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고 속으로 여러 번 죽었지만 우리의 이름은 어느 기념비에도, 어느 전쟁기념관에도 새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ㅡ 아이사,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강간 생존자 - P5

세계의 위대한 미술관이나 고전 작품을 훑어보기만 해도 전시강간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서양 최초의 역사책인 헤로도토스Herodotos의 《역사Historiae》는 여성을 납치한 이야기로첫 장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페니키아인, 그다음은 그리스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마지막으로 트로이인이 헬레네를 납치해 그리스의 침략과 페르시아의 보복을 초래한 이야기까지. 헤로도토스는 "그 여성들은 스스로 바라지 않았다면 분명 납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인용하여, 남자들이 역사를 어떻게 쓸지를 처음부터 잘 보여주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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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민들은 촛불시위를 통해 평화적이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전세계에 선보였다. 또한 대한민국은 이미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되었으며 해당 7개 나라중 유일하게(또한 자랑스럽게도) 다른나라를 식민지로 둔 역사가 없는 국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런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의 혜택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8년째 OECD국가중 자살률1위, 특히 노인 자살률1위(2019)이며, 10대,20대,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40,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헬조선'은 이런 실태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81%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시절을 '전쟁터'으로 묘사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다른 보기:함께하는 '광장',거래하는 '시장') SKY와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입시과열경쟁은 학생들의 꽃 같은 시절을 악몽으로 만들고 사회진입 전부터 그들을 '능력주의'로 내몰고 있다. 자본주의가 확대될수록 불평등이 확대될것이라 주장한 '토마 피케티'가 불평등에 관한 여러가지 지표를 만들었는데 그 중 '베타지수'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불평등했던 '프랑스 혁명시기'를 기준으로 한다. ㅡ소설 '레미제라블'의 시대(1789~1848).  당시의 불평등을 상징하는 베타 지수가 7.2라고 하면(높을 수록 불평등사회) 지금 한국의 베타 지수는 무려 9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자본주의 역사상 '프랑스혁명' 때보다 높은 불평등사회에 놓여있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런 불평등 사회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능력주의'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불평등 지수는 세계최고수준이다.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상위 10%와 하위 50%의 부의 차이가 무려 52배 차이가 난다. 또한 상위 10%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5%나 된다. 하위 50%는 전체 부에서 겨우 5.6%를 가져간다. '입소스'에 따르면 한국은 각종 갈등지표도 심각하다. 남녀갈등,세대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정당갈등, 종교갈등, 학력갈등이 각각 세계1위로 심각한 갈등사회인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갈등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능력주의'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능력주의'는 이런 불평등,갈등상황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만든다. 


http://www.yonhapmidas.com/article/220203173644_841200 한국, 부유해졌지만 불평등심해





재난은 한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기다. P.210



코로나 19는 한국의 노동생태계의 문제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아프면 쉴 권리'가 노동자에게 없음을 보여줬고,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및 자회사 노동자,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가 다층적불평등에 놓여있음이 밝혀졌다. 없던 불평등이 생겨난 것이 아닌 가려져 있던 불평등의 민낯이 재난상황에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 재난상황에 노동자는 연차강요, 무급휴가, 휴직강요, 무급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로 일과 휴식을 모두 잃어간다. 




또한 4차산업시대로 접어들며 노동시간 유연화, 탄력근로라는 겉보기엔 '실용적'인듯한 어휘가 노동자의 '시간 권리'를 빼앗고 있다. '규제'란 만들긴 어렵고 풀리면 다시 만든는건 더욱 요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안전에 관한 '규제'는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 많이 죽고 혹은 많이 다쳐야 뒤늦게 공론화되고 '규제'로 이어지는 경우를 본다. 

