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커피를 마시며 이 대목을 읽다가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안드레 애치먼에 반했다.
47페이지 읽는 중인데 이 책은 이미 소장각이다.




"내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너 뭐야? 눈이 멀었나? 아니면 귀가 먹은 거야? 이 베르베르인의 피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여길 보라고." 그가 자기 팔뚝을 꼬집었다. "이건프랑스인의 피부가 아니야, 친구." 마치 내 말에 모욕감을 느낀 듯했다. 그는 베르베르인의 피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
다. "이건 밀과 황금의 빛깔이잖아."
"미안합니다. 내가 실수했네요."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서 엎었던 몽테뉴를 다시 집어 들생각이었다.
"자넨 어떤데, 프랑스인이야?" 그가 물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코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그가 나와 장난을 치려는 건가 싶었다. 나는 그가 프랑스인이 아니란 걸 알았고, 그도 내가 프랑스인이 아니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둘은 상대방이 프랑스인처럼 보인다는 듯이 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효과 있는암묵적인 칭찬이었다.
- P47

"유대인?"
"무슬림?" 내가 맞받았다.
"영락없는 유대인이구먼,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걸보니."
"영락없는 무슬림이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걸보니."
우리는 함께 웃었고, 어린 헤밍웨이는 종교 비하 농담을주고받는 대화에 끼지 못한 채 불안한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봤다.
- P49

그들의 언쟁은 전설적이고, 서사적이고, 극적이었다. "난 스라소니의 눈과 코끼리의 기억력과 늑대의 본능을 가졌어"라고 칼라지가 말하면, "그리고 닭의 대가리도"라고 그의 천적인 알제리인이 덧붙였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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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23 14: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요기
파리에서
건너온
크레페🌯
놓고 가여😍

청아 2022-02-23 14:29   좋아요 5 | URL
마침 배고팠는데 잘먹겠습니다 스콧님!!🥰

페넬로페 2022-02-23 14: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장각이라~~
흔들리네요.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해놨는데
어서 빨리 제게로 오면 좋겠어요^^

청아 2022-02-23 14:31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지역 희망도서신청 시작했군요~♡ 저희동네도 확인해봐야겠어요. 신청할거 많은데ㅎㅎ얼른 받아 읽어보셨음해요!ㅎ

레삭매냐 2022-02-23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스퀘어, 캐너디언 시럽 바른 크레페의 추억이 새록새록...

아까버서 야금 야금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청아 2022-02-23 14:35   좋아요 3 | URL
야금야금 읽는 맛도 좋지요! ㅎㅎ
초반인데 마음 끌린 부분들이 많아서 작가가 좋아집니다.

레삭매냐님 덕분에 <아웃오브 이집트>도 가지고 있는데 것도
너무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2-23 14:54   좋아요 4 | URL
제가 나름 애시먼 작가의 책들을
만나본 바에 의하면,

<아웃 오브 이집트>, <알리바이>
그리고 <하버드 스퀘어>를 만나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좀 더 읽었는데, 글맛이 아주
일품이네요. 하버드의 외로운 늑대
같은 자전적 썰이 기냥 아주...

청아 2022-02-23 15:08   좋아요 2 | URL
아! <알리바이>도 갖고 있어요ㅎㅎ

마침 제가 잘 갖추었네요! 😁

튀니지인 칼라지에 관한 부분 너무 재밌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3 15:13   좋아요 2 | URL
뭐랄까 튀니스 시디 부 사이드 출신
이라는 34세(?)의 칼라지에게서는
같은 지중해의 영향을 받아서인진
몰라도 왠지 조르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는 느낌적 느낌이...

미래의 지식인(아니 이미 현재에도
지식인인 저자)과는 정반대의 모습
도 그리스인 조르바와 궤적을 같이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공간은 하버드 스퀘어라는 공
간에서요.

청아 2022-02-23 15:19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교하면서 꼭 읽어봐야겠어요!🤔

mini74 2022-02-23 14: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좋죠 미미님 ~ 아웃오브 이집트 갖고 계시는군요 ㅎㅎ 저도 작가님책 기웃기웃 거리고 있습니다 *^^*

청아 2022-02-23 15:10   좋아요 4 | URL
네 미니님~♡ 너무 웃기고요 ㅎㅎ제 마음은 벌써 별5개 줘버렸어요.
소설이 여기서 끝나도 마찬가지일듯 해요🥰

새파랑 2022-02-23 14: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왠지 제가 평소하는 말투랑 비슷한데요? ㅋㅋ 미미님은 이 책을 먼저 읽으시는군요. 기대가됩니다 ^^

