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그 지적 유혹 - 책 속 음식에 숨겨진 이야기
정소영 지음 / 니케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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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음식과 요리에 별 관심이 없다. 푸짐하게 먹는 것 보다는 간소하게 먹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거에 돈 쓰는 것도 아까워 한다. 다만 윤리적 소비는 중요하게 생각해 동물복지를 실천한 고기와 계란, 오가닉 채소를 사 먹긴 한다. 내가 먹는 것 중 유일하게 돈을 안 아끼는 건 커피 뿐인듯 하다.

따라서 음식과 관련한 소설,에세이,인문교양서도 자연히 안 읽게 되었다. 책 속에서 모르는 음식이 나와도 그냥 넘어갔지 굳이 레시피를 찾아 보거나 궁금해하지 않았다. (음식이 담고 있는 그 은밀한 은유를 모른채 책장을 넘겼다니! 한탄스럽다.)

 

처음 제목과 표지가 내 눈길을 끌었는데, 결정적으로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소설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는 설정과 대체로 내가 좋아하고 읽고 싶었던 작품들이라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총 14편의 소설과 3편의 비소설을 다루고 있는데, 처음 작품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Gone Girl>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중 많이 아끼는 작품이라 제목만 들어도 감탄사가 나오는 작품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만든 영화로도 보고 이 작품을 나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고급 와인을 마시면서 그 향과 맛을 입안에서 충분히 느끼지 않고 목구멍으로 꿀꺽 삼켜버린 것과 같은 그런 낭비를 하며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짝 충격이 왔다. 서로에게 강하게 끌려 결혼까지 했던 완벽한 커플로만 보였던 닉과 에이미가 서서히 그 차이를 드러내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음식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니...각각의 음식이 품고 있는 상징을 제대로 알고 읽었다면 닉과 에이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계층,지역 간의 갈등 또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뮈리엘 바르베리의 <맛>, 이언 매큐언의 <토요일>,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F.S.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 작품 속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명 인상 깊게 읽은 책인데도 '아니! 이 책에 이런 음식이 나왔단 말야?!' 하며 혼자 뒷북을 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우스웠던, 그러나 책 속 음식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는 시간은 굉장히 즐거웠고 배부른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음식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삶과 욕망, 정체성,생각 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인물이 살고 있는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어찌 보면 매일 먹는 음식이란게 인간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그동안 너무 우습게 봐왔던 내 자신이 좀 부끄러웠다.

 

정소영이란 작가는 얼굴도 모르고 처음 듣는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그녀의 음식에 대한 심미안과 문학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 해박한 지식 등에 매료되었다. 그녀처럼 '나도 나만의 정체성이 담긴 레시피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녀의 된장찌개에는 베이컨과 화이트와인이 들어간다.)

다음 책도 기대가 되서 신간 알리미 신청도 했다.

 

아! 마지막 음식을 밥 딜런의 <One more cup of coffee>로 정한 건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도 마지막에 커피 한 잔 없다면 얼마나 허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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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2-1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다음 책은 ‘media‘관련 쓰시려나보더라고요
 
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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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나는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 책을 통해 탐욕에 눈이 먼 인간과 기업이 닭, 돼지, 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하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그 충격은 채식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회생활과 채식을 병행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3개월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은 분명 눈치도 보이고, 불편하고, 때로는 짜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먹는 고기와 달걀이 어떻게 우리의 식탁 위로 올라왔는지를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 사이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승태의 책 <고기로 태어나서>는 바로 이 관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다. 책 표지에는 부제목으로 ‘한승태 노동에세이 -닭,돼지,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라고 쓰여 있다. 작가가 한국의 동물농장 열 곳에서 직접 일하며 기록한 내용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고기 생산의 과정을 담은 기록을 넘어, 함께 일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노동자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일을 계속 하면서 동물의 고통에 점차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담겨 있다. 

작가는 단순히 공장식 농장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을 식용으로 키우는 과정에 대한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해야 할 여러 문제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수익과 효용성만을 우선시하여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실, 더 나아가 물건은 고장 나면 고치기라도 해서 끝까지 쓰려고 하지만 동물은 아프면 단순히 도태되는 현실은 정말 충격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 번만 쉬면서 150만 원을 버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없고, 극도로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결국 동물들에게 그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보인다. 작가가 '이러다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거 같다'고 한 고백은 무서우면서도 어쩌면 이 환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설득하거나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알리며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과연 이래야만 하는가?‘, ‘이것이 과연 온당한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등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고민했다.

책의 내용은 슬프고 때로는 혐오스럽고 역겹기도 하지만, 한승태라는 작가를 알게 된 점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 말하고 싶다. 끔찍한 내용이지만 작가의 유머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종종 웃음이 터져 힘든 마음을 덜 수 있었다. 그의 전작 <인간의 조건>도 꼭 읽어보고 싶다. 아무나 쓸 수 없는 귀중핝 책을 써 준 한승태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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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블렌드 겨울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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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처음 구입해봤는데, 기대 만큼 훌륭합니다.
드립해서 마시는데 겨울 블렌드 고급스럽고 향도 좋고 따뜻한 느낌이 맘에 듭니다.
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커피~오늘도 행복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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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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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내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다시금 느끼게 해 준 북튜버 김겨울의 책.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은 바로 ‘책 읽는 나‘ 였음을 다시 확인하며 벅찬 마음으로-읽어야 할 책이 내 앞으로 쏟아져내리는거 같아-마지막 책 장을 덮었다.
독서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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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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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병모라는 작가의 <단 하나의 문장>이라는 소설집이 출간되어 자꾸 눈에 띄니 이름을 저절로 기억하게 되었다. 당연 남자라고 생각했고 그것도 한 50~60대의 나이가 있는 분일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아주 젊진 않지만 50대는 아닌 여자였던것. 서점에서 <파과>를 발견, 몇 장 읽어보니 작가의 이름 보다 더 파격적인 주인공의 등장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특유의 만연체 문장이 처음엔 어색했으나 킬러이자 여자 거기다 65세 노인이기 까지한 주인공의 심리와 갈등을 쫓아 가다 보면 그 불편했던 문장들도 하나의 스타일로 다가와 스토리에 녹아든다.
40여 년간을 냉혹한 킬러로 살아오면서 주변은 둘러 보지 않은체 앞만 보며 달려온 조각. 그런 그녀에게 약자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늙어가는 자신과 매일 마주치는 조각. 활짝 핀 꽃처럼, 완전히 익어 먹음직스런 과일처럼 그런 빛나는 시기를 한번 쯤은 갖고 싶었던 것 아닐까. 죽기 전에 진정한 ‘삶‘이란 것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 아닐까. 맥박이 뛰니까 살았던 과거의 삶에서 나의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사는 삶. ‘현재 멈춤형‘의 삶에서 ‘현재 진행형‘의 삶을 사는 그런 삶. 이런 삶에 대한 의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살아있다면 오는것이고 그 나름대로 분명 빛날것임을 조각을 보며 믿는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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