4차산업화와 재난상황이 맞물려 새로운 고용형태와 노동자 관리시스템이 추가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조치(주 52시간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과로위험을 배가시킬 것이 분명함에도, '특별한 사정'에 대한 이유가 더 크게 작동하는 형국임을 말해준다. p.181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국가와 비교해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력의 과소 상태에서 반복된 재난상황(짧아지는 감염병발생 주기,해마다 발생하는 산불화재, 동물감염병으로 인한 살처분등등)은 과로사와 절대적 휴식부족, 심리적 트라우마를 반복 생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과노동, 과로사회의 현실. 이 많은 고질적인 문제들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다. 소위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 때문에 소수 엘리트들, 기득권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재난 시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할 때면 헌신과 희생으로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호명한다. 재난 상황에서 봉사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명감, 헌신, 희생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가운데,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과로죽음을 유발하는 '과로'의 문제를 은폐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공무원 과로사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p.192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우리 사회에 여성 50% 남성 50%이므로 의회에도 마찬가지 비율이 적용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남성이 81%고 여성이 19%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비율이 아주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동안 엘리트출신 남성이,특히 50~60대가 국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꼭 그렇게 억지스럽게 남녀비율을 맞춰야하냐고 내게 질문했다. 나는 그분에게 되묻고 싶다. 그럼 그동안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왜 괜찮은거냐고? 왜 계속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냐고? 그게 공정하냐고 말이다. 





국회에서 균형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대의민주주의는 사회에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다. 여성의 권리가 국회에서 '과소대표'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사회곳곳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겪는다. 사회에 있는 다양한 직군들이 국회에서 대의를 실현해야만 한다. 대학 교수출신보다는 실제로 사회에 더 많이 있는 교사출신들이 국회에 들어가고 육체노동자와 주부, 회사원도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만 한다. 30~40대가 충분히 국회에 들어가 그들의 대의를 실현해야만한다. 우리나라의 국회는 현재 법조인, 교수,언론인들이 과잉대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바꿔야만한다. 최다득표자만 당선되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로는 국민의 뜻을 국회에 반영하기 어렵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투표방식이라고 한다. 



지난 20대 선거에서도 보다시피 '신념투표'를 할 수 없는 이러한 선거구조는 차악을 향한 투표로 국민을 내몰았고 이는 결국 정치혐오로 이어졌다.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진 이러한'차악투표'는 정치인들의 막말과 갈등조장으로 얼룩졌고 이런 선거로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것을 모두가 목격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 주어야 한다. 소수 정치인들이 기만하며 왜곡하고 있는 사회현실을  지식인들이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더는 특권층만의 정치로 이 사회가 병들어 죽어가지 않도록 하는 '목소리'가 우리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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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3-21 2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구구절절 너무 명쾌해서 시원합니다.
노동을 교육하지 않고 제대로된 비판을 하지 않는 언론등 문제가 너무도 많지만 어떤 임계점으로 끝까지 치닿는 현재를 아무도 바꾸지 않는 구조적 한계만 볼뿐입니다.

선거때마다 개헌을 이슈몰이용으로만 여기고 철지나면 다시 요원한일이 되어 반복되는일 .

사람이 얼마나 죽고 얼마나 오래일해야 제대로 대우받는 시절이 올까요?

청아 2022-03-21 23:16   좋아요 7 | URL
맞아요!^^* 언론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죠. 그들은 신자본주의의 인형이되어 마치 굿이나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김누리교수는 노동자들이 해마다 이런 수준으로 죽어가는건 전쟁상태와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반복된 산업재해사망에 사회적으로 무감각해지는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cyrus 2022-03-21 2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 3명이나 나왔어요. 사장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면서, 자가 격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확진자와 같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어요. 이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자면서.. 우리 회사에는 코로나든 오미크론이든 걸리면 격리할 권리가 없어요. ㅎㅎㅎ

청아 2022-03-21 22:03   좋아요 5 | URL
헉...국가재난 상황인데 확진되었어도 자가격리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군요?! 사무실 분리라도 철저히 해주는건지 걱정스럽네요. 오미크론도 꽤 아프다던데 사이러스님 부디 조심하세요.^^*

페넬로페 2022-03-21 23:58   좋아요 3 | URL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정말 세니 사이러스님 조심하세요.
불편하시더라도 마스크 꼭 착용하시고요~~

새파랑 2022-03-21 2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시민을 대표한다고 보면 어느정도 계층과 성별 비율이 맞아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되는거 같아요. 그래서 반짝 공약만 하는거 같고~ 어느정도 균형이 맞춰지면 좋겠습니다 ㅋ 상생~!!

