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독자는 다만 인간 정신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순수한 상태 그대로의 묘사만을 보게 될것이다. 지금 당장은 여기에 그 어떤 형이상학도, 그 어떤 믿음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이 책의 한계이며 유일한선택이다.
- P14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그 밖의, 세계가 3차원으로 되어 있는가, 이성(理性)의 범주가 아홉 가지인가 열두 가지인가 하는 문제는 그다음 일이다. 그런 것은 장난이다. 우선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니체가 주장했듯이,
철학자가 존경받으려면 마땅히 자신의 주장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대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대답에 결정적인행동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마음으로 느낄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머릿속에서 분명해지도록 하려면그것들을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 P15

지구와 태양 중 어느것이 다른 것의 주위를 회전하느냐 하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요컨대 그건 하찮은 문제인 것이다. 

반면에 나는 많은 사람이 인생이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죽는 것을 본다. 그런가 하면 역설적이게도 자신에게 살아갈이유를 부여해 주는 이념 혹은 환상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이른바 살아갈 이유라는 것은 동시에 목숨을 버릴 훌륭한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판단하건대 삶의 의미야말로 질문들 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질문인 것이다.  - P16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는동시에 분명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오직 자명함과 감정의 고양 사이의 균형뿐이다.  - P17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 그것은 정신적 침식으로 골병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시작 단계에 있어서 사회는 별 관련이 없다. 벌레는 이미 사람의 마음속에 박혀있다. 바로 거기서 벌레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삶을 직시하는명철한 의식에서 빛의 세계 밖으로의 도피로 인도하는 이 치명적 유희, 바로 이 유희를 추적하고 이해해야 한다.
- P18

자살에는 수많은 동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볼 때 가장 표면적인 이유들이 가장 유력한 이유들은 아니었다. 깊이 반성한 끝에 자살하는 일은 (그렇다고 이 가설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다. 거의 언제나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그 무엇이 위기의 발단이 된다. 신문에서는 흔히 ‘실연‘이니
‘불치의 병‘이니 운운한다. 이와 같은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날, 절망에 빠진 사람의 친구 하나가 그에게 무관심한 어조로 대꾸한 적은 없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바로 그자가 죄인이다. 그것 한 가지만으로도 그때까지유예 상태에 있던 모든 원한과 모든 권태가 한꺼번에 밀어닥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 P18

자살은 어떤 의미에서 그리고 멜로드라마에서처럼 하나의 고백이다. 그것은 삶을 감당할 길이 없음을 혹은 삶을 이해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 P19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잠마저 이루지 못하게 하는 이 측량할 길 없는 감정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설사 시원찮은 이유를 대고서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낯익은 세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돌연 환상과 빛을 박탈당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낀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배에는 구원이 없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다 빼앗기고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그의 삶, 배우와 무대 장치의 절연(絶緣),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 P19

명확한 말로 제시할 경우 이 문제는 단순하면서도 풀 수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문제가 단순하면 그답도 그에 못지않게 단순하며, 자명한 것은 자명함을 전제한다고 잘못 생각한다. 선험적으로, 그리고 문제의 항을 뒤바꿔서 생각해 보면 사람에겐 자살을 하든가 하지 않든가 두 가지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듯이, 철학적 해결에도 긍정과 부정두 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여전히 의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꼬는 말이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동시에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마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행동하는 것 또한 볼 수 있다. 니체의 기준을 따른다면 실상 그들은 이런 식으로건 저런 식으로건 긍정적으로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자살하는 사람들도 삶의 의미를 굳게 믿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언제나 이와 같은 모순은 흔히 볼 수 있다. - P21

모든 것을 걷어 버리고 문제의 진정한 핵심으로 곧바로 나아가야 한다.  - P23

논리적으로 되기는 언제나 쉽다. 그러나 끝까지 논리적으로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 P23

카를 야스퍼스는 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것으로 구성하는것이 불가능함을 밝히면서 이렇게 외친다. "이러한 제한으로인하여 나는 나 자신에게로 인도된다. 즉 나 자신이 기껏해야대표하는 것이 고작인 하나의 객관적 관점 뒤로 더 이상 물러나 있을 수 없는 곳, 나 자신도 그 어떤 타자의 존재도 내게는더 이상 대상이 될 수 없는 곳으로 인도되는 것이다. 

이때 여러 사람에 뒤이어 그가 가리켜 보이는 것은 사유가 극한에 도달하는, 물 한 모금 없이 황량한 장소들이다. 그렇다. 그에 앞서 수많은 사람이 그곳을 가리켜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그들 역시 얼마나 성급하게 그곳을 빠져나오고자 했던가!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사유가 비틀대는 그 마지막 전환점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들은 그곳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지닌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즉 자신의목숨을 포기했다. 한편 또 다른 사람들, 정신의 왕자(王者)들역시 포기를 택했다. 그러나 그들이 실행한 것은 가장 순수한반항의 형태인 사유의 자살이었다.

(사유의 자살이라니!!!)

🐷🐷🐷🐷🐷 - P24

집요함과 통찰이야말로 부조리와 희망과 죽음이 서로 응수하며 벌이는 비인간적 유희를 구경하는 특권적 관객들이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정신은 기본적인 동시에미묘한 그 춤의 갖가지 모습들을 예증하고 또 그것들을 스스로 체험적으로 살아 내기에 앞서 그것들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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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4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으려고 했더니 이미 담겨있네요 🤦‍♂️

청아 2022-01-04 14:1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새파랑님 이 책 좋아하실것 같아요!
 




카뮈의 유명한 첫 문장!  <이방인> 내 인생 책인데 그 외에 더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왜그랬어...도대체)몇 페이지 더 읽다가 친구에게 전화까지 했다. 읽어주려고ㅎㅎ 친구도 느낌 왔다고 좋아해줘서 신남!(근데 자살얘기...)


소박하게 2022년 첫 구매한 책들도 도착. 이게 다는 아니다.(헉) 내일 더 올 예정.
공쟝쟝님 댓글보고 많이 참음. 올해는 도서관 더 이용하고 중고책으로 사야지. 자중해야함!






옛날 감성...그래도 가사 너무 좋아! '시지프스'도 나와서.


이동건 - 엘도라도

 

혼자 선 길의 주위를 봤어.

