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을유세계문학전집 1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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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에서 그레고르가 갑자기 벌레로 변했듯이, 이 작품에서 요제프 K는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체포‘를 당한다. 벌레로의 변신이 하루 아침의 체포로 바뀌었을 뿐, 그 알 수 없는 세상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과 무관심은 똑같다.

알려고 할수록 알 수 없고, 벗어나려고 할수록 점점 더 죄여오는 낯선 세상에서 개인은 출구를 찾기위해 몸부림 치지만, 그 자신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그 어디에도 답이 안보이는 참으로 끔찍한 상황.

무슨 죄를 지었는지 끝까지 알 수 없고 무력한 한 개인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개같은 결말‘, 그리고 죽음 후 남은 ‘치욕‘ 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독자는 답답하고 이상하며 무섭기도 하다.

쿤데라가 카프카의 소설은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는데, 이 작품에 걸맞는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읽고난 후 흑백을 제외한 그 어떤 색도 떠올릴 수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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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18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오디오로 듣고 참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변신만큼요.

coolcat329 2020-07-18 20:5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읽다보면 답답하고 계속 한 곳을 빙빙~ 도는 느낌이랄까요...😅
 
변신·단식 광대 -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창비세계문학 7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외 옮김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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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작품은 워낙 많이 번역되어 있지만 이 책이 눈에 띄는 건 2명이 번역을 했다는 점이다. 카프카 전문가 편영수 & 괴테 전문가 임홍배.
카프카의 단편을 엄선, 22편 담고 있는데,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은 카프카는 여전히 신선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답답하고 출구없는 무서운 진실 앞에서 새 책이 중고책방에서 꽤 묵은 책처럼 ‘변신‘해버렸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또 다른 이유는 해설이 120페이지. 책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 준다. 그러나 크게 해소되지는 않는 건 카프카의 작품은 해석과 분석보다는 답이 없는 그 ‘출구없는‘ 상황을 느끼는데에 핵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유명한 변신 외에 내가 좋아하는 단편은 다음과 같다.

-유형지에서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단식 광대
-법 앞에서

근데 창비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특유의 거칠고 낡은 듯한 표지때문이었는데, 73번 도리스 레싱의 <금색 공책>부터 평범하고 매끄러운 표지로 게다가 촌스럽기까지해서 정말 실망이 크다. 다시 예전의 빈티지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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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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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자연을 정복할 대상으로만 보는 인간 이성의 자만심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 인간의 자연을 향한 폭력과 욕심이 무한한 ‘야성‘의 힘을 품고 있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하찮은지 늑대개 벅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마 세상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더 끔찍한 모습으로 다가오리라는 것을 지금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인간은 알아야한다.

자연은 그 장엄하고 아름다운 겉모습 안에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야성을 숨기고 있다. 인간 또한 이성의 힘으로는 감지가 안되는 그런 야성의 본능을 가지고 있을터. 그 본능이란 자연을 사랑하되 그 앞에서 겸손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그토록 자랑하는 잘난 이성의 반대편에 있는 우리 인간이 가진 야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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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2020)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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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미, 깔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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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5-2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에 관한 건 완벽하게 개인 취향입니다만, 알라딘 커피는요, 제 입맛에 너무 과하게 로스팅한 것 같더라고요. 좀 덜 태운 건 안 파는지....참, 늘 머뭇거리게 만듭니다. ^^;;

coolcat329 2020-05-27 14:32   좋아요 1 | URL
잊을만하면 새로운 커피가 나오니 또 재미가 있더라구요. 이 커피는 과테말라인데 로스팅 과하지 않고 산미도 있으니 한번 드셔보셔요~~산미가 싫으시면 비추구요😅
 
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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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나에게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이 책에 나온 다음의 묘사와 상당히 비슷하다.

 

겨울밤에 예루살렘의 건물들은 검정색 배경 앞에 얼어버린 회색의 형상처럼 보인다. 억눌린 폭력을 잉태하고 있는 풍경. 예루살렘은 때로 추상적인 도시가 된다. 돌과 소나무, 그리고 녹슨 쇳덩이들.(p.23)

 

회색빛, 억눌린 폭력, 뭔가 명확하지 않은 추상적인 느낌, 돌, 쇳덩이...이런 단어들이 이스라엘과 겹쳐진다.

