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이 말했다고 한다. 

시는 나이테만 보여주는 것이고

산문은 나무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어쨌든 시도 산문도 나에게는 그늘이고 휴게소다.

분투하듯 살아가고 세상을 읽어가는 내게 

시와 산문은 잠시 쉬어 가라며 나를 붙잡는다.

뭐가 그리 급하냐고 뭐가 그리 분주하냐고

숨을 돌리라고 잠시 앉아 가라앉히라고

다독이고 다독인다.


사전에서 ‘저녁‘ 이라는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녁: 해가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사전적 정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풀이를 보고 친구와 저는 동시에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저녁은 오지 않을 듯 머뭇거리며 오는 것이지만, 결국 분명하게 와서 머물다가 금세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갑니다. 물론 저녁이 아니더라도 오고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P17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소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던 영화가 그러했듯 야한 장면 없이 야했던 옌롄커의 소설은 나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해주었다. 읽기 쉽게 쓰였다고 해서 쉽게 쓴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명료한 글일 수록 수많은 고민과 번민이 나름의 해탈에 이른 결과가 아닐까? 소도 뒷걸음 치다 쥐를 잡지만 쥐를 여러번 잡는다면 능력이다. 옌롄커는 자신이 시대를 잘 만났다고 하지만 솔직히 누구든 피하고 싶은 시대 아니던가? 그의 용기에 건배를! 영화는 망한것 같지만 어쩌면 그것 역시 이 작품을 가벼이 본 결과다. 이 문장을 어떻게 스크린에 옮긴단 말인가! 불가능한 것을 시도했다. 이안 감독이라면 훨씬 시(詩)적으로 살려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은 텍스트 그대로 두어야 한다. 


두 사람은 초조함과 애정의 목마름, 원한의 욕념을 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마른 땔나무 한 무더기가 불붙고 있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잠시 힘겨워졌다. 거대한 불길에 사방이 온통 짙은 연기로 뒤덮인것 같았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불꽃이 명멸하면서 짙은 연기가 하늘을 덮을 기세로 피어올랐다. 그때 류롄이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군. 잘했어. 아주 잘했어."- P119




룸살롱,비즈니스 룸,클럽, 단란주점, 온라인상의 N번방과 음란 단톡방에 이르기 까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남성성으로 기능하는 '남자들의 방'을 들여다본다. 우리나라의 유흥업은 '여성'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만큼 '여성착취적'사업으로 성장해왔다. 타자의 성을 돈으로 사고 희롱하는 놀이공간, 남성성을 과시하는 장소, 때로는 비즈니스 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유흥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묵인되고 수용되는 부조리함을 아프게 읽어냈다.
공동체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합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태가 과연 가능할까? 

내가 유흥업소의 특수성에 집중한 이유는 특히 이 공간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로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의 경험을 곱씹을 때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이 무화되는 이 공간의 특수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중략) 유흥산업을 비롯한 성매매산업은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행위가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평범하게 여겨지는 특정한 장소이고, 그 특정한 장소가 평범한 일상이되어버린 게 한국 사회다.ㅡP223





이 책은 제목대로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라캉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섭고 머리아픈 구조주의 4인방을 쉽게 설명했다. 일본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시민강좌에서 활용한 노트를 이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읽어본 바로는 기대만큼 쉽진 않았지만 이해 안가는 대목은 두 세번 반복하는 식으로 조금 노력하다보면 대체로 납득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구조주의 입문서에 가깝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줄도 몰랐는데 사르트르는 카뮈에게 사망선고를 내리고 레비스트로스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어떤 사망선고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바르트가 극찬한 일본의 '하이쿠'를 더는 미루지 말고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어법의 진리 속에, 즉 그 지역성속에 붙들려 있다. 나의 어법과 이웃 사람의 어법 사이에는 격렬한 경쟁관계가 있고 우리는 그곳으로 끌려 들어간다. 왜냐하면 모든 어법(모든 픽션)은 패권을 다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어떤 어법이 패권을 손에 넣으면 그것은 사회생활의 진역으로 퍼지고 징후가 없는 ‘편견doxa‘ 이 된다. 정치가나 관료가 말하는 비정치적인 언어, 신문이나 텔레비전, 라디오가 떠드는 언어, 일상의 수다. 그것이 패권을 장악한 어법이다.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 P133





