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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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간에게 오랜 기간 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연을 극복하고 또 정복하려 하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인간은 얼핏 자연을 압도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시적이며 찰나에 불과합니다.


지금에 와서 점차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성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로 쌓아 올린 문명으로 인해 자연의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고 점차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동안 인간의 문명은 자연을 적대시하고 반목의 관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삶이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말이지요.




인간이 자연과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쩌면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띠(帶)는 혹시 더 이상 이어지지(連) 않는 것은 아닐까요?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페터 블라벤 著, 강영옥 譯, 남효창 監, 더숲, 원제 : Das geheime Band zwischen Mensch und Natur: Erstaunliche Erkenntnisse über die 7 Sinne des Menschen, den Herzschlag der Baume und die Frage, ob Pflanzen ein Bewusstsein haben)”는 이런 의문에 대해 저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연대를 다시 되살려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페터 블라벤 (Peter Wohlleben, 1964~)은 독일 생태 작가이자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중 친화적인 글쓰기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가 저술한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에도 상당수 번역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 상황으로 탄소 제로로도 파국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주장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제 기후 변화에 의한 이상 기후는 일반 대중들도 체감할 정도로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우리는 자연과의 파국적 반목으로 그 끝을 만나게 될까요? 


페터 블라벤은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에서 그렇지 않다고,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띠(帶)는 아직 훼손되지 않았으며 인간과 자연의 벽을 허물어 그 띠를 이어가야(連)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페터 블라벤이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연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친환경적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벌목된 지역에는 새로운 나무가 계속 자라므로 재생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또 한가지 이유는 나무 사용은 탄소 중립적인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무 사용은 탄소 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합니다. 사용하는 나무만으로 보면 그 주장이 맞을 수는 있어도 나뭇잎, 나뭇가지, 열매 등이 부식토의 형태로 토양에 저장되는 것을 감안하면 종합적으로 봤을 때 결코 탄소 중립적인 행위가 될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또한 훼손되지 않은 숲의 경우 사람 손을 탄 숲에 비해 2배의 바이오 매스(생물량 혹은 생체량)를 저장할 수 있으므로 나무가 벌목되면 그 2배의 저장공간이 날아가게 됩니다. 즉 숲과 관련하여 벌목 등의 과정을 거치면 결국 기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문명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대안이 필요한데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저자는 포장을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나무를 바이오 연료 혹은 친환경 재료나 원료로 보지 않고 기후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지만 나무와의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물리학의 인류 원리가 생각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또한 인간만 홀로 자연과 반목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현대 문명의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명은 너무나 과도하게 자연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고 인간 역시 그 방향성대로 흘러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제 지금에 와서는 조금 그 방향성에서 벗어나 나무와 자연이 이야기하는 것에 조금은 귀를 기울여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과자연의비밀연대, #페터볼레벤, #강영옥, #남효창, #더숲, #자연과의화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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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 1 : 수살우체국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2
고타래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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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르소설이 낯선 분들은 그래비티북스를 잘 모르시겠지만 최근 SF 출판붐이 일어나기 전 한국 작가들의 SF를 꾸준하게 출판해주던 고마운 출판사입니다. 이산화, 해도연, 천선란, 심너울, 이경희 같은 훌륭한 작가들의 첫 책들이 바로 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이러한 그래비티북스에서 이번에 “포스트맨 1 – 수살우체국 (고타래 著, 그래비티북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처음 고타래라는 작가의 이름을 봤을 때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낯설었는데 책 날개에 있는 작품 목록을 살펴 보니 김두흠 작가의 새로운 필명이더군요. 하긴 그의 단편에서 몇차례 나온 익숙한 지명들과 우체국 집배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얼른 알아챘어야 했는데 말이죠. 


 

한 남자가 교실에 들어가려는 다른 사내를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원합니다. 그냥 돌아가달라고. 

