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 일리야의 눈으로 ‘요즘 러시아’ 읽기
벨랴코프 일리야 지음 / 틈새책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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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러시아, 우크라니아의 역사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푸틴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지요.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내가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게 참 없구나 하구요. 


마침 러시아 출신의 ‘한국인’ 벨랴코프 일리야가 쓴 책이 출간되어 읽어보았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벨랴코프 일리야 著, 틈새책방)”입니다. 


이 책에는 러시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자본주의 체제로 이행된 러시아 뿐 아니라 그 이전 전 세계 공산주의 국가들의 중심이었던 소련 시절, 그리고 러시아인의 일상과 문화 등을 자세히 들려줍니다. 또한 러시아에서 권위주의 통치자인 푸틴의 인기가 높은 이유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같은 언어를 쓴다하더라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억양과 단어를 가진 사투리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 큰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도 다양한 사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사투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러시아인인 저자가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사투리였다고도 하는데 사투리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블라디보스토크 태생이지만 한국에서 와서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같은 러시아어를 사용했다고도 합니다. 저자는 사투리가 없는 러시아어에는 구 소련 시절 강력한 언어 정책과 함께 대규모 주민 강제 이주 정책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추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등장인물의 이름일 것입니다. 동일한 인물인데 그 사람을 칭하는 이름이 꽤나 여러 개가 나와 동일 인물임을 파악하는데 오래 걸리기도 하지요. 


러시아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성(姓)+이름+부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 속해서 이름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러시아 공문서 양식이 저런 순서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러시아 이름은 서구권 중심으로 표현하다 보니 이름이 먼저 나옵니다.)

러시아의 성씨는 정말 다양한데 약 15,000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같은 성씨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보기가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름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많아야 300개 정도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엄청나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러시아식 이름을 파악하는게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름에 대한 변형이 많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애칭까지 들어가면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한 이름을 파악하기는 정말 어렵죠.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 이름을 부르는 사람과의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부칭의 경우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입니다. 러시아에서 부칭까지 붙여서 부르는 경우에는 대상과의 나이 차이가 많거나 신분이 높은 경우라고 합니다. 부칭까지 붙여서 이름을 부르는 경우 격식이 있고 존중하는 느낌을 준다고 하네요,


이 책의 서두에 보면 저자가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유야 어떻건, 푸틴의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고 민간인을 학살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러시아 출신으로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고 알아야 할 부분은 권위주의 통치자가 다스리는 러시아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에서 나고 자랐으며, 이제는 한국인이 된 저자가 소개해주는 러시아의 여러 모습은 러시아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훌륭한 렌즈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극히사적인러시아, #벨랴코프일리야, #틈새책방,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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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수학 - 수학에 미치는 6가지 이유
나가노 히로유키 지음, 김찬현 옮김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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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마어마한 수학 (나가노 히로유키 著, 김찬현 譯, 동아시아, 원제 : とてつもない数学)”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나가노 히로유키 (永野裕之).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대중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기 위한 많은 글쓰기를 하고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도 이 분의 책이 상당 수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이번에 읽은 “어마어마한 수학”은 최근작으로 수학의 여섯 가지 효용성을 중심으로 수학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펼쳐 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학은 입시 교육의 영향 때문에 문제 풀이에 집중된 경향이 강합니다. 최근 수학관련 대중 서적이 많이 출간되면서 그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만 수학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지요.


수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우주는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졌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그 중 소수 (素數, Prime Number)는 ‘1과 자신 이외의 수로 나누어지지 않는 수’라는 간단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수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가 무려 2000년 이상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수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규칙성이나 분포와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리만 가설’일텐데요, 소수의 분포에 대한 공통적인 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수학계의 난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리만 가설이 물질 세계와도 관련 있다는 사실입니다. 1972년 어느 날 우연히 티타임을 같이 하게 된 수학자 휴 몽고메리(Hugh Lowell Montgomery, 1944~)와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John Dyson, 1923~2020)의 대화를 통해 리만 제타 함수와 양자역학에서 에너지 레벨 간격을 나타내는 수식이 똑같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또한 거대 소수를 찾아내는 일은 현대에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16세기에는 불과 6자리의 소수가 가장 큰 소수였고 이 소수가 가장 큰 소수의 자리에서 내려오기까지 무려 14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큰 소수는 2480만 자리나 되는 큰 수입니다. 소수와 소수의 곱은 일일이 계산해봐야 한다는 특징 덕분에 이를 암호화 체계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술 역시 수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정량화한다는 것이 좀 어색할 수는 있지만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이러한 시도는 지속되어 왔다고 합니다. 특히 피타고라스는 아름답게 울리는 음정과 정수의 관계를 발견하고 음계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음률을 만들어낸  사람 중에는 피타고라스 외의 수학자들이 많은데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 ~ 1630), 오일러 (Leonhard Paul Euler, 1707~1783) 등이 유명합니다.


이 책, “어마어마한 수학”은 수학책이라기 보다는 수학이야기책에 가깝습니다. 수학이 가진 어마어마한 매력을 역사, 과학, 그리고 실생활에서 뽑아 낸 다각적이고도 많은 사례를 통해 들려줌으로써 수학이 가진 흥미로운 점을 독자들에게 부각하는 책입니다. 



