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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
폴 크루그먼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평점 :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폴 크루그먼 著, 김진원 譯, 부키, 원제 : Arguing with Zombies: Economics, Politics, and the Fight for a Better Future )”를 읽었습니다.

폴 크루그먼 (Paul Robin Krugman, 1953~)은 2008년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지리경제학 (이윤 譯, 창해, 원제 : Geography and Trade)”이라는 저서가 대표작일 정도로 지리경제학에 있어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도 그의 저서 중 상당수가 국내에 번역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 책,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은 경제학계, 정치계에 좀비와도 같이 떠도는 나쁜 신념과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책입니다.
경제학계, 정치계, 언론계에 떠돌아 다니는 좀비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있을까요?
감세 좀비, 긴축 좀비, 기후변화 부정 좀비, 빨갱이다 좀비, 언론 좀비, 불평등은 없다 좀비, 사회보장 물어뜯기 좀비 등 많기도 많습니다. 그런데 왠지 익숙하지 않습니까? 분명 폴 크루그먼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상황을 빗대어 이 책을 쓴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당연하지요. 폴 크루그먼이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발표한 논평들을 모아놓은 책이거든요. 그런데 좀비들의 이름만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언론들이,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말들을 마치 짠 듯이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좀비에 물린 사람들이 뀌는 말방귀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그리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책에 소개한 좀비들 중에 가장 강력한 좀비 중 하나는 바로 감세 좀비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사실 감세 좀비는 정확한 네이밍이 아닙니다. 바로 ‘부자 감세 좀비’라는 풀 네임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숨김으로써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좀비입니다. 언론에서는 결코 이 풀네임을 모두 불러주지 않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힘을 갖는 볼드모트와는 다르게 풀네임을 부르면 오히려 힘을 잃거든요.
인류 역사에서 부자감세가 불황 극복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거나 호황을 이끌었다는 사례는 단 한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네, 단 한 번도요.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1981년 레이건 정부가 대대적 감세안을 통과시킨 직 후인 1982년 경기 회복세를 보인 단 2년을 그 사례로 주야장창 이야기해댑니다. 아마도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유일한 사례라 그런 것 같습니다만 불행히도 그 사례조차 올바른 사례가 아니라 폴 크루그먼은 이야기합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억제하기 위해 1980년 연준이 이자율을 대대적으로 올렸고 그로 인해 경기 침체가 왔으며 1982년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경기 호황이 도래했습니다. 즉 당시 경기 변동은 금융 정책에 의한 것이라 폴 크루그먼은 설명합니다. 그리고 부자 감세의 효과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보수주의자들의 유일한 사례마저 올바른 답이 아닙니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이 부자 증세 조치를 취할 때 감세 좀비들은 저주를 퍼붓습니다.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하지만 역사적 사례는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합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대규모 증세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 확장이라는 호황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어진 부시 정부는 다시 감세를 했지만 결과는 금융 붕괴였습니다.
국가 단위에서 만이 아닙니다. 2011년 비슷한 시기 캘리포니아 주는 증세를 했고, 캔자스 주는 감세를 했습니다. 경제적 자살행위라 저주를 받았지만 캘리포니아 주의 경제는 무사했고, 오히려 캔자스 주는 예산 위기로 인해 감세 정책 대부분이 철회되었습니다.
단 한 번의 성공 사례도 가지지 못한 부자 감세는 여전히 좀비처럼 살아 남아 여러 국가의 국민들을 괴롭힙니다. 폴 크루그먼은 저 부자 감세라는 좀비의 머리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으로 서민의 피를 빨고, 살을 뜯어 먹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대부분의 아티클이 미국적 상황에 대한 논평입니다만 마치 우리나라에 대한 논평인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 매우 많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아주 오래 전부터 경제 위기와 불황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그 수단을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입니다. 다만 이러한 위기 극복에 훼방꾼이 많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지요. 그들이 누구인지, 이 책을 통해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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