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
달밑 지음 / 부크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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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을 한자씩 또박또박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작 <모두를 이해하지 ㅇ낳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달밑 작가가 이 책에서는 주변에 선명히 존재하는 행복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썼다. 이 책에서는 저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과 행복을 방해하는 것 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방법을 전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행복은 내가 나를 알아야만 비로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다독이며 써 내려간 기록들이라고 한다. 자신을 향한 글이라 사뭇 담담한 문체의 글 뒤에 있는 마음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나도 저자처럼 '꽃마다 피는 계절이 각각 다르듯 사람도 저마다 찬란한 계절이 있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고 믿는 편이다. 누구나 닥치게 되는 시련과 역경 앞에서 이 문장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주기에 힘겨울 때면 더 많이 속으로 되새겨 보곤 한다. 하지만 나의 제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급해지고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의 강인함을 한번 믿어보아야 겠다.


내가 지금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뛰어야 하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가장 잘 아는 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나만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의 페이스로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상태와 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류 중의 하나는 바로 무례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어찌나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강한지. 그런데 이 책 속 '타인의 무례함을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라는 글귀를 읽고 나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무례한 이들과 마주쳤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인지 고민하곤 했는데 이제 답을 얻은 듯하다. 이제 경우 없는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며 무례함을 일삼는 이들을 보면 점점 더 혼자가 될 그 사람의 미래가 함께 떠올라 화가 나기보다 딱한 마음이 먼저 들 듯하다. 그렇게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인격체를 지닌 사람으로서 여유를 부려봐야지.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은 커다란 성공뒤에 성취되는 것들이 아니다. 편안하고 익숙하며 일상의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 앞에 놓인 아주 소소하고도 작은 행복들, 늘 그 자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미쳐 깨닫지 못했던 그러한 행복들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행복들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더 나은 미래의 행복으로 가까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가져다 준다. 길지 않고 짧은 글 들 사이에는 그러한 깨달음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주는 위안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다보니 나 그리고 당신, 우리 역시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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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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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앨리스 E. 해로우의 데뷔작으로 이 책으로 휴고상, 네불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에 최종 후보가 되었고, 아마존 편집자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리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로스앤젤러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대기로 했다고 한다. 이토록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처음에는 압도 당할 수도 있으나. 주인공 재뉴어리의 모험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여 뒤에 가서는 오히려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쉬웠다.


주인공 재뉴어리는 W.C 로크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골동품 협회 회장인 윌리엄 코닐리어스 로크의 저택에서 살고 있다. 로크씨의 말에 의하면 재뉴어리의 엄마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에게 고용된 재뉴어리의 아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재뉴어리는 아빠와 함께 하고 싶지만 자라나는 소녀에게 세계 각지를 돌아디니는 일은 위험하기에 아빠와 로크의 씨의 바람대로 재뉴어리는 로크씨의 집에서 로크씨와 함께 살고 있다. 늘 로크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재뉴어리는 로크씨의 보살핌과 보모 윌다 덕분에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누리고 있긴 하나 저택에 갇혀 있다 시피하는 생활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런 재뉴어리에게 친구는 마차로 식료품 배달 할 때 펄프 매거진인 <아거시 주간지>를 가져다 주는 지피아 식료품점 아들이 새뮤얼 뿐이다. 그리고 새뮤얼이 구해 가져다 준 강아지 배드 역시 재뉴어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마치 로크씨의 수집하고 보관해놓는 골동품처럼 저택에 갇힌 듯한 생활만 하던 재뉴어리는 로크씨의 말을 잘 듣겠다는 약속을 하고 로크씨와 더러 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푸른 문'을 발견하게 된다.


