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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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뉴욕을 눈부시게 그려낸 작품. 이민자의 딸로 가진 것 없는 케이트라는 당찬 여성을 중심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관계를 섬세하고 우아하게 보여준다. 뻔한 로맨스 소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학작품으로 만들다니...외모 역시 귀티가 좔좔 흐르는 작가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책벌레 여주인공 덕분에 많은 고전문학도 만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항상 책과 함께 하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당당하며 아름다움을 케이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맨해튼 상류사회 인물들과 교류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간 케이트. 사랑 앞에서도 솔직 당당한 그녀에게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수시로 그녀 주위에 나타나는 상류층 사람들과의 교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 아쉽다.

개인적으로 뉴욕에서 6년간 지냈던 정신 없던 시절을 추억하게 했고 케이트가 갔던 장소, 거리, 건물들이 다시 살아나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에이모 토울스는 그의 화제작 <모스크바의 신사>를 통해 먼저 만났으나 누구나 좋다는 이 칭찬이 자자한 소설이 나는 이상하게 지겨웠다. 그래서 1/3정도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해 봐야 겠다. 당시 나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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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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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며 가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정약용, 이회영, 독립운동가 박상진, 대동법의 아버지 김육, 여섯 번이나 영의정을 지내고도 오두막에서 살았던 이원익이 기억에 남는다. 2번 읽었는데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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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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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가장 예민하고 가장 위태로운 소년 시절에 왜 한스는 날마다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했을까? 왜 그의 토끼를 빼앗고, 왜 라틴어 학교에서 동급생들을 일부러 멀리하게 만들고, 왜 낚시를 금지하고, 왜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왜 하찮고 소모적인 명예욕을 추구하겠다는 공허하고 세속적인 이상을 그에게 심어주었을까? 왜 시험이 끝나고 힘들게 얻은 방학 때조차 푹 쉬게 하지 않았을까?  p.141

 

헤르만 헤세가 1906년 29세에 발표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책 속에서 헤세가 묘사하는 독일의 자연 풍경은 매우 세세하고 아름답다. 그런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낚시와 수영을 하며 행복해 하는 한스의 모습과 학교와 사회가 정해준 단 하나의 길을 가야했던 한스의 모습이 대비되어 읽으면서 내내 한스가 애처로웠다.

쉬는 순간에도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까봐 끊임없이 불안해 하는 한스. 그런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한스의 공부를 부추기는 교장과 목사, 그리고 '철저하게 세속적인' 무뚝뚝한 아버지. 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한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면 한스는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신경쇠약에 걸려 힘들어 하진 않았을텐데...한창 호기심이 많고 설레임으로 충만할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을텐데...엄마라도 있었다면...이런 내 안의 안타까움이 끊이질 않았다.

주변엔 그저 한스를 이용해 각자의 욕망을 충족시켜 세상의 속된 명예를 얻어보려는 야욕밖엔 없는 것이다. 이런 한스를 유일하게 안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은 구둣방 주인 플라이크 아저씨뿐이지만 사회가 주는 압박과 부담이 너무 크기에 플라이크의 조언은 한스에게 와닿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억압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당시 독일은 학교라는 기관을 통해 학생들을 획일,강압적으로 교육을 시켰다. 이런 독일 사회와 교육체제를 헤세는 끊임없이 비판했다. 이 작품이 나치시대에 불온서적으로 취급받았다는 사실은 그것을 증명한다.

 

자아의 실현은 어떤 교육이나 체제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이 만든 규격화된 체제 속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색하고 자기 자신만의 정신적 세계를 만들어야 진정 당당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인 성공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한 사람이 당당한 개인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고뇌와 방황의 시간이 필요한데 사회는 그것을 부정하고 사람을 도구로 전락시킨다.

 

10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른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그저 앞만 보며 가는 우리 나라의 현실과 너무 닮아 씁쓸했다. 현재 독일 교육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지금 한국의 교육은 백년 전 독일의 그것과 비교해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듯 하다.

 

헤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데미안>은 예전에 읽다 말았지만 당시 받은 느낌은 관념적이며 철학적이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좀 막연했던 반면, 이 작품은 보다 현실적이고 비판하려는 대상이 분명하여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무엇보다 예민하고 소심한 한스가 짊어져야한 삶의 무게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삶의 무거운 수레바퀴 아래서 힘겹게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연약한 영혼들에게 헤세의 메시지는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위대한 영웅은 아니지만 어엿한 한 남자'가 되기를. 어엿한 한 여자가 되기를...