황량한 사막같은 여길

종일 걷다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지쳐 잠이 들곤하지

아무런 표정없는 이들

말없이 나를 스쳐가고

남겨진 난 모래 속에

바다를 꿈꾸기도 해

 

수 많은 언덕 사이에

갈 곳을 잃어버린 모습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 외로운 삶처럼

살아온 거 같아

가끔 내가 포기한 것들에

어슬픈 잠을 뒤척이지

내가 떠나온 그 푸른 바다가

가장 빛나는 곳은 아닐까

 

모두가 내게 같은 말들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

언덕 넘어 저 편에는

빛나는 것이 있다고

 

수 많은 언덕 사이에

갈 곳을 잃어버린 모습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 외로운 삶처럼

살아온 거 같아

가끔 내가 포기한 것들에

어슬픈 잠을 뒤척이지

내가 떠나온 그 푸른 바다가

가장 빛나는 곳은 아닐까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그 밖의, 세계가 3차원으로 되어 있는가, 이성(理性)의 범주가 아홉 가지인가 열두 가지인가 하는 문제는 그다음 일이다. 그런 것은 장난이다. 

우선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니체가 주장했듯이,
철학자가 존경받으려면 마땅히 자신의 주장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대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대답에 결정적인행동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마음으로 느낄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머릿속에서 분명해지도록 하려면그것들을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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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01-03 2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읽지 않았다는 말이 믿기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위안이 되네요 ㅎㅎㅎ
어제 오늘 위안 줍줍 ㅋㅋㅋ

청아 2022-01-03 20:12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또 그점이 좋아요!!😁

mini74 2022-01-03 22: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이상한 날씨 ! 저도 샀어요 ㅎㅎ 근데 더 온다고요 ?! ㅎㅎ 저도 수요일 도착 ㅠㅠ 입니다. 엄마 드릴 화투 색칠공부랑 제가 찜한 책들 ~ㅎㅎ시지프 신화 멋모르고 멋있는척 들고다녔던 책이네요 ㅠㅠ

청아 2022-01-03 20:15   좋아요 3 | URL
생각해보니 결국 또 신화예요!!ㅠㅠ올해는 신화공부에 시간을 들여야겠어요~♡♡ 미니님이 또 부러워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1-03 21:04   좋아요 4 | URL
어머 미니님!! 어머님 두뇌개발용 색칠공부 책을???ㅋㅋㅋ
나중에 후기 좀!!!ㅋㅋㅋ
효녀셔요^^

mini74 2022-01-03 21:19   좋아요 3 | URL
며칠전에 갔더니 공주색칠공부 하고 계셔서 평소 좋아하시는 뽀로로랑 화투 색칠공부 두 권 샀습니다.ㅎㅎ효녀아니어요 ㅎㅎ

2022-01-03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2-01-03 21:55   좋아요 3 | URL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나무님 멋짐멋짐👍👍 저는 바보같은 실수를 깨닫고 오랜만에 아주 호탕한?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아마 비슷해서 눈치못챈 분들도 있을꺼라고 믿고싶네요(제발)ㅋㅋㅋ
다행히 데미안도,이방인도 인생책이어서 바로 수정했습니다 휴~ㅋㅋㅋㅋㅋ😆

2022-01-03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1-03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원빈이 눈에 더 확 들어와요.
넘 잘생겼어요~~
새로 사신 책 목록보니 저도 읽고 싶은것이 많네요^^
해가 바뀌어도 다들 열심히 달리시는군요.
저는 지금 허리가 고장나서 휴무중입니다 ㅠㅠ

청아 2022-01-03 21:38   좋아요 3 | URL
긴머리 잘어울리는 잘생김!!ㅋㅋㅋㅋ원빈도 관리를 잘하는 것 같아요. <아저씨>도 이때랑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듯! 허리ㅠ.ㅠ나으시면 자주 뒤로 젖히기 해주세요.국내 디스크 권위자가 어떤 디스크라도 도움된다고 하더라구요.얼른 나으시길요~♡

페넬로페 2022-01-03 21:49   좋아요 3 | URL
네, 꼭 뒤로 젖히기 할께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3:59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장요근 스트레칭 강추요. 너툽에 있어요. 미미님 말처럼 뒤로 젖히기가 핵심. 지가 요추 3번4번 척추전방전위증이거든요. 한의사 선배님이 이 운동법 추천해줬는데, 덕에 자알 버티고 있답니다. 언능 나으세요~~^^

페넬로페 2022-01-04 00:0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3, 4번이 문제예요
찾아서 운동할께요~~
책읽기님,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1-04 00:11   좋아요 2 | URL
앗. 빠뜨린말. 한의사 선배님 말이, 장요근 스트레칭이 좋은건,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래요. 뼈 약화는 점점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니 근육으로 버텨야 한다고.^^

scott 2022-01-03 2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1월 책탑 엔딩 요정은 원!빈 ㅋㅋ 2022년에도 상위 0.1퍼센트 유지 하실 것 같음 ^ㅅ^

청아 2022-01-03 21:39   좋아요 3 | URL
아아 올해는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가고 싶어요ㅋㅋㅋㅋ중고책도 포함해서 최대한 줄여봤습니다.히히^^*

행복한책읽기 2022-01-04 00:01   좋아요 1 | URL
헐. 미미님. 0.1%였어요?? 님도 범접불가셨군요. ㅋ

새파랑 2022-01-03 2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강 책을 세권 더 사셨군요~! 저 <신기한 구름> 구매해야 하는데 미미님 읽고나서 구매해야 겠어요 ^^
내년 상위 0.1퍼센트가 아니라 1등 하실듯 😆

청아 2022-01-03 21:41   좋아요 4 | URL
안됩니다ㅋㅋㅋㅋ1등이라뇨ㅠ.ㅠ올해는 읽는데 더 초점을 맞춰볼께요!!^^*

잠자냥 2022-01-03 21: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올해 아직 책 안 샀어요! 장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2-01-03 22:0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님 곧 구매하실꺼라고 믿어요!!!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2-01-04 00:02   좋아요 1 | URL
진짜 장합니다. 우찌 견디셨을꼬. ㅋ

hnine 2022-01-03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까뮈의 <이방인>도 좋았지만 좀 더 후에 <시지프스의 신화>을 읽고서 더, 더,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청아 2022-01-03 23:00   좋아요 3 | URL
읽어보셨군요!! 저도 지금 읽는 중인데 감탄 연발하고 있어요. 밑줄 그을 대목이 너무 많아 탈입니다^^*

