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아무거나 문방구 1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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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특히 띠지 속 책 소개에 '어린이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매력 만점 도깨비'의 이야기라니 기대를 더욱 높인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무거나는 낮에는 문방구 주인 아저씨로 지내다 밤이 되면 도깨비로 변신하여 어린이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도깨비로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서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무거나의 문방구를 찾아온 어린이들이 손에 넣게 된 신비한 물건과 그 물건에 얽힌 옛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흥미롭게 펼쳐지면서 독자들을 이야기속으로 잡아끄는 매력을 가졌다.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에 아무거나의 앞 이야기가 먼저 소개된다. 옛날 옛날 이야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도깨비가 살았는데 도깨비는 깊은 산속에 살지만 마을에 불쑥 나타나 사람들에게 대뜸 이야기 내기를 걸곤 하였다. 아무 이야기나 들어주는 도깨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금화 한 냥을 주었고, 이 소문은 퍼지고 퍼져 도깨비는 어느새 '아무거나 도깨비'로 통하게 된다. 이야기라면 아무거나, 뭐든 다 좋다고 하니 어떤 사람은 일부러 아무 이야기를 냅자 짓고는 아무거나 도깨비를 만나려고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금화를 노리고 말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도깨비의 이야기 장부는 점점 두툼해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상 모든 것이 변하였다. 딱 한가지 변한 게 없다면 그건 바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여전히 이야기를 찾아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언젠가부터 어른이든 아이든 죄다 손에 든 핸드폰만 보고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자, 아무거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기가 막힌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아무거나가 인간으로 변해 사람들 세상으로 내려와 문방구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되는 아무거나 문방구의 이야기. 앞으로 어떤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너무 기대가 된다.


아무거나 문방구에서 제일 처음 펼쳐지는 이야기는 바로 '젊어지는 달달 샘물'이다. 제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엄마가 창피하다. 엄마는 바라고 바래 아주 늦게서야 얻은 제이가 너무나 소중하지만 제이는 다른 친구 엄마들과는 달리 늙은 엄마가 창피하고 엄마가 좀 젊고 예뻤으면 좋겠다. 노래 학원을 가다 우연히 들린 아무거나 문방구에서 제이는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산다. 그리고 값을 치루려하니 문방구 아저씨는 돈은 받지 않고, "값은. 나중에. 곧 다시 오게 될 거야."라는 아리송한 말을 한다. 그렇게 구입하게 된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엄마가 마시게 되자 신기하게 한모금 마실 때마다 젊어졌다. 하지만 젊어지다 못해 제이보다 더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 아이로 변한 엄마는 제이를 따라 노래학원에 가고, 제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엄마는 여기저기를 신나게 휘젓고 다니고 노래까지 부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이로 변한 엄마는 노래를 엄청 잘하는 거였다. 여하튼 이 모든게 당황스러운 제이 앞에 나타난 아무거나 문방구 아저씨.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제이.