청소년과 부모가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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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23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일 교육은 우리나라 현실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요.

독일에서 고등학교 나온 사람은 벤츠를
대학 나온 사람은 팍스바겐 골프를 탄
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교육도 경쟁이 아니라 내면 세계
를 탐구하고 자아 실현을 이루는 방향
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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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과 욕망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이젠 너무나 유명한 한강의 이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이다.

 

이 작품은 책의 제목인 <채식주의자>,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 <나무 불꽃>세 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3편 각기 다른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영혜가 있다. 영혜를 바라보는 세 인물-남편,형부,언니-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그로인해 분출되는 폭력성, 예술을 향한 끝없는 욕망과 집착, 그것의 적나라한 모습, 이런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본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1부 <채식주의자>, 세상이 자신에게 가한 폭력과 또 자기 안에 존재하는 폭력성에 육식을 거부하고 더 나아가 식물이 되고 싶어 온 몸으로 저항하는 영혜를 보며 카프카<변신>의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가 생각이 났다. 어느 날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게 된 영혜가 겹쳐지면서 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게 되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왜 잠자는 벌레가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소외된 삶을 살았던 잠자가 벌레가 되었듯이 세상의 폭력과 자신의 내부에 잠재된 폭력에 거부하는 몸짓으로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 잠자와 영혜의 삶을 향한 몸무림이 처절하지만 결국엔 죽음으로 귀결됨을 보며 인간 실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순간 이 이미지는 그에게로 왔다."

2부 <몽고반점>의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 작가에게 한 순간 갑자기 다가온 그 이미지, 예술가에겐 정말 이런 순간이 있는 것인가. 얼마나 강렬하기에 그것이 아니면 절대 안되는 예술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가족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추락하는 것일까!  예술이 불러오는 광기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한 순간의 허상인가.

예술을 향한 인간의 광적인 욕망과 윤리적 가치가 결여된 예술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예술은 도덕적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고지식하고 무식한 내가 예술과 인간에 대해 어쭙잖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을 향한 광기, 그러나 있을 수 있는 세계이기에 난 영혜의 형부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3부<나무 불꽃>에서는 언니인 인혜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위해 살아왔던 인혜. 그런 인혜에게 남편과 동생의 불륜-어디까지나 인혜의 입장에서-은 충격 그 자체이다. 동생은 식물이 되겠다하고 남편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술을 선택했다.

동생과 남편의 보통 사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욕망과 행위로 인해 인혜는 상처받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동생 영혜와 남편은 가해자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온 인혜는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과연 맞는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타인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산 인혜의 삶 또한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일종의 삶이 주는 고통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혼자 남은 인혜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도 노력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도 너무나 버겁다. 그저 이 모든 것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이 그녀를 일으켜 세울 뿐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난 지금 어떻게 이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그 대담함과 무모함이 놀라울 뿐이다. 십여 년 전 영상으로 우연히 보게 된 여배우 몸에 그려진 화투 같은 꽃그림을 보며 예술을 가장한 음란 영화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소문난대로 이 작품은 불쾌하고 역겨우며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이 좋은 점은 그 안에서 별의별 인간을 다 만나게 된다는데 있고 그러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인간도 없다는 점이다. 인간을 만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끔찍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아름답고 절제있게 느껴지는 건 한강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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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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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독재에 의해 실패한 러시아 혁명을 비판한 우화. 그러나 지금 읽어도 생명력 있는 책이다.

전체주의 독재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권력을 비판하고 그에 맞서는 오웰의 사상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스탈린의 독재, 공산주의를 비판 했다고 반공문학으로 한 때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도록 권장되었지만, 오웰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도 많이 비판했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 평등을 해치는 모든 전체주의 권력을 폭로하고 풍자, 우리가 오웰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는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에서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이 되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 의식, 곧 불의(不義)에 대한 의식이다" 라고 하면서 <동물 농장>은 자신의 이런 글쓰기를 '의식하면서 쓴 첫 소설'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자 노력하고 그것을 글로 남겨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조지 오웰, 그가 우리 사회에 보내는 메세지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다.

이제 빅 브라더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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