'호밀밭의 파수꾼'이 떠오르는 성장 소설. 화자가 다니는 이 명문고는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 학기마다 유명 작가들이 초대되는데 시나 소설,수필을 써낸 학생들 중에 1등을 뽑아 작가와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준다. 마지막에 이 학교에 헤밍웨이가 방문하기로 하는데 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주인공이 당선되지만 그 과정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실수'라는것이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작가의 이력을 읽고나서 이런식의 자기합리화는 아무래도 좀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다. 3분의 2 지점까지는 썩 나쁘지 않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아직까지 나에게 흥미로운 영역인것 같다. 


글을 만들어내는 삶은 글고 적을 만한 삶이 아니다. 작가의 삶이란 작가 자신도 모르게 이어지는 인생이고, 정신이 하는 일과 거기서 나는 모든 소음으로 덮여 있는 인생이며, 불조차 밝히지 않은 수직 통로, 유령들이 저마다 메시지를 가지고 분투하며 우리를 향해 오다가 서로를 죽이고 마는 그 수직 통로 저 깊은곳에서 벌어지는 인생이다. 어쩌다 그 유령 중 몇몇이 살아남아 작가의 관심이 미치는 곳까지 뚫고 나오면, 작가는 그 유령을 커피를 더 채워주러 오는 종업원처럼 덤덤히 맞이하는 것이다. P.276




첫 페이지부터 별5개로 시작한다. 두껍지만 기대된다. 전시강간은 꽤 오래된 일이다. 관심갖고 찾아보면 지금도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영화와 다큐가 계속 만들어지고 출판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용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꾸준한 사회적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다. 서양 최초의 역사책인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여성을 납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한다. 읽어야 할 책들은 하루하루 늘어가고 서재는 점점 좁아진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고 속으로 여러 번 죽었지만 우리의 이름은 어느 기념비에도, 어느 전쟁기념관에도 새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ㅡ 아이사,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강간 생존자 - P5



  


원서 읽는 쏠쏠한 재미


옥스포드 북웜 읽기는 계속된다. '오즈의 마법사'는 역시 줄거리를 몰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기억력이 나쁘다는건 이런면에서 꽤 장점이다. 허리캐인에 휩쓸려 온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이미 다 가지고 있는데 그 사실을 몰라 마법사에게 요구한다. 짧아서 아쉽기도 했다. 이제 2권만 더 읽으면 레벨 2로 진입할 수 있다. 어제 도서관에 다녀왔는데 내가 보는 시리즈의 가짓수가 늘어나있어 반가웠다. 누군가 기증했거나 추가로 구매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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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3-24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을 읽고 계시는 미미님. 어떤 것은 텍스트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말 어느 정도 공감됩니다^^ 책으로 봤던 것을 막상 영화화해도 비주얼적으로 더 강렬한 효과는 낼 수 있어도 원문의 문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북웜시리즈는 계속 화이팅입니다!^^*

청아 2022-03-24 18:06   좋아요 3 | URL
읽기 시작한 책이랑 리뷰 안쓰고 넘어간 책들 같이 묶어 올리다가 너무 길어졌어요ㅎㅎ 원작만한 영화는 정말 드물더라구요. 원작을 그대로 살려주든지 아니라면 퀄리티를 꽤 높여야 원작읽은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겠죠?! 북웜 느리지만 계속 해보려고요. 응원 감사해요~^^♡

새파랑 2022-03-24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독서는 미미님의 휴게소군요~!! 읽고계시는 책들이 다양하고 국영문을 넘나드는군요 ^^ 역시 독서기계~!! 오늘도 즐거운 휴게소를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

