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들의 수첩 - 수학이 여자의 것이었을 때
이다솔 지음, 갈로아 그림 / 들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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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로아 작가의 전작인 오디세이(레진코믹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한빛비즈),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한빛비즈)를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신간 “숙녀들의 수첩”을 읽지 않고 넘어갈 재간이 없었습니다. 다만 청소년 대상의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이었던 까닭에 전작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의 깊이에 비해 다소 얕은 내용일 것이라 지레 오해하였습니다.  하지만 본 작의 두 주인공 마리아 아녜시와 숙녀들의 수첩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에 섣부른 저의 오해가 부끄러웠습니다. 역시 갈로아 작가의 덕력은 하늘과 땅을 덮을 만큼 높고도 넓군요. 

 또한 뒷담 코너를 담당하신 이다솔 기자님의 글에서 배운 바도 굉장히 많습니다. 18세기 여성에 대한 차별이 21세기에도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의 변화나 혁신은 어찌나 더딘지 실감했으며, 남녀의 능력 차이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고정관념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며 남녀간의 성차가 차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본서의 주제의식에 십분 동감하였습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려고 했던 작품이었지만 고민해야할 화두를 많이 던져준 독서였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ps. 다만 오탈자 좀 어떻게 안될까요?


문재나 혜왕성까지는 어떻게 넘어간다 치더라도 1941년은 치명적이었습니다. ^^


ps. 차기작 "만화로 배우는 생명의 역사"를 준비 중이라 들었는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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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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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중과학서는 적당히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야 하죠. 적당히 어렵다는 말은 독자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지식의 경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새로운 지식이나 관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너무 멀어버리면 이해가 안되거나 지레 포기해 버리기 때문에, 경계 안쪽으로 들어와 버린다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관점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의미가 줄어들지요. 독자의 지식 층위는 굉장히 그 폭이 넓어서 '적당히 어렵다'라는 요건을 맞추기에 굉장히 까다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재미까지 있어야 한다니요. 전문가들의 글쓰기는 재미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이지요. 카를로 로벨리는 전작인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서 만나본 적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에 대한 개론 강의를 모아 놓은 책이었는데 '나'에게는 좋은 과학대중서의 요건에 부합한 책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물리학의 눈으로 본 ‘시간’에 대한 개론서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당연하게도 현대 물리학에서는 부정된다고 합니다. 시간은 유일하지도, 흐름의 방향이 있지도 않는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양자 단계에서의 시간은 연속적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우주의 시간 구조는 수많은 광원뿔로 이루어져 과거의 연속적 시간 층위와는 전혀 다르다고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1, 2부의 내용입니다. 억지로 이해하는 척하면서 넘어왔지만 이런 노력도 3부 시간의 원천에서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제가 배움이 아직 부족한 탓인지 3부를 읽는 내내 눈으로 글은 읽고 있지만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겪어보는 한 페이지 넘기기 어려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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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
코트니 서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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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대상이 된 한 소녀와 그녀를 위해 복수의 길을 선택한 자매. 아마존이나 굿 리즈에서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YA 미스터리물의 수작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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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 은유, 기계, 미스터리의 역사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사이언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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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사람 몸 곳곳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인체의 기관입니다. 보통 죽음은 이 심장이 멈추는 것으로 비유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입니다. 과거에는 감정을 느끼는 곳으로 오해하기도 했지요. (이건 사랑을 해보면 뇌가 아닌 심장을 감정의 중추로 오해했는지 알 수 있죠 ^^) 하지만 학창시절 심장에 대해 잠깐 배운 것을 제외하고는 그 중요한 심장에 대해 자세히 나온 책을 읽어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마침 ‘심장 - 은유, 기계, 미스터리의 역사’ (샌디프 자우하르 著, 서정아 譯, 글항아리사이언스, Heart: A History)의 신간 이벤트에 응모하여 운좋게 읽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자인 샌디프 자우하르 (Sandeep Jauhar)는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현직 심장내과의로 ‘심장’은 그의 세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본인의 심장 이상 (관상동맥 석회화)과 심장 마비로 인한 친할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꺼냅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무려 16만킬로미터(지구를 4바퀴를 감을 수 있는 길이)에 달하는 혈관에 평생동안 30억번의 펌프질을 하여 혈액을 공급함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움직이는 엔진인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삶과 죽음을 부여함과 동시에 다양한 의미와 역사를 가진 심장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현직 심장내과의 만이 쓸 수 있는 각종 case에다 그에 머무르지 않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개인의 경험과 풍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습니다. 이 책을 통해 심장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의학의 발전사까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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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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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매우 크게 오해했습니다. 전통 민담 + 판타지라는 기본 소개만 보고 해님 달님 이야기를 패러디한 이야기를 경쾌한 문체로 전개할 것이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요?) 하지만 ‘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著, 황금가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다소 어두운 소설입니다.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벼운 민담 패러디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모현의 희망과 회현의 한을 뒤섞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장아미 작가의 세련된 솜씨에 읽는 내내 모현을 응원하면서도 회현을 차마 미워하지 못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책을 읽어 나갔고 그리 짧은 분량의 소설은 결코 아니지만 길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였습니다. 또한 홍옥의 진중함과 명의 경쾌함 등은 긴장된 독서를 다소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어 너무 무겁지만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등 작가의 노련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에게 맞지 않고 겉돌거나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설정의 장르 소설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정말 우리 것이라 생각할 만한 소재와 설정의 소설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 혹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촌스러운 구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장르 문학이 진정으로 우리 문학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러한 현상은 최근 한국 장르문학계에 어디에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은 멋진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나타나는 원인의 하나도 그동안 우리 것이 되어가는 ‘축적의 시간’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생각할 바가 많겠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책들이 많아 행복하고 좋은 작가들의 신간을 기다리는 마음에 또 행복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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