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도에 무성애의 자리는 없다. 킨제이가 무성애자의 존재를 알았는데도,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킨제이는자신이 만든 선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쳤다.
킨제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성적 socio-sexual인 접촉이나 반응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데이터를 마주하고도 킨제이는 자신의 선을 더 다차원적인 방향으로 수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 사람들을 X라는 별도 범주로표시하고 넘어갔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가 주로 두드러지고 X 집단은 대체로 잊혔다. - P37

강제적 이성애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성애자라는 믿음이 아니다. 이성애가 기본값이자 유일한 선택지라는 생각을 떠받치는 (이성 간의 사랑만이 생득적이며 여성에게는 사회·경제적 보호자로 남성이 필요하다는 식의) 가정과 행동의 집합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성애가 이렇게 널리 퍼진 게 오로지 이성애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라고 믿게 된다. 

사실 리치가 썼듯 "이성애를 하나의 제도로 검토하지 못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 혹은 인종주의라는 계급 체제가 신체적 폭력과 허위의식을 포함한 각종 힘으로 유지됨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 P68

섹슈얼리티란 정상인은 모두 성적이고, (사회가 승인한 섹스를 원치 않는 건 부자연스럽고 잘못되었으며, 섹슈얼리티에관심이 없는 사람은 필수불가결한 경험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떠받치는 가정과 행동의 집합이다.

착각하지 말자. 섹스는 정치적이며 그 의미는 항상 변한다. 세계는 거대하고 복잡하며, 강제적 섹슈얼리티의 정도와 표현 양상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성관계는 불온함, 죄악과 결부되며, 성직에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성관계를하지 않을 것이 의무로 요구된다. 일반적으로는 배우자 아닌 상대와 하는 섹스보다 이성 배우자와 하는 섹스가 훨씬많이 인정받고, 동성 간 섹스나 킹크 섹스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세상은 가난한 사람이나 유색인의 섹스를 장려하지 않았다.

일리노이 주립대학 젠더학 연구자 엘라 프리지빌로Ela Przybylo가 인터뷰에서 지적했듯 성 부정 sex negativ-ity은 강제적 섹슈얼리티와 나란히 존재한다. 동성애 혐오가판을 치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퀴어함을 예찬하듯. - P69

진짜 남자는 섹스를 많이 한다는 가르침은 겉보기에는정반대인 두 집단의 경험을 형성한다. 한 집단은 물론 무성애자 남성이다. 다른 집단은 인셀incel"이다. 자기랑 세스를안 해준다고 여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여성혐오자이자대개 이성애자인 남자들.

* involuntary celibate,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를 줄인 말로, 섹스를원하면서도 자기 의지와 다르게 성관계를 못 하는 온라인 서브컬처커뮤니티의 젊은 남성들을 일컫는다. - P75

하지만 문제는 사실 섹스가 아니다. 온라인 극단주의 단체를 연구하는 팀 스퀴럴Tim Squirrell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성적 전율의 문제라면 날로 정성스러워지는 자위라는 방안을 인셀이 왜 안 쓰겠습니까?" 문제가 욕구 불만뿐이면 인셀에게는 돈을 내고 섹스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도인셀 다수는 성노동자를 찾는 ‘밑바닥까지 가기‘는 싫다고한다. 스퀴럴의 설명에 의하면 인셀은 금발에 가슴도 큰 스테이시,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젠더 범죄를 저지르는수수한 여자 베키로 여성을 나눈다. 인셀은 베키를 비웃고,
오로지 스테이시로만 점수를 올리려 한다. 오직 스테이시만이 존경을 자아내는 성적 화폐로 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위계다.

인셀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자신이 매력 없고 데이트 상대가 못 된다고 느끼면서도 남들이 자기와 섹스를 해줘야만 한다고 믿지 않고 살인이라는 수단을 쓰지도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인셀의 분노가 남성과 섹스를 둘러싼 문화적 기대와 연관된다는 것은, 동일한 이야기가 무성애자 남성의 소외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도 다른 이 집단들은 모두 같은 성 규범의제약을 받는다. 남성 사회에 받아들여질 전제 조건으로 성경험을 덜 중요시하면 두 집단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 P80

누군가를 거절하려고
"나 파트너 있어요."라고 꼭 말해야 하는 건 사회의 결함이며, 싫다는 말로는 통하지 않아서 원치 않는 섹스를 피하려고 성적 지향을 꼭 대야 하는 것도 사회의 결함이다. - P83

지금 사회의 중심에는 분명 섹슈얼리티가 있다. 오늘날서구에서 섹슈얼리티는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 생각된다. 섹슈얼리티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하는지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의 일부이자 내 진실의 일부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Foucault가 『성의 역사History of Sexuality』에서 주장하듯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건 역사적·정치적 힘이 작동한 결과다. 나는 늘 이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P85

여성은 오래도록 성적 욕구를부인하고 남성의 욕구에 봉사하는 것이 장려되었다. 우리가치는 성에 묶여 있다. 우리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기 전까지 계속 성애화되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성적인 모습을 보이면 수치를 당하고 단속 대상이 되며,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며 어떤 욕망이 허락되어 있는지 탐구하지 못하게 저지당한다. 문제의 여자가 이성애자가 아니면 이런 이야기는 두배로 적용된다. - P93

성 정치학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페미니즘 담론의 중심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활동가 캐서린 매키넌Catha-rine MacKinnon과 앤드리아 드워킨 Andrea Dworkin이 훗날 성 부정 페미니즘으로 알려질 운동을 이끌었다. 매키넌과 드워킨스스로는 성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오르가슴의 해방적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분명 아니었다. 『일하는 여성의 성적 괴롭힘 sexual Harassmentof Working Women』, 『여성을 혐오하기Woman Hating』 같은 제목을 단 이들의 저술은 섹스의 쾌락보다는 섹슈얼리티가 위해를 가하는 데 이용되는 방식에 더 주안점을 뒀다.
이성애 섹스는 불균형한 권력 역학 안에서 이루어지며그렇지 않을 때가 없기에 섹스에 대해 진정한 동의를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논지다. 이들의 구조 분석은 가부장제 아래의 섹스란 어쩔 수 없이 손상되며 자유롭지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런 전통에서 등장한 활동 단체는 포르노그래피와 사도마조히즘, 성 노동에 반대했고 이모두를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상처 입히는 착취의 방식으로 봤다. - P93

