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6 - 수사자 아산테 창비아동문고 33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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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간된 푸른 사자 와니니 6권이다. 와니니 6권에서는 와니니 무리에서 태어난 첫번째 수사자 '아산테'가 가족을 떠나 자기만의 길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아산테 아저씨'의 이름을 물려받은 수사자 아산테. 그는 어린 와니니를 지키기 위해 강한 상대에게 용기있게 맞서다 숨을 거둔 전설의 수사자다. 특별한 이름을 물려받았고 와니니 무리의 첫번째 수사자이기에 누구보다 당당한 수사자로 살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던 아산테는 자신이 생각보다 용기가 있지도 강하지도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리를 떠나 동생 후루까지 챙겨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과연 그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아산테의 성장과 모험 이야기를 통해 두려움을 딛고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일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산테가 표범의 냄새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용감한 수사자가 되고 싶지만 아산테는 자신도 모르게 표범의 냄새 앞에서 몸이 굳어 버린다. 어릴 적 표범에 물려 죽어가는 형제의 모습이 그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일까. 아산테는 표범의 발톱 자국에도 놀라는 자신이 싫지만 표범에 대한 두려움은 쉽사리 없어지질 않았다. 그런 그가 표범과 단 둘이 맞서게 되었고, 그는 자신도 모르던 수사자의 힘으로 표범이 목덜미를 물어 숨을 끊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아산테와 후루는 와니니 무리를 떠나 초원으로 나서게 된다. 초원으로 나서자마자 아산테와 후루는 다양한 동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신기하게 동물들은 아산테라는 이름만으로 놀랐다. 사실 아산테는 1권에서 어린 와니니를 위해 무투에 맞선 수사자로 초원에서 그 명성이 자자하여 전설의 수사자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총에 맞은 상처때문에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몸으로 무투와 세 아들에게 용감하게 맞섰던 수사자. 그는 어린 와니니가 새로운 무리를 이루도록 도왔고 그러고는 위대한 왕의 눈을 빛내며 홀로 초원으로 돌아갔다. 


아산테 역시 태어나 줄곧 아산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자신의 그 자랑스러운 이름은 특별한 선물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초원으로 나오자 아산테라는 이름은 제것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남의 이름을 세우고 있는 듯 했다. '아산테'라는 이름의 무게, 그리고 동생 후루를 돌보아야 하는 것, 초원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아산테의 어깨를 더더욱 무겁게 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보잘것 없게만 느꼈던 아산테는 우연히 만난 수사자들을 통해 자신이 어리숙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성장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암사자를 만나 정착해야 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과연 아산테는 초원에서 자신의 무리를 이루어 정착할 수 있을까? 아산테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아산테라는 위대한 이름에 걸맞는 수사자가 못된다며 다른 동물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자신이 아산테 아저씨와 이름만 같을 뿐 덩치도 작고 힘도 약하다며 좌절했던 아산테는 우연히 만난 마이샤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수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강인함이란 나와 다른 존재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태도임을 배우고, 소중한 것을 지키위해 용기를 내는 성숙한 수사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아산테의 모습들은 새로운 곳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그렇게 이 책 속 아산테의 이야기는 강한 힘은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깨닫게 한다. 아산테를 통해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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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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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의 단요 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라 하니 더더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사람들의 머리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생긴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담아낸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는데도 왠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 '운명의 수레바퀴'라 불리는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오르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 검증할 수 조차 없는 이 원판은 사람들의 정수리에서 50센티 가랑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되어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개개인의 청색 영역 비율은 어느 나라에서든 평균적으로 65 퍼센트 전후이고 주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조차 70 퍼센트를 넘기기 어렵다. 두 영역의 비율은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데, 강도와 같은 중범죄는 초범의 경우 평균적으로 5에서 15퍼센트 사이의 변동을 보이고 살인은 그보다 더 크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의 수레바퀴의 적색 영역은 존재한다.


