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는 도서관과 12레인짜리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의 푸른색 페인트는 희끗희끗벗겨지고 있었다. 나는 그 무렵 외로웠다. 외롭고 마음 붙일 곳도없었는데, 갈색 낙엽이 구석에 쌓여 있는 이 유령 같은 푸른색 공간이 번번이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 P25

고독하다는 건은 어떤 기분인가? 그건 배고픔 같은 기분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기만 굶고 있는 것같은 기분이다. 창피하고, 경계심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기분이 밖으로도 드러나, 고독한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점점더 소외된다. 그것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상처를 입히며, 신체라는 폐쇄된 공간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발생하는 물리적인 결과마저 낳는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간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고독은얼음처럼 차갑고 유리처럼 맑으며 사람을 집어삼킨다는 뜻이다.
- P26

다이빙하듯 사랑에 빠져든 나는 조급하게 그도시에 갔는데, 뛰어들고 보니 예상과 달리 붙잡을 곳이 없었다.
착각 속의 욕망이 꽃피던 봄날, 그 남자와 나는 영국을 떠나 뉴욕에서 만나 정착한다는 경솔한 계획을 짠 것이다. 그런데 그는 몇통의 호텔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망설임이 점점 심해지더니 급작스럽게 마음을 바꾸었고, 나는 연고 없는 떠돌이가 되었다. 내게 결여되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빠르게 왔다가 그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데 나는 경악했다.
- P27

나는 내가 있던 곳에 있지 않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사실 내 문제 가운데 일부는 내가 있는 곳이 전혀 특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내 삶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으며, 그 얄팍함을 나는 부끄러워했다. 마치 얼룩진 옷이나 실오라기가 삐져나온 옷을 입고 있을 때처럼 부끄러웠다. 사라져버릴 위험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내가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 생생하게 날것이고 압도적이어서, 그런 강렬한 느낌이 줄어들 때까지 두어 달쯤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았다.  - P29

내게 뭔가가 결핍되었다는, 사람들에게는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것이 내게는 없다는느낌. 그리고 이것이 착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서도 나 개인의 어떤 중대한 결점 탓이라는 생각, 이런 모든 것이 전반적으로무시당하게 되는 반갑잖은 결과를 재촉했다. 나는 그것이 내가30대 중반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혼자 있는 여성이 더는 사회적으로 허가받지 못하는 나이이며, 낯섦 · 일탈 · 실패의 냄새를 끊임없이 풍기는 연령대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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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12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6쪽의 글에 가장 마음이 갑니다. 그래서 세 번을 읽었어요. ^^

청아 2021-12-12 19:43   좋아요 1 | URL
저도 이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이예요!! 😊
 


책을 읽으려고 서재에 앉았다가... 그러다가 이 영상을 봐버렸네요. 심쿵주의! 점점 심장이 약해지는 이 기분....

해석: 아 됐어. 꺼지삼!(츄르나 가져와보시든가!)












어우~주말은 일어나기 힘들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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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12-12 14: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서점으로 잘못 보는 바람에 사오정 될 뻔… 후~

청아 2021-12-12 14:07   좋아요 5 | URL
아핫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그런적 여러번 있어요!!😆 저는 실제로도 사오정끼 다분합니다.

햇살과함께 2021-12-12 15: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흡! 너무 귀여워요 저런 거절은 백번 받고 싶네요 ㅎㅎ

청아 2021-12-12 15:51   좋아요 5 | URL
그쵸?!!ㅋㅋㅋ거절인데 살살녹는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2-12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냥이에 심쿵~~
두 번째 냥이는 페넬로페의 아침^^

청아 2021-12-12 17:05   좋아요 4 | URL
오오!! ˝페넬로페의 아침!˝어감이 아름다워요♡^^♡

그레이스 2021-12-12 1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애들이 ˝꺄악, 너무 귀엽다 ˝...ㅋ

청아 2021-12-12 18:30   좋아요 4 | URL
헤헷😆 오늘도 성공!!ㅋㅋㅋㅋ

새파랑 2021-12-12 20: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도 사람도 귀찮게 하면 안되는군요 ^^