섹스는 정치적이다. 쾌락을 즐길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무엇이 관습을 위반한다고 여겨지는지, 그리고 섹스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건 정치적이다. 섹스와 페미니즘과 해방의 의미는 빈곤 여성과 유색인 여성, 장애 여성, 신앙이 있는 여성에게 모두 다르다. - P107

어디에나 왕성한 리비도가 있다는 가정 앞에 성적 변주"
의 현실은 외면당한다. 해방해야 할 은밀한 성적 자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생각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가 모두 똑같다고 믿을 때나 말이 된다. 모두가 같은 걸 원하고, 채찍을맞으면 흥분된다는 걸 우리 중 일부는 아직 모를 뿐이라고.
성적 변주가 존재하기에 해방된 섹슈얼리티의 보편적인 그림은 없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마다 최선은 모두 다를 수 있다.  - P108

섹스는 저카리아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중심이 아니었다. 섹스는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중심도 아니며, 이걸빌미로 내 페미니즘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을 상대해 줄 시간도 없다. 나는 미치게 흥분되는 성생활을 하는 데 더 이상 관심이 없다. 모두가 내 성생활을 질투하게 하는 데 온 힘을 쏟아도 그건 대체로 나 혼자만 좋은 일이다. 쾌락 추구가 환상적일 수도 있지만 미치게 흥분되는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고해서 정치적 낙오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폭력과 경제, 교육을 비롯한 여러 사안에서 해야 할 다른 일이 너무나 많으니까. 어떤 여자가 섹스를 싫어하고 어쩌면 성적으로 억압되었을지도 모르지만 포괄적 성교육을 지지하며 동일임금법을 통과시키도록 입법처를 압박한다면 정치적으로 성공한사람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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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한 남성성 toxic masculinity'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우리 가정에 있는 소년과 남성들을 압박하여 비현실적이고 건강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관념에 순응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와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이다. 억압적인 성별 고정관념은 남성들이 사는 사회뿐 아니라 각각의 남성들에게도 해롭다. 이 억압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늘날 소년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 문제에 직면하기를 거부하고 피해 다닌다면 이 아이들은 우리가 내버려 둔 틈새로 우르르 추락할 것이다. 








등산 모임을 찾다가 안티 페미니즘 모임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했었다. -소개 문구를 보면 가관이다.-그래서 정작 '페미니즘' 모임을 검색하니 안티 모임만큼 많지도 않았고 가입자도 훨씬 적었다. 최대 포털사이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가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그곳에서 오가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여성 혐오가 심각했다. 그들의 특징은 여성을 혐오할 구실을 찾으러 서로를 독려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왜 그런 식으로 연대하는지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더 구체적으로 연구 되어야 하는 문제지만 모두가 손을 놓고 있어 그 이상은 오래도록 진전이 없다. 마치 불량한 부자집 막내아들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언급하기 꺼려하는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정치적 영향력이 있어서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극우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충분히 성적이지 않거나 올바른 방식으로 성적이지 않은 사람은 모자란 사람이 된다. '무성애자'이름표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단지 성적 지향을 나타내는데 그쳐야 한다. 그러나 '무성애자'는 조롱거리이자 부정적인 속성을 의미한다. 정열이 없다, 뻣뻣하다, 지루하다, 로봇같다, 차갑다, 내숭 떤다, 불감증이다, 결핍이 있다...(중략) 섹슈얼리티를 연기하면 성장기에 친구를 사귀고 존중받을 길이 열린다. 이건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것에 더 가깝다. 적절한 종류의 성적 행동이 부족하면 유대 형성에 어려움이 생기므로 섹슈얼리티에 대한 남성의 말과 행동은 섹스보다는 오히려 친구를 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







'식욕은 성욕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왕성한 식욕은 곧잘 왕성한 성욕을 연상시킨다. 미디어는 은연중에 잘 먹고 충분히 섹스하는 것을 건강하고 완전한 삶으로 포장한다. 나이 들면서 두 가지의 욕구가 줄어든 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왕성한 식욕을 뽐내는 걸 무심하게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 배우의 실제 식욕은 어떨까?' 여성 배우들은 그럼에도 날씬한 외모를 유지해야 하니 그런 장면이 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이 잘 못 먹는다면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있거나 극심한 우울증에 걸렸거나 몸이 아프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 외에 다른 이유로는 설명이 안된다. 물론 요즘에는 '소식좌'라는게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의 식습관은 '정상적'이라고 여겨지기 보다는 예외로,웃음거리로,혹은 다이어트 자극으로 소비된다. 





10대 시절 7년간 성매매되었던 아일랜드 여성, 레이첼 모랜의 책을 1년 만에 다시 펼쳤다. 가부장제의 '규범적 섹스'는 고질적인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다수가 '보지 않기'를 선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방치되고 유지된다. 사람들이 조금씩 불편한 것들을 보기로 선택할 때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나고 비가시화되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공부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방식에 균열을 내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워 지는 것.



사람들 각자가 고유한 내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타인에게 수치를 주거나 책망하는 단순한 행위가 복잡해지고, 개개인의 역사를 알아갈수록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리처드 홀러웨이,무신론적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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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24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드 포는 제가 아직 안읽어본 <인셀 테러>와 당연히 연관이 있을거라 보여집니다. 레이첼 모래는 외모가 형편없는 남자들이 성구매자에 더 많음을 언급하거든요. 외모만 형편없는 게 아니라 사실 열등감에 휩싸인 남자들이죠. 얼마나 찌질한지. <인셀 테러>와 같이 읽기에 좋은 책일듯 합니다. 아 물론, 외모가 형편없지 않다고 해서 찌질하지 않다는 걸 말하는 건 아니고 말이지요.

저도 어서 <인셀 테러> 읽고 싶네요. 읽다보면 할 말이 정말 많아질 것 같습니다.
미미 님, 화이팅이요!!

청아 2023-10-24 14:06   좋아요 1 | URL
인셀들 때문인지 일부 페미니즘 모임은 가입절차가 까다롭더군요. 음성도 녹음해 올려야 하고요.
여성인척 가입해서 혐오 발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거라 짐작했어요.
<에이스>에도 인셀이 몇 번 언급되었어요. 요즘 책에 집중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세 권 같이 읽으니
활력이 다시 생기는 것 같습니다!! ^^*

<페이드 포>다시 읽으며 성매매의 잔인성을 새삼 실감하고 정말 글 잘 쓰는 구나 또또 감탄합니다.
다락방님도 화이팅이요!! 항상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10-24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셀‘이란 단어를 검색해봤어요.
저는 몰랐던 단어였어요.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먹을것에 대한 집착이나 새로운 것을 먼저하고 따라해서 인싸가 되려는 노력들이 넘 과해보여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청아 2023-10-24 17: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제대로 의미를 알았어요. 미국 극우에 대해 이야기할때 자주 언급되더군요.

