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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ㅣ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평점 :
“여성, 인종, 계급 (앤절라 Y. 데이비스 著, 황성원 譯, 정희진 解, 아르테, 원제 : Women, Race & Class)”의 표지에서 다소 낯선 저자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앤절라 Y. 데이비스 (Angela Y. Davis). 그녀의 이력을 좇다 보면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바로 그녀의 삶과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난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여성에 대한, 인종에 대한, 계급에 대한 인문학적인 부드러운 접근을 생각하고 처음 책을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과문한 탓일 것입니다.)
앤절라 Y. 데이비스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앨라바마 주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앨라바마 주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강한 주이며 심지어 여전히 흑백분리 조항이 주 헌법에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공산당원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민권 운동을 이어왔습니다. 저자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와 더불어 인권 투쟁의 상징이 된 인물 중 하나로 손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성이 아니었고, 그리고 백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이제서야 듣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인권 운동 혹은 민권 운동에 대한 역사를 다룬 책이지만,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대로 미국 현대사에 마주한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곧 미국 현대사에서 흑인이나 여성 민권운동을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정치적 실현을 위한 민권 운동이 주류였던 우리나라의 현대사와는 사뭇 다른 점이라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앤절라 Y. 데이비스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중 어떤 내용은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부분은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민권 운동이 너무나 얌전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이유를 감히 추측해봅니다. 민권 운동 혹은 인권 운동은 기득권을 해체하고 재편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온순하며 얌전하게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어떤 시대라도 기득권의 해체는 큰 반발과 반동을 불러일으키는 ‘혁명’일 테니까요.
이 책에서 앤절라 Y. 데이비스는 백인 중심의 민권주의가 얼마나 노동자 계급과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해 편의주의적으로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줌으로써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 여성, 계급에 대한 차별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눈에 가려진 필터를 거두어줍니다. 단지 말이나 주장이 아니라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투쟁해온 자신의 역사로 증명합니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통해 증명한 ‘상호교차성’ 개념은 두고 두고 곰씹어 볼 만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앤절라, 나의 자매여, 당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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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