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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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著, 이선희 譯, 자음과모음, 원제 : 虛ろな十字架)”를 읽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는 참 독특한 작가입니다. 스스로 책읽기를 싫어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엄청난 숫자의 소설을 거의 쏟아내듯 출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 숫자의 작품들이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 재미를 보장해준다는 점도 그렇지요. 또한 그의 작품 중 많은 작품들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영상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영상물로 제작된 작품도 많습니다.


“공허한 십자가”는 2014년 발표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해 번역하여 출간한 적이 있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날 어떻게 생각해?”


“사랑해”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지만,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11년 전,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겼던 나카하라 미치마사는 이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딸의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에게 전화가 옵니다. 전처 사요코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나카하라는 또다시 유족이 될 뻔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밝혀지는 범인. 70에 가까운 무직의 노인. 돈을 빼앗을 목적이었다고 한데 뭔가 석연찮습니다. 전처가 쓰고 있던 ‘사형제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유고를 받아든 나카하라는,  이 원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워낙에 많은 작품을 출간하는 작가인데다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그를 특정 장르 혹은 특정 경향의 작가로 분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작품 하나 하나의 장르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이번에 읽은 “공허한 십자가”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사형제도와 살인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죄책감이라는 십자가를 평생 지고 속죄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유족이 그러한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지는 않을까요? 이 작품, “공허한 십자가”에 나오는 작중 인물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긴 답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대신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질문과 독자의 답변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공허한십자가, #히가시노게이고, #이선희, #자음과모음,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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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3 - 사회 발견자들 3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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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3 : 사회편 (대니얼 J. 부어스틴 著, 이경희 譯, EBS Books, 원제 : The Discoverers: A History of Man's Search to Know His World and Himself)”를 읽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끊임없이 나눕니다. 인종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문명인과 미개인으로 나누기도 하지요. 또한 문화와 문명의 우열을 나누기도 하지요.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이는 유구한 전통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하곤 합니다. 현생 인류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일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분류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린네마저 인류를 ‘교육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하며 야만인, 아메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등 다섯 종류로 분류하는 등 차별에 대한 인식은 뿌리 깊은 것이었습니다. 

젊은 법률가였던 루이스 헨리 모건(1818~1881)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갖게 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시도합니다. 책에서는 그를 인류 과학의 개척자라 칭송하고 있습니다. 모건의 연구는 기독교와 유럽 중심의 편협한 관념을 깨뜨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이 영위하고 있는 공동체인 ‘부족’이라는 개념과 행동 양식을 통해 이들도 사람이며 관계를 창조하고 있다고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의 부족 조직과 혈족 관계까지 상세하게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모건은 전 인류로 그 범위를 확장시킨 연구를 통해 인류가 같은 근원에서 출발하였고 현재 위치에 도달하였으며 고대사회로부터 문명 사회로 진화해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가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퇴보하여 미개인이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면서 전 인류의 기원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역설합니다. 


우리는 수 천년 동안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믿어왔고,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어쩌면 미래가 정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또한 인간은 그 격(格)이 나누어져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신은 인간과 세상을 창조하였으며, 문화에는 우열이 있고 차별이 필요하다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세계를 발견하고, 그 인식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앞서 당연하다고,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인식들이 잘못되었거나,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어왔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 즉 미지의 영역 (terra incognita)을 알게 된 인류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매우 소중한 독서경험과 더불어 큰 인사이트를 주는 책입니다. 

EBS Books에서 새롭게 번역하여 내놓은 “발견자들”은 대니얼 J. 부어스틴 (Daniel J. Boorstin)이 집필한 “창조자들 (The Creators: A History of Heroes of the Imagination)”, “발견자들”, “탐색자들 (The Seekers: The Story of Man's Continuing Quest to Understand His World)”로 이어지는 지식 3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음사에서 “창조자들”을 세 권으로 나누어 출간하였고, 세종서적에서 “탐구자들”을 출간하였으며, 범양사에서 “발견자들”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절판인 상태라 현재로서는 새로 구입해서 읽어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EBS Books에서 “발견자들”과 더불어 지식 3부작을 모두 출간해주기를 바래봅니다. 




#발견자들3, #대니얼J부어스틴, #이경희, #EBSBOOKS,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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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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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밥 햄블리 著, 최진선 譯, 리드리드출판, 원제 : Pink Flamingos and the Yellow Pages: The Stories behind the Colors of Our World)”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밥 햄블리 (Bob Hambly)는 그래픽 디자인 회사의 창업자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합니다. 이 책은 밥 햄블리가 그동안의 색에 대한 경험과 연구를 통해 그 색이 가진 상징, 역사, 문화, 전통,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몇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인류가 문명을 시작한 이래로 색을 자연으로부터 얻는 과정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색을 구현하기 위해 안료가 필요한데 필요한 색을 구현하는 안료는 매우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식물, 벌레, 광물 등에서 안료를 뽑아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특이한 재료로 만들어내는 안료도 있었습니다. 1800년대 사람과 고양이 미라를 갈아넣어 만든 머미 브라운 (Mummy Brown)이라는 안료입니다. 이 갈색은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프랑스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책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집트 미라는 하나의 거래품으로 취급되기도 했고, 어떤 물감 회사는 심지어 20세기까지 이 머미 브라운을 판매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머미브라운은 참 직관적인 이름이긴 합니다. 하지만 색의 이름을 보다보면 그 어원이 궁금할 때가 있죠. 카키(Khaki)색 같은 것 말입니다. 외투의 색으로 인기가 많은 이 색의 이름은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그 어원을 알아내기란 어렵습니다. 이 말은 인도의 지방어 중 하나인 우르두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먼지’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영국군이 인도에 주둔하면서 위장에 적합한 군복의 색을 찾다가 모래와 비슷한 색의 군복을 입었고 이때 카키라는 말과 함께 이 색이 사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위조를 막는 잉크에 활용되는 녹색, 희귀한 돌연변이 가재의 푸른색,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빨강, 사람들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전화번호부에 사용하는 노랑, 한때는 남성의 색이었다 지금은 여성의 색으로 바뀐 분홍 등 색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 하나가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우리에게 색은 단순한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가시광선, 그 이상입니다. 색은 많은 상징을 담고 있으며 그 상징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감정을 심어줍니다. 강력한 상징 체계로서의 색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손색 없는 독서 경험을, 이 책 덕분에 가질 수 있었습니다.