청아 2021-12-12 20:13   좋아요 4 | URL
그래도 저만치 안가는걸 보면 냥이도 내심 좋아하는것 같아요!😄

scott 2021-12-12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폭쉰 폭쉰 냥이 ฅ🐾
간지럼까지 타다니 ㅋㅋㅋ
₍ᐢ.ˬ.ᐢ₎❤️

청아 2021-12-12 21:42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냥냥이들 너무 귀엽죠?!!♡(๑>ᴗ<๑)♡

mini74 2021-12-12 2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발은 사랑입니다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 그럼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요 ㅎㅎㅎ 월급은 추르로 ~~

청아 2021-12-12 23:35   좋아요 4 | URL
미니님 역시 센스👍👍ㅋㅋㅋ압도적 지지받을거예요!억대급 츄르가 필요해도 세금아깝지 않을듯!!ㅋㅋㅋㅋ
 


그는 식탁 위로 몸을 구부려 턱을 손에 괴었다.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 하겠지만,
저녁을 함께 먹고 카드를 몇 번 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
언제나 놀라게 된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ㅡ
P9


단편을 선호하지 않는다. 짧막한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앞서 읽은 내용에 대한 감정이 모두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후기를 쓰려고 할때 이 점은 더없이 난감한 부분이다. 그래서 되도록 각 스토리를 읽기전 제목에 집중을 하곤한다. 그렇게 읽다 보면 다 읽은 뒤 제목을 훑으며 어느정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각 단편마다 시간차를 두는 것도 좋다. 아마도 단편을 읽는 나름의 노하우가 사람마다 있을 것이다. 호흡이 긴 장편에 비해 이런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단편이 나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제임스 설터를 읽기 전까지.


부엌의 불빛 아래에서 보니 그는 밤새 일한 기자처럼 그냥 초췌한 것 같기도 했다. 그에게서, 그 노려보는 눈빛에서 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심란했다. 그의 한쪽 콧구멍은 다른 쪽보다 작았다. 그는 자기가 막무가내라는 사실에 익숙했다. 아디스는 그가 자기를 보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이마엔 유난히 반짝이는 두 부분이 있었다. 뿔이 돋아나려는 듯했다. 남자들은 그들을 무서워하는 여자에게 끌리는가? ㅡ P51


제임스 설터의 문장에는 찰나의 통찰, 좀더 과장하자면 그가 만든 가상의 현실의 정수가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미학적인 문장을 만들어내려 굳이 애쓰지 않는데도 미학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대화. 그 안에서 오고가는 인물들의 감정과 태도는 많은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은 대신에 일종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듯 하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상황들. 마치 예측불허의 재즈나 탱고선율을 글로 읽어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한 번 읽고 덮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날 오후를 기억한다. 흐리고 조용한 오후였는데, 그의 시를 읽는 순간, 기존의 나 자신으로부터, 내가 일상적으로 느끼던 방식이나 삶의 깊이(다른 적당한 표현이 없다)에 대한 생각들로부터 멀어지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느끼던 흥분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시는 귀에 거슬리는, 끝도없이 계속되는 아리아였다. 특별한 건 그 톤이었다. 마치 그늘 속에서 써 내려간 듯했다. 저기 삼각주가 있다. 저기 불타는 팔이 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그게 굽이가 풀어지는 강을 묘사한 게 아니라 욕망에 관한 것임을 바로 알 수있었다. 시는 어떤 꿈처럼 천천히, 종려나무 잎에서 파닥거리는 빛, 이름과 명사를 통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 P95


이 책의 번역자는 개인적으로 제임스 설터를 몇 번 만났고 그의 원서(이 책의 단편 중'포기')를 읽은 뒤 요청을 받지도 않았는데 번역을 해서 출판사에 보냈다고한다.당돌하고 멋지다. 그녀도 나처럼 설터의 단편을 읽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덕분에 이 출판사에서 두 권의 설터의 작품을 그녀에게 맡겼다. (어젯밤,가벼운 나날들) 마음산책에서 8권의 설터의 책을 펴냈는데 제임스 설터만의 느낌을 잘 살린 표지 디자인들도 각각 눈길을 끈다. 책을 다 덮기전에 마음이 급해져 다른 책들을 주문해버렸다. 


