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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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著, 시공사)”를 읽었습니다.




드라마화되기도 한 송시우 작가의 전작 “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입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독특하게도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인권증진위원회에 소속된 조사관들의 활약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인권증진위원회,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기관입니다. 이 기관에 재직 중인 조사관들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전작에서 이미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 네 명의 조사관들이 이 작품에서 맹활약을 이어갑니다.


또 한가지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바로 ‘인권’이라는 주제의식이 작품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권은 자연권의 일종으로 인간이면 날 때부터 누구나 누려야할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를 누군가에 의해 부여하거나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인권에 대한 인식은 많이 신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 같은 문제는 매우 첨예하지요. 사실 강력 범죄자에게도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성과 감정의 충돌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내가, 내 가족이 그 범죄의 희생자였다면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고려할 가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성은, 현대 문명은 범죄자 역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권을 가진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딜레마입니다. 

아마도 송시우 작가는 이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우리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뉴스에서 늘상 보고 있는 수많은 혐오들이 등장합니다. 최근 만연하고 있는 타인이나 타 집단에 대한 ‘혐오’ 역시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주제 의식 중 우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 봅니다. 

 

“달리는 조사관”를 통해 송시우 작가에 입문하였는데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특히 “달리는 조사관”의 설정을 좋아하여 이번 작품 역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자칫 음울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데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은 작품입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어서인지 현장감이 살아 있는 핍진성 덕분에 작품 내내 몰입감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구하는조사관, #달리는조사관, #송시우, #시공사,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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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해류 -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최재천 감수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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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Charles Darwin, 1809~1882)은 22살의 젊은 나이에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에 방문합니다. 그는 비글호를 타고 여러 탐험을 하는 동안 생물학 뿐 아니라 지질학과 광물학에 관련한 여러 메모를 쓰게 되는데,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종의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게 되지요. 갈라파고스 제도에 머무른 시간은 5년에 걸친 전체 탐험 기간 중 6주에 불과하였지만 이곳은 생물의 진화 연구에 매우 중요한 곳임을 나중에 깨달은 다윈은 처음에 갈라파고스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한 자신에 대한 큰 후회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찌되었던 갈라파고스 제도는 동식물 등 희귀하고 독특한 생물상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여전히 진화 연구에 있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 대해 상상만 할 뿐 방문하기에는 너무나 먼 곳이지요.


아마도 생물학자들에게도 갈라파고스는 그런 곳인 것 같습니다. “생명 해류 (후쿠오카 신이치 著, 김소연 譯, 최재천 監, 은행나무, 원제 : 生命海流)”에서 저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꼭 가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갈라파고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공공연히 드러냈던 저자는 마침 TV 기획 취재의 제안을 받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역이면 어떻게, 아니면 어떠랴. 그는 갈라파고스에 간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가 TV쇼의 주역이고 아닌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갈라파고스는 이슬람 신자에게 메카와 마찬가지이니까요. 하지만 이 기획은 무산되었고 저자는 체념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모르는 법. 결국 출판사의 제안으로 갈라파고스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생명 해류”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 책은 의외로 기행문적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과학 서적 뿐 아니라 에세이 등 가벼운 글쓰기도 많이 한 작가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기행문만은 아닙니다. 저자는 저명한 생물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각 지역별 생태와 환경, 생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각종 과학사적 이야기와 관련 문헌에 대한 언급을 통해 과학적 지식 역시 풍부하게 들려줍니다. 


이사벨라섬. 19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사람들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은 섬입니다. 다윈이 상륙했던 섬들 중 하나구요.

갈라파고스 가마우지를 발견합니다. 이 가마우지는 현생 가마우지 중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종입니다. 바다에 먹이감이 풍부하고 천적도 없는 이 천혜의 환경에서 이 가마우지는 나는 능력을 퇴화시켰습니다. 퇴화 역시 진화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저자는 갈라파고스 가마우지가 대문어를 사냥하는 멋진 모습을 관찰하는 행운을 누렸군요.