하지만 어떤 아이를 없애야 한다며 교실에 들어가려는 이 사내는 막무가내입니다. 심지어 칼까지 꺼내 듭니다. 막아 서던 남자는 하릴없이 늑대인간으로 변신을 합니다. 


이제 둘은 본격적으로 대결을 펼칩니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칼을 든 사내에게 전력을 다하지 않습니다. 칼을 든 사내는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납니다.

그러던 중 둘의 대결에 난입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휴니멀들입니다. 나중에 등장한 휴니멀들이 늑대인간과 대치하던 중 칼을 든 사내는 몸을 빼 예의 아이를 죽이려 하고 휴니멀들의 파상 공세에 늑대인간은 치명적 상처를 입고 절규합니다.


자신을 지키려다 목숨이 위험하게 된 늑대인간의 절규를 들은 아이는 뮤턴트의 왕 뱀파이어로 각성하게 되는데…

 



“포스트맨 1”은 프롤로그부터 이렇게 강렬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슈퍼히어로 뮤턴트물인데 절대 전형적인 장르물은 아닙니다. 물론 최근 SF나 판타지 장르 내에서도 크로스오버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장르를 특정짓는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생활 밀착형 어번 판타지 정도 되려나요? 

앞서 프롤로그와 같은 전투장면이 본편에서도 나오지만 1편은 기본적으로 뮤턴트이자 킬러 집배원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입니다. 

‘포스트맨’ 시리즈를 6-7권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은 앞으로 계속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킬러 집배원 이야기가 왜 생활 밀착형이냐구요? 그건 본편 첫 페이지부터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어찌하다보니 그래비티북스에서 출간된 모든 책을 다 읽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맨1, #수살우체국, #고타래, #그래비티북스, #SF어반판타지, #장편슈퍼히어로물, #뮤턴트물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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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
야마노우치 가즈야 지음, 오시연 옮김 / 하이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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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생명(生命), 생물(生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는 합니다. 생명의 사전적 정의는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이고, 생물의 사전적 정의는 ‘영양, 운동, 생장, 증식을 하며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는 물체’입니다.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상호 순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 미생물까지 생물의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virus)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동물, 식물, 세균 따위의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하고, 세포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한 비세포성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바이러스가 생물인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를 가진 핵산과 단백질이나 지방을 가진 미립자인데 유전자의 설계에 의해 단백질을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생물의 가장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인 스스로 생활 현상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서만 생명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인 바이러스를 다룬 책,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야마노우치 가즈야 著, 오시연 譯, 하이픈, 원제 : ウイルスの意味論――生命の定義を超えた存在 )"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야마노우치 가즈야 (山內 一也, 1931~) 박사는 바이러스학 전문가로 바이러스와 관련한 다양한 저술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는 많은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이러스는 놀랄 만큼 많은 종류가 있고 놀랄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언제나 인간에게 불리합니다. 인간이나 가축에게 감염병이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다음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거의 유일하게 인간이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해서입니다. 1980년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해 완전 승리를 선언한 지 한참이 지난 2014년 통제 받지 않은 FDA 실험실의 냉장고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관하는 병을 발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그 병의 천연두 바이러스는 살아있기까지 했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세균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세균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3만년 전부터 동면한 바이러스는 1500나노미터로 대장균의 크기에 육박하는 거대한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크기도 놀랍지만 무려 3만년 동안 살아 있었던 바이러스라 더 놀랍습니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사라질 경우 그곳에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나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불길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인간은 더 많은 세균에 노출되어 많은 감염병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인데 이 말은 세균을 감염시켜 파괴 켜 파괴한다는 의미입니다. 인체에도 세균의 수십 배의 박테리오파지가 존재하는데 이 박테리오파지가 없다면 인체 내 생체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 내성균을 퇴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적조 소멸에 관여하고 심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해양 바이러스, 인간의 유전자에 기생하며 정보로만 존재하는 인간내재성레트로바이러스, 80도 이상의 초고열에서도 배양에 성공할 만큼 고온에 강한 바이러스, 거대 바이러스에 기생하는 위성 바이러스 등 지구 상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바이러스의 세계에 대해 직접 확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조용한공포로다가온바이러스, #야마노우치가즈야, #오시연, #하이픈, #바이러스, #생명의정의를초월한존재,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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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N. 슈워츠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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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드릴 책은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N. 슈워츠 著, 김희봉 譯, 김영사, 원제 : The Last Man Who Knew Everything: The Life and Times of Enrico Fermi, Father of the Nuclear Age)”입니다.