그렇게 늙은 엄마를 부끄러워 여겼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이의 눈에는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어느새 나타난 아무거나 문방구의 직원인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는 제이의 눈물을 병에 받았고, 그렇게 병에 담겨진 제이의 눈물이 이야기값으로 아무거나 문방구 아저씨에게 건네진다. 그리고 그 눈물을 통해서 진정한 엄마 사랑을 깨닫게 되는 제이. 과연 제이의 엄마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아무거나 문방구 1권에서 문방구를 찾아온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던 중 우연히 문방구에 들어서게 된다. 문방구의 또 다른 직원으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는 문방구에 들어온 아이들을 '구구절절 옛이야기 물건' 코너로 안내하고 아이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발견한다. 나이 많은 엄마를 창피하게 여겼던 제이는 마실 때마마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공부도 반려동물의 돌봄도 귀찮았던 영재는 강아지로 변하게 해주는 '강아지 가면'을, 남에게 거절을 잘 못해 속상한 나리는 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도깨비 감투'를, 동생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독차지 못해 불만 스러운 지우는 뭐든 넣으면 두 배로 늘어나는 요술 컵을 얻는다. 그리고 아무거나는 그 모든 물건들을 공짜로 주면서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될거야"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긴다. 아이들은 요술을 부리는 신기한 물건들 덕분에 해결되는 듯 하나 결국 완벽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고, 문방구로 돌아온 아이들은 이야기를 해달라는 도깨비 아무거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스스로 해소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도깨비라는 신박한 설정과 옛 이야기 속의 물건들이 다시 요즘 아이들의 고민을 해소하는 요술 물건으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무거나는 도깨비로 변하고선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가 찾아오려나....?'라고 말하며 다음 이야기를 또 기대하게 만든다. 재미난 이야기와 깨달음을 주는 아무거나 문방구의 앞으로 이야기는 왠지 더더 재미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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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선
최은영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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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제목과 표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을 수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따스한 느낌의 그림은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듯 하다. 이 책은 아픈 마음을 고장 난 사물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옴니비스식으로 구성되어 시계, 전등, 침대, 텔레비젼, 문 손잡이,수도꼭지 등등 일상의 물건이 망가져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기묘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진행은 왠지 따스하게 마음을 감싸안아주며 위로를 전하는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퇴근 길, 무표정한 한 사람이 '마음 수선' 가게 앞에 놓여진 고장 난 시계를 가져가면서 시작된다. 시계 속 버꾸기는 울지 않고 좋용하기만 하고, 한 사람은 고장난 시계를 껴안고 정리되지 않은 캄캄한 집안으로 들어선다. 집 안의 전등은 고장이 났고,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집 안에 홀로 웅크린 사람의 모습이 위태롭고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침대 때문일까.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텔레비전. 텔레비전도 고장이 난 것일까. 리모콘 버튼을 아무리 눌러 보아도 화면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망가진 문 손잡이. 망가진 손잡이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서 일까. 그 안에는 시들어 버린 잎사귀만이 가득하다. 고장난 수도꼭지는 물이 끝임없이 쏟아지게 만들어 욕실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 이렇게 고장나고 망가진 물건들은 사람들의 일상도 망가뜨리고야 만다.


고장난 사물로 인해 망가져 버린 일상들은 결국 누군가를 우울과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든다. 이 각각의 이야기들에 깊은 우울증에 빠진 상황이나 너무나 지치고 힘든 상황, 혹은 트라우마에 갇힌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입하여 보게 된다면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될 듯 하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과 절망에 빠져 비가 내리는 장면들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우산이 망가져서 온 몸에 비를 맞게 된 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을 품게 되고 마치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책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가방을 끄집어 내어 그 사람이 가방 속에서 비를 잠시 피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망가져버린 일상과 절망, 우울에 빠진 이들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반대편으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펼쳐지는 앞서 보인 절망의 상황들이 밝고 넓게 변하는 장면들. 펑펑 흘린 눈물이 만든 수영장과 망가져버린 식물들 속에서 다시 피어난 꽃들,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달리던 기차는 오히려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멋진 여행을 하게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반대편으로 돌린 시선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수선할 수 있다.


앞부분의 아주 어둡고 절망적인 장면들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밝고 따뜻한 장면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나 절망과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려 누군가와 연대하여 있는 것으로 그 상황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이 책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우리가 함께 그 상황에서 벗어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수선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은 기묘하지만 따뜻하고, 무언가를 노력하고 애를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어 더 큰 위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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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수업 - 평생의 무기가 되는 5가지 불변의 지식
사이토 다카시 지음, 신찬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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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과연 지적인 어른이 되기 위해서 꼭 알아야만 하는 교양 지식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지혜의 거인'이라 불리는 메이지대학 문학부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세상의 많은 지식 중에서도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교양,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빛바래지 않는 불변적인 필수 교양을 누구라도 쉽게 익히길 바라며 한 권에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돈과 자본, 종교, 철학, 역사, 예술의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흘러가는 세상을 이해해 보는 것도 유익할 듯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돈과 자본, 종교, 철학, 역사, 예술의 5가지 축에 대한 교양의 입문서라는 점이다. 정말 쉬운 표현으로 5가지 주제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그 안에 정확성과 깊이는 놓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쉽고 깔끔하게 정리하여 알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개념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은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더더 유익하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교양들이 다 인상적이고 흥미로웠지만 그 중 내게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온 구절은 바로 니체의 '정신 단계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과연 나의 정신은 어느 단계에 속하고 있는 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철학을 배울 때는 '새로운 생각에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더 즐겨워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철학과 새로운 생각에 도전해보고 싶다.