타이트하게 전개되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이 머리를 치는 이 작품은 단편소설사에 남을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설터는 언젠가 이 책에 대한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이다"라는 장 르누아르 감독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ㅡ P210, 옮긴이


제임스 설터는 1925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1,2차 대전과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사냥꾼들'은 한국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공군에서 근무한 그는 퇴근 후 집필을 이어가다가 전업작가가 되어 활발하게 활동, 90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오랜 기간 놓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을 더욱 존경한다. 그는 젊었을 때 꽤나 배우같은 강하고 준수한 외모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분위기를 주는 첫번째 사진은 이 책에 실린 작가사진이고, 두 번째는 좀 더 나이들어 찍은 듯한 중년의 모습인데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퍼왔다. 역시나 수트를 입은 탓인지 젠틀한 느낌이다. (출처:https://www.nytimes.com/) 설터는 영화 각본도 몇 편 썼는데 영화 '다운힐 레이서'의 인연으로 만난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한 사진 (출처: https://www.theparisreview.org)을 마지막으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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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12-11 19: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도 멋져요! 이 페이퍼를 통해 번역자와 콜라보 하는 것 같아요. ^^

청아 2021-12-11 19:49   좋아요 5 | URL
그래요?ㅋㅋㅋㅋ😆 작가가 번역자에게 쓴 편지도 책 끝에 나오는데 괜히 제가 두근두근ㅋㅋ 번역자에게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읽고나서 더 좋았어요 감사해요 오거서님😄

오거서 2021-12-11 20:38   좋아요 3 | URL
그럼요!!! 미미님 덕분에 번역자의 노력도 알려지고 책의 핵심을 이렇게 짚어주시니까 처음 보는 책인데 관심이 생겨요! 저도 제임스 설터를 알게 되었구요. ^^

청아 2021-12-11 20:52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번역자의 사연이 와닿아서 꼭 전달하고 싶더라구요.오거서님 의도를 알아주시고 칭찬해주시니 뿌듯해요!ㅋㅋㅋ😉

stella.K 2021-12-11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결국 책을 사셨군요. 10일에 사신 건가요?
암튼 그 맘 알죠. 좋으면 다 사 버리고 샆은 그맘.ㅠ

저도 단편 3편 리뷰 써야하는데 안하고 이렇게 딴짓하고 있네요.ㅜ

청아 2021-12-11 19:52   좋아요 4 | URL
네!! 😍 어제 마음 먹었던 10일이라 주문을 해버렸죠ㅋㅋㅋㅋ오늘 일부 받았는데 세상 다 가진 기분입니다ㅋㅋ 단편은 후기 쓰기가 좀 어려워서 저도 뜸들이다 쓴거예요. 다시 읽고 쓰려다가... ‘에잇 모르겠다‘하고 썼어요ㅋㅋ

stella.K 2021-12-11 20:06   좋아요 4 | URL
근데 번역자가 정말 그랬어요? 대담한데요?^^

청아 2021-12-11 20:16   좋아요 4 | URL
번역해서 출판사 보낸것 말씀이세요? 완전 용기있죠? 저도 그래보고싶지만 영어가 그수준이 안되어 부러운 열정입니다ㅋㅋ

새파랑 2021-12-11 2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표지 보고 왠지 목이 돌아간(?) 느낌이 들어서 안샀었는데 😅

대신 <가벼운 나날>을 구매했었는데 아직 박스에서 안꺼냈어요 ㅋ 이제는 <어젯밤>을 사야할 때군요~!!

제거 봤을때 미미님은 장단편 안가리고 명작을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명작 감별사 미미님😄

청아 2021-12-11 20:01   좋아요 4 | URL
아니 어찌 그런 생각을ㅋㅋㅋㅋ새파랑님도 저 못지않게 독특하십니다😆 <가벼운 나날들>에 관한 번역자의 설명을 보니 저도 꼭 읽어보고싶더라구요!😄
새파랑님이 진정한 감별사. 저는 명작 추종자?ㅋㅋㅋ

stella.K 2021-12-11 20:06   좋아요 4 | URL
ㅎㅎ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브래지어를 사용해 보지 않으셔서일까요? 그래도 좀 아실 텐데...ㅋㅋ
저도 어렸을 때 처음 브래지어 보고 고리가 왜 뒤에 가 있는 걸까 이게 앞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되게 이해 안된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거 실제로 되게 불편하죠.
그래서 한 때 아프로(앞으로)브라라는 게 나왔는데 정말 고리가 앞에 달렸죠.
근데 여자들이 잘 안 사서 단종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설터 책 표지는 좀 야사시스럽긴 해요.ㅋㅋ

