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작가는 갑자기 닥친 어떤 일이 일상에가져오는 균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생 전반을 흔들고도 지금 당장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어떤 물꼬에 관해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한다! 좋게 읽었다
이런 착각 현상은 이상화idealization라는 방어기제에서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어떤 좋은 면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굳게 믿는 것이다. 여기서 ‘확대해석‘과 ‘지레짐작‘ 이란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예컨대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가 더 든든하게 나를 지켜줄 것이라거나 한 번의 작은 친절만으로 매우 자상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처럼.이상화하는 내용은 각자 모두 다른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본인이 강하게 원하는 소망이나 피하고 싶은 불안과 관련된다. - P18
차근차근,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느낌으로,여유가 넘칠 때는 언제나 순간의 판단만이 존재한다. 무엇이든감당할 수 있을 것 같고, 시련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해 6월이 오기 전까지 모두들 그랬다. 고연주, 라이 가문 사람들, 중화루에 드나들었던 많은 손님들,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 모든 희망이 다 부서지게 된다는 것을. - P77
나는 배를 곯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음식을주워 삼키는지 알았다. 그러나 예의 바르게 먹으려면 얼마 동안 씹는지, 언제 삼키는지는 더는 알지 못했다. 식사 시간이면 아버지는 내 맞은편에 앉았고, 식탁은 이 세상의 절반만큼이나 커 보였다. 아버지는눈을 반쯤 감고 연민을 감췄다. 그러다 입술 안쪽의 분홍색 석영처럼혐오가 번쩍하는 순간도 있었다. - P305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조금 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반성하고 주위를 되돌아보고 읽고 이해하는 것이글쓰기를 계속하는 행위니까요. 작가님이 비건-에코-페미니스트를 언급하셨던 것처럼, 저 또한 꾸준히 폭력-학대-재난-슬픔 등을 언급해왔습니다. 비유하자면, 자신이디디고 있는 디딤돌에 간신히 다른 디딤돌 하나를 올려놓고 그 달라진 광경을 묘사하는 일이 글쓰기의 갱신이겠지요. 타인의 세계를 어려워하는 제가 에픽에 썼던 원고또한 남을 궁금해하고자 노력하는 원고입니다. 병원에서내내 같이 일했어도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원무과 직원,이송 기사, 간호조무사, 청소 업무원님들의 노고를 알고싶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낯섦을 이겨내며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그러다보면 큰 사건에 휘말려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기도 했다가,식탁에 오른 고기를 보고 작가님의 글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겠지요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