청아 2022-03-21 23:16   좋아요 7 | URL
네! 사회적 불평등이 특권층의 정치독점과 맞물려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별비율도 적용되고 다양한 세대,계층의 대의가 반영되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가 되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2-03-21 23: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우리나라가 왜이리 되었을까요?
식민지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라지만 우리가 남의 나라 식민지로 살았고 전쟁을 겪었으면 뭔가 더 잘되어야 하지 않나요?
오늘 코로나 검사하러 병원에 갔다가 뉴스를 봤는데 대통령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넘기겠다고 하더라고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벌써부터 그런말을 해대고 청와대를 옮긴다고 하고~~
병원은 코로나 확진자로 꽉 차 있는데도요 ㅠㅠ

청아 2022-03-21 23:49   좋아요 9 | URL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보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거기부터 잘못된거고 본래 보수의 장점인 역사인식이 꼬이고 교육이꼬이고 바른말하면 좌파,빨갱이 소릴듣다보니 반공교육받은 이들은 점점 목소리를 내지못하고요.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보수인척 수구세력으로 자리잡아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는것같아요. 이걸 저항하고 바로잡아야하는데 그런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이용당한다고는 꿈에도 생각못하고 악순환이죠ㅠㅠ

기억의집 2022-03-21 2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40프로가 소득세를 내지 않아요. 종소세의 환급이 아니고 딱 저 소득세 부분이요. 사십프로라는 말에 진짜 놀랬잖어요. 우리나라 일해서 내는 소득세3.3프로를 환급받는 퍼센트가 사십프로… 그 사십프로가 최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지요. 사십 프로면 놀랍지 않나요? 십프로 이십프로도 아니고 사십프로. 그래도 최저 임금 많다고 난리입니다. 일하는 사람 사십프로가 최저 임금 받는 나라에서 최저 임금이 많다고 난리니…

청아 2022-03-21 23:58   좋아요 6 | URL
어처구니가 없네요.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처럼 아이러니한 것들 투성이죠.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왜 기득권 아닌 사람들이 갖는지 ‘능력주의‘가 참 무섭습니다. 선거제도부터 바꿔야하는데 또 흐지부지 지나버릴까 걱정이예요. 이제 청년들의 무력감마저 악용하고 있으니 갈길이 더 멉니다.

희선 2022-03-22 0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국 불평등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군요 어느 나라든 지금은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차이가 크겠지 했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니... 자살률도 1위라니... 좋은 것뿐 아니라 안 좋은 것도 잘 봐야 할 텐데 싶습니다


희선

청아 2022-03-22 10:17   좋아요 5 | URL
네! 참 가슴아픈 일이죠.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때문에 불평등을 개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해요. 그래서 기득권에 대한 선망이 있고 동시에 약자에 대한 공감은 없는거죠. 그런 의식이 모든 사회문제에 반영되어있더라구요. 차기정부도 성장만 강조한다면 변화가 없을것 같아요. 언론과 지식인들이 노력해서 시민들이 구조적문제에 눈뜨고 사회인식이 좀더 깨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희선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3-22 0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양극화의 극단은 암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5년의 시간동안 더 극단으로 치달을 것 같아 암담해집니다.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기득권 배만 불리는 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청아 2022-03-22 10:28   좋아요 5 | URL
그렇죠. 조금전 뉴스에서 당선자가 경제계인사들과의 ‘핫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답니다. 언제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요.
그러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급성장만이 답이라는식으로 이야기하네요. 헛웃음이 나옵니다. 결국 기득권을 위한 성장이겠죠. 암담하지만 이럴수록 기운내고 지켜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님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3-22 1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평등에 사회적 박탈감이 크죠. 미미님 글에 마구마구 공감하며. 대의민주주의인데 나란 계층을 대표하는 이가 없다는 건 너무 속상한 일입니다. 약자들에게 잔인한 사회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청아 2022-03-22 18:50   좋아요 6 | URL
네 미니님~^^♡ 정작 리뷰에 책 이야기를 많이 못했는데 가슴아픈 사례들이 너무 많았어요ㅠㅠ 노동현실이 불평등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는데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관심을 갖을지, 특권층과 대기업 챙기기에만 연연할지 지켜보려고요. 사회 가장 약자에게 어떤 처우를 하는지가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scott 2022-03-22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을 국회로!~@@@

