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선택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7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피의 선택>은 미국 버지니아 출신의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 1925~2006)의 대표작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1980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했다. 또한 이 소설은 1982년에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 되어 주연을 맡은 메릴 스트립(1947~ )에게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영화 역사에 있어 손에 꼽히는 명연기로 알려져 있다. 


1947년 뉴욕, 미국 남부 버지니아 출신의 22살 청년 스팅고는 맨해튼에 있는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러나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그는 브루클린으로 거처를 옮긴다. 스팅고는 새로 이사한 하숙집에서 이상한 이웃을 만나게 되는데,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폴란드 출신 소피와 그의 연인인 유대인 남성 네이선이다. 


하숙집에서의 첫날, 스팅고는 윗층에서 '광포한 야생동물들처럼 섹스를 하는 두 사람'의 소리를 듣는다. 긴 시간 동안 지속되던 '마라톤 섹스'가 끝나고 샤워하면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남자의 욕설과 여자의 애처로운 흐느낌, 유리 깨지는 소리,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리고 남자가 거칠게 열고 나가는 문소리와 함께 싸움은 끝난다.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의 이 기이한 행위에 스팅고는 화가 나면서도, 그토록 격정적인 사랑이 어떻게 한 순간에 분노의 모습으로 바뀔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 커플에게 묘한 호기심을 느끼며 다음날 코니 아일랜드로 놀러도 가는 등 가까운 사이가 된다. 지적이고 재미있는 네이선도 호감이 가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소피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에 살던 소피는 아픈 엄마를 위해 몰래 고기를 들여오다가 검문에서 체포당하고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게 된다. 유대인이 아니기에 도착하자마자 가스실로 향하진 않았지만 강제수용소에서 지내면서 나치의 대량학살을 직접 목격하고, 전쟁이 끝나기 5개월 전에는 아우슈비츠에서 멀지 않은  비르케나우 여자 수용소로 옮겨져 극심한 굶주림과 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난민수용소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는 위기의 순간 우연히 네이선을 만나 도움을 받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 소설은 소설가로 나름 성공한 스팅고가 30년이 흐른 후(1977년으로 추정), 과거 소피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쓴 이야기이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소피와 네이선. 그러나 거의 발작에 가까운 네이선의 분노와 변태적인 폭력, 폭언으로 세 사람의 관계에는 균열이 오고, 혼자 남은 소피는 그때마다 스팅고에게 자신의 가슴 아픈 전쟁의 경험을 들려주게 된다. 그 가운데 조금씩 새롭게 드러나는 진실은 읽는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며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보게 한다.


스팅고는 소피로부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들으면서 소피가 아우슈비츠에 도착하던 1943년 4월 1일, 자신은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들춰낸다. 그는 해병대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몸무게를 늘리려고 미친 듯이 바나나를 먹고 있었던 것. 

스팅고는 당시 아우슈비츠는 커녕 나치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고, 전쟁에서의 적은 일본군이었음을 고백하며 같은 시간을 살았음에도 어쩌면 그렇게 다른 시간을 산 거 처럼 모를 수가 있었는지 평론가 스타이너의 말을 빌어 "의사소통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시간이 존재하다는 개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1권-p.388)라고 말한다. 


1,2권 합쳐 90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이 푹 빠져서 읽었다. 전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죄책감으로 일그러진 소피의 삶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하며 인간의 존재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며, '절대적인 악이 얼마나 절대적으로 한 인간을 마비시킬 수 있는지'(2권-p.259)를 보여준다.

'소피는 과거의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궁금한 가운데, 그것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알게되는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는 슬프면서도 그런 상황을 만든 역사의 광포함에 치를 떨게 만든다. 


다만 이 소설을 읽으며 조금 당황한 점은 화자인 스팅고의 주체할 수 없는 성적 호기심과 집착이 너무 과하게 나와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이 작품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22살의 혈기왕성한 청년이 제대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으면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웃어 넘겼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노골적인 표현과 묘사는 혼자 읽으면서도 낯 뜨거워 혼났다. 


<소피의 선택>은 소피가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몇 차례에 걸쳐 스팅고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소피의 이야기는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전쟁의 광기와 비극뿐아니라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 인종차별도 스팅고의 입을 통해 고발함으로써 인류가 겪은 또다른 역사의 비극을 다룬다. 