청아 2021-12-11 20:21   좋아요 5 | URL
이런 드레스에 익숙치 않으면, 특히 남자라면 새파랑님처럼 볼 수도 있을것 같아요!ㅋㅋㅋ저는 표지가 참 매혹적이라 느꼈는데 저 등뼈가 다 저런게 아니거든요 관리해야만 얻을수있는 포인트🤭

stella.K 2021-12-11 20:24   좋아요 5 | URL
헉, 등뼈도 관리해야 하는 건가요? 그건 또 제가 몰랐슴다.
그래서 저렇게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거였군요!
하긴 등이 예쁜 사람이 있긴하죠.
특히 영화 배우들 일부러 등 파인 드래스 입고.
것도 젊을 때 한 때긴 하지만...

새파랑 2021-12-11 20:27   좋아요 5 | URL
제가 좀 독특한 (?) 측면이 좀 있어요 😅

청아 2021-12-11 20:28   좋아요 5 | URL
예쁘게 라인이 드러나도록 하려면 등운동을 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영화에서 저런 옷을 입은 배우를 보면 유심히 보곤 하는데 역시 그 부위가 관리한 사람과 안한사람이 달라요.ㅋㅋㅋ 물론 어느정도 타고난 사람도 있겠죠!😉

페넬로페 2021-12-11 20: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의 책을 읽고 싶지만 아직 한 편도 읽지 않고 있어요 ㅎㅎ
미미님께서 말씅하신 단편집을 읽는 고충, 정말 맞아요. 저도 지금 단편집 읽고 있는데 어떻게 글 쓸지 고민이예요.
제임스 설터의 책의 표지는 다 도회적이라 내용도 그럴것 같은데요^^

청아 2021-12-11 20:49   좋아요 5 | URL
저도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다른 소설과 달리 심플한 표현들, 핵심적인 어휘들의 나열로 초반에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어느순간 훅! 하고 이 템포가 익숙해지면서 잘 읽히기 시작했어요. 도회적! 맞아요. 역시👍ㅋㅋㅋ 설명을보니 미술작가의 그림이 아니라 출판사 디자인팀의 결과물이래요😊

coolcat329 2021-12-11 2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찾아보니 2017년에 읽었더라구요. 근데 이해를 거의 못했어요. 첫 이야기부터 어려워서 당황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래도 포기안하고 끝까지 읽긴 했는데 이상한 감상평과 함께 별3개 줬더라구요. ㅎ
근데 이제는 설터의 단편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트레버 읽고 용기를 얻었거든요 ㅋ

저도 미미님처럼 단편은 시간차를 두고 읽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루에 단편 하나씩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가상 현실의 정수가 담긴 문장, 재즈의 즉흥연주나 탱고 선율을 글로 읽는 느낌이라...
다시 도전해볼랍니다~^^

근데 진짜 잘 생겼네요!
다만 저는 이 표지 시리즈가 참 시러요 😑

청아 2021-12-11 22:12   좋아요 2 | URL
아, 초반에 저도 혼돈 자체였기 때문에 쿨캣님 어떤 느낌 때문에 그러셨는지 이해합니다ㅎㅎㅎ 초반에 자꾸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막 그랬어요!ㅎㅎ😆
쿨캣님 리뷰 궁금해요. 가서 읽어볼께요😄

coolcat329 2021-12-11 22:16   좋아요 2 | URL
헉! 삭제하려다 그냥 둔 글입니다. 리뷰라고 할 수도 없는 ...그나마 짧으니 다행이지요.😳

청아 2021-12-11 22:18   좋아요 1 | URL
지금 막 읽어봤는데 저는 좋은데요?!😊

scott 2021-12-12 01:03   좋아요 4 | URL
저도! 저 표지 싫어 하는데
이런말 여기 쓰면 안되는뎅 ㅋㅋㅋ
이책의 역자가 직접 구입(현재 갤러리 운영 하시는 아트 컬렉터 이쉼)하고 판매 했던 화가의 작품이라서 ㅋㅋㅋ