독서괭 2022-01-03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핫 시지프신화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올해는 읽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책탑 잘 보고 갑니다. 올해도 많이 사고 많이 읽고 많이 써주세요~^^

청아 2022-01-03 23:12   좋아요 4 | URL
<시지프신화>강추입니다 괭님~♡ 올해는 조금? 덜 사고 많이 읽고 많이 쓸께요ㅎㅎㅎ😆

기억의집 2022-01-03 2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원빈이 이렇게 잘 생겼나 했네요. 지금까지 원빈 잘 생겼다고 생각 안 했는데… ㅎㅎ 새해 첫 날에 자살 얘기!!!! 하지만 올 한 해 즐거움 가득하시길 바래요~

청아 2022-01-03 23:15   좋아요 3 | URL
앗ㅋㅋㅋ이 영상으로 원빈의 재발견!!ㅋㅋ기억의 집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올 한 해도 같이 즐거운 독서생활 이어가기로해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4 0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지프 신화 가 제 인생책이었어요. 흠, 저 이십대 때 죽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살아 머하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까뮈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그런 저를 살렸다는. ㅋㅋ 작년인가 다시 들추었는데, 히야~~ 글자 작고 번역도 좀 구린데 우찌 읽었을까 싶은거 있죠.^^ 미미님 즐독!!!

청아 2022-01-04 09:34   좋아요 0 | URL
굉장한 책이네요!! 첫 문장부터 감동의 연속이었어요~♡ 역시 어떤 책들은 사람을 살리는군요. 저도 죄와벌,데미안,이방인이 그랬어요ㅋㅋㅋ😄

- 2022-01-04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 댓글이 잘못했네.. 참지마..참지마..참지마용..

청아 2022-01-04 11:19   좋아요 1 | URL
아니예요!!!!ㅋㅋㅋㅋㅋ쟝쟝님 덕분에 이성이 눈뜸~♡.♡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내 이웃들처럼 정원사 복장을 했다. 그러나 나는 고장난 잔디깎는 기계를 잔디밭 위에서 끌고 가는 대신, 제멋대로 자라난 화단의 잡초를 뽑는 대신, 위스키가 담긴 커다란 잔 하나를 앞에놓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든 채 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여섯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내가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고,
그때 폴이 불쑥 찾아왔다. 내가 죄인이고 무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두 감정은 강도 면에서 거의 비슷했다.
- P20

"많이 따분하세요?"
내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존재 자체라 할 수 있는 이 기묘한 잡동사니 속에서 사람이 자신이 많이 따분한지 조금 따분한지, 아니면 잘 모르겠는지 알 수 있는 걸까? 
- P28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삼 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미지의 청년때문에 처음엔 나 자신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그 다음엔 무용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 어리석은 직업이 매달 모았다가 매달 써버리는 몇 푼의 달러가 아닌 그 어느 곳으로 날 데려간단 말인가?
그러나 LSD를 복용하는 무능력한 부랑아에 때문에 이런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런 종류의 약물에 절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듯 사람들이자신의 기호를 뭔가를 경멸하는, 뿐만 아니라 그 기호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경멸하는, 하나의 철학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탐탁해하지 않았다
- P29

나는 베티 데이비스(Bette Davis, 1908~1989: 미국의 여배우. 다감하고지성적인 연기로 인정받았다. 〈청춘의 항의〉, 〈소문난 여자〉, 〈이브의 모든 것)등에 출연했다. 옮긴이) 같은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 P30

 내가 이 녀석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이녀석은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걸까?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광기라고 부르지만, 내게는 언제나 그것이 사랑의 유일한 분별 있는 형태로 여겨졌다. 이 녀석을 재규어 자동차의 바퀴 아래로 떠민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약물 때문이었을까? 혹은 절망 때문에? - P31

나는 그의 침대 발치에 앉아 있었다. 창을 통해 저녁 공기가흘러들어왔다. 바다 냄새가 실린 공기, 내가 처음 들이마셨던 사십오 년 전부터 지금까지 잔인하다 할 정도로 변함없는, 너무나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그 공기가. 나는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이 공기를 기분 좋게 들이마실까? 지나간 해들, 입맞춤들, 남자들의 더운 몸에 대한 향수가 엄습하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 P32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삶은 때로 내게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냉혹한 것으로 여겨졌고, 어떤 사랑들은 실제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마흔다섯 살이 되어 여기에, 내 정원안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 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채로. - P36

"말하자면 프랭크는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았던 거지. 그리고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나를 떠났어. 그래서 난 마리 다구(Marie d‘Agoult, 1805 ~ 1876: 프랑스의 문필가, 1848년 혁명 이야기』, 『단테와 괴테』, 『넬리다』 등의 저작을 남겼으며, 프란츠 리스트와의 사이에 세 명의 아이를 두었다. 옮긴이) 처럼 절대로 돌이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거야. 무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이야. 놀랍니?"
- P39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절대 당신을 떠날 수 없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눈을 감고 희미한 목소리로 시집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그의 마음에 들 만한 시집을 찾으러 서재로 갔다. 그것은 우리가 치르는 의식(儀式) 중 하나였다. 

나는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혹은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월트 휘트먼에 관한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1898~1936: 스페인의 시인 겸 극작가, 시집 『노래의 책』, 『집시 가집』으로 유명하며, 극작가로서 연극의 보급, 고전극 부활에도 힘썼다. 옮긴이)의 시를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낭송했다.

"하늘에는 인생이 피할 곳이 있고,
육체들은 새벽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 P41

나는 생각했다. 프랭크는 어떤 종류의 용기도 없는 사람이었다. 매력이라면 전부 갖추고 있었지만, 용기라고는 약에 쓰려고해도 없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 자살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할 일이 자살밖에 없지만 자살에 성공하지 못한 많은 사람을생각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 P43

"당신 힘들겠어요."
그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난 그를 오랫동안 사랑했으니까."
그가 짤막하게 말했다.
"그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서 벌 받은 거죠. 인생은 그런 거나는 반론을 제기했다.
"너 유치하구나. 하지만 고맙게도 인생은 너처럼 그렇게 유치하지 않아."
"인생은 유치할 수 있어요."
- P50

"당신은 당신 생활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설명해요?"
그의 목소리에 경멸의 억양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몹시화가 났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루이스? 나에겐 내 삶이 있고,
친구들이 있어. 그리고 또……… 또 내게 수작을 거는 남자들도있어."
마지막 한마디를 하면서 나는 모욕감이 절정에 달한 나머지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흔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
- P57

