한 쿠션에 편안히 앉아서, 어떨때는 누워서 볼 수 있는 공간. 음식물 반입이 되지 않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의 높이만큼이나 먹을 것을 높이 쌓아두고 있을 수 있는 공간. 참으로 유치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환상의 도서관에 나오는 도서관들은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그리 좋지만은 않을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도서관을 생각할 수 있는 작가가 부러울 따름이다.
집안 도서관. 내가 가진 꿈 중 한가지는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다. 집안 여기저기 빈 공간들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 결혼 후 미처 챙기지 못한 책들은 박스 안에 갇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 갇혀있다. 언제가 그 책들을 꼭 가져오리라 생각하면서도 다시는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도 있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만큼은 쉽게 버릴수가 없다.
그다지 많은 책이 있는건 아니지만 공간이 좁아서인지 눈에 띄는 빈 공간마다 책을 두고 있다. 어떨때는 한쪽 바닥에 쌓아놓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것이 욕심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그 책들을 내가 다 끌어안고 있어야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어릴 적 읽지 않았던 후회 때문일까? 너무도 늦은(?) 나이에 책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책이 공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법칙을 뒤집을 방법은 없다. 책에 아무리 많은 공간을 할당해도 항상 부족하다. (중략) 새 책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옛날 책을 단 한권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 본문 44쪽(집안 도서관)
어쩜 나도 지옥 도서관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 사실 어릴 적 그다지 책과 친하지 않았다. 집에 다른 친구들보다는 많은 책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종종 어릴 적 우리 집에 책을 보기 위해 놀러왔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난 그 많은 책들을 제대로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간다고 말을 하곤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은 불길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책을 읽는 벌(?)을 받게 된다. 이런 벌을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살아있을 때 거의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왠지 이런 지옥 도서관이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나쁜 짓을 할 시간과 동기가 점점 더 줄어들거든. 이 친구들에게 독서가 정말로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는거야.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벌이 아니라 치료로 생각하는거지. - 본문 111쪽 (지옥 도서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환상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