청아 2022-03-24 19:0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최근에 시와 산문을 많이 못 읽었는데 역시 매달 한 두권은 꼭 읽어야겠구나 숨돌릴 공간이구나, 필요했구나 느낍니다.😆

stella.K 2022-03-24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소설한 소설이라니 급관심이 가는군요.
글치 않아도 표지 그림이 야시시해서 관심이 가긴 했지만.ㅋ
저는 읽진 않고 모셔두는 것만으로도 휴게소 같습니다.
저것들을 언제 다 읽나 하면서.,,,ㅋㅋㅋ

청아 2022-03-24 20:1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호기심이 일어나는 표지죠?ㅋㅋ
직접적인 묘사없이도 이런 분위기를 줄 수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어요. ^^* 저도 읽어야할 책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페넬로페 2022-03-24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종류의 책을 다양하게 읽어내시는 미미님, 짱이십니다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읽고 있는 중인데 영화는 저도 패스하려고 해요~~

청아 2022-03-24 21:26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안그래도 지난번에 추천드리고 미리보기를 봤는데 급후회되더라구요ㅋㅋㅋㅋ소설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제가 쓴건 아니지만 재미있으셨음 좋겠어요😅

singri 2022-03-24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독다독한 미미님 대단해요 👍

청아 2022-03-24 21:28   좋아요 2 | URL
싱그리님~^^♡ 감사해요!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 뒤늦게 독서의 맛을 알아서 항상 마음이 조급합니다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4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독가 미미님!^^
첫 책부터 책의 감상문이 시 같구나! 하며 읽다 보니 아 맞다..미미님 국문과 출신!! 하며 떠올랐네요ㅋㅋㅋ
이제 도서관 가시면 떳떳하게 레벨 2 빌릴 수 있으시겠군요?? 책 표지 애써 가리지 말고 당당하게 대출 기계에 올리자구요ㅋㅋㅋ

청아 2022-03-24 22:19   좋아요 5 | URL
얇은 책 많이 끼워읽는 다독가입니다ㅋㅋㅋ대학때 공부 열심히 안해서 남은게 없는 부끄러운 국문과고요^^; 시집은 잔뜩 있는데 요즘 통 시와 가까이 지내질 못했어요. 오래간만에 산문 읽으니 좋아서 시집도 꺼내읽었지요ㅋㅋ
나무님~♡ 저 도서관에서 이제 완전 당당해질겁니다😆
서러웠던 지난날!흙흙 레벨2만 되어도 어디인지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4 22:30   좋아요 3 | URL
당당한 미미님 멋져요!!^^🤗🤭👍

청아 2022-03-24 22:31   좋아요 3 | URL
😁😍

페넬로페 2022-03-24 23:46   좋아요 4 | URL
미미님, 국문과 출신이예요?
몰라뵈어 죄송해요^^

청아 2022-03-24 23:50   좋아요 5 | URL
앗 페넬로페님!! 국문과 나온 티가 안나는 오타남발 국문과입니다.ㅎㅎㅎ

난티나무 2022-03-24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냐하면 모든 어법(모든 픽션)은 패권을 다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이 말 확 와 닿네요! ‘패권을 장악한 어법’!

청아 2022-03-24 22:23   좋아요 4 | URL
난티나무님! 이 책 무릎치는 내용 잔뜩있어요~♡ 공쟝쟝님 따라 읽은 책이예요ㅋ 무릎치랴~북마크 쉴틈없이 붙이랴 아주 번거로웠습니다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24 22:29   좋아요 3 | URL
제 답글 읽다가 덤으로 읽게 되었는데 혼자 웃다가 끼어들었네요^^
무릎 치고, 북마크 붙이고...상상하니 넘 우스워서!!! 넘 바쁘셨겠어요ㅋㅋㅋ
책표지를 어디서 봤나? 공쟝님 푸코책이랑 비슷하다? 싶었는데 아...진짜 공쟝님네에서 본 책이었군요?^^
아...나의 기억력!!!ㅋㅋㅋ