스크린 속의 그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스크린 속의 그에게는 뭐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강렬하고 냉혹한, 극도로 사람의마음을 끄는 어떤 것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그것은나를 불편하게 했다. 스크린 속의 그는 거침없고 놀라운 존재인동시에 낯선 사람이었다. 스크린 속의 그가 일어나고, 벽에 몸을기대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품을 하고, 미소를 지었다. 마치아무도 없고 자기 혼자 있는 것처럼, 한눈에 보기에도 그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과연 카메라를 보기는 한 것인지 궁금해질 만큼. - P61

오직 폴 브레트만 스튜디오의 바에서 갑자기 함께 하게 된 점심 식사 자리에서 루이스를어떻게 할 셈이냐고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그는 조금 야위어 있었고, 그런 모습이 그에게 잘 어울렸다. 그는 이 고장의 사십대남자들이 곧잘 짓는 조금 슬픈 표정을 했고, 그런 그를 보자 세상엔 남자들이 존재하며 연애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 명랑하게 대답했다.  - P64

나는 목덜미와 등줄기에 작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젊은 남자의 손이 목에 닿은 일이 야기할 수 있는 육체적 흥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런 흥분이라면 내가 잘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분명성질이 달랐다.
- P71

이런 감미로운 상황이 삼 주 가까이 지속되었다. 아! 사람이삶을 사랑할 때 삶이 발산하는 매력을 나는 결코 제대로 묘사할수 없을 것이다. 낮의 아름다움, 밤의 혼란, 알코올과 쾌락이 선사하는 현기증,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 일이 가져다주는 흥분,
그리고 건강, 또한 잠이 베개 위에, 죽음의 자세 속에 우리를 다시 묶어두기 전에 각자의 앞에 놓인, 자신에게 주어진 그 모든거대한 낮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생생하게 일깨우는 믿을 수 없는 그 행복을, 나는 하늘에, 신에게, 혹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해준 내 어머니에게 충분히 감사할 수 없으리라. 모든 것이 내것이었다.  - P74

내 안에는불안해하는 어떤 것이 분명 존재했고, 나는 미지의, 병적이지만결정적으로 ‘사실‘ 인 어떤 것을 향해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면 나는 몸을 흔들며 웃었고, ‘안녕, 루이스." 하고 말했다. 그도 나에게 답례로 미소를 지었다.  - P75

나는 후회가 가득한 마음으로 잠자리에누웠고, 자정쯤에 다시 일어나 그에게 감사와 사과의 편지를 썼다. 몇몇 표현은 너무 달콤해서 지워야 했다. 나는 편지를 그의베개 밑에 넣어둔 뒤 그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깨어 있었다. 그러나 새벽 네 시가 되어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안도와 슬픔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에게 마침내 정부가 생긴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 P79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엄연히 네 권리야. 난 그냥 롤스로이스 때문에 기뻤다.
는 것, 그런데 너무 놀란 나머지 너에게 그걸 이해시키지 못했다.
는 걸 말하고 싶었어. 그뿐이야. 아무튼 미안해."
그가 말했다.
"나에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절대로요."

(로멘틱해!ㅋㅋㅋ) - P84

1925년형 롤스로이스를 일요일 아침에 세차해보지 않은 사람은 삶의 커다란 기쁨 중하나를 모르는 셈이다.  - P86

그러나 제기랄, 나는 때때로 삶과 그 연쇄적인 순환의 고리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그건 우스꽝스러웠다. 내가 그래왔듯이,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삶을 증오할 필요가 있었다.
- P87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에 나오는, 고독한 알코올 중독 여주인공과 비슷해 보였으리라.  - P89

그가 내 의자에 몸을 기댔고,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내밀었던손을 그의 머리칼 속에 집어넣었다. 그가 머리를 뒤로 젖혀 내무릎 위에 얹었다. 급작스럽고도 강렬한 몸짓이었다. 그는 눈을감고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고, 나는 불에 데기라도 한 듯 그의 머리칼에서 손을 다시 거두었다.  - P93

장례식은 화려했다. 두 달 동안 제리 볼튼을 합쳐 할리우드의유명인사 두 명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존자가 보내온 헤아릴 수 없는 조화가 그녀의 무덤을 뒤덮었다. 나는 폴 그리고 루이스와 함께 거기에 갔다. 세 번째 장례식이었다. 바로 직전은 볼튼의 장례식이었고, 그 전에는 프랭크의 장례식이었다. 나는 세심하게 손질한 묘지의 산책로를 한 번더 걸었다. 나는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연약하고, 잔혹하고, 탐욕스럽고, 삶에 환멸을 느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가진 그들 세 사람을 그곳에 묻었다. 
- P97

"당신과 함께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그 살아 있는 대답이니까. 신 그 자신과 함께 신의 존재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것처럼."
폴이 말했다.
- P99

"당신은 …… 당신은 알아야 해요…….. 당신은 선량해요. 사람들은 대개 전혀 선량하지 않죠………. 그래서…… 그래서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조차 선량할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 P100

"루이스, 내 사랑...."
그러자 그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 품에 와락 안겼다. 그는 기묘한 오열과 동요에 몸을 떨었다. 그는 반쯤 질식 상태였고, 그런모습을 보자 나는 겁이 났다. 그가 내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내가 들고 있던 커피가 양탄자를 적셨다.  - P108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 얼굴 역시 붉어졌을 것이다. 나는 J.,
H. 체이스(James Hadley Chase: 영국의 소설가. 미스 블랜디시』, 『새들에게말하라』, 『이브』 등 냉혹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추리소설을 썼다. 옮긴이)의 분위기와 델리(Delly: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큰 인기를 끈 로맨스 소설 작가- 옮긴이)의 분위기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상했다.
- P117

"당신 날 원망해요?"
루이스가 상냥하게 물었다.
나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자기를 기쁘게 해주려고 사람 세명을 죽인 누군가를 ‘원망‘ 조차 할 수 있겠는가? 그런 표현은내게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졌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는 척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텅 비어 있었으니까.
- P118

갑자기 끔찍이도 외롭고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비밀이, 치명적인 비밀이 있었다. 나는 성격상 절대 비밀 같은 것을 몰래 간직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나는 새벽까지 그렇게 깨어 있었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감상적인 내 살인자가 자신의 조그만 침대에서 꽃과 새들의 꿈을 꾸면서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을 동안.
- P129

