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 - 고흐의 별밤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천문학자가 포착한 그림 속 빛의 순간들
김정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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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시선으로 반 고흐의 그림을 바라본다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 너무 신선하게 다가와서 읽게 된 책이다. 그렇기에 제목과 소제목에서 느껴지는 신선함과 탐구 정신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역시나 반 고흐의 그림 속 밤하늘을 천문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해가는 내용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 책은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해 그의 여러 작품 속 밤하늘을 분석하며, 그림이 그려진 시점과 당시 밤하늘의 모습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기존 연구를 뒤집는 새로운 시각과 천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불멸의 화가' 반 고흐를 한층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 책은 반 고흐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이 언제 그려졌고, 그림 속에 그려진 별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천문학적 시선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특히, 그림 속 밤하늘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그동안 정설로 여겨졌던 사실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과정은 흥미를 자아낸다.


1984년 미술사학자 앨버트 보임이 <별이 빛나는 밤>의 작화 시점을 1889년 6월 18일에서 19일로 제안했고, 이후 연구자 얀 휠스케르에 의해 '6월 19일'로 확정되어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반 고흐 연구자들을 놀라게 할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며,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작화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천문학적 분석을 통해 저자는 그림 속 별자리가 기존 연구에서 주장된 '양자리'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작화 시점 또한 6월 19일이 아닐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직접 답사를 통해 현지를 촬영하고, 그림 속별자리를 분석하기 위해 LMT 시건 변환과 1888년 9월 27일로 변환한 시간을 정리한 후, 이를 상세한 설명화 함께 비교해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하나씩 밝혀나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사실들이 하나둘 뒤집히는 과정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이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며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천문학자의 시선이 이토록 세심하고 과학적이다는 점이 놀라웠다. 밤하늘과 별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현지의 실제 풍경과 대조하며 반고흐가 그린 별과 달의 위치를 하나씩 검증해 가는 과정은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듯한 쾌감까지 느끼게 하였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반 고흐의 작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기존의 상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와 함께 하나씩 별과 밤하늘의 비밀을 밝혀가다 보니 <별이 빛나는 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감상적으로만 다가왔던 반 고흐의 별빛이 사실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그 속에 담긴 천체의 배치와 시간의 비밀이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저자는 별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무려 6년에 걸쳐 검증을 거듭한 끝에, 그림 속 별자리가 기존 정설처럼 '양자리'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에 따라 그림을 그린 날짜도 학계가 정설로 받아들였던 6월 19일 아닌, 7월 하순경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논증한다. 이러한 과정은 <별이 빛나는 밤> 뿐만 아니라 반 고흐의 다른 작품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며,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책을 읽어가며 느낀 것은 반 고흐를 단순히 '광기의 천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편협했는가 하는 점이앋. 저자는 반고흐가 남긴 2000여 점의 그림과 903통의 편지를 비롯해, 전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며 천문학적 관점에서 그림을 해석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반 고흐는 그저 감상적 화가가 아니라, 별과 밤하늘을 집요하게 관찰하여 이를 화폭에 담으려 했던 탐구자로 다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반고흐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110여 점과 우주를 담은 천체사진, 다양한 그림 자료 60여 컷이 포함되어 있어 독자가 직접 밤하늘과 실제 하늘을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빈센트의 시야를 재현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짜 밤하늘을 보여주는 부분은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 과학적 사실로 이어진다.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천문학적 기본기를 쌓을 수 있도록 구성한 저자의 세심함은 이 책의 또하나의 매력이다.