니체의 이야기 뒤에 이 책에서 추천하는 책은 바로 니체의 <차라리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이 책도 꼭 도전해보아야지. 니체의 책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추천하는 5가지 주제 축과 관련된 도서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역사> 파트에서 '조일수호조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역시 인상적이다. 조일수호조규에 대해 일본이 서양에게 당한 일들을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한 조선에 바로 써먹은 품성이 결여된 사건이라고 평한 점에서 그래도 역사를 바로 보는 학자들이 일본에 존재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논어>의 구절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를 들며 그 시절 일본이 공자의 말씀과는 반대인 일을 벌여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갔고, 그 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이와 관련된 모든 사건들은 일본의 부정적인 역사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나는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는 1인이라 이 책의 5가지 주제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 <역사>였다.


이 책은 교양의 기초를 이루는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고 지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양의 입문서이다. 그렇기에 더 읽어주길 바라는 책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고, 소개된 책들은 독자로 하여금 니체나 노장사장, 인상파 등의 재미에 빠져 스스로 더 책을 찾아 좀 더 깊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렇게 교양을 쌓다보면 저자는 비관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낙관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와 지식, 교양을 쌓으면 알기 때문에 그 속에서 더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완전 공감이 된다. 알기 때문에 더 많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교양. 인류가 몇 천년간 쌓아온 지혜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인데 구지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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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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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는 감정의 기반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존재하고 그 사랑은 우리를 살아가는 게 큰 힘을 가져다 준다. 그런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더 큰 의미로 다가올 듯 싶다.


드디어 기나긴 겨울이 끝나간다. 따뜻한 봄이 되면 왠지 설레이고 싶은, 그럴 때 읽을 딱 좋을 시집이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아마 이 시집에 폭 빠질 듯 싶다. 이 시집은 사랑의 시작을 테마로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은 시 67편을 담고 있다. 이 시집은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문장들이 가득한 시를 담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설레이고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시를 읽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때면 '그렇게 말을 자주 참으면 마음이 시가 되기도 합니다. 시가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참 좋을 듯 싶다. 시를 통해 깨닫게 되는 마음, 시를 통해 전해지는 마음. 생각만 해도 참 좋다. 이게 바로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겠지. 그리고 시를 적는 이유겠지.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는 사랑에 빠지게 될 때 의 마음을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약돌을 주워 호수에 던지면 동그렇게 무늬가 끝도 없이 생기는 것을 장옥관 시인은 종소리 같다고 말한다. 물무늬처럼 끝없이 번지는 종소리는 사랑에 빠진 내 마음과 같으며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종소리 안에 온종일 서있다. 내 마음 속에 항상 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문재 시인의 <꽃말>은 처음 읽을 때는 연인간의 사랑 이야기로 다가왔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같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많은 것들을 전해도 아이들은 자기들 생활에 바빠 부모의 마음을 알아채지는 못한다. 마치 시에서 꽃말에 마음을 담아 꽃을 전하지만 꽃만 보고 꽃말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마음에 꽃이 살지 않아 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모인 우리는 꽃말에 첫 마음을 담은 것처럼 변함없이 그 마음을 준다. 비록 마음들 사이에 꽃이 시들어버릴지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부모는 늘 자식을 외사랑한다.