의원들 ,,,
결국 기득권층의 대변인들 ㅜ.ㅜ

청아 2022-03-23 08:41   좋아요 5 | URL
스콧님^^♡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법조인들이 국회에 다수 자리차지하고 있는게 늘 마음에 걸립니다. 그 자리에 선생님들이 있다면 훨 나을것 같은데 그걸 두려워하는지 보수들은 노동단체와 교직원단체를
늘 탄압하는것 같아요.ㅠㅠ

초란공 2022-03-23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팡에서 야긴 근무하던 청년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기억납니다. 야간 근무 시간마다 쉬지도 못하고 5만보를 걸으면서 일했더군요. 전 하루에 1만보 걷는 것도 힘든데... 검찰과 대기업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국가가 되겠군요.

청아 2022-03-23 09:00   좋아요 4 | URL
네 초란공님! 그러게 말입니다. 노동계에서는 대화하자고 길에 서 있는데 당선자는 경제계와 핫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해 비약적 발전밖에 답이없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저는 공포영화가 무섭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 책에도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를 비롯해 믿기힘든 과노동의 사례가 상당수 담겨있습니다. 시민들이 깨어야하는 과로사회에 젊은세대까지 갈등으로 나뉘어 걱정입니다.

생각하는사람 2023-03-23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여기까지이고 우리 아이들이 여기까지 인것이 내탓, 내아이의 부족 때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책을 읽고 사회구조가 문제인 것을 알았습니다. 국회 구성을 바꿔야 되겠네요.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온갖 유치한 표현이 대중가요에서 받아들여지고 온갖 어리석은 사랑이 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사랑이라는 속성이 그렇다는 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에서는 더 반응하는 쪽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더 많이 상대를 기다리는 쪽이 아무래도 불리하다. 일단 상황이 시작되면 '유불리'를 따지는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이성'이 완연할때는 불리한 위치에 있고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자기고백'에 가깝다. '프랑스어'가 아주 유창하진 않은 한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그녀의 그를향한 기다림과 그녀의 삶을 가득채우던 '열정'에 관한 이야기다. 



2008년에 종영한 드라마 '불한당'에는 그런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벌던 한 남자가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담았다. 권오준(장혁)은 외모하나 믿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빌미로 돈을 뜯어낸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하루이틀. 결국 그는 위험한 사채를 쓰고 빚을 지게 된다. 보름안에 3천만원을 갚지 않으면 장기라도 내놓아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차 접촉사고로 우연히 만난 진달래(이다해)에게 3천만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녀를 유혹하려 접근하게 되는데 영 만만치 않다. 유혹하려다 의도치 않게 유혹당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전형적'인 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드라마가 당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 모른다. '진달래'는 히말라야 등반 후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 때문에 싱글맘이 되었고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살아간다. 권오준이 늘 하던 방식대로 그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죽은 여동생을 닮았다고 눈물흘리는 그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달리 못들은척 졸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쉽게 감당할 수 없어 '명상'을 배웠고 아직 타인의 눈물을 받아줄수도 없는 상태다) 방법이 안통하자 뭐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유혹하는 그에게 대형서점에 다니는 그녀는 '고객만족 응모함'에 자신의 이름을 써내달라 부탁한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P32