재뉴어리는 웃자란 풀이 무성하고 인적없는 들판에 서 있었다. 문은 머리 위 하늘은 마치 세상을 다 삼켜버릴 듯 깊고 영롱한 푸른색이었다. 그런 하늘 아래로 녹 같은 적갈색 풀들이 물결쳤고, 드문드문 솟아 있는 삼나무 몇 그루가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뻗어 올라가고 있었다. '푸른 문'을 통과한 순간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게 되는데, 과연 이 '푸른 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목 자체가 재뉴어리의 문이라고 하였기에 이 작품 속에서 '문'의 역할은 크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 우연히 발견하게 된 문의 존재와 재뉴어리가 어떻게 알아차리게 되고 이 문을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인지가 바로 이 이야기의 흐름의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로크씨를 통해 알게 된 아빠의 죽음, 아니 실종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졸지에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재뉴어리에게 아빠에게 고용되었다며 제인이라는 여자가 찾아오는데, 과연 제인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그리고 어느 날 재뉴어리는 이집트 유물이 전시된 로크 하우스의 2층 파라오 룸에서 가죽으로 장정된 책 <일만 개의 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엄지로 훑었다. 책은 마치 풀과 밀랍 먹인 실로 만든 경첩이 달리고 가죽으로 정장된 작은 문처럼 열린다. 그리고 제인은 그 문으로 뛰어었고, 그렇게 재뉴어리의 모험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재뉴어리의 환상의 여행도 시작된다. 과연 재뉴어리는 어떤 모험을 하게 되며 모험의 끝에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재뉴어리의 환상의 모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문'을 빼고는 이야기 자체를 할 수 없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표지 밑 부분에 '글을 쓰자 문이 열렸다. 나는 그 문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이 소설의 일부였다'라는 문장을 써 놓음으로써 문의 중요성과 문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재뉴어리가 통과하는 문들을 통해 재뉴어리는 여러 세계를 넘나들게 되고, 그 여정의 끝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은 단지 재뉴어리만이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문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이자 미스테리한 경계로 문은 도전과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면 그게 아무리 작고, 찰나라 하더라도 변화하게 된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이자 재뉴어리의 엄마 애들에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문을 발견한 이후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과 가족들을 떠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고 결국 그렇게 애들레이드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재뉴어리의 아빠인 줄리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문을 통해 전세계를 여행하고 그 문을 통해 자신이 놓쳐버린 애들에이드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딸 재뉴어리 역시 마찬가지로 문을 통한 여행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문을 통해 펼쳐지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이들이 왜 문을 통과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시키는 동시에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러는 동안 애들에이드와 줄리언, 그리고 재뮤어리, 이 세 가족을 응원하게 된다. 마법과 환상의 세계 이야기는 이야기을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참 재밌고 흡입력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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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초록 창비아동문고 334
조은비 지음, 김지인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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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풋풋함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미묘한 연애 감정,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가족의 형태에 대한 고민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동화집이다. 난생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는 아이들의 설레임과 두려움, 고민들을 아주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담아내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살 듯 싶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초록'의 풋풋함이 참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총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른 봄 부터 한여름의 날들처럼 산뜻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어린이다운 순수함과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제각각 너무나 다른 성격의 아이들은 연애 고민, 관계의 어려움, 사춘기와 함께 온 몸과 마음의 변화, 기후 위기와 재혼 가족에서 가족에 대한 고찰 등등 너무나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책 속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여섯 편 중 인상 깊은 작품인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 주인공 오연우는 반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다. 이에 반해 김채연은 어딜 가든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친구로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자일 틈이 없는 친구다. 연우는 늘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자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언젠가부터 채연이 자기를 알아보는 게 좋았다. 채연이 덕분에 '투명 망토'라는 난생처음 별명이 생긴것도 그래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우의 반에 전학생이 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우지민으로 지민은 연우 옆에 앉게 된다. 연우가 보니 지민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일까 연우는 지민에서 먼저 인사를 하지는 못했고, 그냥 늘 그랬든 지민을 관찰하기만 했다.


