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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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일정 수준의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연속성을 가진 개인의 존재 혹은 본질에 대한인식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개인의 의식 뿐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까지 포괄하므로 철저하게 주관적이며 개인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성 정체성은 겉으로 나타나는 신체의 특징으로 인해 주관적이어야만 하는 정체성을 일정 부분 사회적으로 용인 받아와야 했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했고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알고자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남자에 대해, 남자의 근육에 대해, 남자들의 비속어에 대해, 남자들의 털에 대해 연구하였지만 그 답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답은 사회가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은 그 답을 알아내고 “토마스”라는 남자가 되어 갑니다.


“맨 얼라이브” (토마스 페이지 맥비 著, 북트리거)는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여성의 남성이 되어가는 고백입니다. 저자는 자칫 감정이 넘쳐흐를 수도 있는 본인의 이야기를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주듯 절제된 문체로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쉽지 않은 주제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쉽게 읽힙니다. 더구나 마침 정체성이라는 소재를 유사하게 다룬 “다크룸”을 읽고 본 작품을 읽고난 이후 본 작품을 읽게 되어 의도하지 않게 여러 측면에서 비교해가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누구의 자식이든, 내 몸은 내 것이다.” 


“남자를 살아낸” 저자의 이 대사가 이 책의 주제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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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려 줄게 - 그리운 ‘너’를 그리기 위한 100번의 드로잉 리허설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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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랑하는 아내,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사진 찍기는 예전에 비해 요즘은 모바일로 쉽게 찍을 수 있죠. 하지만 그림은 사진과는 다른 맛이 있죠. 더구나 찰칵하는 순간에 내 스마트폰에 바로 나타나는 사진과 다르게 그림은 그것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세히 살펴봐야 하고, 또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충분히 들어가야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죠. 사랑하는 사람을 아주 곰곰히 살펴 봤던 적이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그런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시간과 노력만은 아니라 그림 실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관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것 말이지요.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읽게 된 “너를 그려줄게” (김충원 著, 진선아트북)는 “그리운 ‘너’를 그리기 위한 100번의 드로잉 리허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 주고 연습할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의 얼굴 구조는 사실 거의 비슷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기본 구조를 이해하면 쉬울 수도 있어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소질이란 것은 연습하지 않는 사람이 쉽게 내뱉는 핑계와 같고 연습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줍니다. 특히 페이스 드로잉은 상대방을 앞에 두고 그리는 행위인지라 소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너를 그려줄게’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라고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페이스 드로잉에서의 흔한 실수나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기 위해 머리의 둥글고 길쭉한 모양, 눈의 크기, 코가 아닌 눈이 얼굴의 중심, 생각보다 긴 귀와 굵은 목 등에 대한 10가지 조언과 얼굴의 윤곽선과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 (눈, 눈썹, 코, 입, 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 설명을 보고 나서야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사실은 낙서 수준…)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 드로잉을 잘하게 될까요? 네, 아닙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연습이지요. 이 책은 그런 연습에 필요한 윤곽선 드로잉, 기본 스케치, 그리고 각종 연령대의 사람 얼굴을 어떻게 그리는 것까지 수많은 예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좀더 잘 그릴 때까지 많은 시간관 연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연습을 위해서 이 책은 소중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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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Philos Feminism 6
수전 팔루디 지음, 손희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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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미니즘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제 짧은 견식으로 ‘페미니즘’은 성(gender)에 따른 고정관념과 오해를 벗어나기 위한 사상적 체계와 운동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수천년 동안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의 권리는 남성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야만적 상황에 놓여 있었고, 문명이 발달에 따른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페미니즘에는 얼마 되지도 않는 자신의 기득권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반대편 성의 감정적 반응에 의한 반동의 움직임이 당연하게도 따라붙습니다. 이에 대해 수전 팔루디는 반격 (백래시, backlash)라 명명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반동은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주제로 “Backlash(1991)”라는 책을 쓴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2017년에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황성원 譯, 손희정 解, 아르테, 2017)로 번역 출간된 작품입니다. 


