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著, 그래비티북스)

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좀비는 장르물에서 매우 인기있는 소재입니다. 인간이었지만 비인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전염성과 함께 무지막지한 공격성까지 가지고 있는 존재로 묘사되는 만큼 공포의 대상으로 표현하기에도 적당하고, 학살할 경우에도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좀비는 명백하게도 전염병이나 감염병에 대한 강력한 메타포이기도 합니다. 의학이나 생물학이 발전하기 이전인 전근대 시대, 돌림병에 대한 두려움이 문화소 (Cultureme)  혹은 문화 유전자 (meme)로 자리잡았고, 그것을 대중문화에서 차용하여 활용한다 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著, 그래비티북스)”는 좀비를 소재로한 SF소설입니다. 하지만 좀비를 소모성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바라볼 때는 분명 비인간 (non human)이지만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살아있는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좀비라는 소재가 가진 문화층위 (culture layer)에 다른 층위를 덧씌우면서 인간성에 대한 깊은 생각을 만드는 작품이라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가장이다. 우리는 월급이 필요했다. 그때도 난 늦게나마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총을 맞습니다. 괴물이니까. 

‘가족들은 어쩌지?’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나도 사람이야. 사람이야.’

가족을 찾아나서지만 괴물이 되지 않은 사람과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 어디에도 ‘나’는 속할 수 없습니다. 무서운 건 사람입니다. 

‘이제 엄마 찾으러 가자’

이 작품, “나는 인간입니다”는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 가족과 인간성, 그리고 현대인에 대한 깊은 정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간과 좀비의 입장을 반전시키는 여러 작품들중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진한 감정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개중 발군인 듯합니다. 

#나는인간입니다 #원장경 #그래비티북스 #장르소설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Review]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04 : 퓨처 모빌리티 (김정훈 著, 동아엠앤비)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4 퓨처 모빌리티 ㅣ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4
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어렸을 적 21세기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 본 적이 많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튜브를 통해 수신인에게 직접 보내줄 수 있는 편지나 소포,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운전하는 자동차,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 손에 들고다니는 전화기,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먹거리 등등등

아마 21세기를 한참 앞둔 20세기를 살아가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생각들입니다. 

거대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맞게 된 21세기. 그리고 그 21세기가 한참 지났을 어느날. 갑자기 예전에 상상하던 21세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메일, 스마트폰 등 당시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더군요. 

하지만 저에게 21세기는 아직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마치 전격Z작전의 KITT 처럼)가 나의 21세기에는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내  자율주행과 UAM(Urban Air Mobility)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의 21세기가 오겠구나.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04 : 퓨처 모빌리티 (김정훈 著, 동아엠앤비)”는 곧 도래할 진짜(?) 21세기를 대비하는 책입니다. 바로 미래의 탈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는 단순히 운송이나 수송의 수단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생활과 산업에 있어 근본적이며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념이 될 것이라 많은 사람들은 전망합니다. 열차가 등장한 지 200여 년, 자동차가 등장한 지 약 100 여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디자인이나 연료 등을 제외하면 사람이 운전한다는 기본 개념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모빌리티는 연결과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단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첫번째 친환경 연료. 기후위기는 이제 현실화되었으며 더 이상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자동차 역시 그 대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동차의 연료를 빠르게 친환경 연료로 대체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자동차의 연료 혹은 구동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설명은 꼭 읽어볼 만 합니다.

두번째 자율주행 자동차. 바로 21세기를 미래의 모습으로 각인시켰던 바로 그 개념입니다. 테슬라가 야심차게 들고나왔지만 사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차근 차근 자율 주행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는 운수업이나 수송업에 종사하는 직업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개념, 현재의 발전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이 개념이 불러올 영향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공유와 연결입니다. 어쩌면 가장 미래적인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접근하기 쉽게 자동차의 공유 개념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공유에서 파생되는 연결 개념이 더 와닿습니다. 이 개념에서 UAM이 등장합니다. UAM은 단순히 날아다니는 자동차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교통 인프라가 지능화되고 지상 이동 수단과 연결이 되어야 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미래의 모습을 엿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산업계에서 어떤 발전이 있고,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과학이슈하이라이트, #청소년, #과학기술, #김정훈, #퓨처모빌리티,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Review] 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著, 쌤앰파커스)

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이진우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화폐, 통칭 돈이라 말하는 이 개념은 상품의 교환과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매개물이나 교환 수단을 의미합니다. 