저자는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입니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분자생물학자인데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로도 유명하신 분입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 (김소연 譯, 은행나무, 원제 :  生物と無生物のあいだ)”, “동적 평형 (김소연 譯, 은행나무, 원제 : 動的平衡)”,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 (송서휘 譯, 서해문집, 원제 : 生命の逆襲)”,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김소연 譯, 은행나무, 원제 : 世界は分けてもわからない)”, “친절한 생물학  (이규원 譯, 은행나무, 원제 : 遺伝子はダメなあなたを愛してる)”, “베이츠하늘소의 파랑 (이동희 譯, 파이카, 원제 : ルリボシカミキリの青)”, “모자란 남자들 (김소연 譯, 은행나무, 원제 : できそこないの男たち)”과 같은 그의 저서는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어 있습니다. 에세이, 분자생물학, 진화론 등 의외로 다양한 분야의 저서들이라 각 책들마다 읽는 재미가 새롭습니다.




 #생명해류 #후쿠오카신이치 #김소연 #은행나무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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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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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김동희 著, 빚은책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현재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동희 교수가 현대과학을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여러 철학적 논제들을 시대순에 따라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지금에야 과학사의 유산 취급을 받고 있지만 당대에는 최신 철학 이론이자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 내용들입니다.  


플라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만물의 이상인 이데아가 있고 현실은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은 일종의 이원론으로 기독교 사상과 결합하면서 근대 이전까지 유럽인들의 정신과 사상을 지배하였습니다. 그가 생각한 만물의 근원이나 우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명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할 당시 모든 학문 분야를 정리하여 통일성 있는 체계를 수립한 지적 괴물이자 위대한 사상가인 그는 의외로 스승의 이데아 사상을 의심하고 경험적 탐구를 오히려 중시했다고 합니다. 이는 현대 과학의 정신이나 방법론에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들은 고래(古來)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불은 왜 뜨거운지, 얼음은 왜 차가운지, 새들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물고기들은 어떻게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은 호기심이야말로 인류의 문명을 설명할 수 있는 열쇠말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맞습니다. 우리는 호기심으로 세상 모든 이치를 궁금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철학과 문학,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지요.


뉴턴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의 겸손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라 일컫기도 하고, 유독 키가 작았던 로버트 후크를 비꼰 표현이란 말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문이 발전하는 구조가 그 표현 안에 숨어있다는 점이지요. 

현대 과학의 시작을 알린 인물은 바로 아인슈타인입니다. 과학계의 세 거인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그가 아니었다면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까지 수 십년이 더 걸렸을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고실험만으로 상대성 이론을 정리해낸  그는 분명 천재 과학자이자 과학계의 거인이 틀림없지만 그의 업적이 오로지 그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뉴턴 역학, 맥스웰 방정식, 마이컬슨-몰리 실험, 로런츠 변환 등 선학의 연구와 실험이 있었기에 그 어깨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과학 혁명에 의해 패러다임이 바뀐다하더라도, 과거의 헤리티지는 여전히 현재의 과학에 살아남아있습니다. 과학은 진리의 학문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찰나의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라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과학적 추론방식이 더 중요한 학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을 통해 낡은 지식으로만 보곤 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입자물리학까지의 계보를 일람하는 것은 과학사를 통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또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한 치열하게 노력했던 선철(先哲)들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 보며 사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을이해하려는치열한노력 #세상이치 #김동희 #빚은책들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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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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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도시에 치솟아 있는 저 많은 건물들, 그리고 그 건물들이 들어선 땅. 그 땅의 주인은 누구일까? 언제부터 주인이었을까?

이런 자문(自問)을 몇 번만 반복하면 맨 처음 땅의 소유권을 주장한 사람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법적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등기 제도 역시 몇 십년, 빨라야 백 여년에 불과할 테니 결국 소유권을 인정하는 사후적 절차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맨 처음 땅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물건에 소유권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형상이 없는 추상적 개념이나 무형 자산에도 소유권을  행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언뜻 쉬운 개념이라 착각할 수 있는 소유라는 개념은 알면 알수록 어려워집니다. 진정한 소유, 원천적인 소유가 가능한 개념일지도 궁금해집니다. 진짜 ‘내 것’은 무엇일까요? 


“마인 (마이클 헬러, 제임스 살츠먼 共著, 김선영 譯, 흐름출판, 원제 : Mine!: How the Hidden Rules of Ownership Control Our Lives )”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소유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법 중 가장 오래된 방법은 아마도 ‘선착순’일 것입니다.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역사 시대 이전부터 지금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저자는 연방대법원의 방청석을 예로 듭니다. 연방대법원이 일반인들에게 허용하는 방청석 규모는 100석 미만입니다. 입장은 먼저 온 순서대로 하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사건의 경우 하루나 이틀 정도 일찍 와 미리 줄서기를 한다고 합니다. 