다른 사람에게는 늘 통하던 방법이 이것저것 통하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쓰게 된다. 결국 카페 투자로 3천만원을 받아내지만 채권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그 돈을 되찾아 진달래에게 돌려준다. 가진것 없이 불행한 삶을 살던 그에게 평범하고 진실한'사랑'이란 일종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속아 넘어온 상대에게 때로 모진 말로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난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꿈꾸려 한다. '사치스러운 사랑을'




대중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대체로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그렇듯 '사랑'도 그 여정으로 이미 충만한 것일 수 있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열정의 기호'들을 남긴 이유도 그런것이 아닐까? 조각가가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놓는 것도 경이롭지만 그 조각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이미 열정의 산물이다.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와 그녀가 어찌되었는지' 보다 동요를 일으키는 부분은' 그와 그녀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다.- P24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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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1 0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는 문장이 콕 박히네요. 그 제약과 기다림이 없다면 사랑도 그저 생활이 되는건 순간이지요. 그래서 그런 생활로서의 사랑은 열정이 없다 생각하기 쉽고요.
불륜이든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이든 그런 것들이 더 아름다워보이는건 바로 그 삶의 척박한 순간들을 같이 겪지 않음으로 해서 환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ㅎㅎ

청아 2022-03-21 11:20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입니다.ㅎㅎ 그런 면에서 보부아르가 떠오릅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있는 한 욕망을 꿈꾸는 소설,드라마,영화는 계속 주된 관심을 받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scott 2022-03-21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 미미님은 감동 받은 구절에 붙여 놓은 플래그, 형형색색의 플래그를 볼때 마다 작품 속 그곳, 그 장면을 떠올리실것 같습니다! ㅎㅎ 장혁이 추노 이전의 모습인건가요? 풋풋함이 ㅋㅋㅋ

청아 2022-03-21 11:23   좋아요 3 | URL
네 스콧님! 사랑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들은 기분이예요.ㅎㅎ 고백을 듣는 와중에도 참 설레고 좋았습니다. 추노 이전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의외로 괜찮은 드라마였어요^^*

페넬로페 2022-03-21 0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엔 완벽한 균형은 없는것 같아요.
제목처럼 단순한 열정이 오히려 더 앞뒤 안 볼 수도 있고요^^
장혁, 이다해 배우가 불한당이란 드라마에도 같이 나왔군요.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입니다**

청아 2022-03-21 11:26   좋아요 3 | URL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 이 말 넘 좋은데요?!ㅎㅎ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가 몇개나 되더라구요. 아이리스2,추노,이 드라마까지요. 웃다 울다 하며 참 재밌게 봤는데 이 책 읽고 떠올랐어요^^*

새파랑 2022-03-21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와 장혁과 김동률 조합이군요 ^^ 사랑도 약간 권력같은게 더 좋아할수록 더 아쉽게 되는거 같더라구요~ 이 책 얇은데 여운은 많이 두꺼운 책인거 같아요 ^^

청아 2022-03-21 11:30   좋아요 3 | URL
네! 새파랑님 이소라 언니도 같이 불렀습니다.ㅎㅎ 사랑에도 권력이 있다니 참 웃픈 현실입니다.ㅎ얇지만 말씀대로 여운은 정말 두껍네요. 출간되고 세간을 놀라게 했다니 재밌고 ‘그 남자‘가 누굴까 궁금했어요.^^*

책읽는나무 2022-03-2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인 순간들은 사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쏟을 수 있겠죠???^^
계속 처지고, 가라앉아 열정이 식어가는 이때, 김동률의 노래는 감미롭네요. 이소라 가수랑 분위기가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왜 물감님이 같이 떠오르는 걸까요???
이동욱스런 물감님ㅋㅋㅋㅋ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군요?
장혁도 열정 빼면 시체일 것 같은 배우 중 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다해도 열심히 하는 배우였던 것 같구요.
아...그러고 보니 두 배우 추노에도 함께 나왔었던???.....ㅋㅋㅋ