청아 2022-02-23 15:12   좋아요 5 | URL
앗ㅋㅋㅋ그런가요?! 받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읽던 책을 마저보느라 이제 본격적으로 읽고있어요.
왜 인기인지 알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5: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통통 튀네요???ㅋㅋㅋㅋ
이 책도 또 주문해야 하는가요?
궁금네요ㅜㅜ

청아 2022-02-23 16:17   좋아요 3 | URL
좋아하는 유머코드라서 반해버렸어요ㅋㅋㅋㅋ주인공이 혼자 생각하는 내용도 마음에 들어요! 나무님~♡ 그래도 제가 다 읽고 좀더 분명히 추천할 수 있는지 볼께요~🤭

서니데이 2022-02-23 1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로 프랑스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은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둘 다 프랑스인처럼 보이는 걸까요.
미미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청아 2022-02-23 19:31   좋아요 2 | URL
두 사람이 살던곳이 모두 프랑스의 식민지여서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주고 받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요!ㅎㅎ서니데이님 저녁 든든히 드셨나요? 평온한 밤 되세요~♡😆

독서괭 2022-02-23 1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ㅋㅋㅋㅋ 대화 재밌어요. 콜미바이유어네임은 쏘쏘였는데, 이 책이 더 재미날 것 같아요! 매냐님이 조르바랑 비교하시는 걸 보니 더 궁금하네요. 조르바 완전 재밌게 읽었는데 여혐표현 땜에 막 좋아할 수 없는 이 마음…🥺

청아 2022-02-23 19:40   좋아요 4 | URL
이 책도 여혐의식이 담긴 표현이 좀 나와요 괭님! 아무래도 소설 읽을때 저도 그런 대목은 눈과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소설이란 당대 사회의식을 반영하기도 하니...웬만해서는 걍 읽는 편이예요. 🥲 칼라지라는 인물의 말 때문인데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지금껏 읽었던 북웜시리즈에 비해 좀 지루했다. 그래도 이건 축약본이므로 민음사나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으로 언젠가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기대는 남았다. 이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꽤 험난한 일들을 경험했다. 알라딘 책소개에 따르면 저자인 마크 트웨인은 '문학에서의 링컨, 미국의 셰익스피어, 미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단다. 이런 평에 대해 정작 링컨과 셰익스피어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잘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필명이다.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라고 한다. 필명이 독자로써 익숙하기도하지만 작가들의 본명을 들어보면 필명이 훨 근사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나도 필명이 갖고 싶다. (그냥 필명만) 글도 없는데 필명만 있으면 뭐하나 싶지만. 내맘이지 뭐. 아무튼 '톰 소여의 모험'에도 배경으로 나오지만 미시시피강 인근에서 마트 트웨인은 실제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작가가 남북전쟁을 겪은 사람이니만큼(1835~1910) 소설(1876발표)의 풍경또한 올드한 느낌이다. 




어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폴리 이모와 살고 있는 톰은 말성꾸러기지만 영리한 소년이다. 이모가 상당한 영역의 페인트칠을 시켰는데 지나가던 친구를 꼬셔서 그 일이 무척 재밌고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는것 처럼 만들어 일을 떠넘긴다. 그것도 친구가 톰에게 간절히 부탁하다 갖고 있던 사과까지 몽땅 주어야 허락했으니 보통 내기가 아니다. 곧 소문이 나서 다른 친구들까지 모여들어 그들끼리 페인트칠을 하는 사이 톰은 멀찍이 앉아 잔뜩 늘어난 대가성(페인트칠의) 물품들을 챙기고 있다. 구슬이니 팽이니 먹거리도 있었겠지?



이미지출처:ORGANIKO



어린 나이에 톰은 적극적이기도 해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이 여자아이가 예쁜지 아닌지는 읽지 않은 독자도 알것이다.-특정 책을 읽은 여파) 친구와 함께 밤에 돌아다니다가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도 한다. 살인자는 '인디언 조'라는 남자였는데 도주를 해버린다. 이후 질긴 인연탓인지 낡은 오두막에서 동료와 큰 돈을 만지게 되는 '인디언 조'를 마침 톰과 허크(허클베리핀)가 숨어서 목격한다. 그러곤 며칠 뒤 친구들과 동굴탐험에 나섰다가 과도한 모험심 탓에 너무 깊숙히 들어가 길을 잃는다. 동굴에 몇번 가봤지만 겁이많은 나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깊이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며칠을 그 안에 갇혔던 톰은 '인디언 조'가 그곳에 돈을 숨긴걸 알게되어 나중에 허크와 함께 부자가된다. 