이 채은 반 고흐의 그림을 천문학적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반 고흐 작품 속 태양과 달, 별과 행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일상 속 천문학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었다. <론강의 별밤>, <밤의 카페테라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계절별 별자리 찾기, 북극성의 위치, 달의 상식 등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며, 독자들이 직접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는 팁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국 독자들을 위해 <별이 빛나는 밤> 속 하늘과 같은 풍경을 우리나라에서 언제 볼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과학적 탐구를 통해 반 고흐의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반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 그리고 하늘의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이 책을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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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짜리 숲 트리플 30
이소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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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부터 묘한 매력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이소호 작가의 첫 연작소설로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서른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항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저자는 이번에는 블랙 코미디 SF 소설이라는 색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저자는 자신의 시적 세계를 확장해온 과정 속에서 독특하고 대담한 목소리를 유지해왔다. <캣콜링>에서는 가장 내밀한 공간의 폭력을, <홈 스위트 홈>에서는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단단한 고난을 거침없이 폭로하며 독자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 책에서도 그 특유의 감각은 여전하다. 멸망해가는 지구라는 배경 속에서 자유와 억압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정들을 블랙코미디적 시선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집을 통칭하여 '소설'로 명명해왔지만, 이번 작품부터는 구성과 세계관의 유기성을 고려하여 '연작소설'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도입했다. 세 단편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긴 이야기를 읽는 듯한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멸망의 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유를 꿈꾸지만 그 자유마저 제한 되는 극한 상황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감정들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섬세하게 다가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슬픔과 희망을 조명하고 있다.


먼저 이 책에 제일 처음 실린 <열두 개의 틈>은 이 작품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설정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하늘에 두 번째 달이 뜨면서 세계는 점차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 변환느 거대한 물리의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 방식을 사소하지만 치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하루를 낮과 밤으로 나누지 않는다. 24시간의 하루와 4계절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자전축이 무너진 지구의 하루는 무려 436시간이라는 긴 시간으로 변했다.


그 끝없는 태양빛 아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눈을 덮을 수 있는 모든 옷을 뒤집어쓰고 견뎌낸다. 하지만 지독한 광명과 더위를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은 새로운 신을 믿기 시작했다. 그 신은 다름 아닌 밤을 더 당겨온다는 '밤의 신' 이감마였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감마가 사실은 세페우스자리의 비밀을 알고 있는 천문학자라는 소문이 떠돌지만, 진실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절망 속에서 밤이라는 작은 희망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감마를 믿는 이들뿐 아니라, 인공위성의 말을 전하는 촉이 예리한 인플루언서를 따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믿음을 지닌 채 열두 개의 정거장(에어포켓)에 흩어져 살아간다. 세상이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인간은 언제나 혼자가 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한다. 이처럼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믿음을 찾고, 무너진 세상 속에서도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플루언서들은 앞으로 에어포켓에서는 사람들이 살 수 없다며 48시간 이내로 필요한 짐을 꾸려 낮만 계속되는 '데저트랜드'와 밤만 존재하는 '아이스랜드' 중 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안내한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이자 소꿉친구인 이린과 아진은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이린은 아이스랜드로, 아진은 데저트랜드로 떠나며 두 친구의 삶은 이제 극명하게 갈라지게 된다. 인플루언서들의 말에 의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대중의 판단이 소셜미디어와 여론에 의해 쉽게 휘둘리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 씁쓸함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선택지 자체도 너무 극단적이라 더 인상적이다. 낮만 계속되는 세상과 밤만 계속되는 세상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은 인간의 생존 조건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백야와 극야라는 양극단의 세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인류의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하며,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뒷부분에 이린이 '세상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는 장면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지구도 영원할 줄 알았지만 두 번째 달이 떠오르며 세상은 뒤바뀌었고, 예전부터 믿어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새로운 신을 믿게 된 상황은 낯설고도 두렵다. 그러나 이린은 몰랐다고 해서 모든 것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반만 틀린 것일지 모른다고. 마치 아진과 자신이 선택한 서로 다른 길처럼 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절망과 희망의 경계 속에서 인간이 맞닥뜨리는 선택의 무게를 탐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의 두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세 평짜리 숲>은 데저트렌드에 입상한 아진의 생존 투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데저트렌드는 낮만이 지속되는 극단의 공간이자, 동시에 황금만능주의와 자본의 논리가 극대화된 사회다. 그곳에서 돈이 곧 생존을 의미하며,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삶의 질이 극명하게 나뉜다.


인플루언서들은 데저트랜드로 떠날 사람들에게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챙기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곳은 글로벌 기업 '데저트랜드'가 세운 자본주의의 결정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햇빛을 차단한 궁궐 같은 건물 '반타빌리지'에 거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독성 콘크리트를 얼기설기 엮은 건물에 모여 살아야 한다. 특히, 높은 층일수록 가난의 정도가 더 깊은 역설적인 구조가 인상적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더 많은 시간을 걸어야 하기에 노동력이 고스란히 삶의 척도가 된다.