청아 2022-03-21 11:39   좋아요 3 | URL
그럼요! 나무님이 주신 댓글 읽을 땐 커피 마시면 안되겠어요ㅋㅋㅋㅋ저 또 쏟을 뻔ㅋ갑자기 출연하신 물감님ㅋㅋㅋㅋ김동률,이소라 목소리 조합이 꽤 드라마틱하네요? 흠뻑 빠져 듣고 있어요~♡ 이 드라마 6~7회 정도까진 꽤 볼만해요. 당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드라마에 동시간대에 눌려 빛을 못봤대요. 후반부는 시청률이 낮아져서 그랬던건지 뭔가 배우들도, 각본도 조금 김이 새는 느낌을 받았어요.ㅠㅠ(장혁만 그대로?) 연기보고 감탄해서 바로 ‘검객‘이란 영화 봤는데 역시 훌륭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두 배우 3편정도 함께했어요.^^*

프레이야 2022-03-21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단 말이에요? ㅎㅎ
장혁이 저때만 해도 풋풋하군요.
아니 에르노 넘 좋아요 미미 님.

청아 2022-03-21 20:57   좋아요 3 | URL
네! ㅎㅎ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데요 7화정도까진 지루할틈없이 아주 잘 만들었어요. 장혁 연기가 압권입니다. 아니 에르노의 글 매력있죠~^^♡

2022-03-21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3-22 0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 두 사람이 똑같이 좋아하는 일은 별로 없을까요 어느 한쪽이 더 좋아할지... 다시 생각하니 그럴 때가 더 많을 듯합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좋을지도...


희선

청아 2022-03-22 09:53   좋아요 2 | URL
그럼요~♡ㅎㅎ 저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가 늘 그 사람을 기다리고 그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약자라고 써봤습니다. 헷

mini74 2022-03-22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에 탄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릴수 있어 행복하다는 구절이 저는 눈에 들어오네요. 그런 자국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사랑은 끝난거겠지요. ㅠㅠ 불한당과 에르노를 이렇게 잘 풀어내시다니 미미님 💕멋지십니다 ㅎㅎㅎ

2022-03-22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의지나 욕망, 그리고 지적 능력이 개입되어 있는 행동은 오로지 그 남자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 P12

책을 읽을 때 나의 마음을 휘어잡는 문장은 남녀관계를 묘사한 대목이었다. 그런 내용은 내게 A에 관한 무언가를가르쳐주었고,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들에 확신을 주었다.
가령,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포옹할 때 눈을 지그시 감는다" 라는 구절을 읽으면, A가 나를 안을 때 그렇게 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씌어 있는 그 밖의 다른 내용들은그 사람과 다시 만날 때까지의 빈 시간을 메워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 P13

나는글쓰기를 통해 그것들을 붙잡아두려고 했다.  - P16

나는 나를관통하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
- P17

하나하나 어떤 몸짓이나 순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물건들을, 그것들이 이루는 생생한 무질서를 지금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다. 그것들은 미술관에 소장된 다른어떤 그림도 내게 주지 못할 힘과 고통을 간직한 하나의 그림을이루고 있었다.  - P17

 "그 남자가 마치 섬세한 신경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레 나를 애무하더라니까요"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다들 평범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그런 고백이 정신이상의 증거라도 된다는 듯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아주 신중하게 거리를 두고그 여자를 대하는 것이었다.  - P20

요즘은 ‘한 남자와 미친 듯한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거나 혹은 과거에 그랬었다고숨김없이 고백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고 공감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그렇게마구 이야기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 P21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실비 바르탕이 노래한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를 들으면서 사랑의 열정은 나만이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대중가요는 그 당시 내 생활의 일부였고, 내가 사는 방식을 정당화시켜주었다.
- P23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다.
- P24

요즈음 나는 내가 매우 소설적인 형태의 열정을 지닌 채 살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25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 P26

친구들로부터 꽃이나 책을 선물받게 되면 나는 기쁘기보다는, 그 사람은 내게 지금껏한 번도 이런 선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람은 욕망이라는 값진 선물을 하고 있잖아‘라는 생각으로 그런 마음조차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 P29

어쨌든 또다른 이유를 찾는다는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일 테니 말이다. 그 사람이 나를 욕망하느냐 욕망하지 않느냐하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의 성기를 보면 당장에 알 수 있는, 유일하고도 명백한 진실이었다.
- P30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 P32

