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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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며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고타는 소설 속에서 화자를 통해 또 다른 상상을 하는 작가다. 그렇다면 그가 진심으로 바랬던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암울한 시대를 산 작가들은 때로 아주 운이 좋은 걸 수도 있다. 평온한 삶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쓸 수 있으니.

정작 덤덤할 수 없는 것들에 덤덤하고 작은 것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과장된 부조화가 나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이곳저곳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전 정보가 이 소설에 대한 감정을 더 복잡하게 바꿔놓았다. 읽는 동안 이건 일단 소설이라고 자꾸 되세김질을 해야했다. 앞으로는 되도록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작가 이력을 찾아봐야겠다.

+ scott님의 클레식을 배경으로 틀어놓고 읽다가 이전에 반복청취한 Dying swan을 들으며 읽었는데 어두운 느낌이 이 소설과 너무 잘 어울린다.

<<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

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리고 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이다.p.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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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3-17 1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고타 크리스토프 짧고 투박한 듯 느껴지는 문장인데도 울림이 참 크죠.

청아 2021-03-17 12:02   좋아요 2 | URL
네! 문체가 간결하고 무심하게 툭툭 뱉는 느낌인데 나름의 매력같아요. 다른 방식으로 썼다면 이런 울림은 없었을거예요~ 나중에 또 읽어보려구요.😉

scott 2021-03-17 12: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014에 헝가리 감독 Janos Szasz가 연출하고 프랑스가 제작한 ‘the notebook‘이라는 타이틀로 영화가 있어요연기 연출 훌륭한 수작! 영상으로 보여지는 당시에 참혹함과 비극이 보고 나면 책만큼 여운이 많이 남아요

청아 2021-03-17 12:08   좋아요 3 | URL
오 찾아볼께요!! 지난번 알려주신 ‘submarine‘ 제 인생영화가 됨요♡ 영상도 이쁘고 배경음악도 좋고!!

청아 2021-03-17 12:33   좋아요 2 | URL
스콧님 2013년작 ‘the notebook ‘이 영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영화로 만든거네요?!! 포스터부터가! 이건 혹시 어디에서 보셨어요? 네이버에 정보만 떠요~왜이런 영화 홍보가안되었던 걸까요.너무아쉽네요! 출판사에서라도 좀 해주면 서로좋았을텐데.🥲

scott 2021-03-17 14:16   좋아요 2 | URL
전 국제 영화제에서 봤는데 이작품이 연극으로도 제작되어서 두산아트홀에서 연극도 공연된적 있어요(연극은 못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도 상 받고 꽤 알려진 영화인데 한국에서는 상영안했나봐요 그래서 출판사에서 홍보 안한듯!

새파랑 2021-03-17 1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를 어제 읽기 시작하신거 같은데 벌써 읽으시다니 ㅋ 이것도 읽고싶어지네요^^

청아 2021-03-17 14:39   좋아요 2 | URL
앗ㅋㅋㅋㅋㅋ😆아주 얇아요. 많이 구매하셨으니 이건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좋을듯해요. 참고로 스토리상 중간중간 무료한 시간들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부분들이 조화로웠던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03-17 1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편협된 생각인지는 몰라도 인간은 경험한만큼 진정으로 느낄수 있을것 같아요. 아무리 책을 통해 배워도 실제 그러한 것을 맞딱뜨리면 당황하고 대처에 미숙하고^^
미미님 말씀처럼 암울한 시대를 산 작가들의 소재는 무궁무진할듯 해요^^
그나저나 언제 그렇게 책을 다 읽으시는지요? 타이머 도착하면 더 많이 읽으시는것 아닙니까?

청아 2021-03-17 13:34   좋아요 4 | URL
맞는 말씀이예요~그래두 책으로 간접경험이라도 더해가는데 일단은 만족입니다. 헤헤♡
아 덕분에 제게 필요한 타이머 오면 시간을 더 알차게 사용하겠지 기대중이어요.ㅋㅋ 다른일 줄이고 좀 더 읽었는데 아직 배가고픕니다. 마찬가지시죠?😄

바람돌이 2021-03-17 1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이라굽쇼.
아!!!!!
이건 또 언재 읽지?
지금은 쌓인 책 내리기 기간이라고요. ㅠㅠ

청아 2021-03-17 13:37   좋아요 3 | URL
아 우린 서로 이렇게 괴롭히듯 서로 책 분량을 늘리고 있는거겠죠?그게 또 좋아서 울면서 웃고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3-17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추천으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앞부분 읽고 있는데, 확실히 매력 있더라구요~ 그의 새로운 작품이라닛, 일단 담아놓겠습니다! 성실히 읽으시는 미미님♡

청아 2021-03-17 23:35   좋아요 2 | URL
툐툐님~♡ 그 소설 시작하셨군요!! 독특하죠~계속 뒷얘기가 궁금하구요. 이곳저곳에서 너무 놀라실까 조금 걱정입니다. 😍
 

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

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리고 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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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적당하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한 커다란 침대와, 벽이 책들로 뒤덮인 침실이 있다.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는데,
지금은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창고로 쓰지만, 이제 테이블과 타자기와 종이를 준비해놓고 내 서재로 쓸 예정이다.
이제 타자기와 타자 용지와 타자기 리본을 살 궁리를 해야 한다.
당분간은 대학노트에 연필로 쓸 것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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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16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시력 보호를 위한 비타민 c
ᕱ ᕱ
(๑˙ϖ˙๑ )
🍓🥝

청아 2021-03-16 21:09   좋아요 1 | URL
잇힝~♡ 잘먹을께요! 스콧님 짱짱!👍👍
(੭ु。╹▿╹。)੭ु⁾ʸᵉᵃʰᵎ

서니데이 2021-03-16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오늘은 황사가 많아서 공기는 좋지 않은 화요일이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좋은밤되세요.^^

청아 2021-03-16 21:55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이예요~미세먼지로 불만스럽던 날들이 더 나았던것 같아요ㅋㅋㅋ서니데이님도 굿밤되세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고 머릿속이 얼얼했던 내게 scott님이 추천해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어제>를 읽기 시작했다.
작가 소개가 인상적이라 올려본다.








