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산책
선암사로..
고요한 산사를 걷는 것은
무념무상의 상태로 들어가게 한다
한참을 길을 따라 걷고 나면..
좋다... 이 말밖에는 안 나온다.

템플스테이하시는 분들인듯
승복을 입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고 그래서 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사람사는 냄새를 내고 있던
선암사.

쓰러져버린 소나무를 버텨주는 철기둥.
소곤대며 줄지어 걸어가는 스님들.
머리 위로 툭툭 떨어지는 상수리.
비록 메마른 가을이지만
물기를 머금고 있는 듯한 그림들.

떨어지는 상수리인지 도토리인지
다람쥐 밥이라면서 줍지 말자던 엄마..
옆에서 슬그머니 줍기 시작하자
또 같이 줍기 시작하는 엄마.

줍고
줍고
줍고
줍고
또 줍고

`요거 가지고 뭐하노?`
옆에서 한 마디 툭
`주머니에 많아요~~`
이쪽 주머니에서 한 줌.
저쪽 주머니에서 한 줌 ㅎㅎ
결국 가방에 하나 가득 차고 만 상수리인지 도토리인지..

절 입구에 있는 할머니들
아직 덜 익은 무화과 하나 가득 담아놓고 직접 말린 감도 한 보따리.
반들 반들 밤이 탐나던 엄마였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
풋내나는 무화과랑 말린 감만..
신나는 마수걸이.
왠지 훈훈해지는 하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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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주에 마이산 다녀오면서 신랑이 밤을 주워서 한 개 까먹었는데 꿀맛이였던 기억이 납니다ㅋㅂㅋ. 도토리로 뭐하셨을지 궁금해요 ㅎ 오늘은 집에 있어야하는데 이 사진을보니 나가고만 싶네요^~^

지금행복하자 2015-10-11 17:39   좋아요 0 | URL
ㅎ 엄마가 말려서 묵 쑤실거같아요 ㅎㅎ
한 두번은 먹을 양이 될것 같은데~
 

바라카몬의 한다군 고딩이 시절의 이야기란다
이 찌질한 병맛 캐릭은 뭐지?
놀리는 것도 아니고
여자한테 인기도 짱
공부도 짱
카리스마 짱
모든 것에 짱인 한다군!
친구의 말 한마디에
스스로 재수없는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다니 ㅋㅋ
애들한테 미움받고
따 당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ㅋㅋ
같이 있으면 친구마저 따 당할까봐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한다 군!!


최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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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족 남매이야기.
죽어도 일하기 싫고
그래도 절대 한가하지 않는 남매들..
옷 사는 돈도 머리 자르는 돈도 모든걸 먹는 걸로 환산하는 여동생을 보니까
꼭 우리집에 있는 그 놈이 생각이난다 ㅋ
물론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소심하진 않지만..
이 두 남매를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질 지경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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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0-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만화 같은데
아직 장만하지 않았어요.
곧 장만해서
저도 재미를 한껏 느껴 보고 싶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5-10-09 05:35   좋아요 1 | URL
읽다보면 짜증도나고 저렇게 할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책속 엄마처럼 포기했다가 안달했다가 할것 같아서 괜히 속 상했다가 그러면서 읽었습니다~^^

samadhi(眞我) 2015-10-0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 저같은 꼴통인 듯하네요 ㅋㅋ

지금행복하자 2015-10-10 07:23   좋아요 0 | URL
엄청 소심하고 소극적인것 같은데 꼴통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오빠가 좀 그러나? ㅎㅎ

samadhi(眞我) 2015-10-10 08:14   좋아요 0 | URL
아 책을 안 읽어봐서 그냥 행복하자님의 서평만 보고 잘못 판단했네요. ㅋㅋ
 

Bread &Butter 3
Hinako Ashhara

문방구에서 빵굽는 남자와 여자

에피소드 세개

오늘 뉴스에 이혼률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여자가 외모보고 결혼하는 경우. 조건보고 결혼하는 경우. 반대도 있고 연애기간에 대한 것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조건 보지 말고 얼굴 보지 말고 연애기간은 오래 갖는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던것 같다.