즉 수레바퀴는 환경과 동기를 참작하면서도 그걸 완전한 면죄부로 삼지 않으며, 부분적으로는 개인적인 실천 이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진국 시민에게는 구조적인 착취를 외면한 채 풍요를 만낀한 책임을, 독재국가 시민에게는 신념과 행위의 정당성을 묻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덕분에 수레바퀴의 출현은 진짜 바퀴의 발명 만큼이나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주인공 나는 이렇게 수레바퀴 이후 변화된 세계에 대하여 취재를 하고 있으며, 수레바퀴가 출현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바뀐 세상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수레바퀴가 생기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변하였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 당장 덜 쓰고 많이 나누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도 생겼고,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당연히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누구를 믿느냐'보다 '어떻게 처신하느냐'로 옮겨갔고 그 결과 종교와 철학의 위치는 뒤집혀졌다. 오랫동안 재고로 남았던 규범윤리학 도서들이 하루만에 증쇄를 결정했고, 방송사들은 앞다퉈 철학 특집을 편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체험하게 된 직업을 이 책에서는 아이돌이라 말한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아이돌 산업은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판매하는 산업으로 완성되었고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기획사가 아니라 팬덤이었다. 팬들은 나의 아이돌이 수레바퀴의 숫자가 높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수레바퀴가 생기고 난 이후, 아이돌 문화는 가창력보다 인성이 더욱 팔리는 가치가 되었고 도덕주의를 향해 내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은 아이돌부터 시작하여 여러 직업군에서 수레바퀴 이후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수레바퀴 이후 변화를 맞이하게 된 다양한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을 아주 분석적으로 적어가고 있는 데, 이를 읽는 재미가 있다.


'디코덤'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상황과 신분에 어울리는 것을 가리키는 문학 용어로 이 작품 속에서는 수레바퀴 이후 세계에 대한 적정률을 찾아주는 전문가 집단의 회사로 등장한다. 디코덤은 수레바퀴의 요구 사항을 개인적인 품성이 아니라 책무의 문제로 보는데, 이상적인 행동 양식이란 허상이고, 각자 직분과 영향력에 따른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수레바퀴의 65 퍼센트는 개인이 충분히 도달가능한 목표이지만 나머지 35 퍼센트는 아주 복잡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디코럼이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35퍼센트, 그 중에서도 전 지구적 불평등과 환경 문제로 수레바퀴가 던지는 난제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복잡한 수레바퀴의 영역에 대하여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세밀하게 담고 있는데, 왠지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의 현실과 작품 속 수레바퀴 이후를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수레바퀴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태도 역시 흥미롭다. 아쉽게도 이 책이 서평단을 위한 가제본 책이다 보니 1장과 2장만 있어서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2장 마지막 부분에 언급된 수레바퀴에 적대적인 '안티휠'의 입장은 과연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이 책의 설정에 의하면 '운명의 수레바퀴'가 인간의 정수리에 생기게 되면서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평가는 바로 직각적으로 보이게 된다. 과연 그렇게 된다면 이태껏 내면적인 가치로 여겨졌던 정의가 이제는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다양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도입 부분에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한 사회라서 이전 사회보다 훨씬 더 나은 세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안에서도 사람들의 입장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운명에 따라 수레바퀴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따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듯이 말이다. 신박한 설정 자체가 이야기 자체에 폭 빠져들게 만드는 이 책, 묘하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뒷 이야기가 너무 너무 궁금하면서 기대가 된다. 과연 세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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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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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강아지와 함께 뛰어가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 눈길을 잡아끈다. 이 책은 진솔한 문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현우 시인과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의 화풍의 이윤희 일러스트레이터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책이다. 이윤희 작가의 <열세 살의 여름>을 꽤 인상적으로 보았던 터라 자연스레 표지의 이윤희 작가 그림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제목인 '코코'는 최현우 시인의 실제 반려견 이름이라고 한다. '코코야'라고 부르면 언제나 어디에 있든지 시인에게로 달려왔던 코코. 덕분에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함께여서 가능했던 아주 많은 날들을 기억하고 있었던 순간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윤희 작가 역시 '코코'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곁에 없지만 아직도 코코라는 이름을 부르면 기쁨으로 가득 찼던 순간들이 달려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 책에는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코코'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함께 했던 눈부시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따스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겨울날, 홀로 걷던 아이가 캄캄한 지하 주차장에 상자에 담긴 채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박스 속에 버려진 강아지에 놀라 자리를 떴지만 아이는 이내 강아지가 있던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때, 아이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강아지도 어느 새 상자에서 나와 아이를 향해 뛰어온다.