청아 2022-03-24 22:29   좋아요 4 | URL
나무님!ㅋㅋㅋㅋㅋ제가 책읽을때 보통 이러고 있습니다ㅋㅋ독서는 제게 육체노동! 🤭

서니데이 2022-03-24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계절산문은 지난 겨울 선물받은 책이어서 잠깐 읽었던 것 같고, 요즘 유행하는 책들은 아직 못 본 책이 많네요.
잘 봤습니다. 미미님, 좋은하루 보내세요.^^

청아 2022-03-24 23:20   좋아요 4 | URL
산문 읽으니 토닥토닥 위로받은 기분이라 좋았어요~♡ 끌리는 신간들이 있어서 몇권 같이 읽고 있어요. 책 읽다보면 하루가 넘 빨리 지나가는 기분입니다ㅋㅋㅋ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2-03-25 0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다독다독. 진짜 장르도 다양하게 읽으시네요. <관통당한 몸> 이런 르뽀는 읽기 버거운데, 늘 외면하지 않는 미미님 참 멋져요^^

청아 2022-03-25 00:37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책읽기님을 본받아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어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오고 또 많이들 읽고 연대해주었음 좋겠어요! 평온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2-03-25 0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인용해 주신 문단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였어요. 다양하게 읽고 정리하시는 미미 님 페이퍼 참 좋아요. 장석주 시인의 말, 시는 나이테를 보여주는 거라는 말이 알듯 모를듯 그 자체가 시구네요. 갑자기 우리몸의 시는 어느 부분일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청아 2022-03-25 10:42   좋아요 4 | URL
좋은 아침입니다 프레이야님^^♡ 저 책을 읽고 옌롄커의 문장에 홀딱 반했어요! 영화 제작은 무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장석주 시인이 참 적절한 표현을 했지요? 저도 몸의 시는 무얼까 생각해 볼께요. 역시 프레이야님 ^^*👍

다락방 2022-03-25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 이 페이퍼에 읽고 싶은 책들이 막 나오네요. 특히 <남자들의 방> 읽다가 화가 폭발할 것 같지만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푸코 라캉 저 책도 읽어보고 싶다고 체크한 지 한참 되었는데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ㅜㅜ

청아 2022-03-25 10:53   좋아요 3 | URL
헤헷~♡ 다락방님^^* <남자들의 방>은 초반 3분의 1과 뒤에 마무리 부분만 읽어보셔도 좋을것 같아요.성매매,포르노도 그렇고 이런 방들이 존재한다는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가에서도 사실상 적극허용,방조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고요ㅠ
<푸코 라캉...>은 저도 꽤 묵혀두었다가 읽은건데 번역탓인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있지만 인상적인 지점들이 꽤 있었던 읽을만한 책이예요. 재밌었어요!!ㅎㅎ 다락방님은 분명 금방 읽으실거예요.추천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3-25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 보고싶은 책. 제 보관함에도 쌓여 있는 책. 왜 시간은 24시간이며, 인간은 왜 잠을 자야 하고, 심지어 돈 벌기 위해서 직장도 열심히 나가야 하는지.... 이런 보고싶은 책들을 볼 때마다 일단 신세한탄부터 하네요. ㅎㅎ

청아 2022-03-25 12:03   좋아요 2 | URL
읽고싶은 책은 주어진 시간에 비해 급속도로 늘어가는듯 합니다.ㅎㅎ 특히 북플이 심각한 원인이죠! 일은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취미생활 즐기며 책만 읽을 수 있음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03-25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녁!
계절 산문에서 가장 좋았던 글이었어요^^
따뜻해서...!
국문과!
어쩐지...! 하고 있습니다^^

청아 2022-03-25 12:58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계절산문>읽어보셨군요~^^♡ 심쿵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네요.ㅎㅎ

에궁~오타남발에 관련지식 넘 부족한 국문과예요.😅

scott 2022-03-28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휴게소는
서재
책상
책탑
그리고,,,,