"삶의 비통함을 검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게 그려내는 작가"로 평가받는 아고타 크리스토프
그녀는 동유럽 출신 작가로는 유일하게 밀란 쿤데라에 비견되는 세계적 작가이다.

1936년 헝가리의 한시골마을에서 태어나 
2차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8세 되던 해 자신의 역사 선생과 결혼했다

20세에 아기 엄마가 된 그녀는 1956년 소련 탱크가 부다페스트로 밀고 들어오자,
반체제운동을 하던 남편과 함께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조국을 탈출했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에 정착한 그녀는 친구도 친척도 없는 그곳에서 철저한 외로움을 경험하며, 생계를 위해 시계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씩의 노동을 해야 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녀는 헝가리어로 시를 썼고, 망명 문인들의 동인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27세에 드디어 바라던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이즈음에 스위스인과 재혼했다. 70년대 이후에는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스위스의 뇌샤텔에서 세 자녀와함께 살고 있다.

쉰 살의 나이로 첫 소설 <비밀 노트>를 발표한 이후, 타인의 증거,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녀의 작품은 무려25개국에서 번역되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1992년 리브르 엥테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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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3-16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달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들 읽고 있어요. <존재의...>랑 <문맹> 읽고, 오늘 밤부터 <어제>읽으려고해요. 같은 책을 읽고 있으니 반갑고 기분이 묘하네요~

청아 2021-03-16 21:02   좋아요 2 | URL
<존재..>정말 놀랍죠?!! 와~♡ 같이 <어제>를 읽는다니 저도 반가워요! 북플을 하니 이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거겠죵!😆

scott 2021-03-16 2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 얇지만 읽고 나면 여운이 많이 남아요
시계 공장에서 일하면서 머릿속으로도 글을 썼던 모습이 ‘문맹‘에 나와요.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뭔가 읽을 것이 있을 때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나는 계속 읽고, 그러고 나면 울면서 잠든 밤 사이에 문장들이 태어난다. 문장들은 내 곁을 맴돌다, 속삭이고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가 된다,]


결국 인생은 한권의 책이라는것,,,아고타 크리스토프 책을 읽고 깨달았네요

청아 2021-03-16 21:21   좋아요 4 | URL
왜 이 책을 추천하셨는지 읽으면서 느껴져요. 고된 삶 속에서도 이런 글을 써낸다는것 , 이렇게 그 글을 우리에게 읽게 만든 그 영향력에 대해서. 문학의 의미와 힘을 또 이렇게 경험합니다.🥲
 

볼셰비키는 사회주의로의 변혁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본주의 건설부터 했다. 국가가 산업을 창출하도록 하면서, 그들은 이런식으로 소련의 다종다양한 문화 집단을 하나의 충성 집단으로 묶고,
그 어떤 민족적 차이도 초월하게 만들 수 있겠다고 여겼다. 농민과 민족을 모두 제압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야심이었고, 볼셰비키는 그것을 은밀히 감추었다. 그리고 계급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그들은자기 인민의 적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역사적으로 수명이 다한,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떼어내버려야 할 서표書標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 P40

레닌은 러시아계임을 자처했고 그렇게 기억되지만, 그 가계에는 스웨덴, 독일, 유대인, 칼미크의 혈통이있었다. 트로츠키는 유대인이었고, 스탈린은 조지아 출신이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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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6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는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읽고 계시군요. 미미님 평가를 기다려서 읽을지 말지 결정하렵니다. ^^

청아 2021-03-16 11:22   좋아요 2 | URL
두꺼운점이 아무래도 부담이긴한데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지 않은편이고 필체도 간결하고 쉬운 느낌이라 아직까진 읽을만해요. 워낙 이 부분에 대해 모르는게 많으니 모든 사실이 신기하구요! 러시아 문학도 역사도 점점 끌려요.😆

NamGiKim 2021-03-1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따라 이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뭐 제 성향을 잘 알테지만 얘기하자면 냉전시대 반공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책이라 생각합니다.

청아 2021-03-17 08:58   좋아요 0 | URL
히틀러와 스탈린 정책의 접점을 공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좋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

NamGiKim 2021-03-17 09:52   좋아요 0 | URL
다소 감정적이긴 한데, 마리오 소사의 ‘진실이 밝혀지다‘도 좋습니다. 영어가 되면 아치 게티의 저서나 그로버 퍼도 좋고.

NamGiKim 2021-03-17 10:06   좋아요 0 | URL
요즘 학교 다녀서 힘들긴 한데, 다음에 스탈린에 대한 오해나 편견 등을 중심으로 다룬 글 올리겠습니다.

청아 2021-03-17 10:11   좋아요 1 | URL
읽어봐야겠네요. 그 책에 대해 남기님이 써놓은 리뷰도 잘 읽어봤어요. 우리중 누구도 100프로 정확한 진실을 확인할 수 없으니 고루 읽어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스탈린이 나쁘기만 하고 모든게 그가 혼자 한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냉혈한 살인자로 느끼고 있긴해요.

청아 2021-03-17 10:13   좋아요 1 | URL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