나는 그 달콤한 살인자가 아주 좋은 가문 출신이고, 학교 성적도 우수했으며, 그를 고용했던 사람들이 그를 매우좋아했다는 것, 다만 방랑벽과 변화를 좋아하는 기질 때문에 화려한 경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입을 헤벌린 채 두 남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들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이 청년은 최고의 팜므 파탈인 도로시 시모어의 품안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완벽한 시민이었다. - P159

내가 총애하는 살인자와 함께 느긋한 마음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그러나 이런 손쉬운 행복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행복은 사람을 속박한다. 행복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상심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최악의 근심거리 한가운데에서 헤엄치고, 몸부림치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돌연 행복이 조약돌처럼 혹은반짝이는 햇빛처럼 우리의 이마를 친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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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3 0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일을 다닐때 회식에서 엄청난 양의 소주를 마신적이 있다. 내가 일하는 종로점과 강남점이 같이 하는 회식이었는데 강남으로 파견근무를 나갔을 때 하루정도 같이 일한 사람을 이 날 다시 만나 가볍게 서로 눈을 마주치며 목례를 했다. 그는 눈에 띄게 잘 생긴 편이었는데 말을 섞어보진 않았었다. 술이 들어가자 나는 나름 꽐라가 되었고 필름이 종종 끊겼는데 파견근무 때 단 하루 소심한 나의 가면에 속았?던 그 사람은 어느새 내 근처로 와 있었고 자리가 파하자 마자 나에게 반했다면서 갑자기 고백을 했다. 나는 내가 꽐라상태인것까지는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멀쩡한 척 하면서 나중에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지금 취하신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그는 절대 취하지 않았다며 자기 마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던것 같다. 이때부터는 필름이 아주 많이 늘어지고 손상되었다. 그때 나랑 같이 일하던 동료가 우리로부터 멀찌기 취해 앉아 있었는데 이 사람은 느닷없이 내가 자기랑 사귀지 않으면 그 동료를 때리겠다고 위협했다. 아마도 그 친구랑 나랑 썸을 탄다고 생각했던것도 같다. 나는 당황했고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분명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얼버무렸던 것 같다. 이 사람은 어느새 달려가더니 그 친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도망쳤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까지 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겁이 많지만 때로는 느닷없이 겁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그날은 겁이 나는 상태였다. 관심을 이상한 쪽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느꼈고 많이 무서웠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음의 파수꾼>을 읽으며 그 별종같은 사람의 일이 생각났다. 


헐리웃에서 잠시 배우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시나리오 작가로 꽤 잘나가는 주인공 도로시는 자신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되길 원하는 폴과 함께 드라이브를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허수아비같이 마르고 기다란 젊은 남자가 차에 뛰어들고 가까스로 충돌을 피하지만 차량은 전복이 되어 불타오른다. 몸을 피한 두 사람은 차에 뛰어든 청년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그의 심장에 손을 얹어보지도 못하고 그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지도 못한 채 한동안 그의 앞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살았는지 아니면 죽었는지의 여부는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건 두말할 필요 없이 기묘한 느낌이었고, 나중에 나는 그 느낌을 쓰라리게 후회하게 된다. p.17


다행히 그는 죽지 않았고 거동이 불편했기에 도로시는 자신의 집에 데려와 얼마간 보살핀다. 청년의 이름은 루이스였다. 40대의 도로시에 비해 20대 초반의 루이스는 많이 젊은 편이었지만 남자친구인 폴은 약물을 하고 차에 뛰어든 그 정신나간 남자를 조심하라며 불안함 속에 사랑을 고백한다. 도로시는 이 의문의 남자 루이스와 한 집에 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점점 가까워진다.


내가 이 녀석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이 녀석은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걸까?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광기라고 부르지만, 내게는 언제나 그것이 사랑의 유일한 분멸 있는 형태로 여겨졌다. 이 녀석을 재규어 자동차의 바퀴 아래로 떠민 것은 우연이었을까? p.30


도로시는 루이스에게 실패한 두 번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자신을 떠난 첫 남편을. 그리고 얼 마 후 그 전 남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이어 도로시에게서 남편을 빼앗은 여자도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도로시가 아주 싫어하는 '인간 말종'같은 자가 영화계에 있었는데 그도 역시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는다. 루이스는 도로시에게 고백한다. 자신은 다소 험난한 인생을 살았고 아무도 그저 선의로만 도와주지 않았었다고. 하지만 도로시가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조건없이,바라는 것 없이 그에게 선의를 보여줬다고. 그는 그래서 도로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유일하게 중요한 사람이므로 그녀를 위해 이 사람들을 차례차례 죽인것이다. 


갑자기 끔찍이도 외롭고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비밀이, 치명적인 비밀이 있었다. 나는 성격상 절대 비밀 같은 것을 몰래 간직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나는 새벽까지 그렇게 깨어 있었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감상적인 내 살인자가 자신의 조그만 침대에서 꽃과 새들의 꿈을 꾸면서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을 동안.p.129



도로시 시모어가 그를 네 번이나 살인으로 몰아넣었다. 당황스러운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불편한 감정 없이는 파리 새끼 한 마리 죽여 본 적이 없는 데다가 길 잃은 개, 고양이, 사람들을 기꺼이 내 집에 받아들였는데 말이다. p.159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는 천진난만한 방랑자가 꼭 한명씩 나오는 것 같다. 이번에는 천진난만한 살인자라고 해야 할 듯하다. 나는 천진난만이라는 단어도 좋아하고 방랑자라는 단어도 사랑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 단어는 불어를 어원으로 했을 듯한  ingenue다. (천진난만한 소녀란 뜻) 이니셜을 박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때 내 이름 이니셜 대신 이 단어를 즐겨넣는다. 


물론 사랑을 위해 살인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천진난만함과 수려한 외모로도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런 다소 비현실적인 면이 읽는동안 묘한 즐거움을 주었다. 끔찍한 동시에 로멘틱한 아이러니가 공존한달까? 소설 속에서 도로시의 난처한 상황은 다소 유쾌하게 진행된다.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르겠다. 사강 특유의 발랄한 철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약간의 스릴까지 가미된 달콤 살벌 살인자와의 로멘스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작품 속에서 차체가 높은 롤스로이스가 자주 등장해 함께 올려본다.

