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감동한 여자가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남자는 깜짝 놀랐다. 여자는 마치 낯선 사람을 처음 보듯이 안경 뒤에서 깜빡이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이의 눈처럼 순수하고 온화한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여자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자, 갑자기 푸른빛이 더욱 깊어지면서 지극한감정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 불현듯 여자는 다른 어떤 남자에게서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온기, 애정, 신뢰 같은것을 느꼈다. 그때까지 모호했던 여자의 감정은 확신으로 변했다. 여자는 그토록 진지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남자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여자의 돌변한 분위기를 감지하자, 남자는눈가가 붉어졌다. 몹시 혼란스러워하면서 숨을 깊이 내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 P55

불현듯 여자는 놓쳐버린 풍경들에 대한 아쉬움이무디고 메말랐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난생처음웅장한 대자연을 바라보면서 여자는 마치 쟁기가 땅을 갈아엎듯이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어놓는 여행의 위력을 실감했다. 여행은 일상의 삶에 익숙해져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영혼의 껍질을 단번에 벗겨버리고,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변신을 향한 욕망이 언젠가 열매로 맺어질 씨앗을 심어놓는다.
- P59

크리스티네는 감기 기운이 있는병약한 사람처럼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눈을 내리깔고 차의맨 뒷자리를 향해 통로를 걸어갔다. 사람들 무릎을 지나쳐 갈때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양해를 구하듯이 빠르고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실례합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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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1-04-22 12:09   좋아요 1 | URL
아ㅋㅋㅋ잠자냥님이 그런 언급을 하셔서 저도 구매 안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봄요. 도서관 책은 열린책들 크기 비슷😁
 

스페인 내전ㅡ

‘스페인을 돕자!‘는 위험에 빠진 공화국 편에서 싸운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구호가 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소련이 민주주의 편에 선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통찰력이 뛰어난 유럽 사회주의자의 한 명이었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스페인 좌파를 제압하려는 스페인 내 스탈린주의자들의 행동에 경악했다. 그의 통찰처럼, 소련은 무기와 함께 정치 행위까지 수출했다. 

스탈린의 스페인 공화국 지원에는 대가가 따랐다. 스페인 영토에서 파벌 싸움을 벌일 권리를 준 것이다. 스탈린의 숙적인 트로츠키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멀리 떨어진 멕시코로추방당하긴 했지만), 공화국을 지키던 수많은 스페인 사람은 스탈린의 소련보다는 트로츠키라는 개인에게 더 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산주의 선전물은 스페인의 트로츠키파를 파시스트로 낙인찍었고, 그들을 ‘반역죄‘로 사살하고자 소련 내무인민위원회 장교들이 스페인으로 파견되었다.

(역시 조지오웰!!)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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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6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조지오웰~!! 정말 동물농장 이랑 똑같네요 ㅎㅎ

청아 2021-04-16 16:25   좋아요 2 | URL
그쵸?!!ㅋㅋ당시 소련에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외롭게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낸 분👍👍

scott 2021-04-16 16: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미님 조지오웰 평전읽고 있었는데 오웰에 냉철한시각 통찰력 닮고 싶음 ^ㅅ^

청아 2021-04-16 16:50   좋아요 2 | URL
오~스콧님은 어려운 평전도 즐겨 읽으시는 듯해요! <저널리스트>는 평전은 아니지만 재밌어요(ㅋ.ㅋ)V

행복한책읽기 2021-04-16 2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도 이 책 읽고 있는 거예요? 다들 대단들 하십니다.

청아 2021-04-16 23:33   좋아요 2 | URL
제가 제일 빨리 시작 했을껄요?ㅋㅋㅋㅋ저만 느릿느릿 읽고 있어요😭
 

1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성 문제에 대한 가정적 해답은 정치적, 심미적, 도덕적 용어가 아닌 과학의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여기에 고통스러운 아이러니가 있다. 과학은 선입견, 어리석음, 혼란이 어디에서 등장하든지 간에 그것과 맞서는 혁명적인 힘이었다. 