소피가 숨기고 있는 과거는 무엇인가? 소피의 선택은 무엇인가?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1-11-08 01: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900여 페이지를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읽으시는 쿨캣님^^ 스팅고가 커플에 관심갖게 된 에피소드며, 스팅고의 바나나로 체중 늘이기와 소피의 death camp경험이 같은 날, 다른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상상을 하니 이 소설 정말 재미있을 것 같네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coolcat329 2021-11-08 07:43   좋아요 4 | URL
네 참 재밌습니다. 노골적인 성에 대한 묘사, 표현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요.

hnine 2021-11-08 04: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조금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공감하며 복습하고 갑니다 ^^

coolcat329 2021-11-08 0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토리 공개를 최대한 자제해야할 책이라 어디까지 써야하나 고민하다보니 글이 좀 부족한데 복습이 되셨다니 기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11-08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전 영화가 좀 더 재미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명화보고 스트립의 팬이 안 되면 이상한 인간일 겁니다. ^^

coolcat329 2021-11-08 11:44   좋아요 3 | URL
네~영화 찾아서 꼭 보려구요~
소피를 어떻게 연기했을지 정말 궁금하네요~

잠자냥 2021-11-08 09: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능 읽어야겠습니다!

coolcat329 2021-11-08 11:46   좋아요 3 | URL
네~이 책 사셨죠? ㅎ
잠자냥님은 수영장 도서관으로 단련이 되었을테니 이 책에 나오는 야한 묘사는 싱거우실거에요.
저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

새파랑 2021-11-08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은데 우주점에는 상태가 좋은게 없더라구요 ㅜㅜ 페이지도 벽돌책이고 ㅎㅎ 노골적인 표현이 많다니 더 궁금한 책 ^^
같은시대를 살았더라도 다른 시간을 경험했다니~

잠자냥 2021-11-08 10:45   좋아요 5 | URL
상태 좋은 건 제가 다 가져갔습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1-11-08 10:53   좋아요 3 | URL
어쩐지.....이번달에는 부지런히 검색해봐야겠군요 ㅋ
중고책 장바구니에 넣어둔게 계속 품절되던데 왠지 잠자냥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coolcat329 2021-11-08 11:48   좋아요 4 | URL
저도 이 책 구하기 힘들어 따로따로 구입했어요~~
저는 책 깨끗하게 안봐서 상태 안 좋아도 이제는 그냥 구입하네요 ㅎ

scott 2021-11-08 1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영화에 한 표! ☝ 쿨켓님 리뷰에 공감합니다. ^^

coolcat329 2021-11-08 11:49   좋아요 5 | URL
그쵸? 이 책은 영화가 참 유명하더라구요. 공감~~감사합니다 😄

청아 2021-11-08 12: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영화도 보고 소설도 꼭 읽어야겠어요~♡ 프렌치키스의 케빈 클라인도 나오는군요!

coolcat329 2021-11-08 20:44   좋아요 4 | URL
이 영화는 꼭 봐야할 거 같아요. 케빈 클라인이 소피의 연인 네이선~

scott 2021-12-09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이달의 당선 추카! ^^

coolcat329 2021-12-09 17:2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1-12-09 16: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리뷰 보고 소피의 선택 읽고 있어요 집에 있더라고요 ㅠㅠ ㅎㅎ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2-09 16:28   좋아요 3 | URL
저도 축하드려요
저도 갖고 있는데...;;

scott 2021-12-09 17:30   좋아요 4 | URL
영화도 추천합니다 ^^

coolcat329 2021-12-09 17:30   좋아요 3 | URL
오~읽고 계시군요! 즐독하셔요~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12-09 17:30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 이 책 많이 갖고 계시네요~술술 잘 읽히니 읽어보셔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coolcat329 2021-12-09 17:3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09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늦었지만 진심을 담아 축하드러요~!!
 
문 뒤에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 전 <금테 안경>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조르조 바사니(Giorgio Bassani 1916~2000).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사니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내는데 그의 작품 대부분이 페라라를 무대로 하고 있어 일명 '페라라의 작가', '기억의 작가'라고 불린다.

<문 뒤에서>는 페라라를 배경으로 한 연작 소설 중 하나로 1964년 출간되었다.


'나는 인생에서 여러 번 불행했다' 라는 음울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문 뒤에서>는 이탈리아 페라라의 한 유대인 소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유독 암울하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일학년, 한창 예민한 시기의 10대 소년들이라면 응당 겪기 마련인 우정과 동경, 열등감, 미묘한 경쟁심과 같은 심리적 갈등이 소설 시작부터 내밀하게 펼쳐진다.

어느 날 문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소년, 그가 마주치는 삶의 실체는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수치이자 모욕으로 다가오고, 소년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꿔놓는다.

생의 이면에서 새어나오는 '악취'를 알게 된 것...


이 소설이 유독 슬픈 이유는 사건 자체보다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찢고 나오지 못하고 그 상처 안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리라...다짐한 것이다.