지민 역시 연우처럼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연우에게 쓰던 투명 망토라는 단어를 지민에게도 썼고, 그 말을 듣고 모든 아이들은 웃었지만 연우는 웃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했던 투명 망토라는 말을 지민에게 쓰는 게 연우는 결코 편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 회의 시간 아무도 들고 싶지 않아하는 환경 미화부에 지민과 연우, 그리고 채연이 들게 된다. 채연의 제의로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만들기로 하는데, 아이들에게 공지하기로 한 채연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게시판을 완성하라고 하고 직접 공지를 올리자니 존재감 없는 자신의 메세지를 아이들이 다 무시할 것만 같다. 그렇게 연우가 고민하던 순간 지민은 캐릭터 카드를 자신이 그리겠다고 하고, 그렇게 지민은 아이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소개 문장은 연우가 쓰기로 한다.

그렇게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함께 만들게 된 연우와 지민. 연우는 지민과 함께 하면서 지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더 단단한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하면서 서로 서로의 장점을 다정하게 발견하게 되는 데.. 연우가 지민을, 지민을 연우를 소개하는 한 줄의 문장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 책에는 이렇듯 아이들이 커다란 감정의 파도 한 가운데서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솔직하게 들여다 보는 과정의 이야기를 정말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랑해>에서는 처음 느끼는 이성 친구에 대한 사랑을, <푸른 계절>에서는 동성 친구에 향한 사랑을 담아 사랑의 폭을 넓였다. 그리고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생에 처음 겪게 되는 사춘기 시절 신체 변화에 대한 솔직한 마음과 고민을,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는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다정한 시선이 자기에서 되돌아오는 경험을 통해 한뼘 성장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에서는 기후 위기 속 지구에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잎새뜨기>에서는 재혼 가정에서 혈연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함께 살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게 진짜 가족이라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 속 아이들은 생애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 감정, 고민들 앞에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데 이야기 하나 하나가 풋풋하면서도 따뜻함을 담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막 한 걸음을 떼어 놓는 아이들의 초록 초록한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며 더 단단하고 더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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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네일샵
김수정 지음 / 행복한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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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당신의 월요일을 삽니다'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광장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네일샵의 단 하나뿐인 직원인 앨리스의 매주 화요일의 비밀 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에게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하는 데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광장동 어느 골목길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의 1층에 위치하여 사계절 내내 영업 중인 <내일은 네일>. 사장과 직원 한 명. 단 둘이 운영하는 이 아담한 가게에는 사장님이 쉬는 매주 화요일, 하나뿐인 직원 앨리스의 비밀 영업이 시작된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의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의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한다. 화요일의 손님들은 여느 사람들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지루가 피곤해서 하루만 지나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너무 평범했다고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도 하나 앨리스는 한사코 손님들의 월요일의 이야기만을 고집한다. 과연 앨리스는 하필이면 월요일, 손님들의 평범하디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만을 듣고자 하는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에 펼쳐지는 앨리스의 비밀영업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실린 이야기는 월요일 오후 <내일의 네일> 앞에 놓인 화분을 보고 걸음을 멈춘 남학생 희찬의 이야기다. 혹시 네일아트를 하지 않겠냐며 말을 걸어오는 앨리스에게 희찬은 돈이 없다고 답한다. 그러자 앨리스는 희찬의 월료일 어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특별한 네일을 선물하겠다며 제안을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 네일샵으로 들어가게 된 희찬. 그리고 앨리스는 희찬의 손을 관리하기 시작하고, 희찬의 어제, 월요일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 희찬은 7시 45분이 넘어서야 일어난다. 전날 밤 이불 속에서 몰래 모바일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잔 것이다. 희찬은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며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런 희찬의 애교에 넘어간 희찬의 엄마는 희찬을 태워주기로 한다. 그렇게 엄마 차를 타고서 학교로 가게 된 희찬.


학교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중랑천의 윤슬을 보고서 예쁘다고 하는 엄마의 말에 '윤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문득 자신이 따스한 풍경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지각을 한 희찬. 이게 바로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다. 그리고 희찬의 이야기가 끝나자 손관리도 끝이 나는데 앨리스는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에 대한 보답으로 희찬에게 아마 내일 학교에 가면 특별한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간 희찬은 네일샵 직원 앨리스의 말이 맴돌아 하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희찬이가 몰래 좋아하는 서나가 희찬에게 손이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면서 희찬의 손을 잡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앨리스가 말한 '특별한 내일'인 것일까? 평소 좋아하던 서나와 제법 긴 대화를 나누게 된 희찬은 네일샵으로 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며 누나 덕분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앨리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앨리스는 희찬에게 자신은 어제 '특별한 네일'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과연 희찬에게 일어난 일은 그냥 스쳐지나는 일이었을까?