마크 트웨인이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우리나라는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었고 개항을 막 시작하던때였다. 개신교가 이때 들어왔고 일본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공중목욕탕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소년,소녀가 겪는 일이라고 하면 내가 아는건 감자(1925), 소나기(1953), 동백꽃(1936)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48)정도인데, 톰 소여의 모험에 비하면 시기적으로 꽤 이후임에도 요즘말로 '순한맛'으로 느껴진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읽은 아이들은 진취적이고 (때로 사기도 치면서?)모험을 좋아할것 같다는 생각을했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모험의 주체가 되기 힘든 여자아이들을 생각했다.




















이미지출처:블로그 동문선,PASSEGGI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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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23 13: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크 트웨인 톰 원작 강추 합니다
허클 베리 왕자와 거지도 ☺
영화도 강추🤗

청아 2022-02-23 13:55   좋아요 5 | URL
네!ㅎㅎ작년에도 새롭게 영화가 만들어졌더라구요? <왕자와 거지>어릴때 참 재밌게봤는데 역시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네요😄👍

새파랑 2022-02-23 14: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어릴때 축약본? 그런걸로 읽었는데, 민음사 시리즈에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읽을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미미님이 읽으신다면 따라 읽어야 겠습니다 ㅎㅎ

청아 2022-02-23 14:12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도 읽어보셨군요. 검색해보니 전체 내용을 알고싶더라구요ㅎㅎ<왕자와거지>좋아하는데 같은 작가라니 더 궁금해요!🤭

페넬로페 2022-02-23 14: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동화로 ‘톰 소여의 모험‘ 읽을 때
이렇게 개구장이 녀석이라니~~
생각하며 읽었어요^^
내용을 너무 잘 알아 원작읽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기회되면 흠흠^^
시대적 비교 유익했습니다**
‘빛 속으로‘ 읽고나서 그런지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청아 2022-02-23 14:28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도 보셨군요!! ㅎㅎ
이 소설이 출간한 해에 백범선생이 태어나신것 외에 소설은 못찾아서 일단 이런 정보라도 올려봤어요!😉

mini74 2022-02-23 14: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톰 소여 보다 허클베리핀에 한 표 ㅎ 저도 어릴적 문고로 읽었다가 원작 두께보고 놀랐어요. ~

청아 2022-02-23 15:05   좋아요 2 | URL
그렇죠ㅎㅎ 360쪽 가량되니ㅎㅎ 허클베리핀이 이 소설에도 같이 등장하니 신기해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허클베리핀 읽어 보려다 진도가 안나가서 그래!! 난 톰 소여파였지? 하고선 톰도 허클베리핀도 죄다 읽지 않은???ㅋㅋㅋ
어릴 때 톰 소여의 모험 만화 참 재미나게 봤었는데 말이죠~^^
하얀 담쟁이 페인트칠하는 장면이랑 인디언 조 이름 나오는 게 눈에 익어 축약본을 읽었던 건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요즘 정말 기억력이 메롱거려 치매인가?싶네요ㅜㅜ

Falstaff 2022-02-23 16:22   좋아요 2 | URL
톰과 허클베리..... 대가리 큰 다음에 읽는 건 좀 무리더군요. ㅜㅜ

유부만두 2022-02-23 16:26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만화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청아 2022-02-23 18:06   좋아요 1 | URL
점점 어릴때 기억이 메롱거리는건 정상아닌가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무님 읽고 쓰시는걸 보면 지극히 건강하신듯 보여요~♡
인디언 조 살인장면은 좀 뜨악했어요! 톰 소여랑 허클베리핀이랑 성격이 좀 다른것 같은데 둘다 간 크기는 비슷한듯 합니다ㅋㅋㅋㅋ

청아 2022-02-23 16:30   좋아요 1 | URL
골드문트님/ 그래서 저도 좀 지루했던것 같아요.ㅎㅎ 검색해보니 꽤 많은 일들을 더 경험하는듯 해서 무슨일인지 궁금하긴해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6:34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님...맞아요^^ 어릴 때 너무 재미나게 읽었거나, 만화 영화로 본 것들은 성인이 되어 읽으니....ㅜㅜ 빨강머리 앤 책을 읽었을 때, 앤이 너무 산만하고 수다스러워 마릴라 아줌마 편에서 앤을 야단치고 싶은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유부만두님....톰 소여의 모험은 아마도 성별 구별 없이 다 좋아했었던 만화가 아녔을까?싶어요...전 남동생 둘이랑 엄청 재미나게 봤었어요^^