영원히 문 뒤에 숨어 '단절과 적대감이라는 타고난 운명'에 사로잡혀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지금도 못하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p.159)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살면서 그 상처 속에 숨어 살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바사니는 '기억의 작가'가 맞다. 이 소설은 특히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10-22 1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꺄~ 이 책 읽으셨구나. 제가 음청 좋아하는 책! 바사니는 ‘기억의 작가‘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coolcat329 2021-10-22 10:48   좋아요 3 | URL
네~~이 가을이 가기 전 바사니를 읽고 싶었습니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도 구입하려고요~
잠자냥님 좋아하시는건 알았는데 음청! 좋아하시는군요. ☺

청아 2021-10-22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일단 집에있는 <금테안경>찾는 중ㅋㅋㅋㅋ

coolcat329 2021-10-22 10:50   좋아요 1 | URL
아~~미미님 이 가을 금테 안경 꼭 찾으셔서 읽으셔요.

페넬로페 2021-10-22 1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은
‘저것은 소설속에서의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의 지인들중에도ㅡ그분들의 가정은 별로 문제가 없거든요ㅡ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고 자해를 하고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리뷰 읽고 드는 생각이 소설은 정말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읽고 싶네요^^

coolcat329 2021-10-22 12:33   좋아요 4 | URL
가장 예민한 시기, 청소년들만의 그 미묘한 심리가 너무나 잘 묘사된 작품이에요. 저 또한 중고딩때 생각이 나면서 아! 우리반에도 저런 애가 있었지...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새파랑 2021-10-22 1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작가라니 왠지 느낌이 좋네요. 어떤걸 마주쳤는지 완전 궁금증이 생기네요~!!

coolcat329 2021-10-22 17:13   좋아요 2 | URL
책이 얇으니 궁금증 금방 풀리실거에요~☺

레삭매냐 2021-10-22 1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 그 자체보다 리뷰가
더 쩌릿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
이 그저 안타깝네요.

coolcat329 2021-10-22 17:15   좋아요 3 | URL
네...분명 현실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페크pek0501 2021-10-30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넘어져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는가 하면,
누군가는 넘어져서 다시 못 일어나는 사람이 있어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어.(...)나무는 자라서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지. 비록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일부는, 땅 속에 조금이나마 뿌리를 뻗고 있는 일부는 계속해서 잎과 꽃을 피우는 거야. 나무는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면서도 결코 비통해하거나 자신을 동정하는 법이 없어. (p.274)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반전문학으로 유명한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 가 1954년 발표한 소설이다. 

레마르크는 1898년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니던 중 징집되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는데, 이 체험을 바탕으로 1929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발표하여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 그러나 나치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나치와 전쟁을 비판하는 그의 작품들은 불태워지고 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스위스로 이주, 1939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작품활동을 계속한다. 


독일군의 패색이 짙어가던 2차 세계대전 막바지, '기름기가 번지르르하고 악취를 풍기는 죽음'으로 가득찬 러시아의 독일군 전선에서 주인공 에른스트 그래버는 2년 만에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미 고향은 연합군의 무자비한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어있고 부모님의 생사도 알 수가 없다. 폐허 더미에 둘러싸인 도시는 더 이상 자신이 그리워하던 고향이 아니었다. 


'나는 폐허들을 수없이 보아 왔어. 하지만 진짜 폐허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오늘에서야 진짜를 본 거야. 바로 이 폐허를. 이것은 다른 폐허들과는 달라.' (p.123)


그래버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어머니가 치료를 받았던 크루제 박사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박사의 딸이자 같은 학교를 다녔던 엘리자베스를 만나게 된다. 크루제 박사는 독일의 승리를 의심했다는 누군가의 밀고로 수용소로 끌려간 상태이고, 엘리자베스는 애국단 일원인 리저 부인의 감시 속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치는 전쟁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체포해 강제수용소로 끌고 갔고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살 수밖에 없으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습에도 대비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그래버는 한동안 보지 못한 동급생들도 우연히 만나는데 그들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무릎 위를 절단한 친구, 팔꿈치 아래로 두 팔을 잃은 친구, 이미 죽은 친구들, 미쳐버린 친구 등의 소식은 그래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거 동창생 알폰스 빈딩은 잘나가는 돌격대 대장이 되어 전리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자신의 권력에 취해있고, 그가 어울리는 수용소 소장 하이니는 자신이 친위대 보안부에 있었을 때 자행한 집단 살육의 체험담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래버는 알폰스에게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묻지만 알폰스는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하면 되는 거야. 책임 같은 건 없어."(p.238)라고 말한다. 


