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즈 칸디요티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대학 교수)-가부장제와 교섭하기 중어쨌든 젠더관계의 경우에 헤게모니에 관해 말하는 것은 주로 비유의 방식으로, 그것도 일정한 지점까지만 도움이 된다. 그렇다.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일부 변형물과 동일시하고 성적 관계를 이성애와 동일시함으로써 생겨나는 담론 세계의 압축은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 포스트구조주의 페미니스트들은더 나아가 다름 아닌 젠더 구분 자체가 억압을 빚어낸다고 주장한다.즉 일정하게 성별화된 정체성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제도화된 특권이아니라 종속적인 것으로 구획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허위의식의주요 형태는 이런 구분을 특정한 담론 구성의 효과로서 간파하기보다는 액면 그대로(토대로서) 받아들이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젠더 구분 자체를 문제시하는 (그리고 그것을 담론 폭력의 기원적인 행동으로다루는) 분석들이 성별화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특정한 사회관계나제도적 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자동적으로 진전시켜주지는 않는다.남성 지배나 가부장제 같은 개념을 포기하고 그 대신 젠더를 선호하는 데 따르는 난점은 여기서 비롯한다. (너무 어렵다. 헤게모니까지 나왔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억압되는 문제를 분석한다는 취지일텐데, 그 논의 방식이 너무 어려우면 결과적으로 또 다른 배제를 낳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 중에서도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분석인가.) - P292
여성들이 주도한 1909년 뉴욕 의류노동자 파업, 1912년의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로렌스 방직)파업, 2차대전 당시 롤라 와이설이 노동조합 조직화에서 맡은 역할,1980~1990년대에 한국 방직·전자노동자들(대부분 젊은 미혼 여성이었다)이 빈번하게 벌인 파업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 1995년의전 지구적 노동 분업은 1950년대의 상황과 무척 달라 보이지만, 여성노동, 여성에게 노동이 갖는 의미와 가치, 착취에 대항하는 여성 노동자 투쟁 등의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세계 각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중심적인 쟁점이다. - P309
초창기소설들 (50년대에 리얼리즘 기준에 맞춰 쓴 작품들)은 스콧 메러디스 리터러리 에이전시가 받아 주었으나, 1963년이 되자 이건 팔 수 없다면서 다섯 권 모두 작가에게 돌려줬다. 필립 딕이 높은 성의 사내』를 출간한 바로 다음 해였다. 그 다섯 권 중에서 필립 딕 생전에 출간된 소설은 단 하나뿐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서점에서 구할 수 있고 숭배자도 거느리고 있다. 내 생각에는 이 실패가 가혹하면서도행운이었다. 그 책들을 출간하지 못한 덕분에 그는 1950년대의 음울한 리얼리즘을 멀리하고 더 넓은 상상의 영역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이런 이야기 너무 좋다. 인생의 전화위복!) - P217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고, 거의 언제나 낮거나 불확실한 이익밖에 얻지못하는 고도의 숙련 노동이다. 틀에서 벗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에게는 노예의 굴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그렇듯 진지한 종사자는 그 보상으로 뭔가를 할 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걸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뭔가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끝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내적 확신까지도 얻을 수 있다. - P218
현실에서나 허구에서나, 모델에 따라 만든 합리적 유토피아와 합리적 디스토피아는 거의 같은 패턴으로 돌아간다. 하나같이 아주 작은 곳으로, 다양성이 놀라울 정도로 적기도 하다. 헉슬리는 완벽한 천국이 곧 완벽한 지옥이라는 역설적인 묘사에 뛰어났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구상하거나 정치적으로 구상한 천국이나 지옥은 상상을 자극하는 매력이 별로 없다. 오직 단테나 밀턴같은 시인만이 천국과 지옥을 장관으로 여기고 열정을 불어넣을수 있다. - P227
많은SF는 미래와 아무 상관도 없고, H. G. 웰스의 『우주 전쟁 War of theWorlds』이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Martian Chronicles] 처럼재미있거나 진지한 사고 실험일 뿐이다. 사고 실험은 소설을 이용하여 현실의 여러 측면을 재결합하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도가 아니라 가능성에 마음을 열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믿음을 다루지 않는다. - P228
1949년에도 헉슬리는 여전히 자신의 소설이 경고담일 뿐 아니라 다가오는 현실을 그리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1984』가 출간되었을 때 조지 오웰에게 "훌륭하고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고 관대하게 칭찬한 후, 오웰의 더 교묘하면서도 더 폭력적인 디스토피아에 비교하여 자신의 미래상을 옹호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다음 세대면 세계 지도자들은 어릴 때 조건 형성을 하고마취하최면을 거는 쪽이 클럽과 감옥을 정부의 도구로 쓰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며, 사람들이 예속 상태를 사랑하도록 하면 사람들을 채찍으로 때리고 걷어차서 복종시킬 때 못지않게 권력욕을 충족할 수 있음을 깨달을 겁니다."( 무섭다...) - P229
오늘 도착한 책들과 최근 구입한 책들 단체사진 올려봅니다.어떤것부터 읽어야하나 어지럽습니다.이럴땐 몸이 여러개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이 중에 첫 번째 책은 바로...바로...두두둥ㅋㅋ
우리는 자기 인생에 대해 늘 무언가를 두려워합니다. 약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치열해야 한다며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하게 열심히 산 만큼보답이 돌아오느냐 하면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사실에 우리는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노력이 부족하다며 또다시 스스로를채찍질하지요. 그런가 하면 이런 반복 속에서 인생이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하지만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 P10
왜냐하면 큰 행복은 자그마한 행복을 보이지 않게 하니까요.자신도 모르는 새에 큰 행복이 아니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고 마니까요.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월급, 좋은 대우에 익숙해지면거기서 벗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집니다. "좀 더, 좀 더"라고 요구하게 되고, 나아가 무섭게도 그 좋은 환경이 행여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와 분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자유로운 정신은 점차 사라지고, 인생은 공포와 불안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 P15
만일 내가 "왜 떠나지 않았어요? 왜 언니를 데리고 뉴욕에 가지않았어요?"라고 캐묻는다면 어머니는 언니랑 나 같은 자식을 얻었으니 상관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만일 내가 더 심각하게 캐묻는다면 "내가 떠났다면 너는 태어나지 못했을 게 아니니"라고 덧붙였을 것이다.난 이렇게 말할 용기는 없었다.대신 어머니가 태어날 수 있었겠죠. -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