이 책 속에서 담긴 앨리스의 네일샵을 찾은 손님들의 월요일 이야기들은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그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지나간 평범한 어제의 행복을 앨리스에게 꺼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날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왜 앨리스는 평범하디 평범한 월요일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인지이다. 책을 읽다보면 들어나는 앨리스의 이야기. 앨리스가 왜 그토록 손님들의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에 집착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앨리스의 비밀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앨리스의 상처가 평범한 일상의 힘으로, 그 안에 담긴 소소한 행복들로 언젠가는 아물어지길 바라게 되면서 따스한 이 책의 이야기들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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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지 않아
마야 마이어스 지음, 염혜원 그림, 이상희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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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지 않아>라는 글자가 눈에 확 띄는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매번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는 아이의 일상 속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야기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도트는 잘하는 게 많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 하는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도트의 가족들은 모두 완벽하다. 도트만 빼고 말이다. 언니는 그림을 완벽하게 잘 그려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오빠들은 맞춤법 실력이 완벽해서 학교 맞춤법 대회에서 공동 일등을 했다. 그리고 엄마는 태권도를 완벽하게 해서 검은 띠를 땄고, 아빠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밴드를 이끄는 가수다. 이 뿐만이 아니라 도트네 고양이마져 완벽하다. 도트는 자신이 어느 정도 잘하는 건 많지만, '완벽하게' 잘하는 게 없는 것이 불안하다.


컵케이크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것 같지가 않다. 할머니는 맛있다고 칭찬을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도 도트의 공은 빗나간다. 선생님은 거의 들어갈 뻔 했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거의 들어갈 뻔한 건 완벽하게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듯 도트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나씩 해보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하나씩 장기가 있는 가족들과 스스로를 비교해보니 움츠러 들고, 도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그 때마다 도트는 움츠러든다. 도트의 가족들과 선생님은 도트에게 충분히 잘 했다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격려해주지만 도트에겐 그 칭찬이 와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칭찬하고 싶은 사람을 그리는 숙제를 하던 중, 도트는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또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려보지만 그림은 완벽하지 않다. 또 다시 완벽하지 않은 결과를 낼까 두려운 도트는 결국 폭발하고야 만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 앞에서 울고야 마는 도트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과연 도트는 무사히 그림을 그려내었을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그림 그리기를 멈췄을까? 도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 도트는 딱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뭐든 잘해내고 싶지만 결과가 그 기대에 닿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는 실망한다. 그리고 실패 앞에서 좌절한다. 그렇기에 실패할까봐, 자신이 완벽하지 않을까봐 시작 자체가 두려워진다. 그런 마음을 이 책은 정말 잘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을 향한 강박은 도트를 폭발하게 만들어버린다. 두려움과 강박은 도트를 결국 엉엉 울게 만드는데, 오히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도트는 더 좋은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숙제를 포기할 뻔한 도트는 가까운 어른들에게 받는 응원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결과 도트는 하나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는 모자이크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림들이 모여 더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선 친구의 그림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들여달 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멋진 경험은 앞으로 도트에게 단단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누구라도 실패는 두렵다. 완벽한 결과를 가지고 멋지게 뽑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나 현실에서 완벽하기란 참 힘들다. 그리고 완벽한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결과를 우리는 더 많이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결과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늘 우리를 괴롭힌다. 이 책의 도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트는 여러 번의 실패에도 끝까지 그림을 그려내고 결국 자신만의 완벽한 완성작을 가지게 된다. 도트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까운 어른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트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이 책은 실패가 너무 두려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꺼라는 믿음과 응원과 지지,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고, 구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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