아진은 바닷속 광케이블을 훔쳐내는 '데드샌드' 조직에 가담하며 자신의 방 평수를 조금씩 늘려간다. 가족의 기대와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반타빌리지에 들어갈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막상 반타빌리지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현실에 부딪치자, 아진은 조직 보스의 방을 빼앗겠다는 극단적인 결심을 한다. 아진이 택한 이 방법은 잔인하고 파격적이지만, 동시에 블랙코미디 특유의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아마도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거 웃어도 되나?' 싶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창백한 푸른 점>은 극야의 대지 아이스랜드를 배경으로, 획일성과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이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스랜드는 기업 'YK건기'가 세운 완전 공동체로, 모든 주민이 동일한 컨테이너에서 똑같이 일하고 생활해야 한다. 규칙을 어기면 얼어 죽는 형벌을 받기에 사람들은 자유롭게 꿈꾸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린은 친구 케인과 함께하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한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이린은 이곳의 균열을 발견하며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특수복과 식량을 챙겨 떠나는 이린의 여정은 끝없이 회귀하는 과거와 미래 속에서 인간이 지키고자 하는 본질을 상징한다. 이 책의 제목이자 표제작인 <세 평짜리 숲>은 이린이 떠나기 전 챙긴 아진의 책이다. 이 제목이 함축하듯, 소설은 시작과 끝이 뒤얽혀 있는 회귀의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세상의 끝에서 이린이 찾고자 한 '무엇'은 결국 인간이 가장 끝까지 붙잡고 싶은 희망과 삶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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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환상 여행 - 궁궐에 숨은 73가지 동물을 찾아서
유물시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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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처마 끝이나 다리 밑, 굴똑 옆에 있는 동물 조각상과 마주쳤을 것이다. 그 작은 조각상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면 이 책은 더 없이 흥미로운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경복궁 곳곳에 숨어 있는 100여 마리의 동물들을 따라가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궁궐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각 동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불길한 기운을 막고 궁을 수호하는 '순라군'의 역할을 맡은 상징적 존재로, 그 자리에 놓인 이류를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여정은 경복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이 책은 '경복궁 동물 순례 지도'라는 이름으로 경복궁의 지도를 수록하여 궁궐의 수문장처럼 경복궁 입구를 지키는 해치부터, 북쪽 끝에 자리한 영추문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동물이 어디에 어떤 의미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의 시작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그 앞을 지키는 '해치'에 관한 이야기로 열리며, 그 자체만으로도 경복궁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네 차례나 다시 세워진 광화문은 조선의 건국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 속에서 수차례 사라지고 복원되기를 반복했다. 특히 2023년 10월, 고종 때의 모습을 바탕으로 복원된 월대와 함께 해치 석상의 본래 자리까지 되찾으며, 경복궁의 역사적 공간은 한층 더 풍성해졌다. 


광화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 해치는 위엄 있는 인상과는 달리 가까이 다가가면 익살맞고 친근한 표정을 발견하게 되는 존재다. 선악을 판별하는 상상 속의 동물로, 조선시대에 궁에 들어서는 이들이 해치의 꼬리를 쓰다듬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오늘날엔 많은 사람들이 해치 옆에서 사진을 남기며 그 곁을 지니지만, 해치가 지닌 싶은 상징성과 역사적 위치는 여전히 경복궁의 문기로서 굳건히 남아 있다.


그리고 해치 외에도 3문 천장에는 봉황, 용마, 거북 같은 동물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경복궁을 몇 번이나 갔음에도 이태껏 이 책에 담긴 동물들을 다 보지 못했음이 안타깝게 다가올 정도로 신비로운 동물들이 참 많음이 놀라웠다. 그리고 고개들 들어 보면 보이는 지붕 끝을 장식하는 용의 형상과 '감괘' 문양에 담긴 깊은 의미와 왜 경복궁의 남문에는 물을 상징하는 장식이 필요했는지, 옛사람들이 불의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어떤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했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너무 쏠쏠하다.