 (출:블로그 럭셔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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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01-02 23:3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추천하시니 눈여겨 봐둡니다. ^^
저도 방랑자 단어를 의미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슈베르트 방랑자를 좋아해서 즐겨 듣게 되었어요. ㅎㅎㅎ

청아 2022-01-02 23:53   좋아요 7 | URL
방랑자는 어쩐지 어감까지 좋지요ㅎㅎㅎ슈베르트 방랑자 저도 들어볼래요!!😆

오거서 2022-01-03 13:09   좋아요 4 | URL
미미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글을 읽고서 먼저 이 생각이 들었는데 방랑자 땜에 잠시 잊어버렸어요. 늦었지만 말씀 드려야지요 ^^;

청아 2022-01-03 13:34   좋아요 2 | URL
방랑자 부분이 사실 핵심이예요.ㅋㅋㅋㅋ고맙습니다 오거서님^^*

얄라알라 2022-01-03 00: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도입부의 에피소드는 제가 뉘앙스를 잘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어서 다시 읽었어요....˝꽐라˝상태였다 하셨는데, 자리를 피하심은 현명하셨다는 판단이... 동료분께는 죄송스럽지만.

청아 2022-01-03 07:07   좋아요 3 | URL
무섭기도 했고 저에게 보란듯이 그런거니까 제가 안보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남자동료들이 말리기 시작해서 신고는 하지않았고요.아웅ㅠ 꽐라의 무시무시한 귀소본능이었습니다 *^^*

바람돌이 2022-01-03 02: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싹한 얘기인데요. 저게 실제로 내게 일어난다면 좀 끔찍할거 같아요. ㅎㅎ
북사랑님 말처럼 술 취했다고 누군가를 때리는 인간 - 피하신건 정말 신의 한수! 마음의 파수꾼을 현실로 만나는 건 좀 많이 끔찍하잖아요. 그때도 지금도 현명한 미미님입니다. ^^

청아 2022-01-03 07:12   좋아요 3 | URL
그럼요 현실에선 안될일!ㅎㅎ 소설에선 살인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더라고요. (마지막 사건 빼고는 간접적인 묘사로만)희극적인 부분을 강조하려 그런것 같아요.
감사해요 바람돌이님^^*

새파랑 2022-01-03 0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너무 인기가 많으셔서 두 남자가 난투극을 벌였다는 실제 이야기 군요~!! 역시 어딜가나 인기인 미미님 ^^

저는 마음의 파수꾼은 사강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책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사랑 역시 사랑의 한 형태겠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완전 최애곡이에요 ㅜㅜ 왠지 책하고도 잘 어울리네요~!!

청아 2022-01-03 07:49   좋아요 4 | URL
에피소드부자라 또 하나 풀어봤습니다 헤헷^^*
사강의 소설은 어쩜 이렇게 다 재밌는지! 계속 홀딱 반하고 있어요. 사랑의 극단적인 형태를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내다니 놀라워요. 이노래 좋죠ㅎㅎ

다락방 2022-01-03 08: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드니 셀던 소설 중에 그런게 있었거든요. 제목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가 피아니스트이고 그 피아니스트랑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이 피아니스트가 워낙 세계적인 연주가이다 보니 여기저기 세계 투어를 다니는거에요. 그래서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어 서운하다고 직장 동료 남자에게 얘기합니다. 직장 동료 남자는 그녀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하고 있던 바, 그녀를 서운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 피아니스트 남편의 손을 못쓰게 칼로 찔러요. 피아니스트는 이제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세계 투어를 다닐 수도 없었죠.
저는 리뷰하신 사강의 소설의 뉘앙스를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은 굉장히 잘못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잘못된 형태로 나타났다면 그것이 사랑일까? 라고 되묻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 대답은 ‘아니‘ 예요. 내가 거절 당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히면서 내 사랑을 지키고 싶다? 그건 이미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 나‘에 집착하는거죠. 으.. 너무 싫어요.

청아 2022-01-03 08:22   좋아요 3 | URL
존 그리샴은 몇권 읽어봤는데 시드니 셀던은 이름만 알아요.ㅎㅎ 다락방님 댓글보고 찾아보니 작품이 엄청 많네요?!!
저는 물론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강은 현실에서 불가능한걸 소설 속에서 그럴듯하게, 유쾌하게 풀어냈어요. 로멘틱 코미디 같은 느낌이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01-03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피소드를 읽으니 미미님 도망치시길 잘했단 생각을 저 또한 하였습니다. 술 먹고 자기 감정조절을 못해서 난투극을 벌이는 건 진짜 사랑이 아닌 거죠ㅜㅜ

그리고 사랑을 위해 살인을???
그래서 종종 들리는 이별 뒤의 살인으로까지 가 닿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것과 비슷한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없을진데..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고!!!
용서의 범위가 각자 해석을 달리하니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ㅜㅜ

암튼 사강은 달콤살벌한 작가이군요?^^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작가인가봐요??
저는 지금 맨아래 책 두 권을 빌려와 있는데 빨리 읽어야 겠어요!!!^^

청아 2022-01-03 09:3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사강도 소설에서 그 잘못된 방식이 자신에게 향할까봐 두려워해요. 물론 현실에선 무겁고 살벌한 주제임에도 다분히 코믹하게 풀어내서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ㅋㅋㅋ
나무님 빌려오신 책들 어떨지 궁금해요. 저도 품절된 책을 중고로 사서 오는 중이래요^^*

persona 2022-01-03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당혹스러우셨을까요? 맞은 사람은 억울하겠지만 어쨌든 그런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조심하고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안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사강 책에서 그런 대책없는 등장인물 볼 때마다 좀 마음이 서늘해져요. ㅠㅠ

청아 2022-01-03 09:46   좋아요 3 | URL
집을 알아낼까봐 무서웠어요 그런 사람은 자기 여자친구에게도 폭력을 쓸지 모르죠 .ㅠㅠ 사강이 그래서 장면묘사를 안했나봐요. 소설이니 가능한 일들! 아마 현실에도 사랑 때문에 살인은 아주 드물지 않을까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폭력과도 살인과도 거리가 먼 사람일테니 말이죠ㅎㅎ😉

persona 2022-01-03 10:05   좋아요 3 | URL
집을 알고 난 다음에는 나나 가족의 신변이 걱정되죠. 가족 얼굴도 알까봐 걱정되고 사회생활도 안 되고.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이랑 타서 다른 층 들렀다가 집에 들어오고. 바깥에 센서 때문에 자동으로 켜지는 불 안 새어나가게 하려고 방화문 닫아 놓는데 옆집이 그것도 모르고 자꾸 열어놔서 싸우고 그 사람이 더이상 집 앞에서 안 보일 때까지 몇 달이고 집 밖에 못 나오고. 사랑이 절대 아니죠. 스토커 방지법 생겨서 그나마 신고해도 시큰둥한 경찰 안 봐도 되어서 좋을 거 같아요. 정말, 소설은 소설일 뿐.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왜 늘 무사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걸까요. 하…