최근 수전 팔루디의 새로운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손희정 譯, 아르테, 2020) (원제 : In the Darkroom, 2016)이 바로 그책입니다. 이 책은 수전 팔루디가 “거의 모른다고 해도 무방한”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은 저자의 아버지이자 한 때 스티븐이었던 스테파니입니다. 스테파니는 헝가리계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면서 70대의 나이에 본인의 성정체성을 바꾼 사람입니다. 스테파니는 “공격적인 마초맨을 가장”했던 덕에 가족과 사이가 소원해졌고 저자와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스테파니라는 본인의 “진짜” 모습을 찾아내고 딸인 저자에게 연락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새롭게 알게 된 여자로서의 아버지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며 여성성을 숨겨온 아들이고 남편이었으며, 헝가리인으로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으며 전문 사진작가로 살아오면서 숱하게 변화와 변신을 해온 아버지의 과거와 궁극적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 마침내 변신을 마무리한 아버지의 현재를 탐구하게 됩니다. 탐구가 끝나고 저자가 책의 초고를 마친 후 스테파니에게 보여줬을 때 스테파니는 “좋구나, 나보다 네가 내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 것 같네”라는 말을 합니다. 수전은 자신의 아버지와 협업을 통해 화해의 과정을 거쳤고 그 말로 인해 비로소 화해에 이르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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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험한 과학책 - 지구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허를 찌르는 일상 속 과학 원리들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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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질 때 우산이 낙하산 역할을 해줄까? 얼마나 빨리 달리면 물 위를 걷거나 뛸 수 있을까? 답은 알 수 없어도 이런 상상만으로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상상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위험한 과학책(랜들 먼로 著, 시공사)”이었습니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야구를 보면서 빠른 볼을 보면 광속구라고 하지만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무슨 파멸적인 상황이 벌어지는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점프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등 괴상하고 해괴한 상상에 대한 과학적 답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했던 엉뚱한 상상은 단지 상상이었던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답변이 가능한 질문이었음을 깨달았죠. 그렇게 랜들 먼로는 저에게 유쾌하면서도 기발한 인사이트를 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 대한 후속작은 없을거라 지레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괴상하고 해괴한 질문은 “위험한 과학책”에서 모두 나와버려 더 이상 질문거리가 없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著, 시공사)이라는 문구를 봤을 때 후속작이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지도 좀 다르고 “더”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번역하신 분도 이강환 박사님으로 바뀌었네요. 그래요, 바로 후속작이 출간된거죠.

 괴상하고 해괴하지만 누구나 한번씩은 떠올려 봄직한 상상에 대한 과학적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전작 “What if”과는 다르게 “더 위험한 과학책”은  한번씩은 떠올려 봄직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네 맞습니다. 네, 이번 작품은 “How to”입니다. 성층권까지 뛰어오르는 법이라던가, 강물을 끓이는 방법, 우주의 끝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 등을 말이지요.

오랜만에 만난 랜들 먼로는 역시 유쾌하면서도 괴상망측했습니다



Ps. 사실 “더 위험한 과학책”의 원제(How To: Absurd Scientific Advice for Common Real-World Problems)는 “위험한 과학책”의 원제(What If? Serious Scientific Answers to Absurd Hypothetical Questions)와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 위주의 전작과는 달리 기상천외한 방법에 대한 설명 위주라 후속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재미는 용호상박, 난형난제입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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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 달러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 경제의 작동원리
다르시니 데이비드 지음, 박선령 옮김 / 센시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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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정의는 “경제 활동 및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입니다. 이 뜻을 더 정확히 알려면 경제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의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나 용역의 생산, 분배, 소비 등과 같은 행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현상을 뜻합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경제’는 학문으로 연구하기 매우 까다로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상호 작용하는 변수가 너무나 다양하고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실제 삶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므로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의 실험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변수를 “무시” (통제가 아닌)함으로써 줄이고 이론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경제활동의 주체가 ‘인간’ 혹은 ‘인간의 집단’이다 보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 이론은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고 이론을 전개하죠.) 이래서 많은 경제학 이론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도 못하구요.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경제학도 학문이다 보니 나름의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거시 경제의 틀로 가게 되면 이론 체계가 상당히 정확성을 가지게 됩니다. 즉, 경제학이 학문의 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실에의 영향력도 실질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현대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개인의 경제활동과 그 개인이 속한 지역, 국가의 경제활동이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르시나 데이비드 著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은 경제학 중 국제 경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미국의 텍사스에서 출발한 1달러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다시 신흥 공업국인 나이지리아로, 원시와 첨단이 공존하는 인도로, 검은 황금이라 불리우는 석유의 이라크로, 합법과 탈법이 공존하는 러시아로, 포용주의를 실험하는 독일로, 세계 금융의 심장이라 불리우는 런던의 영국으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통해 경제학 이론, 국제 경제 질서의 역사, 각 지역별 경제 현실 등을 명쾌하면서 흥미로운 문장으로 설명해줍니다. 이 책의 원제(The Almighty Dollar: Follow the Incredible Journey of a Single Dollar to See How the Global Economy Really Works)처럼 기축 통화 중 가장 강력한 달러화를 통해, 그 흐름으로 세계 경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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