그래버는 강제 징집과 수많은 전투를 겪으면서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자신이 늘 진실을 회피해 왔음을 깨닫는다. 정의감과 연민은 '이기주의와 무관심과 불안감에 부딪혀 언제나 난파하기 마련'이라는 사실과 함께 자신도 간접적으로 이 범죄에 얽혀 있음을 깨닫는다.

배신당하고 기만당한 자신의 삶을 깨달은 그는 스승 폴만을 찾아간다. 폴만은 학교에서 파면당하고 게슈타포의 눈을 피해 숨어지내고 있는 상태로 그래버는 폴만에게 간절하게 묻는다. 


"저는 지난 십 년 동안의 범죄에 제가 어느 정도 관계되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이미 전쟁에서 패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건 정부와 당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일으킨 인간들이 권력을 좀 더 연장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 더 많은 불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다시 일선으로 가고, 그것을 알면서도 공범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해야 할까요?" (p.247,248)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전쟁, 그러나 거부하면 총살을 당하고 철통같은 감시 속에서 탈영도 불가능하며 부모님에게도 보복이 가해질 것이다. 스스로 몸을 불구로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거의 언제나 발각이 되고 역시 처형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지혜로운 스승이라도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자네를 대신하여 결정할 수가 없네."(p.251)


그러나 다음의 말도 잊지 않는다. 


"공범! 공범 관계라고 하지만 자네가 무엇을 알고 있나? 자네는 아직 어렸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도 전에 거짓으로 중독되었던 거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그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네! 무엇 때문에? 나태한 마음? 무관심? 이기주의? 혹은 절망이라고 할 것인가? 어떻게 해서 그런 페스트가 만연하게 되었을까? 자네는 내가 이 일을 날마다 외면한 채 지낸다고 생각하나?" (p.252)


그래버는 폴만 선생의 집을 나온 후, 광장의 커다란 보리수 나무를 보며 강한 생명의 힘이 자신의 내부로 밀치고 들어옴을 느낀다. 살아도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마침내 살아있음을 느끼며 남은 이 주간의 휴가 동안 폭격에 뿌리가 뽑혀나가도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자신의 생명의 힘을 믿기로 결심한다. 


그래버는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와 마지막일지 모를 소중한 시간들을 보낸다. 

휴가가 끝나면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래버는 생각한다.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 것인가?' 그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나를 지탱해주는 닻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버는 우린 곧 헤어져야 하지만 결혼하면 덜 외로울 거라며 청혼을 한다.


그동안은 살아도 죽어도 별 차이 없는 삶이었지만 엘리자베스에게 닻을 내린 그래버는 삶에 애착을 갖고 희망을 품게 된다. 두 사람은 시립학교 체육관에서 결혼을 하고, 너무나 짧은 신혼생활을 뒤로 한채 그래버는 다시 전장으로 떠난다.   


<피에 젖은 땅>을 읽고 2차 세계대전에 관심 생겨 읽게 되었는데, 연합군이 아닌 독일병사와 독일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쟁의 참상을 그려 다시 한번 전쟁은 누구에게나 비극임을 느끼게 되었다. 

레마르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생명,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것들이 전쟁에 의해 얼마나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3주 휴가 동안 사랑하고 삶의 애착을 느낀 그래버는 살아있음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다시 죽음이 판치는 전장으로 가야했다...

이 작품의 원제는 'Zeit zu Leben und Zeit zu Sterben' 으로 '살아있을 때와 죽을 때' 이다.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10-20 19:3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두 말이 필요없는 명작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쿨캣님!!

coolcat329 2021-10-20 19:37   좋아요 6 | URL
이런 작품은 좀 일찍 읽어도 좋았을텐데요...ㅠㅠ
폴스타프님이 서부전선이 번역이 좀 그렇다하셔서 고민입니다.

Falstaff 2021-10-20 19:43   좋아요 5 | URL
아, 정말 아쉽군요. 서부전선은 일찍이 토마스 만 학회 회장을 역임한 홍성광 번역하고, 범우사, 역자 미상의 홍신문화사밖에 없네요. 홍성광 씨 번역은, 근데 그게 번역 말고요, 우리말 문장이 개판, 개떡 무인지경입니다.
아효... 그거 얼른 다른 사람이 번역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성광 씨도 참. 자기 이름으로 책내고 한 번도 거들떠 보지 않은 거 같아요. 명성에 흠집을 내다니, 아이고....

coolcat329 2021-10-20 19:55   좋아요 4 | URL
아이고 😭 제발 훌륭한 번역으로 꼭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mini74 2021-10-20 19: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읽어본 게 개선문 , 서부전선은 영화로 본 거 같아요 ~ 이 책 무지 끌립니다. 저도 찜 *^^*