나는 완벽한 한가로움을 갈망했다. 나는 상사가 요구하는 시간 외 근무를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히 거절했다.
내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느낌과 상상의 이야기에 자유롭게 전념하지 못하도록 나를 방해하는 것들에 맞설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 P35

내가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그것이 열정과 관계가 있을때뿐이었다. 나는 바디아 성당에 다시 갔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난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반쯤 닳아서 지워진 산타크로체의 프레스코 벽화를 바라보다가 우리의 이야기도 나와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언젠가는 저 빛바랜 그림처럼 되고 말 거라는생각이 들자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 P42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앞에서는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남성의 육체가 가진 아름다움을여자가 아닌 남자가 그토록 뛰어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워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그 당시 여자들이 처한상황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 P43

그런데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립스틱을 고르는 것에 이르기까지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싶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계속해서 반과거 시제를 쓴 이유는,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영원한 반복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예전의 기다림이나 전화벨 소리, 만남을 대신하고 있는 나의 고통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 P53

그런데도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한,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그 필요성의 극에 다다른 지금, 써놓은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하다. 열정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이다. - P59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아닐까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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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럽의 성별화전략은 이용자인 여성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은 가장 덜 가져간다. 한국 유흥업소의 시스템은 남녀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성별화로 인한 착취구조로 기능한다.





여성 게스트들은 자신이 착취되고 있다고 인식하지 않고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클럽에 입장하고 남성들에게 선택받는 위치를 욕망하고 선망하기에 클럽에서 '여자'로 패싱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하다. 남자-되기의 즐거움처럼, '매력적인 여자-되기'의 즐거움은 클럽이 여성 게스트에게 용인한 유일한 즐거움이다. p.40




여성은 클럽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클럽의 이윤을 창출한다. 클럽에 여성 게스트가 없다면, 혹여 있더라도 남성이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접근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남성들은 그 클럽에 가지 않거나 오랫동안 머무르며 술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클럽은 여성의 이미지로 홍보되고, 여성화된 몸 덕분에 굴러간다. 여성 게스트는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신체를 관리하고 화장을 해야 하며 여자다운 복장을 갖춰야 한다. 만약 엠디를 통해 클럽에 입장했다면 엠디가 알선한 남성 게스트들의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셔야  한다. p.39





남성은 높은 주대를 감당하는 테이블 손님으로, 여성은 무료로도 입장 가능한 플로어에 배치하는 버닝썬과 아레나의 전략은 여성을 테이블이라는 '기회'를 갖기 위해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시키고 남성이 자행하는 폭력을 여성에게 제공되는 '기회'로 번역한다. p.30


어떤 이는 클럽을 일탈문화‘로 규정하지만, 한국 사회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평등과 인권이라면 아레나와 버닝썬의 운영법은 용인되지도, 그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돈과 외모를 통한 선별과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클럽에서의 차별도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클럽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폭력은 현 사회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현 사회의 ‘반영‘에 불과하다. 버닝썬에 개입하려면 버닝썬의 토양이 된 한국 사회의 전면화된 유흥산업을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 또한 유흥산업을 바꾸려면 지금과 같이 남성만을 위한 유흥산업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남성유흥산업을 ‘밤문화‘, ‘지하경제를 방치한 채 그 안에서 벌어지는차별과 폭력은 외면하기 일쑤다. 폭력이 발생하는 환경이 어떻게, 누구의 이익을 위해 유지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버닝썬 사건은 다시 발생할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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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03-19 15: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업시간이랑 부킹이란 시스템 때문에 아직 클럽 한번도 안가봤습니다. 이젠 나이 때문에 갈 일이 없겠죠. ㅋㅋㅋ
입장료 안 싸도 되니까 모르는 사람이랑 돌아다니며 합석해야 하는 것좀 없었으면 싶어서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친구들이 가는 곳들은 내내 자리옮긴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곳들이어서 잘 안 갔던 거 같아요. 지금 새삼 대체 뭘 부킹(예약)하는 건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청아 2022-03-19 15:10   좋아요 5 | URL
저는 어릴때 친구따라 몇번 가봤었는데요. 그 부킹이란것이 이 책을 읽고보니 여성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상품화시키는 거더라구요. 부킹되어 이방저방 끌려들어가는건 ‘여성‘이잖아요? 아웅... 버닝썬은 그걸 더욱 악용했고요. 어쩜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제야 깨달았다는게 참 신기해요. 클럽에선 그게 당연한 문화인것처럼 문제의식없이 모두에게 수용되는듯해요. 그런 면에서 페르소나님 안가시길 잘한겁니다ㅋㅋㅋ^^*

