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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만약 회사원인 당신에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초능력을 원하시겠습니까?
통근 길에 지옥철 혹은 만원 버스에서 시달리는 회사원이라면 언제든지 집에서 회사로, 회사에서 집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초능력을 원할 것 같습니다.
매월 날아오는 카드 통지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회사원이라면 1주일 후의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로또 번호를 엿보고 싶지 않을까요? (1주일 후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주식 투자가 더 대박이긴 할 것 같긴 합니다만 일단 씨드 머니를 모아야겠죠?)
아니면 실수를 되돌릴 수 있도록 타임 리와인드할 수 있는 능력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상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애초에 가질 수 없는 능력이기에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언제나 꿈꾸는 퇴사 선언은 생활의 압박으로 인해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이지요.
하지만 여기, 초능력을 가진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著, 팩토리나인)”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초능력을 다루고 있다 보니 판타지로 분류할 수 있지만 책에서 묘사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리얼리즘 그 자체입니다.

대표는 아무 때나 전화해서 수시로 일을 시킵니다. 내 일도 아닌데 모두 외근이라는 이유로 견적서 수정 발송 업무도 내가 해야 합니다. 뭐 큰 일도 아니고, 견적서 수정하는 일 정도야 할 수 있지만 손이 벌벌 떨립니다. 숫자 20을 15로 바꾸어 저장하고 메일만 보내면 되는 것인데 말이지요.
그래도 해냈습니다. 숫자가 틀리지는 않았는지, 수식 엉킨 부분은 없는지 요모조모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대표에게 메일로 송부했습니다.
하지만 엑셀로 보낸 것이 탈이 났습니다. 상대방이 수정할 수 없는 PDF 형식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그대로 엑셀로 보내 버린 것이지요. 대표는 짜증과 함께 인격모독 수준의 질책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내 업무도 아니고 아무도 외부 견적은 PDF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습니다. 내 잘못은 맞는데 억울합니다. 본 적도 없는 문서를 결국 찾아내서, 수정하고 보내줬는데 왜 나한테 이러냐구요.
애초에 줄줄이 퇴사하고 아무도 업무 교육도 안해줬는데도 그 업무를 떠맡아서 하고 있는 신입사원인데 말이지요.
아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바라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여전히 삶은 퍽퍽합니다. 그들은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아니고 초능력을 가진 회사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 팍팍한 삶을 견뎌내며 하루 하루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초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일상의 행복이 없다면 우리는 하루도 견딜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일상의 슈퍼 히어로인 우리 모두에게 경의를…
#회사원도초능력이필요해 #민제이 #팩토리나인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