Falstaff 2021-10-20 20:01   좋아요 6 | URL
아효, 이 책은 필독섭니다! ㅎㅎㅎ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coolcat329 2021-10-20 20:19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 추천이 너무너무 흥이납니다🤗
필독서 맞는거 같아요.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조금 억울했지요. 저는 개선문을 구입하려구요~^^

Falstaff 2021-10-20 20:22   좋아요 5 | URL
개선문, 좋습니다!
전 삼중당 문고부터 시작해서 한 서너번 읽은 거 같아요. 물론 사춘기 시절의 격동적이었던 정서가 실제보다 더 감동을 먹게 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개선문은 제 인생책입니다!
ㅋㅋㅋㅋ 별꼴이야, 나이가 몇 갠데 인생책? 그죠? 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10-20 21:27   좋아요 2 | URL
오~~인생책! 😍더욱 기대가 됩니다. 인생책은 젊은 시절에 오는거겠죠? 저는 인생책이 없지만 모든 책들이 그냥 다 좋으니 다 인생책입니다~!

페넬로페 2021-10-20 21:55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에는 삼중당 문고로 읽었어요^^

막시무스 2021-10-20 20: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표지만으로 별5개 먹고 들어가네요! 내용도 좋아보이고, 거기에 팔스타프님 보증이면 장바구니 직행인듯요!ㅎ

Falstaff 2021-10-20 20:09   좋아요 6 | URL
아오, 이 책은 읽은지 꽤 오랜 모양입니다. 독후감 써놓은 것도 없네요. 이럴 수가...
ㅋㅋㅋㅋ 명작 맞습니다. 일독을 미루지 마세요!!!

막시무스 2021-10-20 20:11   좋아요 5 | URL
넵! 조만간 후기 보고 올리겠습니다!ㅎ 저는 이제 퇴근해서 오징어회에 쏘주 투하하면서 오징어게임 모드 들어갑니다!ㅎ 팔스타프님도 언제나 맛술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20 20:16   좋아요 3 | URL
아! 오징어회 소주 오징어게임 ㅋㅋㅋ
우와~~부럽습니당!

잠자냥 2021-10-20 20:5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춘기 시절의 폭풍 감동의 쓰나미 작품입니다. 애들이 데미안, 데미안할 때 속으로 바보들, 독일 책은 <사랑할 때와 죽을 때>야! 하고 외쳤습죠.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지만 그때의 감흥이 깨질까 두려워 섣불리 다시 못 읽는 그런 책입니다.

coolcat329 2021-10-20 21:24   좋아요 5 | URL
아~~ 그 마음 정말 알거같습니다. 저도 그 시절 읽었더라면 아마 엄청 가슴앓이하며 친구들에게 추천했을거 같아요~

붕붕툐툐 2021-10-20 22:43   좋아요 4 | URL
어쩐지 오늘 A가 자냥이가 자기한테 바보라고 한다고 샘한테 얘기하러 왔던데, 이 얘기였구나!

페넬로페 2021-10-20 21: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등학교때 제 2 외국어로 독어를 배운 덕분에 레마르크 작가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을 많이 읽었거든오.
사랑할때와 죽을때 읽고 그야말로 감동 먹어서 가슴이 벅찼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이렇게 먼 훗날 만나니 넘 반가워요^^

coolcat329 2021-10-21 07:10   좋아요 2 | URL
아 독어를 하셨군요. 저는 불어를 했어요~~
역시나 이 책은 좀 더 일찍 읽었어야 했습니다.

새파랑 2021-10-20 22: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극찬에 폴스타프님 보증이시면 이건 뭐 무조건이네요 ^^ 전 첨들어본 작가인데 읽어봐야 겠습니다. 표지도 완전 멋진데다 반전문학이라니~!@

coolcat329 2021-10-21 07:13   좋아요 3 | URL
네~그냥 노골적인! 반전문학이에요.
그래서 더 찾아 읽고 싶은 작가입니다.

붕붕툐툐 2021-10-20 22: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쟁, 2차 세계대전 이런 얘기만 나오면 두뇌에 셔터가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근데 다들 극찬하시니 약간 솔깃~ㅎㅎ
<피에 젖은 땅> 읽으시고 연계하여 읽으시는 거 멋져용~👍

coolcat329 2021-10-21 07:20   좋아요 3 | URL
두뇌에 셔터가 내려가는 느낌...은 😱 이런 느낌인가요? ㅎㅎ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21-10-30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검색해 보니 560쪽. 깩!!!