그렇죠! 요즘 인싸가 되기위한 조건들이 묘하게 상품화하기 좋은 것들이라 더 거부감이 들기도해요. ^^

2023-10-24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4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터라이프 2023-10-24 2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자발적 독신주의‘라는 인셀 incel은 일부 비틀린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대변합니다. 이 인셀은 지난 2014년, 무고한 3명의 여성을 비롯, 총 6명을 살해하고, 14명을 부상 입힌 엘리엇 로저로 인해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그는 자신이 정상적인 연애를 못했던 이유가 순전히 여성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섹스할 권리‘를 외친 비틀린 인물이죠. 미국 내부도 저학력의 저소득 백인 남성들에 의해, 여성 혐오가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안 우파 alt-right 가 적극적으로 편승한 것도 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상적인 남자들이 훨씬 많습니다만 이러한 잠재된 폭력성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사회 문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전반적으로 무분별한 여성 혐오는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청아 2023-10-24 22:27   좋아요 1 | URL
베터님 인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잘 해주셨네요! ^^ 우리만의 특성이 분명히 있지만 사례들을 살펴 보면 미국의 대안우파나 인셀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들을 이용하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고요. 그러고보면 우경화가 정말 세계적인 현상인가봅니다. 이 책<인셀테러>도, 지난번 베터님 읽으신 <혐오>도 그렇고 계속
출판계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니 언젠가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다가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잉크냄새 2023-10-25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산 모임과 안티 페미니즘의 연결 고리는 도대체 뭔가요? 참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청아 2023-10-25 11: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아마 제가 의식의 흐름따라 이것저것 누르다가 건너간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3-10-25 18:4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내용을 잘못 봤네요. 전 등산 모임 자체가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지닌다는 뜻으로 보았네요.

은오 2023-10-25 0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남자의 성욕은 여자의 식욕이다 이런 말 많이 썼죠. ㅋㅋㅋ 뭔.... 일주일 갇혀서 굶어봐야 그런 소리 안 나오지

잠자냥 2023-10-25 06:4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0-25 07: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3-10-25 11:38   좋아요 0 | URL
그런 말도 있었군요ㅋㅋㅋㅋ그럼 감옥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요ㅋㅋ

꼬마요정 2023-10-25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욕을 우쭈쭈하는 사람들은 유아기일 거예요. 좀 어이없는 게 남성의 성욕은 꼭 충족되고 욕구 불만은 해소해야 한다는 믿음이요. 꼭 상대한테요. 어후 그런 생각하는 사람은 길 지나가다가 똥 마려우면 길 한가운데서 싸는 사람일 거예요. 여자의 성욕은 엄청 과소평가하고 문화적으로 수치스럽게 만들면서 말이죠.

청아 2023-10-25 11:45   좋아요 1 | URL
윽ㅋㅋ 그렇겠군요.다른 부분에서도 자기 욕구가 우선일테니까요. 이 주제로 토론하면 재밌는 비유도 많이 나올듯 합니다.ㅋㅋㅋㅋ
 



     

등산 모임을 가입할 때부터 걱정되었던 건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점이었는데 나는 사람을 사귀고 싶어서 가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등산이 좋은데 혼자 다니긴 무섭고 길도 잘 모르니까 섞여서 다녀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혹 마음 맞는 친구가 생기면 좋은 거고. 그렇다고 굳이 친구 만들려고 가입한 것은 아닌 그런 마음. 해당 사이트에는 함께 찍은 사진들, 개인 별로 찍힌 사진들, 멤버들이 함께 산을 오른 뒤 도시락을 나눠 먹는 사진, 큰 양푼에 밥을 비벼 나눠 먹는 사진들이 보란 듯이 올라와 있었다. 운영자와 몇 명의 리더가 있고 각 리더가 산행 공지를 올리면 참여하고 싶은 날짜에 신청을 하고 따라가는 식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지원자가 적은 코스만 몇 개 신청해두었었다. 




인상도 좋고 친절한 분이었다. 마음이 놓였다. 사생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어색한 침묵도 굳이 깨뜨리지 않는 분이었다. 나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자꾸만 인증사진을 찍게 했다. '저기 서봐라' '거기서 뒤돌아 봐라' 요구 사항이 이어졌다. 나는 그냥 등산하려고 만난 건데? 사진 찍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민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웃으면서 말한 탓인지 묵살당했다. 피톤치드도 풍부하고 걷기에도 힘들지 않은 코스였는데 자꾸만 사진 찍느라 멈춰 서야 했다. 상.중.하로 난이도를 나누면 '하'인 완만한 코스임에도 어쩐지 괴로움은 '상'이 되어있었다. 다섯 번은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찍고 싶지 않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편에게도 인증사진을 보내줘야하지 않겠냐, 이렇게 찍어 올리지 않으면 이 코스 왔다고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농담 반 웃으며 이야기해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 등산을 자주 갔었는데 이번에 다녀오고 난 뒤 가장 지쳤다. 멧돼지 나올까 봐 조금 서둘러 걷더라도 혼자 하는 등산이 최고였다. 어떤 말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즐거웠지만 사진 찍어야 하는게 부담스러워 탈퇴한다고 문자로 간략히 알렸다. 억지로 안 찍어도 된다고 답신이 오고 전화가 왔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나를 찍었던 사진들을 보내며 본인 스맛폰에서도 지우겠다고 했다. 세어보니 내 사진만 40장이 넘었다. 좀 더 친해지고 찍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걸 좋아 하는 사람도 많겠지, 누군가 내 사진을 찍어 준다는 걸 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모임을 즐겁게 유지하게 하려는 서비스 차원이었겠지...나는 디폴트를 벗어난 인간임을 종종 이렇게 실감한다. 역시 소통이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에미와 레오는 정기구독을 해지하려던 메일이 잘못 보내져 인연을 맺게된다. 초반 둘 사이에 오고 가는 실랑이가 재밌고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성향이 무척 달랐지만 2년 가까이 그렇게 메일을 주고 받으니 호감이 커져갔다. 레오는 커뮤니케이션 카운슬러이자 언어심리학 쪽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배경 탓인지 자신과 성격이 다른 에미를 잘 이해해 주었고 변덕스럽게 굴 때에도 숨은 진심을 헤아려주었다. 문제가 없진 않았다. 그는 싱글남이었지만  에미는 유부녀인데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던 것. 그래서 레오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몇 번이나 거리를 두려 하지만 감정이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 번번이 실패한다. 조금씩 자신의 오랜 상처를 상대에게 드러내면서 오해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은 일곱 번째 파도를 향해 점점 상승한다. 