줌파 라히리 커버도 이분의 강추로 출판사가 선택을

더 많은 걸 알고 있지만 요기 까지만 ㅋㅋㅋ
         |
         |
          ノ,,∧
        //・ω・`)
      / /⊂ノ
      \ /ーJ
 ̄ ̄ ̄ ̄ ̄ ̄ ̄

coolcat329 2021-12-12 06:33   좋아요 3 | URL
앗 그렇군요. 😬 이런 뒷이야기 재밌습니다~^^

청아 2021-12-12 08:15   좋아요 3 | URL
작품이었군요!!! 책에는 출판사 디자인팀이라고 있어서...허거걱ㅋㅋㅋ바보바보ㅋㅋ번역자분의 초이스였네요!! 다 읽고나서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헐리웃 영화같은 느낌이라서?(단순;;) 스콧님은 모르는게 없으심요!!👍👍

독서괭 2021-12-12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설터 책 중고로 한권 사놨는데 못 읽고 있네요^^; 좋으셨다니 궁금합니다. 근데 저 표지들은 별로인 것 같아요… 읽어보면 표지랑 느낌이 잘 맞나요? 궁금

청아 2021-12-12 13:26   좋아요 1 | URL
초반에는 적응이 잘 안되다가 읽을수록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 책 표지들은 저만 좋아하나봐요ㅋㅋㅋㅋㅋ찾아보니 던컨한나의 작품인데 특유의 분위기로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합니다.소설은(가벼운나날,쓰지않으면..,소설을..,올댓이즈.4권)까지는 꼭 읽어보려해요ㅋㅋ

책읽는나무 2021-12-12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 책 재밌을 줄 알았어요.
<가벼운 나날>이었나? 그때부터 오래 전 자목련님이 꾸준히 이 작가의 리뷰도 올리시고 책도 늘 찾아 읽으시는 걸 보고 아..예사롭지 않은 작가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책이 하나같이 표지가 맘에 안드는 거에요ㅜㅜ
그래서 선뜻 손이 안갔어요.
헌데 미미님 예전에 언박싱 하실 때 딱 책 표지 등근육을 보고...와!! 내가 바라마지 않는 등근육!!!!ㅋㅋㅋ 그래서 생각을 고쳐 먹었는데 미미님께서 책 좋다고 하시니..이젠 찾아 읽어야 겠네요^^
작가가 직접 선택한 화가의 작품이라니...뭔가 뜻이 있겠죠?
근데 그림의 색감들은 참 좋아요.
특히 나열하신 책 중에도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랑 <소설을 쓰고 싶다면>은 그림이 참 좋네요^^
미미님 읽으신 책 등근육은 👍👍
나도 저런 등근육 갖고 싶지만...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그땐 10 대 때부터 키울 생각입니다ㅋㅋㅋ
혹시 <윤희에게>란 영화 보셨나요?
일본 가서 모녀의 온천 목욕씬이 있는데 그때 김희애와 딸로 나온 김소혜의 등이 나란히 살짝 보였는데 와...김희애가 20 대 배우의 등을 가뿐하게 이겨 버린...ㅋㅋㅋ
정말 자기 관리가 철저한 배우란 걸 깨달았죠^^

청아 2021-12-12 13:56   좋아요 3 | URL
보고싶어 찜해봤던 영화예요!! 얼른 봐야겠어요~♡♡ 김희애 연기도 너무 좋고 아름다우신데다 자기관리 👍👍그 언니 등을 보고싶네요!!😆 제 취향이 독특한가봐요ㅋㅋㅋㅋㅋ스콧님이 알려주셔서 알았는데 줌파 표지도 이 그림 그린 작가의 것이라고! 저는 줌파 라히리 책 커버도 예쁘다고 생각했거든요ㅋㅋㅋ제임스 설터의 소설도 호불호가있으니 나무님 꼭 감안하시고 읽어보세요!🤭