coolcat329 2021-10-31 09:35   좋아요 0 | URL
너무 잘 읽혀서 두께는 상관없습니다~
 
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일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 1969~), 그가 '피에 젖은 땅(Bloodlands)'이라 부르는 곳에서 나치와 소비에트 러시아는 12년 동안 약 1400만 명의 사람을 살육했다.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의 유럽에서 일어난 잔악 행위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나 끔찍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을 작가는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범죄를 같이 다룸으로써 20세기 중반 유럽 대륙의 중앙에서 두 독재자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 보여주고, 이 시기에 일어난 대량학살의 참모습’, 예를 들면193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살육된 1400만 명의 사람 중에 반 이상은 인위적인 굶주림으로 죽었으며,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일례로 아우슈비츠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무시무시한 살인공장이 가동된 곳은 트레블린카, 소비부르, 베우제츠 같은 절멸수용소였다는 사실 등, 인류역사상 최악의 대량 살육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시각을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켜준다.


이 책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끊임없이 나열되는 학살 장면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개개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죽어간 이들이 단순히 역사 속에서 숫자로 기록된 희생자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삶이 있는 개인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강조한다.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10-18 1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리뷰 넘 잘쓰셨네요👍
정리가 잘 되어서 이 두꺼운 책을 한번 더 읽은 기분들어요! 티머시 스나이더의 결론부분 읽으면서 가슴뭉클했어요~^^*♡

coolcat329 2021-10-18 23:14   좋아요 3 | URL
사실 이 두껍고 엄청난 내용의 책을 정리할 자신이 없어 100자평으로 쓰려고 했는데 , 더 어렵더라구요 ㅋㅋ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네요.

scott 2021-10-19 00:33   좋아요 3 | URL
쿨켓님 재독 강추 ^0^

coolcat329 2021-10-19 08:31   좋아요 2 | URL
스콧님~~제가 너무 기본 지식이 없어 이 책은 반드시 재독 들어가야 할듯요 😅

mini74 2021-10-18 1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이 책 정말 좋지요. ~~

coolcat329 2021-10-18 23:15   좋아요 4 | URL
네 읽으면서 놀라고 또 놀라고 작가의 연구와 노력에 감탄하고 계속 그랬습니다.

새파랑 2021-10-18 19: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보관함에 들어가 있는데 아직도 두께때문에 감히 읽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대단합니다 👍 이런 극찬이라니 다시 보관함 상단으로 올려야하나요~~!

coolcat329 2021-10-18 23:23   좋아요 3 | URL
저 하루에 한 챕터씩 읽었어요. 잘 모르는 내용이라 더욱 집중해야했지만 작가의 글이 꼼꼼해서 좋았습니다. 새파랑님은 하루에 세 챕터도 가능하실거에요~~^^

막시무스 2021-10-18 19: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네요!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가 전해지지 않는 저 한사람 한사람의 삶 자체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18 23:25   좋아요 3 | URL
네~마지막 결론이 참 감동적이고 이 책의 품격, 가치를 더욱 높여주네요.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10-18 20: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조금 읽다가 현재 읽고 있는중에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읽어야하는데 쿨캣님의 리뷰로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coolcat329 2021-10-18 23:27   좋아요 4 | URL
저 하루에 한 챕터 씩 읽었어요~이 책 읽고 나니 수용소 문학, 전쟁 문학, 영화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페넬로페님 재도전 화이팅!

레삭매냐 2021-10-18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의 다른 책인 <블랙 어스>
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번역 탓인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실패한 기억이
납니다.

요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
작은 했는데 못 다 읽고 반납했네요.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보는 것으로.

coolcat329 2021-10-18 23:28   좋아요 2 | URL
이 저자 다른 책이 있군요. 레삭매냐님 밀덕이신걸로 알고 있는데 다시 도전 화이팅입니다!

붕붕툐툐 2021-10-18 23: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엄청 두껍다던데~ 쿨캣님 완독 축하드려요~ 마지막 말 멋져요~~

coolcat329 2021-10-18 23:3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마지막 결론이 작가의 지성과 노력을 더욱 빛나게 하네요~편한 밤 되세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피에 젖은 땅>을 읽고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잔혹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요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같이 읽었다. 


'저항 작가','반체제 작가'로 유명한 솔제니친(1918~2008)은 1918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1941년 입대했다. 1945년 포병 대위로 복무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되어 8년 강제노동형과 3년의 유형을 선고받았다. 1945년부터 1956년 까지 여러 수용소를 돌며 겪은 경험은 훗날 솔제니친 문학의 주요 모티프가 되고, 1962년 첫 작품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발표한다. 이후 <암병동>,<수용소 군도>등 발표,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나 소련 정부의 방해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1974년 스위스로 이주했다가 1976년 미국으로 망명, 18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소련의 붕괴 이후 1994년 다시 러시아로 귀환하여 2008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고단한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0세까지 사셨으니, 참으로 강한 사람이었던듯 싶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p.7)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독소전쟁 중 독일군에게 생포되었다가 탈출했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8년 째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슈호프의 하루, 고난과 고통으로 매일매일이 똑같은 수용소의 수많은 날들 중의 어느 하루를 그린다. 


