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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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著, 강동혁 譯, 아르테, 원제 : Elatsoe )”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달시 리틀 배저 (Darcie Little Badger)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아파치족의 후예로 알려져 있으며 과학자이자 작가로 활동 중에 있는 분이지요. 이번에 읽은 “엘랏소에”는 그간 단편 위주의 활동을 하던 작가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어놓은 장편소설입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종족적인 정체성 뿐만 아니라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이 모두 드러난 세계를 그려내는데 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세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세상. 그 세상을 통해 이야기가 허락된 범위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작중 주인공인 엘리는 작가의 경력에 비추어 보면 작가의 아바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작중 엘리의 이야기는 바로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치환하여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작가의 작품 목록을 보다 보면 토착적인 세계관에 세상과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학적 경향성을 토착미래주의 (Indigenous Futurisms)라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아프리카계 작가들이 이러한 문학 사조를 형성해왔고, 그 동안 아프리카계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보통 아메리카 원주민계 작가들은 현실의 비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실주의적 작품 위주로 만나보곤 했는데 현실과 판타지를 결합한 매력적인 세계관을 그려낸 달시 리틀 배저 덕분에 독특한 문학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작품이었기에 ‘21년 로커스상 최고의 데뷔 장편소설상을 수상했겠지요. 


이후 작가가 장편 소설 하나 (“A Snake Falls to Earth”)를 더 발표했던데 빠른 국내 번역 출판을 기대해봅니다.


#엘랏소에 #강동혁 #달시리틀배저 #아르테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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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음, 양진성 옮김 / 프리렉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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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에 갇힌 뇌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감각’ 뿐입니다. 만약 이 감각이 없다면 뇌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결국 뇌를 가진 생명체가 외부와 소통하고 생명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감각이라는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인간 역시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나’를 나로 인식하는 것 역시 뇌와 감각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그 감각을 신뢰해야 할까요?  



“감각의 거짓말 (기 레슈차이너 著, 양진성 譯, 프리랙, 원제 : The Man Who Tasted Words: A Neurologist Explores the Strange and Startling World of Our Senses)”에서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통증’이라는 감각은 얼핏 생명체에게 불필요한 감각처럼 보입니다. 너무 큰 통증은 언제나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상처에는 통증이 수반되고, 큰 상처에는 큰 통증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 연상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연구 끝에 밝혀 낸 사실은 통증이라는 감각이 정신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제2차세게대전 당시 통증에 대해 연구한 헨리 K. 비처라는 의사가 있습니다. 육군 마취의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병사들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썼는데 끔찍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이 의외로 통증을 느끼지 않거나 큰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즉, 통증 정도가 부상 정도 뿐 아니라 다른 요인이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지요. 배가 아플 때 배를 살살 문지르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복통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현상은 정신 상태가 통증을 경험하는 데 영향을 실제로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입니다.  





인간을 하나의 계(界)로 본다면 외부의 자극을 입력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감각의 오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듣고 본 것이 가진 신뢰성의 강력함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감각은 오류를 일으키고 많은 경우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지요. 감각 말단 기관은 인간의 인식 체계를 구성하는 시작점이자 첫 단계입니다. 이러한 감각 말단 기관이 일으키는 오류는 현실과의 불일치를 일으켜 혼란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에 온전히 의존하는 감각은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이 말은 사람마다 구축한 인식의 체계가 현실과의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감각은 언제나 거짓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거짓말은 온전히 감각 체계에 의존하여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우리는 절대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람과 사람의 인식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새롭고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저자인 기 레슈차이너 (Guy Leschziner)는 신경과 전문의이자 뇌전증, 수면장애, 하지불안 증후군 등을 연구하는 연구자라고 합니다. 특히 그는 감각과 뇌, 그리고 수면에 대한 대중과학서적을 집필하여 대중에게 의학지식을 전파하고 있기도 하다고 합니다. 




#감각의거짓말 #프리랙 #기레슈차이너 #양진성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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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뱀 메소드 안전가옥 오리지널 22
정이담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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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뱀 (相思蛇). 욕망을 이루지 못한 전생을 그리워하는 환생체인 전설 상에 존재하는 뱀. 하지만 끝내 그 욕망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을 비참하게 맞이하는 존재.

아마도 상사뱀은 욕망이 앞서기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로 인해 파멸하는 존재.


여기 그 상사뱀을 닮은 여자가 있습니다. 뱀은 마침 그녀의 삶의 처음부터 함께 했기에 뱀과 닮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뱀이었을지 모릅니다.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뱀인 존재, 상사뱀. 


