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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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때 변방에 불과했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당당히 선진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설립 이래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은 나라가 되었지요. 한국은 개도국에 해당하는 A그룹에 포함되었지만 2022년 B그룹으로 변경되었는데 이는 A그룹에서 B그룹으로, 즉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된 건 한국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GDP 규모로 보더라도 세계 10위 권에 위치하고 있으니 경제 규모로만 보면 진작 선진국의 지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전무후무한 국가라는 점은 매우 특기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년까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높아진 위상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이 그동안 누려온 고도성장에 힘입은 바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은 이제 꺼져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서가명강 시리즈의 새 책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박상인 著, 21세기북스)”은 대한민국의 경제 혁신을 가로 막는 것은 무엇이고, 향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환 모멘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제언을 담은 책입니다. 


박상인 교수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은 그 동안 정부 주도, 재벌 주도의 경제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재벌은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정의롭지 못한 집단이라는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갑질, 사익 편취, 배임이나 횡령, 정경 유착 등 사회적 재생산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재벌 문제는 스캔들 수준으로 단순화하여서는 안되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접근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재벌 개혁 없이는 경제 구조의 혁신이 일어날 수 없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지속 불가능성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경제 위기와 경제 퇴행의 근본적 원인을 낙후된 재벌 시스템이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슘페터주의 성장이론입니다. 조지프 슘페터의 이론을 발전시킨 이 이론은 고전적인 성장이론과 대비되는 이론으로 새로운 기술, 제품 등 혁신성이 기득권자들을 대체하면서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자는 일본의 장기 침체의 이유를 바로 슘페터주의 성장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하면서 우리 역시 이러한 오류에 빠질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경제력 집중은 기득권을 탄생시키고, 공고해진 경제적 기득권자들은 경제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사례와 이론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저해 요인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정책적 제언까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이 제공해준 것 같습니다. 





#지속불가능대한민국 #박상인 #21세기북스 #서가명가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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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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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심코 인종 (人種, ra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인류는 지구상 모두 하나의 생물학적 종(biological species)일 뿐 별도로 종을 구분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이 말은 개체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종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전적인 차이는 크지 않은 단일종이라는 의미입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과거에는 다른 인류종들이 존재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근연종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종이라는 신화 (로버트 월드 서스먼 著, 김승진 譯, 지와사랑, 원제 : The Myth of Race: The Troubling Persistence of an Unscientific Idea )”는 역사를 통해 인종과 인종주의에 대해 통찰하고, 그 안에 숨은 정치적 함의와 더불어 비과학성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표지는 참 독특합니다.

‘1950년에 유네스코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종에 속하며, ‘인종’은 생물학적 실재가 아니라 신화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는 설명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 등 인종과 관련한 반인륜적인 범죄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종이란 개념은 생물학적 실재가 아니라 문화적, 정치적 구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외피를 걸치고 마치 과학적 분류인 양 사람들을 속여왔습니다. 그 동안 많은 정치세력들이 골상학이나 우생학 같은 사이비 과학을 동원하여 인종이라는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그 뿌리는 BLM 운동이나 미국에서 일어난 동양인 혐오 정서와 같이 최근까지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혐오와 차별의 근거로 삼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인종 구분이 쉽게 되지 않는 유사한 피부색을 가진 타 문화권 사람들에게도 쉽게 전이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에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일본인들은 어떻고, 중국인들은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양반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영호남을 나누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람을 나누어 차별하는 근거 없음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인종이라는 개념의 허망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신화(myth)에 불과한 인종이 과학적 실재성을 지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나 서유럽인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비판합니다. 인종이 실재한다는 믿음, 이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신념 체계 안에 뿌리 박혀 있음이 틀림 없습니다. 세계관의 일부가 되어버려 그에 반대되는 증거를 아무리 들이대도 증거를 의심하지 자신의 세계관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인종이라는 개념과 인종주의가 사회 곳곳, 일상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진단합니다. 직장이나 직업, 상호작용하는 대상, 각종 사회 시스템 모든 것이 ‘인종’에 의해 영향 받으며 모든 개개인은 인종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학습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핵심은 어떤 인종은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다고 은연 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배운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미국이나 서유럽의 사례를 들어왔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인종 문제, 차별, 혐오는 특정 문화권 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이 책을 통해 인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고, 어떻게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그 허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인종이라는신화 #로버트월드서스먼 #김승연 #지와사랑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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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 개정판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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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著, 이유경 譯, 처음북스)”는 상대성 이론에 대해 수학적 접근은 최대한 지양하고 사례와 원리 위주로 설명하고 있는 입문서입니다.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이 인간의 일반적인 직관이나 상식에 어긋나므로 아무리 쉽게 접근한다 하더라도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우주와 자연은 인간의 직관과는 다른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과학자들을 포함한 인간은 그 동안 이런 우주와 자연에 대한 오해하여 왔고 이런 오해를 조금씩 벗겨낸 것은 불과 100여년 남짓 시간이 지나왔을 뿐이지요.