그러나 구질서가 점차 과거로 사라지고 "부상하는 중간 계급"이 새로운 지배 계층이 되었 과학도 사회 질서와 화해했다.  - P64

한때 과학은 견고했던 권위를 공격했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적 전문가는권위 그 자체가 되었다. 그의 업무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적절한가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 P64

전문가를 받아들인 사람들 중에는 잘 속아 넘어가는 여성들과 보수적인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자립적이고 진보적인 여성들, 심지어 페미니스트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이었고, 오직 과학만이 무지와 편견을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65

유럽에서 여성의 치료 행위와 의료 전문직 사이의 투쟁은 특히 야만적인양상을 띠었는데 바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역사에 상처를 남긴 수세기 동안의 마녀사냥이었다. 

마녀사냥 자체는 종교개혁, 초기 상업 시대, 봉건 귀족에 대항한 농민 봉기 시대와 같은 광범위한 역사적 전개 과정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마녀사냥의 표적이 거의 전적으로 여성 농민이었으며, 그중 여성 치료사들이 박해의 대상으로 선발됐다는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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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5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이 완전 기계처럼 반듯하네요. 이책도 곧 완독하실듯 ^^

scott 2021-04-15 17:34   좋아요 1 | URL
미미님 문장 밑줄긋는 ai 옆에두시고 독서 열중 하실지도 ^ㅅ^

청아 2021-04-15 17: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자꾸 저를 기기화 하심ㅋㅋ자가 아주 반듯해서 이쁘게 그었죠🤭

청아 2021-04-15 17:51   좋아요 2 | URL
맞아요! 밑줄도 시킬 수 있음 딱 편할텐데요!ㅋㅋㅋㅋ밑줄 긋다가 집중 흐려짐요. 🥲🙄

다락방 2021-04-16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자 대고 밑줄 그으시는군요!!!!!

청아 2021-04-16 09:53   좋아요 1 | URL
반듯해야 다시 볼 때 기분 좋음요ㅋㅋㅋㅋㅋ
 

러스킨의 글은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가정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을 ‘신성‘시 하는 느낌이 든다.
여성은 가정이라는 ‘신전‘ 안에서 무임금 노동을 반복하고 신전을 신성하게 유지 해야만 한다.

P.60 여성에 대한 낭만적 해석은 19세기 중반에 인기를 누렸던 16인치 허리와 너비3피트짜리 치마만큼 인공적이다....중략...경제적 인간은 경쟁적이지만 낭만적 여성은 부드럽고 순종적이다.

존 러스킨(영국의 비평가이자 작가)
ㅡ이것이 가정의 진정한 본질이다. 즉, 가정은 평화의 장소이다. 모든 상처뿐만 아니라 모든 공포와 의심과 분열로부터 피난처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그것은 가정이 아니다. 바깥 삶에 대한 불안이 가정을 파고든다면, 적대적인 바깥세상이 남편이나 아내에 의해 집 문지방을 넘어 들어온다면, 생각의 일관성이 없고 알 수 없고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 그때 가정은 위에 지붕을 얹고 안에 불을 지핀 바깥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가정이 신성한 장소, 순결한 신전, 가정의 신이 지켜 주는 화목의 신전인 한 … 그 이름을 회복하고 가정이라는 칭송을 충족시킨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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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장들은 전부 내 옛 저술들에서 어느 정도 신중하게 골라낸 것이지만 그중 몇 개는 1877년까지도 거슬러간다 여기저기서 더 명료해졌을 것이며, 특히 요약되기도 했다. 이것들을차례차례 읽으면 리하르트 바그너에 대해서나 나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남지 않게 된다. 

우리들은 대척자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다른 점들도 파악하게(될) 것이다 ; 이를테면 이 작품이 심리학자들을 위한 글이지, 독일인들을 위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
(응? 독일인들을 싫어했나?바그너와 독일 다?)

 나는 빈, 상트페테르부르크, 코펜하겐, 스톡홀름, 파리, 뉴욕 등 도처에 독자를가지고 있다 - 유럽의 얕은 지대인 독일에는 내 독자가 없다…
(헉)

…그리고 내가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친애하는 이탈리아인들의 귀에대고 나는 말하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삼국동맹이 : 가장 지적인 민족이 독일제국 과 동맹을 맺으면서 낮은 신분과의 혼인을 하고 만 것인데 …(헉2)


프리드리히 니체,
- P518

말 없는 불행에 언어를 부여하는 데에 다른 어느 음악가보다 더 대가인 음악가가 하나 있다.
늦가을의 색채에서, 최후의 향유, 가장 최후이자 가장 짧은 향유의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동적인 행복에서 아무도 그를 따를 수 없다.

