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현암사 동양고전
안동림 역주 / 현암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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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선문답.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다는데 이 선문답은 누구를 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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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리라이팅 클래식 13
강대진 지음 / 그린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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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는 재주가 있어서, 읽는이를 주눅들지 않게 한다. 해박하고 믿음직하며 가끔씩 슬쩍 우스개도 흘리는 근사한 안내자를 따라 이야기의 깊은 의미를 찾아가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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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앤 위트포드 폴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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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지도하는 책들을 몇 권 읽었다. 이런 책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글을 쓰고 싶은 영혼을 자극하고 기쁨으로 춤추게 만드는 류.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어슐러 르귄의 <글쓰기의 항해술> 같은 책들이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다른 편에, 지극히 실용적인 글쓰기 지도서들이 있다. 낸시 크레스가 쓴 <소설쓰기의 모든 것>이 이런 류의 책이고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도 또한 그렇다. (이 두 성격을 다 취한 책이 하나 있는데, 나탈리 골드버그의 <뻐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나로 하여금 당장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던 동시에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알려줬다. 하지만 이런 흥분이 얼마나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진정으로 정말로 중요한 문제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책 글을 쓸 때의 핵심적 사항들을 깔끔하게 추려내서 설명한다. 우선, 기본요소들(시점과 화자, 표현, 시공간, 인물)에 대한 설명, 그런 뒤에 글의 뼈대인 구조(혹은 플롯), 그리고 뼈대에 부드러운 살을 입히는 문장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끝으로 마무리. 여기서 마무리라고 함은 이야기의 결론이 아니라 그림책만의 독특한 마무리 작업을 말하는데, 저자는 그림책 글을 완성한 뒤에는 반드시 가제본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마무리 작업에는 제목짓기도 들어가는데, 제목은 무릇 모든 글의 화룡정점이 아닐까 싶다.) 한데,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이 더 있다. 완성된 원고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거쳐야하는 냉혹한 현실... 내 글의 객관적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원고를 읽어줄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평가를 쓴 약 삼키듯 꿀떡 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림책 시장의 수요와 공급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저런 비지니스적 측면들을 마지막 장에서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마음에 드는 것과 아쉬운 점이 하나씩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당장 내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2장의 그림책 쓰기의 기본요소에 관해 읽은 뒤에 내가 할일: 1. 내 원고의 도입부를 여러 시점에서 써보기; 2.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이 시점으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기; 3. 새로운 그림책을 한 권 읽기.

아쉬운 점은, 그림책 지도서도 그림책처럼 아름다울 수 없을까 하는 것. 표지를 보며 나는 거듭 안타까울 뿐이다. 조금만 더 개성있게, 조금만 더 세련되게 꾸밀 수는 없었을까. 그래서 표지만으로도 날 설레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 취향이니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아마도 훨씬 많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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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의 향기
강옥구 지음 / 강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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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움만 보았네>

 

산보하다

한 송이 들꽃을

보았네.

 

이름을 모르기에

그 고움만

보았네.

 

시인 자신이 가장 사랑한 시이며, 어느 책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감탄하며 거듭 읽었던 시, 그 고움만 보았네를 쓴 강옥구 시인의 책, 무위의 향기.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니 어느 사이 내 마음이 깨끗해져 있었다. 복잡한 잡념에 속수무책, 무책임하게 내내 자신을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언뜻 본 것만 같다. 시인의 정갈하고 고운 인품이 그대로 배어있는 글의 향기가 나를 감화시켜 침묵하게 한다.

 

시인의 이 글들을 너무 종교적이라 싫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인의 구도적인 삶은 사실, 제사상에 엎드려 부모님을 생각하고, 대 자연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잃고 생각을 잃고, 어렵고 큰 일을 무사히 마친 뒤 어딘가에 감사하고 싶을 때의 바로 그 마음과 결국 통하지 않을까.

 

초보 운전자로서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을 때가 있었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서너 시간을 달려 무사히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을 때, 낯익은 편안한 작은 도로로 접어들며 나는 반사적으로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신자도 아니었건만. 내가 주말에 몇 초 동안 감사하던 그 마음을 시인은 더 오래, 더 진지하게,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다.

 

시인이 노래한 '그분'은 누구나의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귀한 것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분의 서늘한 옆모습>

 

오늘

미어 숲에서

잠시 훔쳐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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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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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으면 살을 베어낼 듯 차가운 알래스카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 하다. 호시노 미치오의 글 하나하나가 진짜(!) 이야기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의 글이 삶 그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지어낸 바람이나 이상이 아니라 그의 두 발이 단단히 디디고 선 그 땅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앞서 <바람 같은 이야기>와 <노던 라이츠>를 읽었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 일관되게 그가 잡고 있는 주제가 보인다. 자연, 생명, 그리고 사람.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의 냉혹함과 위대함, 생명의 눈물겨움, 그리고 사람의 연약함과 따뜻함.

 

그는 자신이 왜 알래스카를 향해 달려갔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 불가사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내면에서 타오로는 불꽃처럼 보였다. 불꽃에게 왜 타느냐 물어볼 수 없는 것처럼 그에게 왜 알래스카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볼 수 없다. 다만 사랑했을 뿐.

 

내 눈에는, 그의 죽음도 꼭 그의 삶과 같아보인다. 곰에게 공격을 당해 죽다니. 마치 내 가족의 일인 듯, 아니 마치 나의 일부분이 당한 일인 듯, 안타깝다. 세상에서 너무나 진실한 한 사람이 죽었고 그것은 세상에게(!) 너무나 안된 일이 아닐까.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그리워한다. 그 매섭도록 냉혹한 혹한의 자연 속에서 강렬하게 삶의 뜨겁고 단단한 고갱이를 만질 수 있기를 열망한다. 나의 그리움이 단순히 달콤한 감상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며, 이 책의 책장을 가만히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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