왕권이나 재산을 상속하는데 동서를 막론하고 장자상속제를 채택했던 문명권은 많았습니다. 이러한 장자 상속제 역시 선착순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례 중 하나라고 저자는 소개합니다. 세계사에서 이러한 선착순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이었습니다. 유럽 열강이 식민지를 개척할 때 탐험가가 먼저 깃발을 꽂으면 그 나라의 식민지가 되는 방식이었지요. (하지만 그곳에 한참 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이 있었다는 사실은 유럽 열강에게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선착순의 원리는 ‘누가 먼저인가’가 소유권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소유권의 원천을 앞서 설명한 선착순을 포함하여 점유, 노동, 귀속, 자기소유권, 상속 등 6가지로 분류하고 소유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또한 인류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유권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분쟁을 조정해왔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개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이 책에서 소유권은 인간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사회공학적 개념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인류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 중 마이클 헬러 (Michael Helle)는 재산권과 부동산법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로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데 특히 ‘반공유재의 비극’이라는 개념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제임스 살츠먼 (James Salzman)은 법학과 공학 공동 학위 과정을 마치고 현재 듀크대학교 로스쿨과 환경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부와 민간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마인, #마이클헬러, #제임스살츠먼, #김선영, #흐름출판,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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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 - 인간에서 동물로, 로봇에서 바위로 다양한 존재를 껴안는 새로운 시대의 권리론
윌리엄 F. 슐츠.수시마 라만 지음, 김학영 옮김 / 시공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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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보다 인간은 존재로서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는 자연법으로 존재하는 천부인권 사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야 보편적 인권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었지만 근대 이전에는 이러한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죠. 과거에는 아마도 도덕률과 측은지심이 보편적 인권을 대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불과 2-300년이라는 시간에 자연권으로 천부인권이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천부인권은 자연권으로서 법률이나 신앙 체계를 초월한 보편적 권리로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지금의 개념에 머무를까요?

자연권의 개념은 최근 몇 년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어쩌면 인간과 같은, 아니 인간보다 우월한 인지체계를 가진 강인공지능이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권을 인간 만이 독차지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권을 확장한다면 어디까지 확장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지금 당장 확장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 (윌리엄 F. 슐츠, 수시마 라만 共著, 김학영 譯, 시공사, 원제 : The Coming Good Society: Why New Realities Demand New Rights )”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권리, 즉 자연권은 ‘좋은 사회’를 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상징이라 이야기합니다. 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재능을 북돋으며, 구성원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권리의 변화는 반드시라 좋을 정도로 저항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들 역시 대다수는 그 변화에 저항하곤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은 100년 전의 인권과도 다르고, 50년 전의 인권과도 다릅니다. Me too 운동으로 촉발된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발전으로 인해 이제 불과 5-6년 전의 인권과도 다를 것입니다. 


그러면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한 자연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는 인권과는 차원이 다른 저항이 예상됩니다.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3년 세계변호사협회가 주최한 모의 재판에서 컴퓨터의 권리를 다룬 사례와 함께 한국 정부가 작성한 로봇 윤리 헌장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작성한 로봇 윤리 헌장에서 로봇은 손상이나 파괴될 염려가 없이 존재할 권리와 함께 의도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존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대 철학을 열어젖혔다 평가받는 데카르트도 동물에는 영혼, 감정도 없는 기계에  불과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동물 역시 자의식이 있으며, 감정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감하고 공감할 줄 아는 동물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외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의 확대는 결국 우리에게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권의 확장은 인권의 축소나 배제가 아니라 삶을 나누며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권리에 대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이야기합니다. 절대 영원하지도 않다고도 이야기하구요. 시대가 변하면 권리도 변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권리에 대한 개념 역시 변해야 합니다. 이 책, “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를 통해 보다 넓은 세상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가져오는데 필요한 자연권 개념의 확장과 관련한 인식 전환에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저자 중 윌리엄 F. 슐츠 (William F. Schulz)는 국제 엠네스티 미국 지부 상임이사로 활동 경력을 가진 인권 정책 전문가이며, 또 한 분의 저자인 수시마 라만 (Sushma Raman)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 카 인권 정책 연구소 상임 이사로 재직 중인 분이라 합니다. 


#세상의모든권리이야기, #윌리엄F슈츠, #수시마라만, #김학영, #시공사,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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