경고 하나 할게요. 모든 에미를 염두에 두시는 게 좋을 거예요. 삶이라는 게 저 바깥세상에서 어떤 장난을 치는지, 이 안에 그 삶이 어느 정도나 반영되는지, 그걸 누가 알겠어요? 40



그러던 어느 날 에미의 남편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일을 보게 되어 둘 사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남편은 에미가 모르게 레오에게 의외의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두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말을 한다는 것도 글을 쓴다는 것도 오독을 각오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히 소설가들은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소설이라는 세계는 얼마나 신비롭고도 안전한가. 그러나 안전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내면의 세계는 조금씩 바뀌어 있다.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단조로운 도움닫기를 함께 하면서 앞선 파도들에 자신을 맞추지요.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밀려오기도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 놓아요. 일곱 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 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 256












그가 말했다. 

"당신이 언젠가 이런 만남을 되돌아보며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나는 그를 보았다. 

"내가 두려운게 뭔지 알아요, 로버트?"

나는 그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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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20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또 박정민 배우 ㅎㅎㅎ 그쵸 모임 쉽지 않죠...각자의 노력은 당연한 인풋일 테고 운과 타이밍이 작용해 주어야 아웃풋도 따라주는 듯합니다~

청아 2023-10-20 17:07   좋아요 1 | URL
박정민 배우~ 요즘 저의 힐링입니다ㅋㅋㅋㅋ
서재 하나로도 충분한데 제가 너무 욕심 냈던것 같아요ㅋ

페넬로페 2023-10-20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죠!
함께 해서 불편한 점요 ㅠㅠ
근데 산은 혼자가기가 조금 위험하잖아요.
사람도 무섭지만 잘못해서 길 잃기도 쉬워요.
전에 지리산에서 길을 잘못 들어 엄청 고생했거든요.
당분간 가까운 곳의 사람 많이 다니는 산으로 등산하시는게 좋을듯요^^

청아 2023-10-20 17:28   좋아요 2 | URL
네! 평일에는 조용해서 좋긴한데 요즘 아무래도 무서우니ㅠ.ㅠ
되도록 사람 많은 주말에 가려고요.
페페님 지리산을 경험하셨군요?! 나중에 지리산, 설악산도
꼭 가보고 싶어요 ^^

거리의화가 2023-10-20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 등산이 좋은데 요즘은 혼자가는 게 무섭고 꺼려져서 못 가고 있어요ㅠ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지켜보며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법인 것 같습니다.

청아 2023-10-20 17:33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왜 이렇게 됐는지ㅠ.ㅠ 혼자 가다가 사람들 지나가면 괜히 반갑고ㅋㅋㅋ
화가님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페크pek0501 2023-10-20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뉴스로 멧돼지가 나올 수 있다고 하여 등산을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인적이 드문 곳은 위험할 듯.
사람들이 많은 곳엔 없을 것 같아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넘 슬펐어요.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요.˝ 이 대사가 거기에 나오죠.
노교수와 수강생이었던 여성과의 슬픈 사랑.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청아 2023-10-20 17:37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둘레길로만 다니는데 벗어난 곳으로 다니시는 용감한 분들이 있더군요ㅋㅋㅋ
올해는 도토리도 많지 않다고 해서 더 조심해야겠어요.
저도 표제작이 슬펐어요! 오디오로 다시 들으니 또 그 부분만 읽고 싶고요.^^

잠자냥 2023-10-20 17: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양푼비빔밥에서 저는 그냥 숟가락 들고 그대로 하산….. ㅋㅋㅋㅋㅋㅋ 멧돼지 나와도 혼자가 좋을 거 같습니다. 일자산으로 가세요. 거기엔 멧돼지는 아닌 인간 돼지 다락방이 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3-10-20 17:43   좋아요 2 | URL
저도 같이 먹으라면 먼저 간다고 ㅋㅋㅋㅋㅋㅋ 이제 전보다는 멧돼지가 두렵지 않아요ㅋㅋㅋ
일자산 저번에 검색하니 한 시간이나 걸려서 다음에 가려고요. 일단 가까운 북한산 점령!!

잠자냥 2023-10-20 17:49   좋아요 2 | URL
일자산 갈 땐 락방이 먹이로 아몬드 챙겨가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20 17:49   좋아요 4 | URL
미미 님, 일자산은 제가 안내합니다. 인증사진 안찍습니다. 저도 안찍기 땜시롱 ㅋㅋㅋ 끝나면 술도 사드릴 수 있지만, 미미 님이 부담스러워하시면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실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임을 재차 밝혀두는 바입니다.

아,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저를 돌진하는 멧돼지라고 생각하십니다. 멧돼지나 인간 다락방이나 뭐, 거기서 거기입니다.

이만 총총.

청아 2023-10-20 17:59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돌진하는 멧돼지라 하시니 레디컬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요!ㅋㅋㅋㅋㅋ
제가 내향 반, 외향 반인데 이번 일로 내향성이 강해졌음을 실감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살면서 술은 사양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유부만두 2023-10-20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등산하는 여자 이야기 만화 추천드립니다. <산과 식욕과 나>. 전 주로 식욕 부분에 집중하는데요, 그룹 등산보다 혼자 등산을 좋아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잘 나와있어요.

유부만두 2023-10-20 20:47   좋아요 2 | URL
박정민 배우 목소리 좋네요. 그런데 여자 화자의 소설을 남자 목소리로 하니 좀 어색하기도 하고요.

청아 2023-10-20 21:18   좋아요 1 | URL
검색해보니 재밌을것 같아요! 산에서 아주 푸짐하게 차려먹는 표지 부터ㅋㅋㅋㅋ이래저래 대리만족도 되겠습니다.