책 속 동물들 가운데 특히 인상 깊은 존재는 광화문을 지나 금천 위 영제교를 지키는 수호동물, 바로 '천록'이다. 비늘로 덮인 몸, 이마에 난 뿔, 용의 머리와 말의 몸, 기린의 다리까지. 현실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이 상상 속 동물은 외부의 악운과 침입을 막는 변사의 상징으로, 예로부터 다리나 무덤, 궁궐 입구에 놓이던 존재다. 조선 후기 학자들의 기록을 통해 '천록'이라는 이름이 확인되었고, 그 의미는 '하늘이 내려준 복록'으로 왕의 자리, 곧 정통성과 번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영제교에는 총 네 마리의 천록이 놓여 있는데, 그중 하나는 유독 혀를 날름 내밀고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오늘날에는 이 모습을 본떠 '메롱해치'라는 친근한 캐릭터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익살스러운 모습 뒤에는 아픈 역사도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 경복궁이 훼손되던 시기에 입술이 파손되어 혀가 길게 드러나 보이게 된것이다. 본래는 살짝 혀를 내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을 천록은, 지금은 마치 메롱하듯 익살스럽지만, 오히려 그 천진한 표정 속에서 경복궁이 겪은 시련과 회복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듯하다.


천록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위엄보다는, 오히려 궁궐을 찾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친근한 첫 인상으로 기억된다. 경복궁의 초입에서 방문객과 처음 마주치는 이 동물은, 궁궐의 문턱을 훌쩍 넘게 해주는 반가운 안내자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경복궁 속 동물들의 이야기들은 단지 과거의 유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궁궐을 넘어 조선의 시간과 상상력이 살아 숨쉬는 공간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유물시선'팀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혹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73마리의 동물들을 섬세한 일러스트와 함께 생생하게 되살려 생동감까지 함께 전한다. 움직임과 표정을 제대로 포착해낸 그림들은 각 동물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사람들의 바람과 염원들이 어떻게 궁궐의 디테일에 녹아들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복궁의 돌다리, 지붕, 천장 깊숙한 곳까지 이토록 다양한 동물들이 의미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몇 번이고 보았던 경복궁 자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이제 경복궁은 더이상 멀리서 바라보는 유적지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과 그들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환상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조선의 이상세계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과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가면서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지켜온 시간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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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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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하는 1인인지라 책의 제목에 자연스레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야기'라는 단어가 가진 힘,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킨다'는 말의 따뜻한 울림은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 시켰다. 더욱이 이 책이 영국에서 '국민소설'로 불릴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더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수집하는 청소 도우미, 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특별한 이야기로 바뀌어 가는지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모두의 삶이 결국 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야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재니스 역시 자신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가 되었다. 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청소 도우미 일을 시작한 이후로 사람들은 자연스레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고, 어느 새 그녀는 그 이야기들을 조용히 모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재니스는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않는 깊은 이야기를 조용히 받아주는 그릇과 같은 존재다. 그녀가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몸짓은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신호이자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지켜줄게요'라는 무언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으는 재니스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비어 있는 채로 남아 있다. 낮에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와 남편의 잔소리를 마주할 때면 그녀는 자신이 모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되새기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재니스에게 이야기를 모으는 일은 그저 취미가 아니라 그녀가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이 책은 재니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방식으로 서서히 그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단순히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듯한 이야기지만 그녀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풍성하고 깊어진다. 사실 재니스는 캠브리지에서도 손꼽히는 유능한 청소도우미다. 그녀가 청소를 맡은 집들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거나 단정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삶의 이야기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세계적인 테너 가수 조디의 집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의 내밀한 삶으로 나아간다. 자살한 남편을 남기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피오나,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는 남편 마이크,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그래, 그래, 그래'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그래그래그래부인과 그녀의 남편. 심지어 말을 하는 듯한 폭스테리어 '테키우스'까지. 재니스가 만나는 인물은 하나같이 각자의 상처와 사연을 지닌채 그녀에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피오나의 아들 애덤과 그래그래 부인의 시어머니이자 괴팍해 보이는 노부인 등 주변 인물들이 더해질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그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재니스가 가장 깊이 마음을 쓰게 되는 인물인 피오나의 아들 애덤과 그래그래그부인의 시어머니인 B 부인이며, 이들의 이야기는 재니스와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이야기도 더욱 깊어진다. 우선 애덤의 이야기로 돌아와, 피오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재니스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아차림을 깨닫고 애덤의 겪었을 상처의 깊이를 더욱 깊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재니스는 피오나에게 애덤과 함께 테키우스와 산책하겠다는 제안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들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재니스에게는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조심스레 애덤의 곁에 다가가 연결되게 된 재니스와 애덤의 작은 연결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조용한 연대와 치유의 시작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처음엔 괴팍해보였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B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니스는 그동안 외면하기만 했던 마음 깊숙이 숨겨둔 자신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눈물을 흐리는 것으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남편 마이크와의 결별은 재니스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니스는 그동안 거리를 두었던 아들과 동생과의 오해를 풀고 진심을 나누며,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보일 수 잇는 용기를 얻게 된다. 결국 이 책은 남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마침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재니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과 따듯한 위로를 선사한다. 과연 재니스는 어떠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B부인과 재니스는 가까워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써내려갈 새로운 이야기는 어떠한 모습일까? 그 답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청소도우미 재니스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나가는 성장소설이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비범함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누구에게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인생은 그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깨닫게 만든다. 삶의 소소한 조각들, 사람들의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특별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결국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그 이야기들로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니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독자인 우리에게도 자연스레 '나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를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과 마주하게 될 듯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조금 지키고 내 이야기를 잃어버린 듯한 순간에, 혹은 누군가의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운 날에 읽으면 더욱 깊은 위로가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이 삶의 의미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책에서 조용하지만 따듯한 감동을 발견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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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철학자의 말 - 내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빛나는 철학의 문장들
김종원 지음 / 윌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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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인 '내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빛나는 철학의 문장들'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혼란과 질문들, 예를 들어 친구와의 갈등이나 어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 마음이 힘들 때 느껴지는 막막함 등과 같은 그 모든 순간에 철학자의 말들이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철학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철학자들의 깊은 생각을 친절하게 섬세하게 풀어낸 이 책은, 아이들에게 철학이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삶이 닿아 있는 친근한 도구라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다.