책읽는나무 2021-12-12 14:14   좋아요 4 | URL
줌파 라히리 책들 표지는 저도 좋아해요.
생각해 보니까 두 작가의 표지들이 분위기가 비슷한 걸 이제사 느낍니다ㅋㅋㅋ
근데 같은 작가였는데 이 그림은 좋고, 저 그림은 별로라고 선입견 가진 제가 좀 반성되더라구요^^

청아 2021-12-12 14:18   좋아요 5 | URL
저도 같은 작가의 그림이란걸 오늘에야 알았는걸요ㅋㅋㅋㅋ뭐든 호불호 갈릴 수 있죠! 선입견이라고 생각하실필욘 없을듯해요. 제가 찾아봤는데 이분 그림들 다 예쁘진 않던데요ㅋㅋㅋㅋ나무님 책 취향,영화 취향,글 다 좋아요!! 영화 벌새도 재밌었어요😉

책읽는나무 2021-12-12 14:30   좋아요 5 | URL
👻👻
좋다고 해주시니...또 헤벌레~해지네요.
올라간 입꼬리 잡아 내리면 또 올라가고~내리면 또 올라가고~ㅋㅋㅋ
벌새 재미나게 보셨다니 좋네요^^
저 어제 아무튼 서재 책 읽다 갑자기 뭔가 동~하여 페이퍼 쓰려다 하루가 금방 가서 자고 났더니 뭔가 흥이 꺼져 멈췄어요.
미미님 생각해서라도 썼어야 했는뎅ㅋㅋㅋ

scott 2021-12-12 23:52   좋아요 3 | URL
줌파 커버 화가는 다른 사뢈 입니다
커버 비하인드
스토리는 난중에
사알짝 @^^@

청아 2021-12-13 00:06   좋아요 3 | URL
아 제가 오독했네요😆
비하인드 부자 스콧님!! 기대됩니다👍

mini74 2021-12-12 2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장들이 넘 좋은데요. 저도 단편읽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함축적이고 뭔가 알아내야 할 것 같은 ㅎㅎ 스콧님 미미님 리뷰보니 이건 필독서느낌이 ㅎㅎ

청아 2021-12-13 00:05   좋아요 3 | URL
초반 적응만 잘되시면 재밌게 읽으실 수 있어요!😍 리뷰 쓰기도 힘든 단편!! 그런데 이제 슬슬 더 좋아지려고 합니다ㅎㅎㅎ

마루누나 2021-12-18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 포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설터 책을 잡고 싶게 하는 후기네요... 감사합니다.

청아 2021-12-18 19:24   좋아요 0 | URL
일반적인 소설처럼 구체적인 세부묘사가 없어서 호불호가 갈리는듯 해요. 독자가 짐작,상상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할까요?😄
 

ㅡ좀 두려워. 그가 말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ㅡ물론 그렇겠지요. 진심으로 이해하는 목소리였다. 정말이에요, 알 것 같아요.
ㅡ커피 식어. 그가 말했다.
ㅡ아무튼, 그냥 당신이 사는 곳을 보고 싶었어요. 그녀가말했다. 목소리가 갑자기 달랐다. 더 이상 얘기를 지속할 의사가 없어진 듯.
그는 그때 깨달았다. 저기 앉은 그녀가, 밤에 자기 아파트를 찾아온 이 여자가, 그가 사랑한 이 여자가 자신에게 정말로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ㅡ아, 노린, 그가 말했다.
그날 밤 이후로 그녀는 사라졌다.  - P146

ㅡ내가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 홀리스가 말했다. 언젠가
들은 얘기. 이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말이지, 행성하고 은하수 모든 거, 전 우주가 쌀알만 한 것이 폭발해서 만들어졌다.
고 하더라. 지금 여기 있는 거, 태양과 별과 지구와 바다와 모든 거, 내가 당신에게 품은 감정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날 아침 허드슨 스트리트에서, 창가에서 다리를 올리고 햇빛 속에앉아 얘기를 했고, 행복했어. 난 그걸 알고 있었어. 우린 사랑에 빠져 있었어. 그 순간 나는 삶에서 바라는 모든 걸 갖고있었어.
- P165