아이는 자신이 메고 있던 빨간 목도리를 풀어 강아지를 감싸고 소중히 안는다. 그리고 '코코'라는 가장 쉬운 이름을 골라 주었다. 다른 이름을 가졌던 강아지가 같은 상처를 받을까봐 염려하는 마음과 아이의 집이 마음에 드는 지, 아이가 강아지와 함께 살아도 될련지 묻는 모습에서 아이가 얼마나 강아지에게 마음을 쏟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세상에는 코코가 참 많다며 말하는 장면에 보이는 코코라는 이름을 가진 간판과 가게들. 그렇게 흔하고 많은 이름이라 할지라도 짧고 단순하고 반복하는 발음처럼 아이의 마음이 강아지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 마음이 강아지에게도 전해졌던 걸까. 강아지는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아이에게 가장 밝은 산책을 부탁하며 아이를 세상으로 끌고 나온다. 아이가 슬픔에 잠겨 이불을 덮어쓴 채로 방에만 있을때 어두운 상자 안에 있던 자신을 받아준 것처럼 코코는 아이를 빛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이 함께 하는 반짝이는 순간들의 모습들. 가만 가만 그림과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자꾸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코코와 아이의 따뜻하고 반짝이는 모습들이 궁금한 분들은 꼭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반려견과 함께하기에 볼 수 있는 따뜻한 장면들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봇대 밑에 핀 풀 꽃, 놀이터 모랫바닥에 반짝이는 병뚜껑처럼 아이와 코코의 시선들은 주의깊게 살펴여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그 속에는 천변을 헤엄치는 붕어들처럼 고개을 숙여 아래를 보아야 보이는 장면도 있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재미있는 골목도 있으며, 땀 뻘뻘 흘리며 높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갔을 때 보이는 탁 트인 마을 풍경도 있다. 그렇게 함께 한 순간과 풍경들은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옛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이와 코코는 함께 자란다. 그렇게 둘은 함께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다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최현우 시인의 시는 이 책의 이야기가 한 편의 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확인시켜 주며 다시금 그 시를 읽음으로 이 책을 통해 받은 따스한 감동을 더욱 배가시키며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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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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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너무나 멋진 정원에서 할아버지에게 모란 화분을 선물받는 소녀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상,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은 한국의 그림책 작가 유태은 작가의 신작이다. 그리고 이 책은 세월이 흐르고 삶의 변화를 맞이할 때마다 아이에게 힘이 되어 주는 할아버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할아버지 집에 찾아오는 아이를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가 어릴 적 할아버지의 정원은 아주 컸다. 할아버지의 정원에는 흙냄새가 났고, 꽃도 가득했으며, 작은 곤충들도 많았다. 물을 가득 넣은 물뿌리개가 아이에게는 너무 무거웠기에 아이는 식물에 물을 주는 대신 할아버지가 식물에게 물을 주며 부르는 콧노래를 들으며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리고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오후에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식물에 관한 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는 모란꽃을 가장 좋아했고, 할아버지는 난초를 가장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늘 정원에서 꽃과 함께하였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생일날 모란꽃 화분을 선물해 줬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점점 자랐고, 할아버지가 주신 아이의 모란 꽃도 자랐다. 이제 아이는 무거운 물뿌리개도 혼자 들 수 있게 되었고, 할아버지와 아이는 정원에 물을 주며 함께 콧노래를 불렀다. 