cyrus 2022-03-19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흥 산업의 문제점을 권력 유착에 초점 맞추어 보려는 경향 때문인지 유흥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둘러싼 실질적인 문제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아요.

청아 2022-03-19 15:27   좋아요 3 | URL
네! 사이러스님.^^*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했는데요. 버닝썬 사태도 결국 권력 유착으로 이슈몰이가 되어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는 외면받았죠. 이런 식이면 유흥 산업의 성별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가필드 2022-03-19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법이 너무 관용적인에 대해서도 화가납니다 법처벌문제도 엄격하게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매번 관련기사 나올때마다 불만입니다.

청아 2022-03-19 19:13   좋아요 3 | URL
그럼요!^^* 가장 답답한게 그런거죠. 입법 기관인 국회가 기득귄 남성위주다보니
노동자,여성들에게 무관심하고요. 대의 민주주의로의 제대로된 기능이 불가하다고 생각해요.엘리트,기성세대중심으로 과잉대표되어있으니 문제죠.육체노동자가,회사원이,교수보다는 선생님이,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앉아있어야합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9: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클럽 문화!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한 두 사람이 생각을 바꿔서는 변하지 않을듯 하네요;;;

청아 2022-03-19 20:17   좋아요 3 | URL
네 그레이스님^^* 워낙 뿌리내린지 오래라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수는 있는데 여성들조차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오히려 입장제한부터 비인권적이라며 불만제기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해요.

mini74 2022-03-19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처벌이 약해요 클럽에서 즐기는 자유조차 여성들에겐 위험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처지라는게 참 불공평하죠. ㅠ

청아 2022-03-19 20:46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되려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죠. ‘그럼 안가면 되지 않냐는 식‘으로요. 그런 피해자탓도 본질을 흐리는 태도고 원인제공자에 대한 책임은 지우게 되는 몹쓸인식인데 말입니다. 성별화된 유흥문화도 남성화된 사회적 구조의 뚜렷한 사례네요.

페넬로페 2022-03-19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년심판에서도 나오는데 가출청소년들 사이에 가출팸이라는게 있더라고요.
같이 모여 함께 지내는 곳인데 예상한대로 여학생들에게 매춘을 시키고 영상을 찍어 협박하고 그걸 팔아 또 돈을 벌고 ㅠㅠ
우리에게 닥치는 현실이 너무 무시무시합니다^^
클럽은 더 지배적이고 구조적, 체계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 같아요^^

청아 2022-03-19 20:50   좋아요 5 | URL
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의 고용불안정등 모든 불안정한 시기,장소는 차별적 사회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것 같아요! <소년심판> 완결되면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2-03-20 14: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닝썬의 관련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죠. 비밀스런 비인간적인 지하 세상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어요.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정신은 오히려 후퇴하는 걸까요.
개선할 점이 너무 많은 한국 사회... 입니다.

청아 2022-03-20 15:17   좋아요 2 | URL
네~페크님^^* 그러게 말이예요. 유흥문화가 기본적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문제인것 같아요. 클럽의 경우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은데 버닝썬은 여성착취 종합세트라고 할만큼 여러방법으로 악용했으니까요. 투자자들이 결코 몰랐을리 없는데 몇몇 꼬리자르기로 무마한걸 보고 결코 끝난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계속 지겨봐야할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