이 책은 엔리코 페르미 (Enrico Fermi, 1901~1954)의 생애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그가 과학사에 남긴 업적과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엔리코 페르미는일반적으로 이론과 실험 한 쪽에 치우치게 마련인 현대 물리학계에서는 드물게   양 쪽 모두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유명한 페르마 (Pierre de Fermat, 1607~1665)와도 혼동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가 이룬 업적에 비해 대중에게는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자 역시 엔리코 페르미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심지어 잊혀져 간다는 생각에 그의 전기를 쓰기로 마음 먹고 4년 여에 걸쳐서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등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조사하고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여 이 책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엔리코 페르미. 

그는 현대 물리학의 체계를 만든 거인 중 한 사람으로 세계 최초의 핵반응로 (시카고파일 1호)를 개발하였고 원자력 시대의 설계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페르미 – 디렉 통계’, 

‘페르미 상호작용’, 

‘페르미 방정식’,  

‘페르미의 추정’, 

‘페르미의 역설’, 

‘엔리코 페르미 원자력발전소’,  

‘엔리코 페르미 연구소’, 

‘페르미 국립 가속기연구소’, 

‘엔리코 페르미 상’,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 

‘페르뮴’ 등


이렇게 구석 구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놓았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이름이 친숙한 이휘소 박사 (Benjamin Whisoh Lee, 1935~1977)가 바로 앞서 언급한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이론물리학 부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는 스스로가 탁월한 물리학자로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뛰어나 그의 제자들 중 노벨상 수상자가 에밀리오 세그레(Emilio Gino Segrè, 1905~1989), 오언 체임벌린 (Owen Chamberlain, 1920~2006),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 1929~2019), 리정다오(李政道, Tsung-Dao Lee, 1926~ ), 양전닝(杨振宁, Chen-Ning Franklin Yang, 1922~ ) 등 6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엔리코 페르미의 업적 중 중성미자의 존재를 예측하고 입자 모형을 정립한 것이 있는데 이후 맬빈 슈워츠(Melvin Schwartz, 1932~2006)는 엔리코 페르미가 정립한 중성미자와 관련한 연구를 통해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N. 슈워츠입니다. 이 에피소드가 재미있는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또다른 엔리코 페르미 평전인 “엔리코 페르미 평전 (지노 세그레, 베티나 호엘린 共著,배지은 譯, 반니, 원제 : The Pope Of Physics)”의 저자 역시 페르미 제자 중 하나였던 에밀리오 세그레의 조카라는 점입니다. 또한 두 평전 사이에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부제가 각각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물리학의 교황’으로 페르미에게 극상의 상찬을 바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번역본에서는 부제로 붙었지만 둘 다 원제에서는 제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최고의 상찬은 전기 작가가 만들어서 붙인 게 아니라 당시 동료 학자들이 인정했던 표현이라고 하니 엔리코 페르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위대한 과학자의 평전을 읽다 보면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기도 하고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 업적을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현대 과학 체계를 정립하고 발전하는 현장을 간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600페이지 가까운,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차근 차근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대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말 : 엔리코 페르미가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바로 유대인이었던 부인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그가 아내에게 맥스웰 방정식을 가르치려 했다는 대목에서 그와 아내의 부부싸움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그의 교육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일화이기도 해서 정말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엔리코페르미, #모든것을알았던마지막사람, #데이비드N슈워츠, #김희봉,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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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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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싸이’가 빌보드 차트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이 세계를 휩쓸고 이제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하였습니다. 


