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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 게놈으로 밝혀낸 먹거리의 비밀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7월
평점 :
밥상 위에 차려진 많은 음식들을 보면서 가끔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우리는 언제부터 먹어 왔을까? 쌀, 밀, 옥수수, 콩, 고구마, 고추, 배추, 무와 같은 작물들 뿐 아니라 우리가 귤이나 바나나, 수박 같은 과일들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인류가 재배하기 전에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강석기 著, MID)”는 이러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결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바로 게놈 프로젝트로 인해 밝혀진 다종 다양한 작물들의 유전 변이 현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물화 역사를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게놈 프로젝트. 2000년 6월 인간 게놈 초안 해독에 성공했다는 충격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발표가 있은 후 과학자들은 애기장대풀 (2000년)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의 게놈을 해석하는데 뛰어듭니다. 특히 인류가 식량으로 삼고 있는 작물들에 대한 게놈 해석도 줄을 이었는데 벼 (2002년), 포도 (2007년), 콩 (2010년), 밀 (2018년) 등이 대표적입니다.
2010년대에 이르면 무려 100여 정에 달하는 작물의 게놈이 해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섭취하는 열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밀의 게놈 해독이 늦은 것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벼(4억)나 포도 (5억)와 같은 다른 작물에 비해 엄청나게 큰 염기 (약 160억)에다 육배체라는 복잡한 구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작물의 게놈 해석으로 기존 작물 육정에 게놈 정보를 이용하여 육종 효율을 높이는 분자 육종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있다고 합니다.
과일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감귤류입니다. 귤을 비롯해 유자, 레몬, 탱자, 한라봉, 오렌지, 천혜향 등 귤과 비슷하게 생긴 과일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감귤류는 바나나와 더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감귤류 과일이 있지만 누구나 감귤류는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귤류는 아시아를 원산지로 하고 있으며 4천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게놈 해석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그 비밀의 장막을 벗겨내고 있습니다. 특히 오렌지의 경우 2013년 게놈 해석이 이루어졌는데 만다린 (일반적인 귤이 속한 감귤류)과 포멜로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맛이 싱거운 감귤류)의 교잡종임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58가지의 감귤류 게놈 해석이 이루어졌고 그 기원을 되짚은 결과 원산지는 중국 윈난성, 미얀마, 히말라야 일대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화석적 증거도 이를 뒷받침했는데 무려 800만년 전의 감귤류 화석이 윈난성에서 발견되기까지 했다는군요.
감귤류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많은 작물들의 게놈 해석과 그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도 흥미롭습니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쓴 저자는 강석기 작가인데, 다양한 과학 분야에 걸쳐 대중과학서적을 집필하기도 하고, 많은 해외 대중과학서적을 번역하기도 하신 분으로 과학카페 시리즈가 대표작인 과학 전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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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