사랑둥이
(__/)
(`•.• )づ__/)
(つ  /( •.• )
しーJ (nnノ)츄츄 ^^

청아 2022-03-28 10:57   좋아요 2 | URL
스콧님~♡ 딩동댕!!ㅋㅋㅋㅋ
이모티콘 너무 귀엽습니다*^^*
 

상호참조하며 이웃 사람을 모방하고 집단 전체가 한없이 균질화되어가는 것에 깊은 희열을 느끼는 인간들에게 니체는 노예Sklave‘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니체의 후기 저작에는 이 노예적존재자에 대한 매도와 조소의 말이 넘쳐납니다.
- P56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매어진 하나의 밧줄 ㅡ심연 위에 매어진하나의 밧줄이다. 저쪽으로 건너가기도 힘들고 가는 도중에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한 점은 인간은 다리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이 사랑받을 수 있는 점은 그가 하나의 과도이며 몰락이라는 점이다.

ㅡ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 P58

니체는 무엇인가를 격렬하게 혐오한 나머지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열망하는 것을 ‘거리의 파토스Pathos der Distanz 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혐오감이 바로 ‘자기초극의 열정‘ 을 제공해줍니다. 따라서 ‘초인‘ 으로 항하려는 의지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추악한 짐승의 무리‘ 가 거기에 모여서 혐오감을 불러일으켜주어야만 합니다. 자기의 고상함 을 자각할 수 있기 위해서는 늘참조 대상이 되는 저급함‘ 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 P59

니체의 초인 사상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초라하고 폭력적인 반反유대주의의 프로파간다였습니다. 히틀러의 망상을 자극했던 것이지요. 니체는 자기가 죽은 뒤에 초인 사상이 전 세계에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P60

마음속에 있는 어떤 생각‘ 이라는 것은 사실 언어에 의해 표현 됨과 동시에 생긴 것입니다. 그보다 말을 하고 난 뒤 우리는 자기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 P78

우리는 모두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어법의 진리 속에, 즉 그 지역성속에 붙들려 있다. 나의 어법과 이웃 사람의 어법 사이에는 격렬한 경쟁관계가 있고 우리는 그곳으로 끌려 들어간다. 왜냐하면 모든 어법(모든 픽션)은 패권을 다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어떤 어법이 패권을 손에 넣으면 그것은 사회생활의 진역으로 퍼지고 징후가 없는 ‘편견doxa‘ 이 된다. 정치가나 관료가 말하는 비정치적인 언어, 신문이나 텔레비전, 라디오가 떠드는 언어, 일상의 수다. 그것이패권을 장악한 어법이다. 바르트.텍스트의 즐거움』에서 - P133

에크리튀르만큼 사람을 잘 배신하는 것이 없습니다. 바르트가 이상으로 삼았던 저널리스트의 에크리튀르‘ ‘르포르타주..
의 어법‘, ‘다큐멘터리의 시선‘ 이 말하는 사람의 주관이나 욕망에의해 얼마나 많이 오염되어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텔레비전 뉴스의 영상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비취준다‘ 고 믿을 만큼 순진한 시청자는 없습니다. 동일한 영상자료를 사용해도 편집을 바꾸고 내레이션을 바꾸고 음악을 바꾸면 전혀 다른 메시지를보낼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르트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에크리튀르를 이상적인문체‘ 라고 극찬했습니다. 이 소설은 저자가 주인공의 행동이나 발언을 모두 다 안다는 식으로 설명 하거나, 혹은 주인공의 내면에 파고드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적적으로사실만을 담담하고 적확하게 기술하는 건조하고 울림 좋은 문체가만들어졌습니다. 『이방인」의 에크리튀르는 순수한 에크리튀르 의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이 알베르 카뮈의 에크리튀르를 아름다운 문장의 모범‘ 으로 받들기 시작하면 그또한 제도적인 어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P147