청아 2023-10-20 21:30   좋아요 1 | URL
목소리 좋단 말을 많이 듣기도하고 라디오 진행 욕심이 있대요. 그런데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직업인지라 엄두가 안난다고 하더군요.
대신 오디오북 많이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stella.K 2023-10-20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사진 안 찍힐 권리도 있는 건데 카메라 가진 게 유세인지
어떤 사람은 막 설득하려고 그래요. 뭐 내가 볼 것도 아닌데 하고 찍혀주긴 하지만
그러고도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가끔은 사진을 찍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요.
일종의 흔적 남기기 같은 거죠. 사진이 너무 없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ㅋㅋ
아, 사진에 대한 이중적인 마음이여...ㅠㅠ

청아 2023-10-20 21:28   좋아요 2 | URL
모르는 사이 친구에게 찍힌 사진은 훨 자연스러워서 저도 좋아하는데 이분과는 아직 어색한 사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불편했어요. 원하심 찍어드린다니 정작 그분은 안찍으신다고..
제가 고를 수도 없이 사이트에 사진이 올라가 있어서 그것도 좀 그렇더군요.
블야100대산 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ㅜㅜ

은오 2023-10-20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푼비빔밥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빵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쉽지 않은 모임이네요. 사진도 그렇고.... 왜 사람 괴롭히냐!! 미미님의 고단함이 느껴졌습니다. 잘 맞는 모임 찾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ㅠㅠ
등산은 꼭 밝을 때, 사람 많이 다니는 시간대에 가셔요!!!!

청아 2023-10-21 08: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아... 양푼비빔밥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ㅋㅋㅋㅋㅋㅋ여성 산악회도 많지 않은데 정말 쉽지 않네요. 그래도 은오님 공감해 주시니 충분히 위로가 됩니다😍

새파랑 2023-10-21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딘가에 얽매이는걸 안좋아해서 저런 모임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ㅋ

인증사진이 도대체 뭔지 ㅋ

<새벽세시>, <빛과 물질..> 오랜만에 보니까 좋네요 ^^

청아 2023-10-21 15:3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편인데 이번일로 더 강화된 느낌이예요ㅋㅋ

읽은 책 문장, 다시 봐도 늘 좋지요^^

베터라이프 2023-10-22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번 등산 동호회 오프 모임에 나간 적이 있는데, 신입 남자 회원은 적응하기 좀 어려웠습니다. ^^; 그래도 새로운 도전도 하시는 걸 보니, 미미님 용기 있는 분이셨군요. ^^ 요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니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청아 2023-10-22 08:25   좋아요 1 | URL
베터님도 산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긍정적인 측면을 봐주시니 구겨졌던 기억이 펴지는 느낌입니다^^
춥고 건조하니 베터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책읽는나무 2023-10-24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증사진 40장!!!!!@.@
사진 찍기 싫다는데 40장이라니?
그 분이 눈치가 좀 없으시거나, 사진 찍어주는 걸 엄청 좋아하시는 분이신가 봅니다.
어휴....^^;;
전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여적 내 사진을 찍어보진 않고 남들을 찍어주거나 풍경 사진을 찍거나 암튼 그러고 다녔는데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인증샷 찍어준다면 한사코 싫대서 왜 저러나? 추억일텐데...의아했다가 요즘 그게 고역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최근 미술학원에서 야외수업?을 나갔었는데 자꾸 저를 찍어준다고 하셔서 어색한 포즈와 애매한 표정으로 사진을 한 5장정도 찍히고, 학원에서도 갑자기 고개 들어봐! 하면서 찍히고....사진을 보니까 참 난감한 표정ㅜㅜ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찍어줄 때의 어색함과 난감함을 문득, 이제 깨달았달까요?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어요.ㅋㅋ
이제부터 저도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안찍어 주려구요. 그래놓고 주말에 친구를 만나 그 친구 뒷모습 몰래 찍었네요.ㅋㅋㅋ
찍사들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ㅜㅜ

박정민의 낭독을 이 아침에 들으니 좋네요.^^
그러고보니 박정민이 언젠가 저 소설책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단편집이라고 책을 들고 나와 소개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더 심도 깊게 들리는 것 같아요.^^

청아 2023-10-24 11:22   좋아요 1 | URL
좀 더 정확히는 45~6장 정도였어요ㅋ 사진 찍히는 걸 이렇게 까지 싫어하진 않았는데
저 사이트 가입하자마자 한 남자 분이 개인 메세지를 보내면서 본인 프로필을 바꾸더군요.(진짜 자기 모습으로요) 여성 등산 모임이라 본인 얼굴로 프로필 바꿔야하고 남성은 가입할 수가 없는데 가족 명의로 들어왔었나봐요. 그 얘기도 등산 멤버에게 했어요. 그래서 더 사진 올리고 싶지 않다고요. 그 남성 분이 볼테니까.ㅠ.ㅠ
사이트에 올리기 전에 미리 고를 수 있게 해줬어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을 거예요. (한 장 정도만 허락했을 듯) 나무님이 찍사였다면 즐거웠을 거예요. 여기서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꽤 친근하게 느끼니까요.^^

서점 열었다가 닫았다고 해서 마음이 안좋았어요. 손님들이 책은 안 사고 배우만 보러 갔었나? 진작 알았더라면
내가 많이 사주었을텐데ㅋㅋㅋㅋㅋ하고요. 목소리 너무 좋지요! ^^

책읽는나무 2023-10-24 11:57   좋아요 1 | URL
엥?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 이유라면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탈퇴하시길 잘하셨습니다.
전 제 경우만 생각하곤 다른 원인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보질 못했군요.
여성들이 마음 놓고 취미활동 하기가 참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특히나 등산은 혼자 다니기가 무서워서...ㅜㅜ
그래도 친구분이 동행해 주신다니 다행입니다. 가을 산행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박정민 서점 문 닫았대요?
이런....ㅜㅜ
배우가 서점을? 하며 참 반가웠었는데...ㅜ
제주에서 요조 가수가 서점 운영하잖아요. 요조 가수도 서점만 바라보곤 운영이 안되어 부업?활동을 겸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말 사람들이 책을 안 산다고 우스개 소리로 하던 말이 기억나네요.

그레이스 2023-10-24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냥 마음 맞는 친구 몇사람과 다니면 딱 좋은데... 그게 어렵죠?^^

청아 2023-10-24 11:26   좋아요 1 | URL
그럼요! 다행히 보름 마다 같이 가준다는 친구가 한 명 있고요. 이 날 있었던 얘기 하니까 등산 싫어하는 다른 친구가 이번 주에 한 번 가준다고 했어요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3-10-24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남는 건 사진 뿐이다
라며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닝겡이었으나...

카메라를 휴대폰카가 대신하게 되면서
사진 찍기에 대한 열정을 사그러져 버
렸네요.

