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나온 한나 아렌트 평전을 읽다가 아렌트에게 흠뻑 빠져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바로 빌려왔었다. 보기에는 꽤
두꺼워보이지만 끝 페이지를 보니 주석을 빼면 300페이지가 안되어 신기했다. 사실 이상한 거였는데 ㅡ이런 경우는 처음이라...ㅡ아렌트에게 너무 몰입해 경황이 없었던 걸까? 오늘 이 책을 읽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글자가 그렇게 커보이지도 않는데 축약판도 아니고. (평전에도 전체주의의 기원이 600페이지가 넘는다고 써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잠시 후루룩 넘겨보니 이게 웬걸....

1차 충격

2차 충격
550페이지가 가운데 있었고(1차 충격) 중간에 이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었다.(2차 충격) 그럼 그렇지... 300페이지 안되는줄 알고 만만하게 생각해 맘먹고 내일까지 완독해볼까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었는데ㅋㅋㅋㅋㅋ그럴까 했었다는게 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여러분 제가 걸으며 읽었다는 책은 이 두꺼운 책이 아니고 (이런 두께는 가지고 다니지도 않습니다-저 평범한 사람)평전 이야기한거예요!!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아마도 출판사는 1,2부(반유대주의, 제국주의)를 연장선상에 두고 3부 '전체주의의 기원'을 앞쪽과 별도로 나누는 의미에서 이렇게 구분한 거라고 짐작한다. 실제로도 3부까지 마무리 짓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한 책에 묶는 것인만큼 나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무모한 낙관주의에도 또 분별없는 절망에도 반대한다. 이 책은 진보와 파멸이 동전의 양면이며, 신앙의 요소가 아니라 미신의 품목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정신적 세계의 모든 전통적 요소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그 안에서 모든 것은 고유한 가치를 상실하고 인간에게불가해한 것이 되며 인간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로 용해되는과정에 작용한 은밀한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에서이 책은 쓰였다. 단순한 해체 과정에 굴복하는 것이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그것이 ‘역사적 필연성‘의 거짓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것은 생명력이 없고 핏기 없이 창백하고 무의미하며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P34 ,반유대주의에 대한 서론
이번 평전은 번역도 괜찮고 무엇보다 한나 아렌트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느낌이랄까? 그래서 곳곳에서 전율이 일었고 이 사람의 모든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나마나 밑줄을 많이 그을것 같아 대출보다는 책을 사는편이 낫겠다 싶어 어떤 것들부터 읽을까 고민이다. 그런데 주요작들 중 번역이 엉망이다 말이 많은 책들이 있어 걱정이다. 특히 '정신의 삶'은 번역자의 말로는 한나 아렌트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는데...워낙 글이 어려워 번역상의 난해함이 오류로 판단되어진것인지 내가 확인할 길이 없기에 더 난처하다. (역시 영어공부는 모든 공부의 필수인 것 같다.)

한나 아렌트는 무사유를 악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사유란 무엇이고 무사유란 무엇일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이히만의 경우 무사유의 결과. 즉 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도 언제든 악해질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에도 악이 존재한다' 등의 의미가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이런 오해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악의 평범성은 악의 실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하고, 광폭하며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기에 감정이 없어 보이고 결과적으로 악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그런 면에서 예상과 달리 하찮고 평범한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학문탐구와 글쓰기는 그런 악과 구분되는 사유에 대해 밝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20세기의 혼란한 정치를 몸소 체험하면서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스스로에게 사명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에리히 프롬이 그랬듯이.
이해는 현실이 무엇이든 혹은 무엇이었던 간에 그것을 아무런 편견 없이감연히 맞서 이겨내는 것이다. - P43 , 반유대주의에 대한 서론
자세한 이야기는 독후감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