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도시 공간의 구조와 문화적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빈이 지체높은 귀족이라면 부다페스트는 모진 고생을 했지만 따뜻한 마음을간직한 평민 같았고 프라하는 걱정 없이 살아가는 ‘명랑소년‘을 보는 듯했다 - P1
온몸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깨어나 재활 중인 중년 남자라고 해도 될 드레스덴은 프라하에 갈 때들르기 좋은 도시여서 2권에 넣었다. - P2
애초에 욕심이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콘텍스트‘를 이야기ㅎ면 ‘텍스트‘를 먼저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한시의 왕궁·성당·교회·박물관. 거리. 광장은 복잡하게 얽힌 입여서 글로 보여주기 어렵다. - P3
1권 표지에는 네 도시의 대표 건물을 내세웠다. 유럽의 역사를바꾸었던 그 도시들에는 문명사의 한 시대를 증언하는 집이 있었다. 하지만 2권의 도시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보다는 도시의 역사에자신의 이름과 행적을 각인한 사람의 모습이 더 크고 뚜렷하게 보였다. 그래서 그들을 표지에 넣었다. 빈은 시씨 황후, 부다페스트는 언드라시 백작, 프라하는 종교개혁가 얀 후스다. 드레스덴은 딱히 내세울 대표 인물을 정하기 어려워서 랜드마크 1번에 해당하는 성모교회를 선택했다. 그 사람들의 삶과 성취, 성모교회의 죽음과 부활은 내마음에 파르테논·콜로세움 · 아야소피아 · 에펠탑 못지않은 여운을남겼다. - P2
1권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를 꼼꼼히 살폈다. 나는 도시의 건축물 · 박물관·미술관 · 길 · 광장·공원을 ‘텍스트(text)‘로 간주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context)‘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도시는 콘텍스트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며, 그 말을 알아듣는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P2
인문학의 ‘위대한 고전‘을 읽을 때는 서문부터 끝까지 차근차근읽어야 한다. 멋대로 건너뛰거나 앞뒤를 바꿔 읽으면 더 힘들다. 빈여행도 그랬다. - P16
대도시지만 빈의 공간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이름난 건축물과사문화공간은 도심 순환도로인 링 -슈트라세(Ring-strasse) 주변에 포ㅣ해 있고 외곽은 대부분 상업지구와 주거단지다. 빈 사람들은 링슈트라세를 간단히 ‘링‘이라고 한다. 링은 이렇게 말했다. ‘답은 정해져있어. 넌 걷기만 해!‘ - P16
오래전 처음 번에 갔을 때, 어설프게 알면 아예 모르느니만 못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슈테판 성당이 독일어로 슈테판스‘돔‘(Stephans dom‘)이니까 지붕이 반구 형태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독일어 사용 지역에서 ‘돔‘은 가톨릭의 대주교좌 성당을 가리키는 말일 뿐지붕의 모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 P17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우리는 놀이를 즐기는 종이다. 뭘 가지고 어떻게 노는지만 달라질 뿐,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 P22
슈테판 성당은 파리의 노트르담처럼 종교 행사와 국가 의전을 연권력 공간이었다. 하지만 서양 고전음악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은 여기서 모차르트를 떠올린다. 그의 화려한 결혼식과 초라한 장례식이모두 여기서 열렸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독자들이 노트르담에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를 떠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 P21
유럽의 크고 오래된 성당들이 대개 그러했듯 슈테판 성당도 왕가의 영묘였다. 중앙 제단 가까이에 놓인 프리드리히 3세 (1415-1493)의대리석 관에는 모음 다섯 개 (A.E.I.O.U.)가 새겨져 있는데, "오스트리아는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존재하리"라는 라틴어 문장 또는 "온 세상이 오스트리아에 복속하리"라는 독일어 문장의 단어 첫 글자를 적은것이라고 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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