청아 2022-01-03 10:57   좋아요 4 | URL
아 전에 페르소나님 글 기억나요! 저도 대학때 잠시 스토킹을 당했거든요. 동기들이 많이들 나서 주어서 오래 안당하긴 했는데 스토킹은 정말...아오...
열거해주신 내용 무섭네요. 여학생들에게 중학교때 저고리 바느질 이런거 보다는 호신술이 필수입니다.ㅠㅠ

persona 2022-01-03 10:59   좋아요 4 | URL
진짜 휴대폰이나 이어폰 집중하고 걷지 않기, 모퉁이 돌때 시야 반경 확보하기 이런 거라도 가르치면 훨씬 안전할 것 같아요. 생존 수영, 안전 교육 이런 거 했음 좋겠습니다.

청아 2022-01-03 11:01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정리해서 청원이라도 올릴까 생각중이예요^^*

페넬로페 2022-01-03 1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왜이리 많은지요~~
미미님 그때 정말 놀랐겠어요.
집착을 그런식으로 표출하다니 황당한데요.
사강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사랑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는것 같아요^^

청아 2022-01-03 10:56   좋아요 4 | URL
어디서 또 그러고 다닐지 모르겠어요. 외모는 멀쩡하게 생겨서 반전이었죠. 살인이라 제 경험보다 훨 심각했지만 소설은 무척 웃기고 좋았어요. 사강의 천재성을 또 확인했어요^^*

잠자냥 2022-01-03 1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강의 작품은 지나간 여러 사랑 또는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신기한 구름> 읽을 때 저도 이런저런 옛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에도 증말 징글징글한 집착남 나오거든요; 미미 님은 <신기한 구름>은 나중에 읽으세요~ 안 좋은 기억 또 떠오를지도;;;

청아 2022-01-03 13:33   좋아요 3 | URL
네~♡ 잠자냥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아무래도 나중에 읽어야겠어요!😆
사강은 연애도 썸도 많이 타봤구나 읽을 때마다 느껴져서 재밌어요ㅎㅎㅎ

그레이스 2022-01-03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브람스... 밖에 안읽었지만 뭔가 오버랩되는 느낌!
사랑에 지친 여자와 젊은 남자, 다시돌아와 옛 연인에게 집착하는 남자.ㅎㅎ
맞나요?

청아 2022-01-03 14:30   좋아요 4 | URL
노노 아닙니다ㅎㅎㅎ이 작품도 사강 특유의 스타일은 분명 있지만 다른 이야기예요.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좋아서 중고를 다시 샀어요😍

stella.K 2022-01-03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얘기 읽으니까 왜 얼마 전에 저도 스터디에 이상한 남자 있었다고 리뷰에 썼잖아요.
그때 왜 그렇게 웃나 좀 의아했는데 이제 좀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ㅎㅎ
근데 그때 피한 거 정말 잘 했어요. 이상한 사람은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어요.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 너무 많이 있는 것 같아요.ㅠㅋㅋ

2022-01-03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1-03 1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술에 취해 한 행동에 대해 관대한 문화도 한 몫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 객기니 취기니 하면서 약자에게 으름장 놓는 거 넘 싫고 속상하네요. 미미님 글 소개 참 좋아요 ~

청아 2022-01-03 18:56   좋아요 4 | URL
저 너무 TMI죠ㅋㅋㅋ가끔 이게 다 저때 마신 소주 때문에 뇌손상이 생긴 탓이 아닌가 싶어요.😅

mini74 2022-01-03 19:05   좋아요 4 | URL
ㅎㅎ 미미님 매력. 넘 좋아요 *^^*

stella.K 2022-01-03 19:09   좋아요 3 | URL
ㅎㅎㅎ 소주 땜에 뇌손상. 설마~ㅋㅋㅋㅋㅋ
 

<여성과 광기>를 쓰고도 30년이 넘도록 동성애 혐오가 존재해왔지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동성애, 양성애, 여성 동성애는 정신적인 질병이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성전환수술이 심리적 고통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근친상간, 강간, 알려진 치유책이 없는 소아성애증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많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많은 남성 성범죄자들이 어린 시절, 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리적 · 성적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사실 또한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일부 성인 여성들이 그렇듯, 십대 여자아이들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적 트라우마를 겪거나(특히 전쟁 지역에서) 지독하게 학대당한(특히 이슬람 국가에서)여성들에게 자살은 일상화되어 있다.
- P170

자살은 비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다. 계급(성별과 인종의 계급)의 정치가 미국의 자살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살 시도의 69퍼센트는 여성이지만 자살 성공률의 70퍼센트는 남성이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가정주부가 ‘자살 기도와 자살 성공‘이라는단일 항목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P171

건강하고 성숙한 남성에 관한 개념은 건강하고 성숙한 일반 성인에 관한 개념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과건강하고 성숙한 여성에 관한 개념은 남성과 일반 성인에 대한기준과 상당히 달랐다. 

그들의 견해는 건강한 여성이 보다 순종적이며, 덜 독립적이고, 사소한 위기에 보다 잘 동요하며, 덜공격적이고, 덜 경쟁적이며, 보다 쉽게 상처 입고, 보다 감정적이며, 자신의 외모에 보다 자만심을 보이고, 덜 객관적이며,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덜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건강한 남성과 다르다고 여기는 듯 보였다.

🌟🌟🌟🌟🌟
- P198

우리 문화의정신건강 윤리는 남성적이다. 이와 같이 성별에 따라 정신건강에 관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탓에 인간의 정신건강에 관해서는 오로지 남성적 기준만이 존재하고, 이는 사회와 의사 모두에 의해 강화된다.  - P199

여자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한 ‘순종‘, ‘수줍음‘, ‘속좁음 등은 결코 문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특징은 오히려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빨리 성장하는 증거로간주된다. 