사실 사진찍기의 진수는 현상 인화해서
보관하기인데... 나이가 드니 다 귀찮아
져 버렸네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가
봅니다.

아, 전 사진 찍지 않겠다는 분은 굳이
찍지 않는다는 원칙이 ㅋㅋㅋ 주변에
나 좀 찍어줘 하는 사람들이 원체 많
았나 봅니다.

청아 2023-10-24 15:46   좋아요 1 | URL
확실히 휴대폰 보다는 전용 카메라가
사진 찍는 재미가 있죠! 저도 아주 잠깐 디카의 매력에
빠진적이 있었어요.(재능은 없었던) ㅎㅎㅎ

스마트 폰에 너무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어서
개별적 용도의 가치도 떨어지고
이용자의 집중력도 약화시키는 듯 합니다.

매냐님 올려주셨던 사진들 떠올려보면
인물 사진도 잘 찍으셨을것 같아요! >.<
 

이제 ‘인신매매는 없어졌다‘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바다를 규율하는 법은 부족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느슨한 집행이다. 육지와는 확연히 다른 바다 위 영역 싸움을 이어가는 일은 냉정한 계산의 문제다. 어떤 나라는 국경 양쪽의 땅 몇 토막을놓고 싸우지만, 바다의 경계는 그보다 덜 명확해서 침범하는 자를 추적하는 일이 무용해 보인다.
이것이 우리 저녁식사 접시에 올라오는 생선 5마리 중 1마리가불법 어획물인 이유이자 전세계 수산물 암시장의 규모가 200억달러를 웃도는 이유다. 세계의 수산 자원 대부분은 남획으로 위기를 맞았다. 2050년에 이르면 중량 기준으로 바다에 물고기보다플라스틱 폐기물이 더 많아지리라 예측하는 연구도 여럿 있다.
바다를 보호하려는 의지도 자원도 없는 대다수 정부 탓에 바다는훼손되고 고갈되었다. 고온 현상과 해수면 상승, 강력해진 폭풍등 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에도 대중의 관심은 잘 모이지 않는다. 하물며 수산 자원 감소 문제는? 어지간해서는 눈에도 안 띈다. - P91

다이버들을 팔라우로 이끄는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이곳의 상어개체군이다. 신지취33호의 어창에서 상어 지느러미 수백 개가발견된 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레멩게사우는 곧장 상어 살육의 경제적 영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상어 개체 한마리는 관광 수입으로 1년에 17만 달러 이상, 일생 전체로 보면200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낸다고 한다. 반면 죽은 상어는 마리당 100달러에 팔리고 그 돈은 보통 외국 밀렵꾼 손으로 들어간다.
수치가 좀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상어 살육이 팔라우에경제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만은 확실했다. - P98

대개 갑판원들은 공간 낭비와 다른 값비싼 어획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느러미를 절단하고 남은 상어 몸통을도로 물속에 던진다. 몸통 고기보다 지느러미가 백 배는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죽음은 느리게 진행된다. 살아는 있으나 지느러미가 없어 헤엄을 칠 수 없는 상어는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굶거나 질식해서, 또는 다른 물고기에게 뜯어 먹혀 죽는다.
과학계는 해마다 지느러미 때문에 학살당하는 상어가 9,000만 마리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2017년 기준 전체 상어 어종 중 약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 P100

상어는 핵심종이다. 이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하면 산호초에 서식하는 종까지 내려가는 먹이그물 전체가 무너진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작은 어류가 너무 많이 살아남아 산호초를 부양하는 미생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치운다. 상어 밀렵을 규제하는일은 상어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산호초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 P100

팔라우만큼 해양 보호에 적극적인 나라는 없었다. 팔라우는2006년 저인망 어업이라는 파괴적 행태를 발 빠르게 금지한 국가중 하나였다. 저인망 어업이란 무게 추를 단 거대 어망으로 바다 밑바닥을 긁어 심해의 물고기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이런 어망은 경로에 들어오는 생물 전부를 무차별적으로 죽여버린다. 팔라우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어 보호 구역을 조성해 자국 수역내 상업적 상어 포획을 금지했다. 2015년에는 수역 내에서 조업 허가를 받은 모든 참치 연승 어선에 옵서버를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P100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바다는 세계 전역의 작고 외딴 섬나라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이미 키리바시와 몰디브, 피지, 나우루, 투발루 일부 지역은 높아지는 조류 아래로 밀려 내려가고 있다.  - P109

어망의 규모와 강도가 늘어나면서 의도치 않게 죽거나 도로 버려지는 부수 어획물의 양도 늘어났다. 현재 전세계 어획물의 절반 이상은 사체가 되어 배 밖으로 던져지거나 잘게 갈린 뒤 알갱이로 뭉쳐져 돼지와 가금류, 양식 어류를 먹이는 사료가 된다. 예컨대 ‘양식‘ 참치 1마리를 먹이려면 그 참치 무게의 30배가 넘는물고기를 바다에서 잡아올려 사료 알갱이로 만들어야 한다. 기술발전은 어업의 산업화와 더불어 공해에서 잡힌 어획물이 지난 반세기 동안 700퍼센트 증가한 주요 원인이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의 수산 자원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이유이기도 하다. - P111

어선, 특히 개발도상국의 어선은 위생과는 거리가 멀다. 눅눅하고 갑갑한 공간에 몇 달씩 쑤셔넣어진 수십 명이 죽었거나 썩어가는 생물 수천 마리를 하루가 멀다고 만져야 한다면 감염은당연지사였다. 팔라우에 갔을 때 나는 이미 어선 수십 척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있었고 안전을 위해 몇 가지 습관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손톱 물어뜯기는 금지였다. 손은 입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아야 했다. 작은 상처라 해도 순식간에, 그리고 심하게 감염되었다. 콘택트렌즈 착용도 관뒀는데 세균이 득시글거리는 환경에서 불안하게 렌즈를 넣고 빼다 보면 자꾸 다래끼가 나기 때문이었다. 귀 감염 문제는 끈질긴 습기와 쉬지 않고 벌이는 싸움이었다. - P123

무법의 바다를 탐사하면 할수록 포식자와 먹잇감을 구별하는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팔라우에 온 것은 어류를 비롯한 이곳의해양 생물이 처한 위태롭고 암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세계바다에서 벌어지는 약탈 행위의 일선에 있는 외국 밀렵선의 행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뚜렷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어류를노리는 사람들에게 팔라우 수역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람들은 그 자원보다 더하지는 않을지언정비슷한 정도로 취약해 보였다. - P124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세계의 공동으로 나아간다.어떤 이는 단지 모험을 사랑해서 움직이고,
어떤 이는 과학 지식에 통렬한 갈증을 느끼고,
또 어떤 이는 ‘작은 목소리의 유혹‘에,
그 미지의 신비로운 매력에 끌려 닦인 길을 벗어나게 된다.