인간의 직관에 위배되는 이론이라 해서 실제 생활에 사용되지 않는다거나 잘못된 이론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언제나 도움을 받는 GPS는 바로 이러한 상대성 이론을 기술로 구현한 것입니다. 또한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스크린으로 강착 원반이 압도적인 거대질량 블랙홀 가르강튀아 (Gargantua)를 눈으로 목도한 적도 있지요.


중력파가 실재함에 대한 최초의 직접 증거 역시 2015년 년 라이고 (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를 통해 확인하기도 하였으며 M87 처녀자리A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거대질량 블랙홀을 실제로 촬영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 이후의 과학은 어쩌면 상대성 이론을 증거하는 관측의 역사일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은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과학적 업적을 다른 과학자가 그 위에 조금씩 덧붙여 쌓아 올린 학문입니다. 그렇기에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본 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역시 인류가 가진 최고의 천재이긴 하지만 그 이전의 과학적 업적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을 통해 지금 바라보고 있는 우주의 비밀을 엿볼 수 없었을 지 모릅니다.





직관과 상식에 벗어난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 서적을 읽을 때 과학을 전공한 분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바로 그들은 그런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수학이죠. 그러므로 과학 작가가 상대성 원리를 설명하면서 수학적 접근을 지양한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도구를 포기하고 대중을 이해시키려는 무모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프리 베네트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그는 매력적인 천체 중 하나인 블랙홀을 통해 궤도 운동, 도플러 효과, 시간 지연 등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설명을 모두 해내면서 독자의 흥미를 붙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면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들을 콕콕 집어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통합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이자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를 통해 우리가 우주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줍니다. 제프리 베네트는 이 책에서 증거가 확보된 엄밀한 과학적 사실 위주로 설명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2013년 과학커뮤니케이션상 수상자라고 하더니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우주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성이론이란무엇인가 #제프리베네트 #이유경 #처음북스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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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 역사 -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사카모토 다쓰야 지음, 최연희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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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인’으로 지금을 살아갑니다. 현대인이라 함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근대 이후의 사회 사상을 체화하여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요. 만약 타임 슬립이 가능해서 지금의 현대인이 불과 2~300여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간다고 하면 지식의 차이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사고방식 자체가 다를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홉스, 루소, 베이컨, 아담 스미스, 베버, 맑스의 사상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사회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현대인에게는 그들의 사상이 체화되어 녹아 들어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틀’로서 사회 사상의 역사를 한번 되짚어 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 “사회사상의 역사 (사카모토 다쓰야 著, 최연희 譯, 교유서가, 원제 : 社会思想の歴史)”는 바로 지금 우리가 체화하고 있는 사회사상의 흐름을 통사적으로 되짚어 보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상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공화제론, 루터와 칼뱅의 종교개혁, 사회계약사상, 계몽사상,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공리주의, 시민사회론, 맑스의 자본론, 문명사회론 등을 거쳐 현대의 리버럴리즘까지 매우 광범위하지만 각 시대의 주류 사상들의 문제의식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자도 이야기하듯이 정치사상이나 철학사상 같은 경우는 명확하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회사상이라는 것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 사회라 함은 시기적으로 중세나 고대 등을 배제하고, 지역적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에 한정지어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적 의미의 사회사상의 큰 흐름이 중세 이후 유럽에서 기인하여 지금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잔가지를 쳐내고 큰 줄기만을 살펴보는 의미일 것입니다. 