미미님...아...지극히 정상인가요??? 다행이다!!!!^^
남들이 읽었던 소설 제목들 보면 책 표지랑 제목은 얼핏 기억나서 읽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지...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맨날 기억이 안나요~만 적고 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더라구요.ㅜㅜ

청아 2022-02-23 16:39   좋아요 2 | URL
나무님께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는데 심지어 작가들도 자기가 썼던거 다 기억하지 못한대요ㅋㅋㅋㅋ
저 이 사실알고 난 뒤로는 잊어버리는거 신경안쓰거든요ㅋㅋ

책읽는나무 2022-02-23 16:44   좋아요 2 | URL
그래요?? 작가들 조차도???
ㅋㅋㅋㅋㅋ
작가들은 좀 심했다ㅋㅋㅋ
아주 큰 위로가 됩니다^^

독서괭 2022-02-23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 때 톰소여의모험 진짜 좋아했어요! 여러번 읽어서 아직도 제법 기억이 나네요. 두근거리는 모험의 세계..! 하지만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영어로..? ㅎㅎ

청아 2022-02-23 21:26   좋아요 2 | URL
이건 축약본이라 마트 시식코너에서 어떤 맛인지 살짝 간만 본 느낌이예요.ㅎㅎㅎ괭님은 완전한 번역본을 읽으셨겠죠? 몇번이나 보셨다니 저도 꼭 읽어볼래요!!😆

페크pek0501 2022-02-25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톰소여의 모험을 연극으로 본 1인입니다. 책은 어떨지 검색해 봐야겠어요.

청아 2022-02-25 11:55   좋아요 1 | URL
어제 영화 보다가 잠들었는데 최근작 보다는 예전에 나온 영화가 원작에 가깝고 재밌더라구요. 연극도 궁금합니다😄
 



여성에게 가장 필요치 않은 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는 일이다.  - P373



여성들이 상당히 공감할만한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화도 나고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공유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글을 써 올렸는데 막상 다 읽고나니 전체 내용을 정리하기가 버거웠다. 언젠가 좀 더 아는 것이 많아지고 이 책과 연결할 수 있을 때쯤, 그 때 재독하고 좀 더 나은 리뷰를 써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이 책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생각의 가지가 많이 뻗어나가가게 하는 그런 사유가 담겨서 그런 것 같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건강한 것과 병든 것의 정의를 조작해 날로번창하고 있다. 지금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것에는 분명한 역사적 선례가 있다. 수전 손택 Susan Sontag 이 <은유로서의 질병llness asMetaphor》에서 말했듯이 "건강하다"와 "병들었다"는 대개 사회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내리는 주관적 판단이다. 사회는 오래전부터 여성을 통제할 목적으로 여성을 병든 존재로 정의했다. 지금 성형수술 시대가 여성에게 가하는 것은 19세기에 의학이 건강한 여성을 병들게 하고 능동적 여성을 수동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의 공공연한 재연이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정상인 건강한 여성의 심리와 욕망, 충동을 병적인것으로 정의하는 고대의 의학적 태도를 넘겨받았다.  - P352



미용, 다이어트, 성형,...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세계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가꾸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물론 나도 어느정도는 꾸미는 걸 좋아한다. 잘 갖춰입고 매력적으로 화장하고 스타일을 완성한 여성을 보면 감탄한다. 도전 슈퍼모델도 초기에 즐겨봤었다. 나는 168인데 170이 넘었더라면 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스타일이 있다. 직장에 다닐때는 최대한 그런 쪽으로, 나만의 스타일대로 입고,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 전에 글을 썼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음반가게에서, 서점에서 내 스타일이 좋다며 한마디 건내고 지나가는 여성들도 있었다. 거리에서 잡지사 기자에게 잡혀 인터뷰한적도 있고(그 잡지를 보고 동창들이 전화도 했다) 패션학과 학생들이 내 스타일을 찍고 싶다고 해 명동거리에서 사진찍으며 똥폼을 잡은 일도 있다. 