온갖 에크리튀르는 그것을 선택한 순간만 ‘자유의 환영‘ 을 보였다가 다음 순간에 이미 경직되고 그 사용자에게 노예의 복종을강요하는 장치로 변하고 맙니다. 저널리즘도, 『이방인』도, 초현실주의도, 누보로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후 모든 에크리튀르의 모험에 환멸을 느낀 바르트가 어쩌다가 만난 것이 일본의 하이쿠句였습니다. 바르트는 바쇼가 쓴 한 구절에 대해 논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 P148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소쉬르의 직계인 프라하학파의로만 야콥슨과의 만남을 통해서 학술적인 방법을 단련한 문화인류학자입니다. 그는 야콥슨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친족구조를 음운론의 이론 모델로 해석하는 대담한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친족의 기본구조나 슬픈 열대를 저술하는 등인류학의 현지조사를 통해 학문적 업적을 쌓아 올린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장 폴 사르트르의 변증법적 이성비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이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5년 동안 프랑스 사상계에 군림해온 실존주의에 실질적인 사망선고를 내리게 됩니다.
- P153

"자네가 자네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싶다면 자네는 변화해야만 해. 그러나 자네는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하고 과거 절친한 동지였던 카뮈에게 사상가로서의사망선고를 내렸습니다.
- P158

어떤 영역에 대해 개념이나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그 집단이그 영역에 대해 깊고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명인‘과 ‘미개인‘ 은 그 관심을 갖는 방법이 다를 뿐, ‘문명인‘ 처럼 세계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미개인‘은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을 ..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세계는 사고의 대상, 즉 최소한 다양한 욕구를 채우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P161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르트르의 개념은 전통적인 폐쇄사회의 특징인왜소성을 드러낸다. 사르트르가 안이한 대비를 통해서 미개인과 문명인의 구별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자기와 타자 사이에 설정하는 기본적인 대립을 꽤 난해하지만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야생의 사고>에서 - P163

사회구조는 우리의 인간적,
감정이나 인간적 이론에 앞서서 이미 그곳에 있고, 오히려 그것이,
우리가 지닌 감정의 형태나 논리의 문법을 차후에 구성하는 것입니다.ㅡ구조주의 관점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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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초조함과 애정의 목마름, 원한의 욕념을 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마른 땔나무 한 무더기가 불붙고 있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잠시 힘겨워졌다. 거대한 불길에 사방이 온통 짙은 연기로 뒤덮인것 같았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불꽃이 명멸하면서 짙은 연기가 하늘을 덮을 기세로 피어올랐다. 그때 류롄이 상황에가장 잘 어울리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군. 잘했어. 아주 잘했어."
- P119

 어쩌면 인간의 감정세계에서황당함은 모든 일의 귀착점인지도 모른다. 황당한 결말이있어야만 과정의 가치를 경험적으로 실증해낼 수 있다. 결말이 황당하지 않으면 그 핍진한 과정들은 아무리 그럴듯하다고 해도 결국에는 유희 같은 허상과 무의미를 드러낼수 있기 때문이다.
- P118

인생이 원래 유희인지 아니면 유희가 인생을 대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유희와 인생이 서로 구별할 수 없이 한데 뒤섞여 하나로 합쳐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가부여해준 배역이 인간인지 아니면 사회가 인간의 무대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사회가 바로 무대이기 때문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배우가 될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른다.
- P153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극과 절망, 고통들이가득 차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부정과 불의에 대한 지상의 영약으로 신이 내려준 것이 고뇌이며,
모든 예술은 이를 기초로 존재한다는 보들레르C. Baudelaire의 명제를 가장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있다. 소설가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허구를 통해 역사가들이 꿈꾸는 진실에 도달하고, 노련하여 문제를 발견하는 데탁월한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역사의 진상을 유추한다고한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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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24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은 오만년전에 읽고 얼마전에 영화를 봤거든요. 네이버 굿다운로드로요. 보다 말았는데 재미도 없고 연기도 너무 못하고 ㅠㅠ 그런 한편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여배우는 일단 누드로 시작해야 하는가 싶어서 마음이 복잡했어요. <인간중독>에서도 신인 여배우가 누드,섹스신 찍었던 거 생각나서요. ㅠㅠ