화폐는 가치의 척도, 지급의 수단, 가치의 저장, 교환 등의 기능을 하며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환 경제의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화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현금으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지폐의 경우도 이러한 신뢰가 없다면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화폐는 금속 등을 활용하여 교환의 수단(칭량화폐, 稱量貨幣)으로 삼았던 시대를 지나 국가 신용을 전제로 한 중앙은행권 (즉, 지폐)의 시대를 거쳐 지금은 신용화폐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칭량 화폐의 시대에 지금의 지폐를 들고가 돈이라고 주장해봐야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일 것입니다.즉, 화폐로 통용되는 돈은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대, 경제,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형태와 개념을 바꾸어 왔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개념의 화폐가 될까요?

비트코인을 비롯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를 그 사례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디지털 화폐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금융권과 IT 기술의 결합을 통해 화폐 권력의 이동에 대한 고찰을 다룬 책이 있어 읽어보았습니다.  “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著, 장진영 譯, 이진우 監, 쌤앰파커스, 원제 : Cloudmoney: Cash, Cards, Crypto, and the War for Our Wallets)”가 바로 그 책입니다. 

저자는 금용권과 IT기술의 결합을 통한 화폐 권력의 이동이 마무리되면 빅파이낸스가 되어 유사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가진 세력이 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는 세계 금융의 자동화를 목도하고 있는 중이며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금융권과 IT기업들은 현금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금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지 오래입니다. 신용카드나 네XX페이, 카XX페이 등 IT기업들이 중개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요. 

저자는 이를 ‘클라우드 머니’라 명명하며 이러한 결제수단의 디지털화는 곧 금융의 디지털화로 연결되며 기업 중심의 자본주의를 강화할 것이라 우려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핀테크 업체 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구글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오)에서도 주도하고 있는데 결제수단, 즉 돈이 오가는 통로를 장악하지 않고서는 디지털 제국화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 소시민들에게는 생존의 필수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혹은 어쩌면 모든 것의 가치를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돈은 삶의 목적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의 흐름을 알게 되면  사람의 욕망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돈의 흐름을 통제하면 시장 접근성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한 권력을 소수의 과점 기업이 장악함으로써 시장 접근성에 대한 의존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우려하는 ‘클라우드 머니’는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클라우드머니 #화폐의최후 #브렛스콧 #장진영 #이진우 #썜앤파커스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100자평] 생물은 왜 죽는가

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노화와 죽음에 대한 연구가 많아지고 있는 지금,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

[Review] 책과 우연들 (김초엽 著, 열림원)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처음 김초엽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제 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초엽 외 共著, 허블)”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김초엽 작가가 출품한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두 편의 작품이 모두 수상작에 올랐다는 특이함에다 독특한 이름 덕분에 기억하기 쉬웠죠. 하지만 무엇보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다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을 불러일으키는 글쓰기가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후 김초엽 작가의 이름을 걸고 출판한 대부분의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장편소설, 소설집, 엔솔로지, 비문학 등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원영 변호사와 공저한 “사이보그가 되다 (사계절)”은 장애라는 소수적 정체성을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이보그라는 소재로 풀어내는 몸과 과학기술 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독특한 관점의 인문학 서적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읽었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이나 비문학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글쓰기를 유지할 수 있는 독특한 작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죠.

최근에 김초엽 작가가 책을 한 권 출간했습니다. “책과 우연들 (김초엽 著, 열림원)”이라는 제목입니다.

제목부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먼저 ‘우연’.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지요. 내가 어떤 사람을 태어나 어떤 사람이 되느냐,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은 우연이 결정짓습니다. 그러한 우연들이 모여 ‘내’가 되지요. 제목과 연관시켜 보면 ‘우연히’ 소설가가 된 김초엽 작가를 만든 ‘책’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초엽 작가로부터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독서 편력과 글쓰기에 대해 쓴 에세이집입니다.

(책만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김초엽 작가 역시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영상 매체에 익숙한 분으로 이 책에는 다양한 영상 매체 역시 나옵니다. 김초엽 작가는 영상 매체를 보더라도 보완 독서로 마무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책의 첫머리에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著, 김은영 譯, 홍승범 監, 글담, 원제 : Entangled Life: How Fungi Make Our Worlds, Change Our Minds & Shape Our Futures)”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뿐만 아니라 김초엽 작가의 독서 목록들이 상당히 익숙합니다. 김초엽 작가의 글에서 발견한 낯익음의 정체와 익숙했던 느낌의 근원을 찾아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일반적으로 SF 작가로 분류됩니다. 본인이 SF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던 부분 역시 2-30대 제가 SF 독자로서 했던 고민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반갑기도 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팬으로서, 상당 부분 ‘책’과 ‘생각을 공유하는 ‘우연’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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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