물이 찬 방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이었다. 생각을 종잡을수 없었다. 갑작스런 밀물처럼 과거가 그의 몸을 떠밀고 지나갔다. 예전처럼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 기억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일에 몰두하는 게 최고였다. 그녀의 피부가 어땠는지, 실크 같은 그 피부가 생각났다. 아예 얘기조차 말았어야 했다.
- P166

월터 서치는 번역가였다. 그는 초록색 만년필로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펜 끝을 공기 중으로들어 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손이 거의 자동 장치처럼 움직였다. 그는 러시아어로 블로크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알렉산드르 블로크, 1880~1921. 대표 시집에 서정시」이 있다를 암송했고, 릴케가 한 독일어 번역본까지 외웠다. 어디가 왜 아름다운지 코멘트까지할 수 있었다. 그는 사교적인 사람이었지만 때론 까탈스러웠다.  - P183

타이트하게 전개되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이 머리를 치는 이 작품은 단편소설사에남을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설터는 언젠가 이 책에 대한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이다"라는 장 르누아르 감독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 P210

설터와 함께 영화 다운힐 레이서를 작업했던 로버트레드포드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그때 설터가 나에게 이런말을 했어요. 나뭇잎을 들어 올려 햇빛에 비추어 보면 잎맥이보이는데, 그는 다른 건 다 버리고 그 잎맥 같은 글을 쓰고싶다고." 어쩌면 이 말이 설터의 스타일을 가장 시적으로 잘요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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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11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이 찬 방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이었다. - 이런 문장을 좋아합니다.

아주 옛날엔 타자기 없이 펜으로 썼는데 작가들이 어떻게 장편을 썼는지 감탄스러워요.
만년필로 쓸 땐 잘못 쓰면 지우기 귀찮았을 것 같아요. 노트북이야 글자 지우기가 편하잖아요.
그 옛날에 태어났다면 저는 글쓰기를 포기했을 꼬예요. 완전 육체 노동이니까요.

청아 2021-12-11 15:54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막연히 타자기로 치는건 인쇄따로 할 필요가없어서 더 좋은점도 있구나 정도 생각해봤어요ㅋㅋ페크님도 같은 문장 좋아하시니 저는 그런 페크님이 더 좋아집니다😆 요즘은 글쓰기 아주 편한 환경이라서 어쩌면 쓰기에 대한 간절함은 덜 할수도 있겠고 그래서 더 짧은글을 선호할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저는 그렇기도하고 아니기도하지만요🤭
 

그는 식탁 위로 몸을 구부려 턱을 손에 괴었다.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 하 겠 지만,
저녁을 함께 먹고 카드를 몇 번 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
언 제 나놀 라 게 된다.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른 다.
- P9

커피 자국으로 얼룩진 식탁 위에 구겨진 냅킨이 뒹굴었다.
와인 잔엔 아직도 어두운 색의 잔재가, 접시 위엔 딱딱하게굳은 브리 치즈 조각이 남아 있었다. 푸른 기가 감도는 창문너머로 여름 아침의 새소리가 들렸고, 그 밑으로 정원이 미동조차 없이 누워 있었다. 날이 밝았다. 한 가지만 제외하면 성공적인 밤이었다. 브레넌만 제외하면.
- P45

내가 늦었군, 이게 다 누구지?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술에 취한 남자였다. 재킷에 흰 바지를 입었는데, 더러워진바지엔 피가 묻어 있었다. 두 시간 전에 면도를 하다가 입술의 살점을 베었다. 머리는 젖었고, 얼굴엔 오만한 기운이 흘렀다. 섭정기의 공작과도 같은 얼굴이었다. 위협적이고 버릇없는, 이성을 비껴간 광기가 얼굴에서 번득였다.
- P47

자넨 내 친구야, 하지만 내 말 잘 들어, 자넨 결국 내 적이 되고 말 거야. 오스카 와일드 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가 그랬지. 누구나 친구를 고를 수는 있지만, 현명한 사람만이 자신의 적을 고른다고.
- P47

부엌의 불빛 아래에서 보니 그는 밤새 일한 기자처럼 그냥초췌한 것 같기도 했다. 그에게서, 그 노려보는 눈빛에서 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심란했다. 그의 한쪽 콧구멍은 다른 쪽보다 작았다. 그는 자기가 막무가내라는 사실에 익숙했다. 아디스는 그가 자기를 보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이마엔유난히 반짝이는 두 부분이 있었다. 뿔이 돋아나려는 듯했다.
남자들은 그들을 무서워하는 여자에게 끌리는가?
- P51