두 에피소드.
조건으로 결혼한 부부이야기.
메리지 블루에 걸린 신부이야기.
어느 순간이든 꼭 필요한 건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줄수 있는 여유.

빵과 스프에 담긴
포근함과 따스함이 여전히 느껴지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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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0-08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올릴 때 옆에 그려진 색연필의 기능을 이제 알았다 ㅎㅎ
재미있네~ ㅎ

해피북 2015-10-08 08:08   좋아요 0 | URL
앗! 색연필 기능이 생겼나봐용~~저는 서재에서 글을 올리는 편이라 몰랐는데 좋은 기능이예요 ㅋㅂㅋ
 

집에 돌아오니 반가운 선물이.
오래동안 지역 공부방을 하다가 그만두고 재취업센터를 다니던 친구가 최근에 다시 일하기 시작한다고 연락이 왔다.
의회에서 예산이 깎여 문 닫게 된 공익활동지원센타란다.
잘 하고 있던 곳인데 느닷없는 예산 삭감에 이은 폐쇄..
반대 서명해주라고 온 연락이었다.
그 소식은 반가운데 왜 하필..
꼭 학교 다닐때 같다고 추억돋는다고~~
이렇게라도 웃어야 한다고~~ 하면서..


엊그제 티비에서 봤다.
비밀독서단인가?
예지원이 시를 읽어주는데 너무 좋았다..
예지원은 시를 참 잘 읽는다는 생각을 예전에도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시는 글로 읽는 것보다 누군가 읽어주는 것이 확실히 더 좋다
소리로 읽는 문학.

같이 보고 싶다.. 친구야!
힘내라.
너의 근성을 보여줘라~
투쟁이란 단어.
오랜만이다. 어려운 단어이기도 하지만
지금 너의 상황에는 적확한 단어같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
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
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
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
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
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삼남매의 손을 탄 종이 인형 같아 목이 앞으로 꺾어지는
당신 주름은 무게와 무게가 서로 얽혔던 흔적이라 적어두
고 나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네 보조바퀴처럼 당신을 따
라다니네

양은 냄비 뚜껑에 배추김치가 올라 앉는 무게 밥상의 무게
를 밀어두고 화투장의 무게를 뒤집으면 팔월, 무주공산에
삼월, 홍싸리가 피네 오늘 저녁쯤엔 귀한 무게를 만난다
는 패를 싣고 길가로 나오네

무게의 내력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 소리에 귀 기울
이는 일은 내 생에서 절망이 아닌 것들을 골라내는 일 당
신은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종이만 주웠으므로, 나
는 노트에 적어두었네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길가 담벼락, 온 몸의 무게를 들어 당신이 버러진 폐지를
꺼낼 때 나는 우유를 꺼내네 황달 앓는 막내둔 같아, 수레
에 잔뜩 실린 골판 골판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길을 둘다 갑자기 그 수레를 만나
면 누구라도 `탑`하고 걸음을 멈출 수 있었네

그 `탑`을 조심스럽게 피해 돌아보면 사면으로 쌓인 골판
과 골판 `사이`에 오늘의 결정 같은 주스병이 맺혀
있었는데 수레를 쫒으며 속기한 내 노트에는 `사이`가 `사리`라고 오기되기도 했네

언덕을 내려가는 당신의 몸이 뒤로 젖혀지네 무게를 잊고
처음 바람을 읽는 어린 새 같아 어둠보다 높이 오른 탑의
꽁지가 막 들썩이기 시작했네


《지금 우리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웇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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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로 읽는 문학`이란 말이 참 좋은 아침이예요 ^~^ 예지원씨 낭송하는 부분을 못봤는데 찾아보고 싶어집니다ㅋㅂㅋ,

지금행복하자 2015-10-08 08:43   좋아요 0 | URL
북플하면서 제일 좋은거.. 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워낙 독서편식이 심해서요~~
예지원씨가 멜랑꼬리한 거 좋아하잖아요. 시 읽어주는데 괜찮았어요~^^

단발머리 2015-10-0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은 제가 읽고 선물했는데 다시 사야겠어요.
좋은 시가 참 많아요^^

지금행복하자 2015-10-08 19:41   좋아요 0 | URL
좋아서 선물한 책은 꼭 다시 사게 되는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