청아 2022-03-24 14:0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영화 보셨군요! 연우진 배우 좋아해서 저도 볼건데 여배우 연기가 별로라고해서 뜸들이고 있었어요ㅠㅠ

연기가 안돼도 누드 가능하면 일단 써주니까 여배우들도 얼굴 알리는 기회로 삼으려고 출연 결심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어찌보면 법조계와 대조적인 영화,예술계는 성차별적이고 성별화된 인식에선 법조계와 수준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얼굴은 알려져도 오히려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져 연기폭을 넓히기 힘들기도하던데 안타까운 일입니다.ㅠㅠ

다락방 2022-03-24 14:1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누드라도 해야 일단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리는것 같아요. 사회가 그걸 요구하고 어쩔 수 없이 그걸 선택하고 이런 과정이 너무 싫어요. 미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벗었던 배우‘의 이미지가 쉽게 지워지질 않아 오히려 제약이 되기도 하는것 같고요. ㅠㅠ

청아 2022-03-24 14:20   좋아요 0 | URL
같이 출연하고 같이 벗었는데 여배우만 이용당하는듯한 현실이 답답해요. 이것도 성차별의 뚜렷한 근거인데 이미 평등하다고 우기는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당당할까요.ㅠㅠ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은 남자답지 않은 모든 것을 여성성에 일임한 뒤 여성이라는 타자를 비하하는 과정을 통해 남성성이 구성된다고 일갈한다.
다시 말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인간으로 위치시키는 여성혐오는 남성 만들기의 근간이자 필수조건이다.  - P52

‘성별화‘는 어떤행위가 성별에 따라 특정한 경향성을 띠고 그 흐름이 규범처럼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한국 사회의 어떤공간들은 성별화되어 있고, 성별화된 공간을 통해 우리는 성별화된다. 
- P52

왜 유흥업소에서의 접대를 1차‘라고 부를까? 여성 종사자가 남성 손님에게 술을 따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유흥업소의 ‘접대‘가 1차‘로 호명되는 순간, 접대는 ‘2차‘, 즉 성매매와의 연결 속에서 구성되고 정의된다. 유흥업소 성폭력사건에 대한 인터넷 여론은 이미 한국 사회가 1차‘와 ‘2차‘의연관성을 충분히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에서조차 다수의 사람들은 "그런데서 일하면 그런 일 당할 줄 알았던 것 아니냐"라고 여성을비난한다.
- P74

내가 유흥업소의 특수성에 집중한 이유는 특히 이 공간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로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의 경험을곱씹을 때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이 무화되는 이 공간의특수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중략) 유흥산업을 비롯한 성매매산업은 여성을멸시하고 혐오하는 행위가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평범하게여겨지는 특정한 장소이고, 그 특정한 장소가 평범한 일상이되어버린 게 한국 사회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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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숨 옆에 숨을 가지런히 두고 강을 하나 만들고 싶었지, 발원은 같지만 서로 다른 곳으로 흘러갈, 그 물에 단출한 점심과 서운한 오후와 유난히 말수가 많았던 저녁을 띄우고, 단번에 끊긴 것 같았던 시간이 사실 단번에 끊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흘리고, 비가 그친 날은 있어도 땅이 마른 날은없었다는 뒤늦음 같은 것도 함께 보내고,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하는 글씨를 작게 적어두고, 사람의 기대 같은 것으로 풀죽은 미움 같은 것으로 입을 동그랗게 보고 앉아서,마음높이 거짓을 생각하면서. - P11

사전에서 ‘저녁‘ 이라는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녁: 해가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사전적 정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풀이를 보고 친구와 저는 동시에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저녁은 오지 않을 듯 머뭇거리며 오는 것이지만, 결국 분명하게 와서 머물다가 금세 뒷모습을보이며 떠나갑니다. 물론 저녁이 아니더라도 오고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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