이 시집에 담긴 여러 시들 중에 나의 마음을 울리며 함께 나누고 선물하고 싶은 일은 바로 곽재구님의 <좋은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참 좋다고 느끼는 순간을 풀어낸 이 시에서 말하는 좋은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읽고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픈 마음에 이 시를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시대와 사람을 막론하고 사랑은 누군가에게나 큰 변화를 맞이하게 한다. 그만큼 사랑이 가진 힘은 크며 위대하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은 힘을 가지고 있고, 우리를 성장시키며 변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사랑이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하면 얼마나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지를 총 3부에 걸쳐서 아주 다양하고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 1부 <사랑을 시작하는 얼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담았고, 2부 <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에서는 뜨겁게 타올랐던 사랑이 정점을 찍은 불러온 변화에 대해 담고 있다. 그리고 3부 <우리가 한 몸이었던 때를 기억해>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떠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한 장 한 장 읽을 수록 더더 깊이 있고 풍성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 시집, 따스한 봄을 기다리며 읽어보면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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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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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참 유행했던 <먼나라 이웃나라>와 제목이 비슷해서 더 눈길이 가는 책이다. <맛나라 이웃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 배경 주민(이주민)'들이 각자 고국에서 먹던 음식과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 책이다. 12개국, 22명의 이주민들이 한국에 오게 된 과정과 지금도 간절히 생각나는 고향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직접 손글씨로 한글 요리법을 적어 함께 담았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즐기는 22가지 요리는 '메인요리, 간식, 수프&탕, 국수&만두' 로 나눠 담았다.


게다가 이 책이 가지는 또다른 특색이 있는데 그건 바로 한국의 청소년 39명이 재능을 기부하여 이 책을 만드는 데 참여를 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주민들이 말로 전하는 음식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옮겨 적었고, 이를 다시 만화로 표현해 주었다. 그 결과 각각의 요리마다 다른 형식의 만화가 실려 읽는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만화를 통해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을 좀 더 재밌게 전하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이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와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번역기와 바디 랭귀지를 동원하며 소통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조금 특별하고 다양한 이야기들과 조금 특별한 과정을 거친 이 책은 그래서 좀 더 특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형식은 제일 처음에 실린 요리는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비카쉬 저스틴 쿠니의 '베이크드 빈 커리'를 통해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비카쉬 저스틴 쿠니가 전하는 음식 소개에 앞서 제일 먼저 실린 이야기는 바로 그가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모집하는 원어민 영어선생님의 공고를 보게 되었고,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도 있고 보람을 느꼈기에 한국에 머무르는 것이 너무 좋았는데, 와이프를 만나게 되면서 한국에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가 소개하는 '베이크드 빈 커리'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여러 인종이 합쳐진 다문화 국가로 여러 나라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고, 공용언어도 다양하다. 모든 문화에는 전통 음식이 있기 때문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통 음식을 콕 집어 말아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조상의 조상 중에 인도에서 온 사람이 있어 그의 가족들은 커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 책에 적힌 '베이크드 빈 커리'는 부모님이 그에게 해 준 레시피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이다. 이 커리를 만들 때는 순서가 중요한데 요리에 대한 순서는 그가 직접 손글씨로 적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커리의 메인 재료인 베이크드 빈은 우리가 부대찌개에 넣는 바로 그 콩조림이다. 그리고 참고로 실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식사예절 중 손님으로 초대를 받아가면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반드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게 독특한 문화라 하겠다.

그리고 한국의 청소년 박태희님이 만화로 그려낸 저스킨의 '베이크드 빈 커리' 만드는 법이 실려있다. 앞서 실린 그의 이야기와 함께 요리법을 만화로 보니 더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 볼 때보다 눈에 쏙쏙 들어와 더 좋은 듯 싶다.

이렇게 이 책은 외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자리잡은 이주민들이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 고향에서 즐겨 먹던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그 음식을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중국, 태국과 같은 친숙한 나라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키르기스탄 등과 같은 다소 낯선 나라에 이르기까지 12개국 22명의 이주민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다채로운 매력과 다채로운 음식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더 재미가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12개국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이 책은 문해 학교 할머니들이 쓴 요리법으로 화제를 모은 <요리는 감이여>의 후속 기획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한다. 기획부터 이주민과 청소년을 섭외하여 원고를 만들고 출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창비교육과 서천 도서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이 직접 그린 만화는 그들의 요리법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알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통한 결과물이라 더 좋게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이주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와 생활이 낯선 이주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하고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 내어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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