그는 원인과 결과가 와해되어버린 것처럼 보이고 매 순간 무로부터 무언가가 생겨날 수 있는, 영혼의 은밀하고도 공포스러운 한밤중을 표현하는 소리를 알고 있다. 

그는 인간 행복의 가장 심층적인근거에서 나온 모든 것에, 가장 떫고도 불쾌한 포도주가 결국 가장달콤한 포도주와 한데 뒤섞여버리는 술잔을 다 들이마시는 데서 나오는 모든 것에서 가장 행복해한다.  - P519

그의 정신이 다른 취향과 경향을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무너진 집들의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 거기 숨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숨은 채 그는 자기 고유의 걸작을 그려낸다. 모두 아주 짤막하며 종종 한 박자 정도만 긴 걸작을 이때에 그는 비로소 아주 선하고 위대하며 완전해진다. 

아마도 오로지 이때에만, 바그너는 깊이 고통받은 사람이다이것이 그가 다른 음악가들보다 뛰어난 점이다. - 바그너가 음악 속에 가기를 집어 넣은 모든 곳에서 나는 바그너에게 감탄한다. - P520

바그너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나는 랑델표 안정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자문해본다 : 도대체 진정내 몸 전체는 음악에 무엇을 원하는가? 영혼이 아니라. 영혼은 없는것이니… 

내 몸은 음악에 의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모든 동물적인 기능들이 가볍고, 대담하며, 거칠 것이 없으며 자기 확신적 리듬에 의해 촉진되어야만 한다는 듯이 : 마치 청동 같은 삶, 납 같은 삶이 황금빛 부드러운 기름처럼 매끄러운 멜로디에 의해 자기의 무게를 잃어버려야만 한다는 듯이. 내 우울은 완전성에 몸을 숨기고 완전성의 심연에서 편히 쉬기를 원한다  - 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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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4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500페이지~!역시~!!

청아 2021-04-14 12:20   좋아요 2 | URL
아 !! 뒤쪽 <바그너와 니체>라는 부분만 우선 읽고 있어요.ㅋㅋㅋㅋㅋ 어제 스콧님 페이퍼보니 둘 사이가 궁금해서요ㅋㅋㅋㅋ

서니데이 2021-04-14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보면 음악관련 같은데 니체전집이었네요. 잘 몰라서 책표지 보고 왔어요.
미미님 오늘 날씨가 조금 추워요.
따뜻하고 좋은밤되세요 .^^

청아 2021-04-14 22:09   좋아요 3 | URL
음악가 바그너랑 니체랑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네요ㅋㅋㅋ서니데이님도 굿밤 되세요. 오늘 달이 🌛 예쁘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4-15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에게 바그너는 애증의 대상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니체는 독일 민족주의 아주 싫어했대요. ‘신은 죽었다‘고 말하고서 신을 대체할 가짜 신들로 허무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가 등장할 거라고. 이 모든 것은 반자연적인 거라 <싹 다> 싫어했대요. ㅋㅋ 니체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대요. 1장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2장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3장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만 쓰는가. 자뻑의 대마왕이었다고. ㅋㅋㅋ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 옮겨요.^^

청아 2021-04-15 12:10   좋아요 2 | URL
조금 읽어봤는데도 너무 웃겨서 한 때 유행했던 중2병이 떠올랐어요. 철이 너무 안 든 상태로 나이만 든거 아닐까요? 책읽기님은 후일담을 많이 알고계셔서 더 좋아요! 학창시절 책읽기님 같은 친구 있었음 매일 얘기 해 달라 졸랐을 껄요.ㅋㅋㅋㅋ😉

scott 2021-04-15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우리 니체 매니아 순위에 진입했어요 니체 매니아 1위는 로쟈님 ㅎㅎㅎ

청아 2021-04-15 17:45   좋아요 2 | URL
아 그래요?!!ㅋㅋㅋㅋ쪼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