수용소의 죄수들은 톱밥으로 채운 매트, 죽지 않을 만큼만 나오는 식사, 시베리아의 추위를 견뎌내기엔 너무나 부실한 옷을 입고 영하 20~30도의 추위 속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중노동에 시달린다. 슈호프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도 살아남았다. 또한 간수들의 횡포와 동료 죄수들의 고발은 수용소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런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슈호프는 과거 반장이었던 쿠조민의 말을 수용소 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다.


"이봐, 이곳에서는 법칙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림의 법칙이라는 거야. 그러나 이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지. 수용소 안에서 죽어 가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남의 빈 그릇을 핥는 놈들이고, 맨날 의무실에 갈 궁리나 하는 놈들, 그리고 정보부원들을 찾아다니는 놈들이야."(p.9)


슈호프는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옆의 죄수'이며 '모든 죄수들이 서로 시기하지 않고 단결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p.190) 생각한다. 

그는 매일같이 인간성을 시험당하는 수용소에서 이런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하지만 남을 짓밟는 타락한 인간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남되 정직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비록 겉모습은 머리는 거의 다 빠지고 이빨도 반 밖에 남아있지 않은 슈호프이지만 정신만큼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8년간의 수용소 생활 동안 그는 뇌물을 줘 본 적도, 받아 본 적도 없다. '쉽게 번 돈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믿는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이든 남보다 못하진 않는다고 자부'한다. 때로는 간수들을 속여 죽 한 그릇을 더 먹기도 하지만 동료 죄수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슈호프는 동료 죄수가 궐련을 피는 모습을 보며 담배 한 모금이 자유보다 더 간절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가면서까지 남의 입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거부한다. 

그는 험난한 수용소에서 자신만의 생존 노하우를 터득한다. 그것은 매 순간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집중하여 그 안에서 작은 즐거움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은 동료와 함께 벽돌을 쌓는 작업을 하면서 최고로 발휘된다. 벽돌을 쌓는 순간 그는 오직 벽돌 쌓는 일만을 생각한다. 벽돌을 훑어보고 어디다 어떻게 놓아야 할지 재빠르게 판단하면서 나름 작전을 세워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작업이 끝난 후 자신의 결과물을 보며 만족해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슈호프는 지금 경비대가 군견을 데리고 수색을 하러 나온다 해도 쌓아 놓은 벽을 살펴보지 않고는 그냥 갈 수가 없는 성미다.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쑤욱 훑어본다. 그만하면 괜찮다. 이번엔 벽을 따라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가며 휜 곳이 없나를 살핀다. 그의 눈 한쪽은 수준기나 진배없다. 반듯하다! 솜씨가 예전 그대로다. (p.165)

 


이런 그의 집중은 먹는 순간에도 잘 나타난다. 식사 시간은 슈호프에게 '경건한 시간'(p.219)이다. 


슈호프는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얹는다. 한쪽 국그릇에 담긴 건더기를 숟가락으로 한 번 휘저어 확인한 다음, 다른 그릇에 담긴 국도 똑같이 확인한다. 웬만큼은 들어 있다. 생선도 걸려든다. (...) 우선, 한쪽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주실 테지! (p.220)


너무나 풍족한 음식에 살이 쪄서 고민인 우리는 뼈와 지느러미가 들어간 멀건 생선국을 먹으며 이런 만족을 느끼는 슈호프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당장의 한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삶에서만 나오는 그 어떤 숭고한 의지를 슈호프에게서 느꼈다. 그 강인한 생명력과 지혜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며, 특히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선한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슈호프는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이나 내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간수들이 다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하면 스프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벽돌을 더 완벽하게 쌓을 수 있을까, 빵을 지금 먹어야 하나 놔뒀다 점심 때 먹어야 하나,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도 더 벌 수 있을까' 생각한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 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 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 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p.261,262)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슈호프에게 고통에서 오는 분노나 절망은 찾아볼 수 없다.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스탈린 체제의 전체주의에서 체제의 부속품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슈호프, 과연 나라면 슈호프처럼 해낼 수 있을까...


<피에 젖은 땅>을 보다가 읽은 <이반 데니치, 수용소의 하루>는 순한 맛이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슈호프의 모습엔 절망보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피에 젖은 땅>의 역사 속 수천만의 슈호프에겐 희망이 안 보였다. 