- 어니스트 섀클턴, "남극의 심장" - P129

시랜드

북쪽 탑에는 손님방과 구금실과 회의실이 있었고 배링턴도 이탑에서 생활했다. 여기 난방기로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냐고 묻자 배링턴은 "사실 나는 쌀쌀한 게 좋아요"라고 했다. 아래로 내려가던 중 배링턴이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단출한 예배실로꾸며진 방에 멈춰 섰다. 화려한 천으로 장식된 탁자 위에 성경 한권이 펼쳐져 있었다. 선반에는 쿠란 한 권이 소크라테스,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잠수함 안의 서재처럼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초현실적인 골방이었다. - P154

"바다 위의 생명은 저렴합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Human RightsWatch 아시아 지부 부국장 필 로버트슨Phil Robertson 의 말이다. 로버트슨의 말에 따르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해상노동법은 느슨하고, 남획으로 수산 자원이 고갈되는 와중에도 전세계의해산물 수요는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뤄진 탁월한 보도 덕분에 나도 해상 노예 문제에 대해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부패의 정도는, 내 눈으로 직접 본 잔악무도함과 그것이 내가 인터뷰한 이들에게 남긴지워지지 않을 영향은 취재를 끝낸 후로도 줄곧 뇌리에 박혀 있다. 무법의 바다에서 희생자는 (파도 위와 아래에) 수두룩하지만,
우리 식탁에 먹거리를 올려주는 사람들이 당하는 착취는 내게 충격이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제 휴대전화는 생활의 거의 모든국면에서 발생하는 착취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경찰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나쁜일이 일어나면 아마 영상으로 찍혀유튜브에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바다에서는 계약 노역이 여전히 표준 사업 관행이다. - P380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건설업과 농업, 제조업과 성 산업에서흔히 나타나는 채무 노동은 노동자가 이토록 고립된 바다에서 유독 만연하고 또 극렬했다. 태국에서는 예로부터 선장이 갑판원에게 상당한 액수를 선지급해 노동자가 가족 곁을 비우는 긴 시간 동안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갑판원 중 이주노동자가 늘어나자 선장은 선지급하는 돈을 선원에게 직접 주지 않게되었다. 대신 이 나라로 노동자를 몰래 들여온 인신매매업자에게돈을 줬다. - P402

태국의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는 환경 문제와도 연결된다. 태국 선박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양망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 어류자원이 급감했다. 어업계와 보전생물학에서 CPUE라고 하는 단위 노력당 어획량catch per unit effort은 대상이 풍부한지 희소한지를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다. 태국만과 태국 서쪽 안다만해 양쪽모두에서 어선의 단위 노력당 어획량은 1960년대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86퍼센트 이상 떨어졌고, 태국 수역은 남획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심각한 곳이 되었다. 태국 배들은 잡을 물고기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더 먼 바다로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어획량을늘렸다. 이렇게 경제와 환경의 더 거대한 힘이 모두 공모해 채무노동은 남중국해의 어업이라는 직물에 더 단단히 짜여 들어갔다. - P403

갑판에 나갈 때는 헤드램프를 착용하고 밝은색 옷을 입어라. 물에 빠졌을 때 물이 차가우면 턱을 꽉 다물고, 보통 숨을 마시다 익사하니 처음 빠진 순간당황해서 숨을 들이쉬지 않도록 버텨야 한다.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열 손실을 줄여라. 조류를 거스르는 수영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무거운 장화나 신발은 벗어버려라. 너무 춥지 않다면바지나 상의를 벗고 끝을 묶어 공기를 가둔 다음 몸을 띄우는 도구로 써라. ‘익사 방지‘ 기술, 즉 긴장을 푼 상태로 몸을 곧게 유지하며 최소한의 힘만 들여 머리를 수면 위에 내놓는 식으로 폐에 공기를 잡아두는 데 집중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수영법을익혀둬라.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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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9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10-19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마구 필사를 하고 싶어지는 페이퍼입니다.

청아 2023-10-19 23:53   좋아요 2 | URL
재독, 필사 늘 하고싶지만 미루게 되는 것들입니다. 페크님 말씀에 힘을 얻어 내일 다시 써봐야겠습니다. ^^
 

바다는 숨이 멎도록 아름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암담한 비인도적 행위가 난무하는 디스토피아적 공간이기도 하다. 법은 수세기에 걸쳐 세심하게 말을 다듬고, 치열하게 싸워 사법권의 선을 긋고, 강력한 집행 체제를 확립하며 위력과 명료함을 키워온덕에 육지에서는 대개 아주 견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바다에서 법은 유동적이며 사실 존재감조차 미미하다.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밀거나 두드리는 동작 한 번에 즉각 너무나 많은 정보가 쏟아져 주변 세계에 관한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대지만, 우리가 바다에 대해서아는 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적다. 오늘날 세계 인구 절반은 바다에서 160킬로미터 이내에 살고 있으며 세계 상품의 90퍼센트는상선이 수송한다. 세계적으로 5,600만 명 이상이 어선에 몸을 싣고 바다에서 일하며 이 외에 160만 명은 화물선과 탱커선을 비롯한 다른 상선을 탄다. 하지만 이 영역을 다루는 보도는 이따금 보이는 소말리아 해적이나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 소식을 제외하면극히 드물다. 우리 대부분에게 바다란 그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곳이거나 어둡고 밝은 파랑으로 이뤄진 널따란 화폭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는 광활하고 전능해 보이지만, 환경을 위협하는 문제는 지도 제작자가 지난 몇 세기 동안 바다에 멋대로 그려놓은 경계를 넘어 멀리까지 뻗어나가기 때문에 바다는 한편으로 취약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 P15

내 목적은 해상 노예의 딱한 처지를 알리는 것뿐 아니라 공해를 누비는 사람들의 면면까지 생생하게 살리는 것이었다. 자경 활동에 나선 환경 보호 활동가와 난파선을노리는 도둑, 바다에서 활동하는 용병, 반항적인 포경선원, 앞바다의 압류원, 바다로 나가는 임신중지 시술자, 은밀하게 움직이는 폐유 투기업자, 미꾸라지 같은 밀렵꾼, 유기된 선원, 바다로 내몰린 밀항자 말이다. - P16