#어마어마한수학, #나가노히로유키, #김찬현,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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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여성 철학사
리베카 벅스턴.리사 화이팅 외 지음, 박일귀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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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여성철학사 (리베카 벅스턴, 리사 화이팅, 조이 알리오지, 애니타 L. 앨런, 굴자르 반, 산드린 베르제, 클레어 칼라일, 해나 카네기아버스넛, 일한 다히르, 니마 다히르, 제이 헤털리, 케이트 커크패트릭, 데지레 림, 에바 키트 와 만, 헬렌 매케이브, 페이 니커, 엘리 롭슨, 민나 살라미, 샬리니 신하, 시몬 웹 共著, 박일귀 譯, 탐나는책, 원제 : The Philosopher Queens: The lives and legacies of philosophy's unsung women)”를 읽었습니다. 


반소 (班昭, BC 120~BC 49). 자는 혜반(惠班). 중국 최초의 여성 역사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전한(前漢)의 역사를 다룬 ‘한서(漢書)’를 편찬했다고 알려진 반고 (班固)의 여동생입니다.

하지만 반고는 한서의 편찬을 마치지 못했으며 이를 마무리한 인물이 바로 반소입니다. 당대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빠의 작업을 도운 보조적인 역할만을 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서’의 편찬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반고가 죽자 당시 황제였던 화제(和帝)가 직접 반소에게 이를 마무리하라는 칙명을 내린 것으로 보아 반소의 학식에 대한 당대의 명성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반소는 궁궐로 초빙되어 올바른 행실에 대한 교육을 하기도 하였으며 죽기 전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녀의 윤리관은 역사 뿐 아니라 당대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청이나 조선,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윤리관은 시대적 한계에 갇혀 있다는 단점이 있고 최근 중국에서 반소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 하나, 무려 2000여년전의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의 평등사상에서 그녀의 윤리관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무리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 합니다.


여성 철학자라고 하면 아마도 이 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해나 아렌트 (일반적으로 한나 아렌트로 알려져 있으나 책에 따라 해나 아렌트로 표기함, Hannah Arendt, 1906~1975). “전체주의의 기원 (박미애, 이진우 공역, 한길사, 원제 :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전 2권)”을 통해 정치철학자로서 입지를 단단히 한 그녀는 지배적 견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저항적 지식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또한 아이히만 (Adolf Eichmann, 1906~1962)을 통해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도출하였으며 평범한 자의 악은 ‘사상의 빈곤’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사상은 당대보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 더욱 각광받는 것 같은데 이는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하면서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전체주의나 권위주의적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철학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여성 철학자 19명에 대한 19명의 여성 철학자들의 글을 엮은 책입니다. 

아무리 남녀차별이 심하다 해도 과학이나 예술 분야에서 그래도 한 두 사람의 여성 과학자나 예술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지만 철학 분야의 경우에는 금방 떠올릴 만한 여성 철학자의 이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철학계에 이름을 남길 만큼 업적을 가진 여성 철학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잊혀진 이름을 되살려 철학사에서 여성 철학자의 업적을 지금이라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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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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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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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흑역사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著, 이상미 譯, 탐나는책, 원제 : Fashion Victims: The Dangers of Dress Past and Present)”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Alison Matthews David)으로 캐나다 패션 스쿨 교수라고 하는데 옷과 범죄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흥미를 가진 분이라고 합니다.



1861년, 한 여성이 중독 증세로 사망합니다. 그녀의 나이는 19세. 건강했던 그녀가 사망한 원인은 바로 비소 중독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녀가 다루던 녹색 염료를 만드는데 비소가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녹색가루로 인조 잎사귀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자연스럽게 그 녹색 가루를 흡입하였을 것이고, 따로 손을 씻자 않았다면 식사 때 음식과 함께 입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 그녀는 비소 중독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다 사망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의복에 그치지 않습니다. 장신구나 화장품 등 그 범위도 매우 다양하지요. 독성을 지닌 물질이 함유된 의복이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지만, 독극물이 함유된 화장품만큼 그 범위가 광범위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요즘도 흔한 시술 중 하나인 보톡스는 복어 독을 만들어내는 보톨리누스균에서 추출한 물질인데, 신경 조직을 마비시키고 파괴하는 가장 치명적인 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것을 희석시켜 주름을 펴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납 역시 광범위하게 사용된 화장품 재료 중 하나였습니다. 납의 유독성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하얀 피부를 표현하기 위한 재료로 납 만한 게 없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과거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책에 따르면 몇몇 브랜드는 여전히 ppm 수준에서 납을 사용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살짝 귀뜸해 주고 있거든요.


 


이 책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한 놀라운 역사 속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매우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이탈리아 시인인 지아코모 레오파르디 (Giacomo Leopardi, 1798~1837)는 패션을 죽음의 자매라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패션의 경우 남성에 비해 유달리 비이성적이며 거추장스러운 패션을 강요받는다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특히 여성의 신체를 옥죄어 공적 영역 뿐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도 사소한 움직임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건강 문제도 야기하였다고 하는데, 많이 개선된 현대에도 여전히 이런 관습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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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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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오프
에릭 버거 지음, 정현창 옮김, 서성현 감수 / 초사흘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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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X는 어떻게 해서 뉴스페이스의 시대를 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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