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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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著, 신해경 譯, 허블, 원제 : Catfishing on CatNet )”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나오미 크리처 (Naomi Kritzer)는 작년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전행선 譯, 리프, Cat Pictures Please )”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가입니다.

나오미 크리쳐는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를 통해 휴고상, 로커스상을 수상한 바 있고, 이번에 읽은 “캣피싱”을 통해 로드스타상, 애드거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진 역량이 있는 작가입니다.


이번, “캣피싱”은 영어덜트 SF 스릴러 장르에 속하는 장편 소설입니다. 


스테프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지배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피해 엄마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어갑니다. 

그렇기에 스테프는 친구를 만들 수도 없고, (그리움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만들어서도 안됩니다. 그렇기에 스테프는 ‘작은갈색박쥐’라는 대화명으로 통하는 캣넷 (CatNet)에서만 친구를 만듭니다. 그곳에는 성별도, 사는 곳도, 삶의 환경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동물 사진이나 그림만 있으면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테프가 어느 곳으로 이사를 가던 접속만 하면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 역시 스테프가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상의 모습만 중요할 뿐이지요. 그들은 타고난 자아가 아니라 만들어낸 자아가 더 중요한 온라인 속 삶 속에서 인간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아버지를 피해 도망다니는 엄마 때문에 소녀는 1년에 수 차례씩 이사를 다니면서 현실 세계에서는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하지만 온라인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자신과 엄마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보다 더 커다란 진실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스테프는 현실에서도 친구를 만들게 되면서 비로소 엄마, 그리고 자신의 삶과도 화해를 나눌 수 있게 되는데….


이 책, “캣피싱”은 SF가 가진 장점 뿐 아니라 스릴러의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청소년의 삶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거대한 비밀과 함께 급속히 가빠지는 호흡 속에서 페이지는 사정없이 넘어가지요. 정말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캣피싱, #나오미크리처, #신해경,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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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 망원경 뒤에 선 마지막 천문학자들
에밀리 레베스크 지음, 김준한 옮김 / 시공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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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대 천문학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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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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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강상규 著, 에피스테메)”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강상구 교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분이라고 합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과 패러다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과 패러다임은 불변의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두고 바뀌곤 합니다. 실제로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과 패러다임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저자는 이렇게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를 전환기 혹은 변동기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중 동아시아 근대사에 나타나는 전환기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서구의 폭력적 제국주의는 문제가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심의 낡은 세계 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던 몽매한 상태에 놓인 동아시아는 이러한 서구의 충격 때문에 깨어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는 근대로 진입하는 문명화 과정을 겪게 되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19세기 동아시아는 이렇듯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문명화 단계로 역사적 진보를 이룬 시기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아시아 역사를 바라볼 때 서구적인 시각, 즉 서구의 기준과 패러다임으로 해석하고 규명하려고 애써왔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즉, 기존의 동아시아 전통을 비문명, 전근대, 낡은 것, 정체(停滯),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규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서양 중심에서 비롯한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에서 비롯한 것이긴 하지만 아편 전쟁 이후 서세동점의 상황을 겪으면서 점차 동아시아 내부에도 스며들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뿐 아니라 내면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승열패 (優勝劣敗)의 세계관과 자기 전통에 대한 부정과 멸시로 나타나게 되었다고도 저자는 진단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황영조와 우사인 볼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둘 다 올림픽을 제패한 훌륭한 선수이지만 분야가 서로 다릅니다. 아마도 단거리를 달리는 경기를 한다면 우사인 볼트에게 황영조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거리’라는 기준에서 보면 황영조는 우사인 볼트와 비교하여 매우 열등한 선수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라톤이라는 기준을 가져도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의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볼 때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인류가 봉착한 대부분의 문제는 ‘기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이 기준을 신봉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아편전쟁은 과학 혁명 이후 동서양의 격차를 보여줬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동아시아는 서양에 비해 열등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했고 동도서기와 같은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역사 인식에 대한 사싱적 흐름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형성에도 필연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세계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역사학선언, #강상규, #에피스테메,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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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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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著, 이동교 譯, 문학동네, 원제 : Miracle Creek)”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앤지 김 (Angie Kim)으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며 변호사입니다. “미라클 크리크”는 저자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에드거상 (Edgar Award)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민자가 거의 없는 버지니아 주 미라클 크리크에서 고압산소치료 시설을 운영하는 한인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 큰 시련이 닥칩니다. 운영하던 고압산소치료 시설, 미라클 서브마린에 화재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 박 유는 장애를 얻었고, 딸 메리 역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먹고 살 일이 막막합니다. 그들의 미래를 결정 지을 수 있는 것은 보험금을 수령해 미국 땅에서 앞으로도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또 다른 가족들이 있습니다. 기존 치료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자폐아, 불임 등 여러 이유로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던 가족들입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망자도 발생했습니다. 죽음 자체로도 끔찍한데 그 죽음에 이르는 과정 자체도 너무 끔찍합니다. 그 사건 (사고가 아닌)은 치료를 받다 피해를 입은 가족들 뿐 아니라 치료 시설을 운영하던 한인가족에게도 끔찍한 기억이자 트라우마입니다. 