남자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는 유일한이유는 가부장제가 그들이 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남성성‘을 실천하도록 원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으로 성 고정관념은 여자아이들과 여성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학교 교사나 사회복지사 또는 심리학자들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잔혹함(집단 괴롭힘, 조롱, 배척, 비방)을 거의 눈치챌 수 없었다.
- P199

정신건강 전문가를 포함해서 대중은 여성들이 남자아이와 남성을 상대로 하는 폭력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 P200

정신건강 관리 면에서 매 맞는 여성들은 흔히 스스로 그런상대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또는 그들을 떠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다. 아니면 자신을 때린 사람을 버렸을 때 그가더 위험해질 것을 알면서 그를 떠났다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 P201

이와 같은 범임상주의의 위험은 가공할 낙관성에 있다. 토머스 사즈는 이것을 "정신분석학적인 제국주의"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실제로 사회가 ‘치료‘를 필요로 할 수는 있겠지만, 통찰이 있건 없건 간에 개인의 자유라는 환상에 기초한다. 

전통적인 정신분석학적 방법은 그와 같은 ‘치료‘를 할 수 없다. 특히주요한 사회제도가 전혀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면더더욱 치료될 수 없다. 

더군다나 환자가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사회화 과정으로 인해 고통받아 왔다면 말이다.
- P237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갈등은 서로 진위를 다투는 사상들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장악하고 그런 권력을가지고 다른 사람을 어압하는 데 사용하는 자들과 권력에 억압당하면서 그런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자들 사이의 갈등이다.

마녀와 정신병을 앓는 환자는 사실상 억압자와 피억압자 사이의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 P243

20세기에, 미국에서 유색인종 여성은 진단만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입원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도움을 받고자 할 때그들은 심리치료를 받지 못했다. 아마도 그들의 증상이 더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성차별적인 진단 기준의 피해자이자 인종차별의 피해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심리치료를받을 여유가 없거나 심리치료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20세기의 여성 환자들은 (때때로 남성환자들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우에 따라 30~40년넘게 입원당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약물치료를 받았고, 뇌절제술을 받았고, 전기충격요법과 인슐린 혼수치료를 받았다.
- P327

이른바 여성의‘남성화‘가 남성의 여성화‘ 보다 쉽게 받아들여진다.  - P365

미국에서 흑인 여성은 ‘노예의 노예‘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 P397

여성 억압이라는 불평등이 남성들에게는 추방하려고 노력할 만한 문젯거리가 된 적이 없었던 타당한, 혹은적어도 압도적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 - P447

 과연 여성들은 남성과 결혼과 육아에 심리적으로 얽매인상태에서 혁명을 치를 수 있는가? 남성들은 여성, 결혼, 육아에있어서 여성보다 훨씬 덜 구속받는 조건에서도 혁명가가 되지못한다.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았으므로) - P447

나는 현재 이십대 혹은 삼십대 초반의 젊은 페미니스트들과 아주 좋은 경험을 나눴다. 물론 가슴 아픈 경험도 있었다. 그들 중 『젊은 페미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a Young Feminist !
의 첫 독자이자, 현재 매우 중요하고 혁신적인 교육자로 활동중인 샌드라 밸러번(Sandra Balaban)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극작가이자 작가인 동시에 「여성과 광기』 에서 다룬 주제들로 석사학위를 받은 코트니 마틴 (Courtney Martin)도 마찬가지다.


(필리스 체슬러의 영향력은 엄청나구나!)
🌟🌟🌟🌟🌟🌟🌟🌟🌟🌟 - P481

역설적으로 여성은 ‘성공‘ 해서는 안 되지만 어떤일에서는 성공한다면 그런 여성은 모든 면에서 성공하지 않는한 여전히 실패한 것이 된다. 여성은 완벽한 존재(여신)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자(창녀)다.

(쎈 표현 같지만 사실이다. 여성은 쉽게 미화되기도 하고 동시에 쉽게 조롱당하기도한다) - P500

여성이 처음으로 조직화해 성취를 이룬 것은 ‘여성‘의 영역으로여겨지는 자녀 양육, 낙태, 피임과 같은 이슈와 관련된 것들이다. 집단으로서, 이익집단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여성들은 이제야 경제 · 종교 · 전쟁 · 평화 · 과학 · 예술 등의 보다 중대한 이슈들을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 P506

무기와 군사기술 역시 궁극적으로는 생물학적으로 근육질화된 전쟁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신체적인 기량과 단련이 여성에게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P515

아버지도 자녀의 영역을 침범하지만 빈번하지는 않다. 아버지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들은이미 완전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씩 자신의 영토를 점검하기 위해 나설 뿐이다).
- P520

여성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정치적· 경제적 권력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  - P521

1971년에 나는 흑인과 백인으로 구성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모든 여학생은결혼과 관련된대답을 했고 모든 남학생은 기술·사업 · 모험의 성취와 관련된 대답을 했다.  - P521

여성은 다른 사람의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과 의존을 자기자신의 모든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성은정서적 현실의 핵심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고 간주되는 만큼이나 신체적 · 기술적·지적 현실의 핵심으로도 곧장 들어갈 수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용기와 신념과 분노 -와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벅찬 기쁨과 절박함이 요구된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지략 있는 여성만이 다른 여성과 이런 것들을공유할 수 있고 필요한 자원을 축적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  - P525

아동 학대, 아동 추행, 창의성과 개별성에 대한 억압 모두 세대 전쟁의다. 성별 전쟁과 마찬가지로 세대 전쟁 역시 오래된 것이다. 전쟁을 종식시키고 ‘패배자‘를 ‘승리자‘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만이 새로울 뿐이다.
- P524

확신에 찬 태도로 귀 기울이는 어린 소녀들에게 우리는 무엇을말해줄 수 있는가? 

그들에게 무슨 시를 써줄 것인가? 

어떤 행동을 가르칠 것인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리의 신화를 잊어버렸던, 그래서 우리의 신화로부터 어떤 제의도 발전시키지 못했던 우리가 여성 안에 어떻게 창작에 대한 충동을 키울 것인가?


(밑줄친 내용이 엄청 많아서 여기 다 옮기질 못했다. 일부만 올렸는데도 이렇게 많다.이 책을 읽게되어 정말 다행이다. 꼭 다시 읽어야지!)

🐯🐯🐯🐯🐯 - P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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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1-02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질문명의 빠른 발달 속도에 비해 인간의 정신은 느리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병행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청아 2022-01-02 20:25   좋아요 2 | URL
네! 특히나 여성에 대한 오래된 차별은 워낙 만연해 있어 변화시키기가 힘든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읽고 쓰면서 제가 할 수 있는것들을 찾아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