즉, 이 책에서 의미하는 사회를 다시 정의하자면 ‘법’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는 ‘합리적 국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사회는 근대 이후의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다 저자는 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놓쳐서는 안되는 대목 중 하나는 바로 시대와 사상이 함께 조응하는 맥락이라 봅니다. 저자는 선행 사상의 이념과 개념 체계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상이 탄생하되 그 시대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과 맥락을 품고 있어야 비로소 시대에 영향을 주는 사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기계적 계승이 아닌 서로 다른 시대의 문맥 속에서 사상의 문맥을 계승한다 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사회사상적 맥락에다 동아시아적 맥락이 더해진 토대를 가지고 살아갈 것임에도 동양적 사회사상은 배제하고 서양적 합리주의적 토대만을 설명하고 있어 아쉬웠지만 근대를 만들어간 시대의 사상가들은 어떻게 새로운 사상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은 내가 지금 발딛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어떻게 만들게 왔는지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독서 경험이 되었습니다.  




#사회사상의역사 #교유서가 #사카모토다쓰야 #최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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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벌과 사대 - 15세기 조선의 대외정벌과 대명의식 역비한국학연구총서 41
이규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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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조선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명(明)에 대한 사대(事大)입니다. 실제로 태종과 세종 등 조선 초기 왕들 역시 명에 대한 지성사대(至誠事大)를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마냥 사대만 하고 실리를 도모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조선 초기 확인할 수 잇는 많은 정벌들은 ‘사대’와 같은 명분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기에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미뤄두었는데 마침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벌과 사대 (이규철 著, 역사비평사)”입니다. 





이 책은 조선 초기인 15세기 대외정벌을 다룬 역사서입니다. 저자의 박사 논문인 ‘조선 초기의 대외정벌과 대명의식’을 대중 역사서로 수정 보완한 조선 초기 대외 관계사라 할 수 있습니다. 

여말(麗末)과는 다르게 조선 초기에는 여진이나 왜구 등 외부 세력이 침입하거나 약탈한 사례가 적고, 규모도 작았던 것에 반해 대외 정벌은 규모의 크기나 회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을 뿐 아니라 태조부터 성종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논증합니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조선 초기 대외 정벌의 이유를 왜구나 여진의 침입을 징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봤던 대외정벌에 대한 기존 통설에서 벗어나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실리를 찾기 위한 적극적 대외 수단임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대외 정벌을 통해 그 의도를 밝힘으로써 조선 초기 조선이 가진 국가적 역량과 함께 국제관계에 대한 의식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대외 정벌은 여진이나 왜와의 관계 뿐 아니라 명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사대라는 명분에 어긋나는 대외정벌에 대한 문제 제기는 명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대여진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견제하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여진이 속해 있는 지역은 명백하게도 명에 속해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사대를 받는 종주국의 영토를 침입행위에 대한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정벌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대의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대규모의 대외 정벌을 지속적으로 행했던 것은 바로 대외 관계에 있어 실리를 놓치지 않기 위한 공격적 영향력 행사였다는 의미로 저자는 해석합니다.

또한 한가지 저자가 추가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바로 조선의 강력한 국왕권입니다. 신권이 비해 비교적 왕권이 약했던 국가라는 세간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외 정벌을 이어나갈 수 있는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바로 정치 행위에 있어 국왕의 권위와 정치적 권한이 그만큼 뒷받침해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선 초기, 대외 관계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대내외 적인 정치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정벌과사대 #이규철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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