 

어느 겨울날 아침 아홉시에 나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졌다. 한 낯선 청년이 내 팔꿈치를 잡아주었다. (p.7)

 

지질학을 공부하는 미카엘과 히브리 문학을 공부하는 한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설레이는 우연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상대방의 모습에 끌리게 되고 서로를 알아갈 새도 없이 바로 결혼을 한다. 미카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한나는 결혼과 함께 찾아온 임신과 출산, 그로인해 공부를 중단해야 하는 현실과 만나며 서서히 병들어가기 시작한다.

'하루하루의 음울한 똑같음' 속에서 알 수 없는 슬픔에 젖어 들며 한달치 생활비를 쇼핑으로 써버리는 등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한나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다 참아내며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는다. 이런 미카엘의 모습이 한나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고 두 사람 사이에는 '냉정한 균형','불편한 타협' 만이 남는다.

 

우리는 이렇게 앉는다. 나는 냉장고 옆에 등을 기대고 밝은 푸른색 직사각형 모양의 부엌 창문을 마주본다. 미카엘의 등은 창을 향하고 있고 그의 눈에는 냉장고 꼭대기의 빈 병들이나 부엌 문, 복도의 일부, 그리고 욕실 문이 비친다.(p.169)

 

마주보고 앉아 있지만 서로 바라보는 곳은 다른 두 사람. 소통하지 못하는 부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인상깊었다.

하지만 나는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나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한나의 내면심리을 좇아가며 읽어야 하는 책이기에 그녀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녀가 몽상속에서 추구하는 세계가 너무 허황되고, 여자가 결혼 후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변덕과 불안은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한나를 다 받아주고 가정과 학업에 최선을 다하는 미카엘이 바보같아 보였다. 현실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만남과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작가 아모스 오즈는 내 문학 속 주인공들은 '현실과 꿈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별을 보다 실족하는 이상주의자들이다'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바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나는 '냉담한 도시' 이자 '억눌린 폭력을 잉태'하는 도시인 예루살렘에서 사는게 힘들다. 그녀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이본 아줄라이'가 되어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 한다. 그 꿈 속에서 자신은 여왕이자 황제이며 음모에 대항해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하지만 한나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스라엘이며 미카엘의 아내이다.

제목 '나의 미카엘'이 어느 순간 '나의 이스라엘'로 느껴지는건 이상을 추구하는 한나에게 이스라엘과 미카엘은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나는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시간을 환기하고 기억에 집착하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현실에 발 붙이지 못하는 한나에게 시간의 흐름은 견뎌야 하는 고통이다.

이런 한나의 모습은 당시 전쟁으로 암울하고 불안했던 이스라엘의 모습과 겹쳐진다. 예루살렘 도시의 묘사와 한나의 내면묘사가 뒤섞이고 현실과 꿈이 뒤섞이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한나이기도 하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실족한 이상주의자'를 이토록 우울하고 불안하게 당시 이스라엘의 분위기와 연결지어 보여준 아모스 오즈.

쉽게 공감할 순 없었지만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을 균형된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한나와 미카엘의 대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당신의 질문은 무의미해.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야. 그냥 살고 있지. 그걸로 끝이야." (p.265)

 

나는 미카엘의 말에 더 수긍이 가지만 단순히 '그냥 산다'고 말하는 건 어딘가 서글픔이 느껴진다. 내 삶에 질문을 던지는 또 한 권의 책이다.

 

아! 꼭 하고 싶은 말. 책 뒷표지에 아서 밀러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라는 추천사가 있는데, 이건 러브 스토리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 서정시'라는 말도 조금은 부적절하다. 차분한 글이지만 서정시가 주는 아름다움보다는 한나의 불안정한 감정이 지배적이라 우울하고 침체된 문장에 깔리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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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5-26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솔직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하자면, 이 책, 재미 없었습니다. ㅋㅋㅋ

coolcat329 2020-05-2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ㅋㅋ 저도 동감입니다🤣🤣🤣 제가 폴스타프님 글 읽고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사뒀는데 이건 좀 다를거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