우리는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지속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시적이며 변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임을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러한 컨텐츠들이 점차 쌓이게 되면서 이제 한류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K-culture라 불리우는 한류에 대해 한 번쯤 아카이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마침 “한류의 역사 (강준만 著, 인물과사상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한 때 정치평론으로 명성이 자자하였습니다. 특히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 등 시리즈는 당대 인물 비평 중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 비평저널을 창간하여 우리나라 현대사의 획을 그은 인물과 정치, 문화 비평에 대한 장을 엽니다. ‘인물과 사상’은 한국일보에서 선정한 ‘우리 시대의 명저’에도 선정되기 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후 언제인가부터 정치 평론보다는 문화 비평 중심으로 평론의 방향을 선회하였지만 여전히 핵심을 찌르는 주제의식은 날카롭게 살아 있습니다. 작가로서도 근 300여 권 가까운 저작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한류’라는 현상에 대한 역사를 아카이빙함과 동시에 문화 비평서를 출간한 것입니다.


강준만 교수는 한류의 토대를 미군 댄스홀, 미 8군쇼, AFKN 등 외국의 문화가 수입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후발자의 이익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좁디 좁은 문화 생활을 누리던 한국인들이 엄혹한 틈바구니를 뚫고 새어 나온 문화의 향취로 인해 조금씩 성숙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 김 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최초의 걸그룹이자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었습니다. 김 시스터즈의 아버지는 유명한 작곡가인 김해송이며, 어머니는 바로 이난영이었습니다. 김해송씨는 어린 딸들에게 혹독한 음악 훈련을 시켰고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사실 김 시스터즈가 미국으로 진출하기 전 데뷔했던 무대는 바로 미8군 쇼였는데 한국 연예인들이 이러한 쇼를 통해 당시 한국수출 총액과 맞먹는 연간 120만 달러 정도를 벌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8군 쇼를 통해 음악적 실력을 인정받은 음악인들이 점차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일반 무대에도 진출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한류의 시작이자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 조금씩 싹을 틔어 오다 한일 문화 교류,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1999년 2인조 그룹 ‘클론’과 2000년 초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은 공항에 열성 팬들이 몰려와 문이 부서지고 군중 통제를 위해 군대까지 동원되는 등 그야말로 난리였다고 합니다. 숙소는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접근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었으며 공연장은 당시 영하 13도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도 합니다. 당시 공연에 대해 중국의 각 일간지는 ‘H.O.T가 궁런체육관을 불사르다’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현상을 보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러한 현상에 무관심하거나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만 인식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한류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나라 대중이나 기업들이 인식하게 된 계기는 바로 ‘겨울연가’였습니다. 당시 우리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 일본에서 ‘겨울연가’는 그 동안 미풍에 불과했던 한류를 열풍으로 바꾸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3주간 방송을 일시 중단한 적이 있는데 항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천 통씩 올 정도로 열광적이었다고 NHK측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겨울연가’를 통해 불기 시작한 열풍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을 통해 다시 일본의 10대부터 30대까지 다시 불어 닥치고 있다고 하니 한류의 저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부터 한류는 3-5년이면 끝이 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류는 살아있고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 할 문화 콘텐츠로 거듭 났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그런 외형적인 성장에만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분명하게 짚고 있는 군사주의적인 스파트타 훈련, 갑의 횡포와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외주 제작사 문제, 저조한 독서 문화, 한 맺힌 듯한 최초, 최고주의 등 한류의 그늘들이 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한류는 이제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내부의 성찰을 통해 실질적인 부분까지 부러워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자랑스러운 한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한류의 역사”는 그 동안의 축적되어 온 한류를 모두 다루다 보니 700여 페이지의 두께라는 물리적인 무게로 그 역사를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대중문화를 다루고 있다 보니 생각보다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흥미로운 아티클 하나 씩 따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덧 붙이는 글 : 김 시스터즈에 대해서는 김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에 김민자씨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과 이야기들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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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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