책을 펼치고 가장 먼저 만난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이 책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책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꼭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만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며 스스로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철학적 태도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도 너의 선택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하며, 철학자들 역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단단한 주체로 성장해가는 데 꼭 필요한 용기를 심어준다.


또 하나는 예쁜 말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고, 결국 그 말은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다. '꽃을 든 손에는 향기가 머무르듯, 예쁜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향기가 머문다'는 표현처럼, 말 한마디의 힘이 사람 사이의 온기를 만들고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지친 날이 찾아왔을 때 이 책을 펼쳐보라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좋은 글은 지친 마음을 쉬게 해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철학이 전해주는 깊은 울림과도 같다.


이 책은 아이들이 철학을 어렵지 않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철학자의 말을 소개한 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체 쉽게 풀어 설명하고 그 말이 남긴 철학자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간단히 소개하여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민이나 상황에 그 철학자의 말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마지막에 제시되는 '자기 확언'을 통해 아이들이 단지 글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며 철학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짧지만 단단한 문장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단단한 언어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책의 아랫부분이나 노트에 필사를 해도 좋을 만큼 책에 실린 문장에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느껴진다. 이렇게 철학이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따뜻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부드럽고도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문장에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속도가 다른 건 걱정할 게 아니라, 오히려 기뻐할 일입니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증거니까요. 나는 다른 속도로 가는 나를 믿고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두고 싶다. 우리는 종종 모든 아이가 같은 길, 같은 속도로 나아가야 함을 강요하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무거운 억압과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가야만 성공하거나 행복해지는 것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따뜻한 철학의 목소리가 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부디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를 존중하고,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이 책은 단순히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단단한 내면을 지닌 아이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을 제시하는 책이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힘,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태도. 이 모든 것이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말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들이 반드시 만나야할 진짜 공부가 있다면, 바로 이 책에 담긴 철학의 문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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