아이가 해바라기만큼 자랐을 때 할아버지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할아버지의 새 집은 너무 작아서 할아버지의 정원을 통째로 옮길 수가 없었따. 그 대신 화분을 몇 개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아이가 나무만큼 자랐을 때, 아이는 할아버지를 떠나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집이 그리웠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선물을 보냈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는 모란꽃에 물을 주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랬더니 할아버지의 집이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아이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할아버지는 더 늙게 된다. 과연 이들의 뒷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시간이 흘러서도 꽃과 식물을 통해 전해지는 할아버지의 사랑은 이 책을 보는 누구라도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하며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유태은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아홉명의 대식구와 함께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 안에서 저자는 증조할머니는 한복을 만드시고, 할아버지가 정원을 가꾸시는 걸 자연스럽게 관찰했다고 한다. 이런한 모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책에 담긴 식물에 물을 주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할아버지에서 아이로, 아이의 딸에게로 이어져간다. 그 모습 안에는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전했던 사랑이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제목 그대로 정원의 크기는 세월이 흘러 작아졌을지라도 사랑은 그대로 남아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이 책 가득 담긴 따스한 사랑은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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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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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에 실린 '삶보다 죽음이 흔했던 1950년 한반도, 스스로 기적이 된 소녀들의 이야기!'라는 소개글이 눈에 확 띄면서 책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6.25전쟁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소녀 첩보원, 래빗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6.25 전쟁에 실제로 소녀 첩보원이 존재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겠지만 그 사람들 중에 보호받는 게 너무나 당연했던 어린 소녀까지 포함 되어 있었다는 게 가슴 아팠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홍주가 마을 뒷산에서 토끼를 따라 갔다가 산삼을 발견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산삼을 망태기에 넣고 행복한 상상을 하던 홍주는 산 정상을 스치고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에 멈추게 된다. 처음으로 보게 되는 비행기에 놀라며 신기해하던 홍주는 그 비행기가 홍주의 마을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서 풍문으로만 듣던 전쟁이 자신에게도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다. 폭탄은 큰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었고, 홍주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전쟁 참모회의실에서는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소녀 첩보원이 필요하다며 브리핑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집하게 된 소녀첩보원. 홍주는 폭격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살고자하는 의지마져 잃어버리고선 군부대에 지원한다. 그렇게 홍주는 작전에 나간 열 명 중 아홉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켈로 부대 소속 소녀 첩보원 래빗이 되었다. 


독한 년이라 불리면서 래빗들 중 가장 오래 살아남지만, 홍주가 돌아온 것은 변절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홍주는 그 의심 앞에서 자신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자신 역시 살고 싶어서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고, 그런 홍주를 안아주는 이들은 다른 소녀들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래빗인 유경은 첩보원 활동을 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거래에 응하여 래빗이 되었다. 우연히 만나게 된 홍주가 래빗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함께 지내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져 동무가 된다. 모든 것에 대한 의지를 잃었던 홍주는 유경 덕분에 전쟁이 끝난 뒤의 미래를 꿈꾸게 되고, 유경은 홍주 앞에서 <옥중화> 연극을 선보이며 국극단 배우라는 유경의 꿈을 펼쳐 보인다. 그렇게 유경의 꿈과 미래는 잃어버린 과거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홍주에게도 전해져 홍주는 처음으로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이 있는 작전지로 아군의 폭격이 예정되었다는 첩보를 듣게 되는 데, 과연 두 사람은 전쟁을 끝내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6.25 전쟁을 배경으로 당시 작전을 펼쳤던 소녀 첩보원 '래빗'들의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당연히 보호의 대상이었기에 오히려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첩보원이 되었고,첩보원이었기에 전쟁이 끝난 뒤에 그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소녀들. 어찌보면 전쟁의 희생양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이야기 속 소녀들의 살이 다 비극적이지는 않다. 전쟁 중에도 새 생명은 태어나고, 사랑하는 연인들은 미래를 약속 하듯이, 죽음과 상실이 너무나 만연한 곳이지만 소녀들은 미제 초콜릿을 함께 나누어 먹고, 고향 이야기를 나누고 살아 돌아온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꼭 살아남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이유로 래빗이 된 소녀들. 누군가는 막 해방된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소중한 이를 앗아간 적에 대한 복수심으로 등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입대하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이 책의 래빗들은 저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내일을 기대하는 게 힘든 전쟁터에서 래빗들은 서로 미제 초콜릿을 나누어 먹고, 공기놀이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폭격으로 공포에 질린 동료들을 따뜻이 안아주며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너무 비장하지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따뜻하고 올곧은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더더욱 이 책이 매력적이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당시 활동했던 소녀 첩보원들의 삶을 생생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책은 2022년 제2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죽이는 게 당연해진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홍주와 유경이 동무가 되어 미래를 꿈꾸었던 것처럼, 저자는 우리 모두가 만나고 싶은 미래를 꿈꾸기를 응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홍주가 꿈꾸던 미래의 장면에 가닿는 마지막 면은 그래서 더더욱 먹먹하다. 유경과 함께 꿈꾸었던 미래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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