#컬러愛물들다, #밥햄블리, #최진선, #리드리드출판,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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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양심이 없다 - 인간의 죽음, 존재, 신뢰를 흔드는 인공지능 바로 보기
김명주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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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양심이 없다 (김명주 著, 헤이북스)”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김명주 교수는 서울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정보 보호, 디지털 윤리와 관련한 교육에 힘쓰는 한편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 (Seoul PACT)’를 만들기도 하였다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인 AI 윤리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대중서적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을 가치 중립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들에게 효율적이며 편리한 삶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반대급부가 존재하죠. 책에서는 자동차가 시간의 단축이라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대신 생명의 단축이라는 불행도 제공한다고 예를 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부작용과 역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반면 AI가 가져올 부작용은 그 예측이 쉽지 않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현재 수준에서 예측할 수 있는 AI의 부작용, 역기능을 살펴보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대안들을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최근 자율 주행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굳이 자율 주행으로 유명한 차량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차량에서 옵션으로 낮은 수준의 자율 주행을 경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 주행 단계가 올라갈수록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집니다. 

책에서는 테슬라 모델 S의 사고 사례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2016년 모델 S가 대형 트레일러의 컨테이너를 정면으로 충돌하여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입니다. 오토파일럿으로 주행하던 모델 S는 인공지능이 흰색의 트레일러를 하늘로 인식해 직진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분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사고의 책임은 인공지능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고 합니다. 사고의 책임이 인공지능이나 테슬라 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자율 주행의 기술을 개발한 회사들은 자율 주행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이 결함이 없으며 기술적 증명이 끝났다고 주장하면서도 사고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율 주행차의 레벨은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레벨 4부터는 운전자의 개입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 경우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책임 소재는 더욱더 불분명해집니다. 이는 현재의 법체계가 인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화 지체 ( culture lag)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터  셋을 선택하는 것도 역시 인간이기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몇 년전 차별이나 혐오발언으로 문제가 되었던 MS의 ‘테이(Tay)’나 우리나라의 ‘이루다’ 같은 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이 형량이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미국에서는 실제로 AI를 활용한 사법 판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콤파스(COMPAS)입니다. 한 단체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콤파스가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사법 판단에 있어 중요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AI가 가지는 편향성 문제는 단순히 가십이 아니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AI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역기능, 그리고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대안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현재 AI 기술의 발전상과 더불어 AI 윤리 문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구요. 


# AI는양심이없다, #김명주, #헤이북스, #사회학, #문화충전, #문화충전서평단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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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저승 최후의 날 1~3 - 전3권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아란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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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최후의 날 (시아란 著, 안전가옥, 전 3권)”을 읽었습니다. SF 어워드 2021년 웹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1600페이지 가까운 대작인데, SF 엔솔리지 “대멸종”에 수록된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을 장편으로 개작하여 카카오페이지에 공개한 작품입니다.





저자는 시아란 작가로 공학박사 출신의 SF 작가라는 점, 2018년 이후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분입니다.


 


저승, 즉,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SF 어워드에서 당당하게 대상을 수상하였고, SF라는 분류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판타지와 SF는 의외로 그 경계가 허술하기도 하니 그런가 보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구요. 하지만 엄밀하게 구분하더라도 이 작품은 SF 작품이 맞습니다. 종말 (아포칼립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장르적으로 SF 작품으로 구분할 수 있기도 하지만, SF로 분류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SF 장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사변문학(speculative fiction)으로서의 특징이 제대로 살아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승이라는 사후세계의 존재, 그리고 그 사후세계의 존립 기반이 이승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의 믿음에 의한 것이라는 가정 두 가지를 설정 기반으로 하면서, 천문학적 재앙이 발생하여 이승의 생명체가 절멸한 이후 벌어지는 사건 전개는 철저한 사고 실험으로 사변적으로 전개됩니다. 더구나 그 과정이 생각보다 유쾌하고 흥미롭습니다. 어느 정도 작품에 익숙해질 즈음, 독자 역시 그 사변적 흐름에 동참하여 이후의 이야기를 예상해보고 작가가 전개한 스토리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합니다.


또 한가지 특기할 사실 중 하나는 매우 과학적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발현된 현상에 대한 관찰에 의한 발견 → 가설 수립 및 검증 → 피어 리뷰 → 가설 입증 → 이론 정립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준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주인공 일행은 비록 교통 사고로 사망하여 저승에 왔지만 갑자기 늘어난 망자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전에 목격했던 사실과 망자들의 증언을 취합해 천문학적 재앙임을 간파하지요. 일반적인 소설이었다면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것은 단순히 가설일 뿐이고 이를 검증하여 이론으로 정립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냅니다. 동료 전문가들에게 논박 당해 가설이 폐기될 위험에 처할 무렵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가설이 더욱 탄탄해지고 결국 이론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작 중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이 대략 이런 구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바로 과학적 방법론의 구조 말입니다.



읽는 내내 이런 작품이 다 있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재미있게 읽었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승최후의날, #시아란, #안전가옥, #오리지날, #SF어워드대상,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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