압니다. 그녀가 마침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가 가는 그 끝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상사뱀 메소드 (정이담 著, 안전가옥)”를 읽었습니다.




정이담 작가는 “괴물 장미 (황금가지)”, ”불온한 파랑 (황금가지)”, ”순백의 비명 (아작)”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로맨스, 호러, SF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 넓은 문학적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담 작가의 작품에는 일관성 있는 소재가 등장합니다. 바로 퀴어적 소재입니다. 

이번에 읽은 “상사뱀 메소드” 역시 이 소재를 중요한 사건의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작가가 연대의 소재로 활용했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파멸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설 전체적인 느낌은 “괴물 장미”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또 다릅니다.

전작의 그것이 구원적 서사였다면 파멸의 서사를 다루기 때문일까요? 


어찌 되었건 언제나 멈춰있지 않고 항상 유동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에게 경이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도 굉장히 만족하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상사뱀메소드 #정이담 #안전가옥 #몽실서평단 #몽실북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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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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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드 (니타 프로스 著, 노진선 譯, 마시멜로, 원제 : The Maid)”를 읽었습니다.


내가 청소를 마치면 당신의 방은 새 방 같아진다.


 당신이 남긴 먼지와 때는 망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방은 마치 아무도 머무른 적이 없는 듯 하다. 당신의 오물과 거짓, 기만이 모두 지워진 듯하다.


‘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나는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당신은 나에 대해 뭘 아는가?



이 책은 미스터리&스릴러에 속하는 장르 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데 꽤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클래시컬한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에서나 느낄 수 있는 풍미가 느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고전적인 기법이나 트릭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재해석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끌어올린 작품이기 때문에 낡은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저자는 니타 프로스 (Nita Prose)로 이 작품, “메이드”가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이 작품으로 굿리더초이스어워드에서 최고 미스터리 장편소설상을 수상하고 곧 영상화된다고도 하니 데뷔작으로는 보기 드문 큰 성공을 거두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그칠 작가가 아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고전적인 미스터리 기법을 제대로 활용한 미스터리 작품을 최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100년이 넘어가는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법과 트릭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음을 니타 프로스는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다음 작품도 또한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드 #니타프로스 #노진선 #마시멜로 #문화충전 #문화충전200

 



※ 본 포스팅은 네이퍼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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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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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맞은 뇌 (대니얼 샥터 著, 홍보람 譯, 인물과사상사, 원제 : The Seven Sins of Memory Updated Edition: How the Mind Forgets and Remembers )”를 읽었습니다. 2006년 한숭출판사에서 “기억의 일곱가지 죄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버전은 2021년 출간된 업데이트 에디션을 번역한 책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기억에 의존하고 살아갑니다. 법정에서도 기억에 의한 증언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소멸되고 왜곡될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우리는 이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왜곡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기억이 일으키는 오류를 7가지로 분류하고 그와 관련한 임상례, 문화적 증거와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소멸은 언제나 일어납니다. 개인적으로도 일어나고 집단에서도 일어나지요.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책에서 제시합니다. 

O.J. 심슨 케이스를 기억하시나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NFL 슈퍼스타였습니다. 아내를 살인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고 모든 증거들이 그가 살인자임을 말해주었지만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재판에서의 무죄 평결은 하나의 사건이 되었고,  1995년 당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소멸하게 마련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평결 이후 불과 5개월 후에 절반의 대학생 정도만이 판결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해냈으며 3년이 흘렀을 때는 그 비중이 3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를 증명한 것은 헤르만 에빙하우스라는 철학자이며 시간에 따라 기억이 소멸하는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라고 합니다.


좋습니다. 기억이 소멸되고 점차 잊어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기억은 또한 왜곡되기도 합니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순간이 과거의 경험과 똑같다고 느끼는 확신과 그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날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착각하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곤 하는 데자뷔 역시 기억 혼란 혹은 기억 왜곡의 현상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현상이나, 기억의 오귀인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기억은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의 오류는 사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다소 불편한 점은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기억의 오류는 진화의 산물이며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즉, 과거의 경험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경험을 창조해내는 기억, 뇌의 능력은 새로운 상황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가설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기억의 오류로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역시 인류가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관점이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자인 대니얼 샥터(Daniel L. Schacter)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억 왜곡의 뇌 기제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기억, 기억 왜곡과 관련한 대중서적도 상당 수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둑맞은뇌 #대니얼샥터 #홍보람 #인물과사상사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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