작가 솔제니친은 스탈린 전체주의가 저지른 범죄를 고발함과 동시에 그런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문학 속에서 그것을 형상화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이 세상의 모든 억압받는 약자에게 솔제니친이 보내는 편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10-10 16: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도선생님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 생각나네요. 저런 극한의 환경에서 산다면 희망을 가지기 쉽지 않을텐데 이 책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인 내용이 있나보네요~!
역시 🇷🇺 는 어떤면에서 대단한 나라 ~!!

coolcat329 2021-10-10 17:29   좋아요 5 | URL
아!<죽음의 집의 기록>도 있죠.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1-10-10 17:50   좋아요 4 | URL
저도! 새파랑님 도끼 선생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죽음의 집의 기록>을 떠올렸습니다 !

청아 2021-10-10 16: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를 박탈당하고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 삶의 찰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듯 합니다.🥲

coolcat329 2021-10-10 17:35   좋아요 5 | URL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생존법칙은 늘 놀랍고 때로는 고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사할 때 꼭 모자를 벗고, 담배 하나도 걸으면서 피지않는 슈호프의 행동이 인상적이에요.

scott 2021-10-10 17: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두권 피에 젖은 땅과 이반 데니치 수용소의 하루를 함께 읽으셨다니 ㅜ.ㅜ

이반 데니치는 피에 젖은 땅에 비하면 그나마 ,,,,

도끼 선생의 작품도 추천 하지만
엘리 위젤의 <나이트> 추천 합니다
중딩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이책, 사춘기 시절 인생의 책이 되었습니다 ^ㅅ^

coolcat329 2021-10-10 18:15   좋아요 5 | URL
네~~검색해보니 책이 많이 있네요~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야 2021-10-10 1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참 대단하네요.. 그래서 마지막엔 슈호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수용소를 빠져나왔을까요?

coolcat329 2021-10-11 07:28   좋아요 2 | URL
슈호프가 자기 삶을 살아내는 모습은 지금 제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게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막시무스 2021-10-10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해탈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부속품으로 하루하루 돌아오는 윤회의 수레바퀴속에 무의식적 적응을 해버린 걸까요? 이게 궁금해 지네요!ㅎ 즐건 연휴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11 07:30   좋아요 1 | URL
살고자 하는 인간생명의 원초적의지 극단적 상황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지혜? 아닐까 싶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좋은 하루 되세요!

붕붕툐툐 2021-10-10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 권을 같이 읽으시다니! 넘 멋지십니다~ 문학은 아무래도 희망이 더 있는 거 같아요. 현실이 더 절망적일 때가 많구요~ㅠㅠ

coolcat329 2021-10-11 07:36   좋아요 2 | URL
네~저도 동감이에요~~<피에 젖은 땅>으로 아픈 마음, <수용소의 하루>읽고 위로 받았네요.

mini74 2021-10-10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장말 좋아하는 책이라서 정말 반가워요.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내 자신이 배부른 돼지 ㅎㅎ같은 느낌이 들때 다시 읽는 책이 이반 데니소비치랑 초원의 집이랍니다. 글 정말 잘 읽었어요 *^^*

coolcat329 2021-10-11 07:38   좋아요 3 | URL
아 미니님이 좋아시는 책이군요! 슈호프가 자기 삶을 살아내는걸 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됐어요. 배부른 나태돼지...
오늘 하루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느끼고 행복하시길요!😉

바람돌이 2021-10-12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는 리뷰입니다. ^^

coolcat329 2021-10-12 06:31   좋아요 3 | URL
예전에 읽으셨군요~~제 독후감이 옛 추억을 불러왔다니 기쁘네요~~~

레삭매냐 2021-10-16 2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피에 젖은 땅에 비하면 순한맛이라고
하니 못 읽고 반납한 그 책을 다시
빌려야 하나요...

scott 2021-11-05 16:14   좋아요 3 | URL
순한 맛 매운 맛 반반입니다
피에 젖은 땅은 피에 젖은 땅 만큼 힘겹고
이 작품은 문학적 서술로 더더욱 감정이입이 되능 ㅠ.ㅠ

scott 2021-11-05 1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담번 수용소 문학
프리모 레비 작품들 사알짝 추천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1-05 16:38   좋아요 4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청아 2021-11-05 1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저도 축하드려요!!^^*♥

mini74 2021-11-05 17: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넘 재미있게 읽었던 리뷰 !!! 감축드리옵니다 *^^*

새파랑 2021-11-05 1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수용소~!! 축하드려요 ^^

coolcat329 2021-11-05 1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축하해주신 스콧님, 그레이스님, 미미님, 미니74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

초딩 2021-11-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경축 경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