그날 오후를 기억한다. 흐리고 조용한 오후였는데, 그의 시를 읽는 순간, 기존의 나 자신으로부터, 내가 일상적으로 느끼던 방식이나 삶의 깊이(다른 적당한 표현이 없다)에 대한 생각들로부터멀어지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느끼던 흥분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시는 귀에 거슬리는, 끝도없이 계속되는 아리아였다. 특별한 건 그 톤이었다. 마치 그늘속에서 써 내려간 듯했다. 저기 삼각주가 있다. 저기 불타는팔이 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그게 굽이가 풀어지는 강을 묘사한 게 아니라 욕망에 관한 것임을 바로 알 수있었다. 시는 어떤 꿈처럼 천천히, 종려나무 잎에서 파닥거리는 빛, 이름과 명사를 통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 P95

내가 그를 만난 건 한 파티에서였다. 그때 난 겨우 이렇게말했을 뿐이다. 당신의 아름다운 시를 읽었어요. 그는 예상 외로 생각이 트여 있어 날 놀라게 했다. 그러면서도 주저없이 솔직했다. 대화를 할 때, 내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는 책이나 화제를 언급했고, 위트가 풍부했다. 그리고 그 이상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를 즐겁게 했고, 나 또한신들이(내가 여기서 복수를 사용한 이유는 그가 유일신에 복종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뜻한 대로 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슨 얘기를 시작하면 희한하게도 우리 둘 다 아는내용이었다. 그가 조금 더 많이 알았지만 말이다.  - P96

넷이서 케이크를 먹은 후 나는 아내에게 선물을 주었다. 좋아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로마 숫자가 새겨진 아주 얇고 네모난 손목시계였다. 태엽을 감는 곳에 푸른색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내 생각에 투르말린인 것 같았다. 케이스에 들어있는 새 시계보다 아름다운 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 P98

우린 취향이 같았다. 처음부터 그랬다. 취향이 다른 사람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난 항상 취향이야말로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건 아마도 옷을 입는 방식이나 또는, 같은 이유로, 벗는 방식으로 전해지는데, 취향은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그건 학습되고 어느 순간에 도달하면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가끔 했다. 무엇을 바꿀수 있고 또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책이나 어떤 인물이 그들을 완전히바꾸어놨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그전에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상대방이 매력적이긴 해도 완벽하지는 않을 때, 사람들은 결혼한 다음에 전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론 잘해야 한 가지 정도를 바꿀 수 있을 뿐이고, 그것마저도 결국은 예전처럼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 P99

난 오랫동안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에게 즐거움을주었을 뿐이다. 내게 특별히 그랬다 해도 그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진 몇 장을 간직했고, 물론 시도 있었다.
난 먼 곳에서 그를 따라온 것이다. 결혼할 수 없는 남자를 따라가는 여자처럼, 그가 섬에서 섬으로 옮겨갈 때 빛나는 푸른물이 과거로 흘렀다. 호메로스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곳. 안개 속에 이오스 섬(에게 해에 있는 그리스령 섬, 고대 그리스 전설에 따르면 호메로스의 묘지가 이곳에 있다고 한다)이 하얗게 떠 있었다.
- P103

브룰 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서 보이는 공원 경치는 기가막혔다. 겨울에는 앙상하고 탁 트인 풍경이었고, 여름이면 집은 녹색빛 바다가 되었다.  - P107

그녀는 귀고리를 풀고 있었다.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고 갑자기 자길 미워할까 봐 두려워졌다.
-그러지 마, 제발, 화가 나야 하는 건 내 쪽이라고, 그가말했다.
그녀는 그의 손에 귀고리를 밀어 넣었다.
-그래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봤어요. 그러곤 너무나 당당하게 말했다. 걱정 말라고요. 그 사람 아무 말도 하지 않을테니,
- 무슨 뜻이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그녀의 대답이 갑자기 질병처럼 그를 무너뜨렸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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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10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95쪽과 99쪽에 밑줄을 긋겠습니당~~

청아 2021-12-10 15:45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