이들과 대화하며 특히 명확해진 사실은 화물의 해상 운송이 항공 운송보다 훨씬 저렴하고, 그 이유 중 하나는 공해가 여러 국가의 행정으로 어수선한 상태이며 규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현실은 조세피난부터 무기 비축까지의 각종불법 행위를 낳았다. 어찌 보면 미국 정부가 가령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해체하거나 테러 관련 구금과 신문 일부를 진행할 장소또는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을 처리할 장소로 공해를 선택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어업계와 해운업계는 바다 위 무법 행위의 피해자인 동시에 그 수혜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하다. - P17

바다는 무한의 은유이자 정부의 간섭과 확실하게 분리되어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탈출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금이다. 사람을 집어삼키는폭풍과 비운의 결말로 끝난 원정, 조난당한 선원과 광기에 찬 사냥꾼으로 가득한 해양 문학의 정전은 망망대해와 함부로 날뛰는무뢰한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새처럼 이들은 많은 경우 포식자의 부재 속에 진화하며 지난 수세기내내 멋대로 살아왔다. 지금까지도 그런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 그려진 소묘로 이런 사람과 장소를 바라보는 우리의인식이 현재에 맞게 제고되기를 희망한다. - P18

때로는 취재 과정이 너무 들쑥날쑥해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언론 활동이 아니라 주의력결핍장애 경험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정이 길어질수록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단정하게 정돈되는 이야기 또는 옳고 그름과 선인과 악인, 포식자와 먹잇감이 깔끔하게 구분되는 이야기는 하나도없었다. 바다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도 여기저기로 마구 퍼져나가단일하고 직선적인 서사로 욱여넣기 어려웠다.  - P19

이 모든 모험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세계의 배에서 목격해 이책에 담아내려 애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서글프리만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바다와 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빈번하게맞닥뜨리는 혼란과 고통이었다. - P20

모든 전사들 가운데 가장 강한 전사는 바로 이 둘, 시간과 인내다.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스페인인 5명은 갈리시아 라코루냐 출신이었는데, 스페인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인 갈리시아는 마약 밀수와 담배 암거래, 특히 불법 어업을 자행하기로 유명한 범죄 조직들의 온상이라 종종 ‘스페인의시칠리아‘라고 불린다(시칠리아는 마피아의 본거지다 옮긴이). - P29

시셰퍼드 요원들은 갑판에서 일할 때 동상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대개 구명슈트를 입었다. 무게가 5킬로그램 가까이 나가는 이 슈트는 완전방수 소재이자 극한의 추위를 막아주도록 고안된 고무의 일종인 네오프렌으로 만들어진다. 입으면 몸이 부해져 어기적거리게 되는 데다 색깔은 배 밖으로 떨어졌을 때 지나가는 선원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강렬한 주황색인 경우가 많아 이슈트에는 유명 클레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름을 딴 ‘검비‘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슈트를 입고 있으면 슈트 밑의 피부가 심하게 쏠렸고 말라붙은 땀의 악취가 났다.  - P34

시셰퍼드 요원들은 거의 전원이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이었고 동물권 문제는 이들다수를 움직이는 동기였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가오리와 대문어,
용물고기, 대게 등의 야생동물들을 그물에서 풀어내는 일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작업이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렸고몇몇은 구토를 했지만 보통 하루 열두 시간씩 이어지는 작업을멈추지는 않았다. 양망작업이 2주차에 접어들었을 땐 선원들가운데 3분의 1이 등허리의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있었다. - P36

‘포세이돈의 군대‘라는 별칭이 붙은 시셰퍼드에는 대형 선박 5척과 공기주입식 쾌속정 5~6척, 드론 2대로 구성된 선단과24개국에서 온 준비된 선원 120명이 있다. 활동 자금의 상당 부분은 믹 재거와 피어스 브로스넌, 숀 펜, 우마서먼, 에드워드 노턴, 마틴 신 같은 유명인사들의 기부로 마련된다. 밥바커호 역시2010년에 배를 구입하는 데 500만 달러를 보탠 퀴즈 쇼 <그 가격이 맞아요>의 전 진행자 이름을 딴 것이다. 2012년 샘사이먼호 구입에도 2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갔는데, <심슨 가족>의 공동제작자가 비용의 큰 몫을 댔다.  - P42

위험의 특징은 그것을 경험하고도 탈 없이 빠져나오는 일이 쌀일수록 거기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위험을 마약처럼 받아들이거나 스릴만 노리고 위험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포에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되어버렸다. 그 가나인들 틈에 있던 순간,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면의 위험 측정기에서 노란 경고등이번쩍였을 순간에 나는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 P49

추적이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을 때이자 내가 시셰퍼드의 배에 오르기 2개월 전이었던 2월, 밥바커호 선장 해머스테트와 천둥호에 있는 그의 적수는 이 추격전에서 어느 한쪽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함께 깨달았다. 그 무렵 두 남자는 세계에서 가장위험한 수역을 지나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오는 오랜 격언 중에는 남위 40도 밑으로는 법이 없고 남위 50도 밑으로는 신이 없다는 말이 있다. 아르헨티나 최남단 바로 아래에 있는 이 구역의 날씨와 바람은 너무나 광포하고 위험해 몇백 년 묵은 공포의 거름이 되었으며 수많은 배를 침몰시켰다.  - P54

점검해야 한다는 구실로 천둥호를 강제 귀항시킬 일도 없어졌고 오스트레일리아 군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거절한 나이지리아는 법망을 피해 다니는 이 배에 대해 그나마 쥐고 있던 통제권마저 놓아버렸다. 모두가 공유하는 것은 보존되기보다는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개념, 흔히 공유지의 비극이라 일컬어지는현상을 그 무엇보다 또렷이 보여준 사례였다.  - P73

팔라우 부둣가 지휘 본부의 분주했던 하루는 전세계 바다를 지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국가와 기업, 비정부기구 간의 특수한 공조를 들여다볼 창구가 되어주었다. 팔라우는 해적질과 밀렵, 공해 유발, 밀수를 비롯한 각종 범법 행위를 일삼으면서도 처벌을받지 않고 바다를 어슬렁대는 불법 선박을 포착하고 나포할 국가적 역량을 강화해줄 여러 기술(드론, 위성 감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된 군용 레이더와 카메라 등)의 시험대로도 부상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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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4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