그리고 방화범이자 살인용의자로 의심받는 엘리자베스를 심문하기 위한 증인들의 증언. 법정 공방이 오고 가면서 드러나는 진실들. 한인 가족 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도 다들 비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가 범인일까요?


누가 괴물일까요?


기적의 개울이 흐르는 마을에서, 기적의 잠수함을 통해 아주 작은 기적을 바랬던 이들. 하지만 그 기적에 대한 추구는 파국과 트라우마만 남기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정말 놀라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먹먹할 정도로 밀도 높은 심리 묘사, 한 챕터마다 드러나는 비밀과 반전. 매번 뒤 바뀌는 가해자와 피해자. 온갖 추측과 소문,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쁜 호흡을 참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진실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드러내는 것은 황폐해진 진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쉽에 대한 폭로 역시 아니지요. 어쩌면 그 방법이 쉬운 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쉬운 길을 가지 않습니다. 저자는 세심하게 인물의 심리를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정에 몰입하여 공감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혼란, 환우 가족의 심리와 고통을 치열하게 그려냅니다. 


미스터리 장르라는 그릇에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앤지 김. 앞으로 주목할 작가가 새롭게 탄생하였습니다.





#미라클크리크, #앤지김, #이동교, #문학동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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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 협력을 통해 무리에서 사회로 도약한 이야기
윌리엄 폰 히펠 지음, 김정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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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윌리엄 폰 히펠 著, 김정아 譯, 한국경제신문, 원제 : The Social Leap: The New Evolutionary Science of Who We Are, Where We Come from, and What Makes Us Happy )”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윌리엄 폰 히펠 (William Von Hippel)은 미국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기고가입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사회적 심리의 기저를 열대 우림에서 벗어나 광대한 사바나로 이주한 인류의 선조에서 찾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협업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무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호모 에렉투스는 이를 확장하고 사회적 의존 관계를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의존 관계는 인류에게 사회적 지능의 형태로 나타나 심리의 작동 기제가 바뀌게 되었으며 이는 지구 상에서 인류의 생태적 지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열대 우림을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살펴 보면 직립 보행을 제외하고 인간다움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연종인 침팬지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인간의 선조는 돌맹이가 쓸모있는 도구임을 알았고 모서리를 날카롭게 다듬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인간의 선조를 침팬지와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고 이후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 진화를 이끌어낸 추동력은 바로 ‘친화력’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보다 협력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친화력 덕분에 포식자를 방어하고 사회적 인지에 기댄 생존 방식이라는 독특한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지요.


이로 인해 사회적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그 복잡한 사회적 관계로 인해 상호작용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개체가 세운 전략은 다른 개체에 영향을 받아 행동을 바꾸거나 더 나은 전략을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매우 강력해서 진화압으로 작용한다는 것 역시 저자의 주장입니다. 척박하고 험난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친화력을 가진 개체는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거나 짝짓기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진화적 패배자가 되어 자손을 남기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러한 진화적 패배가 몇 대에 걸쳐 계속되면 사회 구성원 전체는 친화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가진 개체들로만 채워진다는 것입니다. 


친화력으로 인한 상호 의존적 삶을 통해 새로운 감정들이 생겨납니다. 자부심, 죄책감, 수치심 등. 저자는 이를 사회적 감정이자 자의식 감정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체 자체로만 살아갈 수 있는 동물에게는 발견할 수 없는 감정들이지요. 이런 사회적 감정이자 자의식 감정은 결국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했고 집단 속에서의 ‘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결국 인간은 약한 존재였고, 그런 약함을 협력과 친화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단순한 무리를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로 발전시키는데 성공하여 생태적 우위를 확보한 종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인간성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류학이나 진화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오해는 조금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조상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매우 약한 존재였기에 진화적 무기로 협력을 사용해왔고 그로 인해 사회적 동물이 되어 온 것입니다. 최근 비슷한 주제를 다룬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著, 조현욱 譯, 인플루엔셜, 원제 : Humankind: A Hopeful History)”, "공감은 지능이다 (자밀 자키 著, 정지인 譯, 심심, 원제 : The War for Kindness: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우정의 과학 (리디아 덴워스 著, 안기순 譯, 흐름출판, 원제 : Friendship)”와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사회적 동물과 협력, 공감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 책,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을 통해 더욱 그런 생각을 굳건하게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류진화의무기친화력, #친화력, #윌리엄폰히펠, #김정아, #한국경제신문, #책좋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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