그러다 한 남자를 사귀고 나는 달라졌다. 그는 송승헌을 닮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꾸며주는 걸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런점이 결코 싫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그는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었으니까. 남자들도 때로 그렇겠지만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단점도 장점으로 본다. 일명 콩깍지. 콩깍지에도 등급이 있다면 나는 콩깍지 1급쯤 될꺼다- 예쁜 원피스도 사주고, 구두도 사주고, 악세서리는 물론 내 돈으로는 결코 사지 않을 스타킹도 사줬다. 허허......게다가 명품 가방도 사주니 친구들은 부럽다고 난리였다. 그렇게 사주다보니 스타일이 점점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진도 잔뜩 찍어줬는데 헤어지고 나서 그 때 사진을 거의 남기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결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차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만난날도 그가 원하는 스타일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나는 그가 사준 고데기로 열심히 머리를 말고 최대한 갖춰입고 약속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그가 내게 같이 미용실에 가자고 했다. 내 스타일이 마음에 안든다며 자기가 예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안그래도 사귀는 동안 그런점이 점점 힘들어서 친구에게 내가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것이다 장담하던 나는 그날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유예기간을 갖자고 선언했지만 사실 나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그에게 정리할 시간을 준 거였다. 그 뒤로 나는 악세서리며 진한 화장, 정장 스타일의 여성복, 굽 높은 구두와도 이별했다. 


남성이 여성의 성 자체보다 성을 상징하는 것에 더 흥분할 때 그 사람은 페티즘 fetishism(이성 몸의 일부나 옷, 소지품 등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의 하나 옮긴이)에 빠진 것이다. 페티시즘은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름다움"에 근거해서만 선택하는 남성은 여성을 페티시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녀의 일부, 그녀의 시각적이미지, 심지어는 그녀의 살갗도 아닌 것을 그녀의 성적 자아인 양 취급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페티시가 성적 욕망을 달성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부적이라고 보았다. 여성이 페티시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 덕분에 다른 사람들 눈에 그가 지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이 고유한 아름다움이 아닌 객관적 아름다움만을 이유로 선택한 여성과 섹스를 할 때, 방에는 그와 함께 많은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 P282


당시 그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추리닝에 운동화를 신고 MLB모자를 쓰고 있어도 나를 좋아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그 이전까지는 이런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것 같다. 그래서 벌을 받은 걸까? 비싼 수업료를 내고 나의 가치를 알아봐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으니 썩 나쁜 경험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친구들의 연애상담사가 되었다. 나쁜 연애 감별사가 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이 얘기는 굳이...ㅋ)그래서 그런지 나오미 울프의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 더 많이 여성들은 (그리고 나도)'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에 중독이 되어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평생 늘지 않는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것만큼 세상의 여성들은 평생 빠지지 않는 살과의 전쟁속에 살아간다. 문학작품속에도 미디어에도 늘 여성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관해 고민한다. 이것들은 사실 어떤 분야보다 큰 돈이 되는 사업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비난할때 외모를 들먹이며 수치심을 주려 하는데 이건 거의 늘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위해 다이어트하고 우리를 가꾼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온전히 우리의 필요 때문인지 이 책은 질문하게 한다.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끝이 없고 때로 아프지만 온전히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름다움의 신화에 직면했을 때 물어야 할 것은 여성의 얼굴과 몸이 아니라 그 상황의 권력관계다. 이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누가 말하지? 이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어떤 맥락에서 그럴까? 누가 면전에서 여성의 외모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면 이렇게 자문해볼수 있다. 이게 이 사람이 상관할 일일까? 그런 권력관계는 평등할까? 나도 상대에게 똑같이 그런 사적인 언급을 하면 마음이 편할까? 대개 여성에게 외모를 환기시킬 때는 진정한 끌림이나 욕망에서 그러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서 그럴 때가 많다. 우리는 그러한 차이를잘 구별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자신을 해방하는 기술이다. - P442








읽어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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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2-22 23: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떤 하나의 문제를 생각하고 거기에 들어가다 보면 문제점들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미미님께서 여러번 올려주신 글들로 저 역시 많은 각성을 합니다.
감사하고요, 책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청아 2022-02-22 23:48   좋아요 6 | URL
때마다 공감해주셔서 페넬로페님과 함께 읽은 기분이예요^^* 아프지만 깨닫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시야가 열리는건 늘 기분이 좋네요. 감사해요~♡

새파랑 2022-02-23 0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맨끝줄 소녀인 미미님은 장신이셨군요 ^^ 내면의 아름다움이 인정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미미님 1등임~!

청아 2022-02-23 10:01   좋아요 4 | URL
헤헷 덕분에 오늘 비타민 안먹어도 되겠어요^^* 아름다움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계기였어요.저보다 새파랑님이 1등입니다~♡

mini74 2022-02-23 15: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형놀이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더라고요. 예전 어느 부자가 혼전계약서애 몸무게가 늘 경우 생활비를 줄인다는 내용이 있었단
기사를 본 작이 있어요 ㅠㅠ 여성의 마음까진 몰라도 껍데기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세상?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있지요 미미님덕분에 ㅎㅎ

청아 2022-02-23 15:16   좋아요 3 | URL
이 책 읽으면서 그때 일이 떠올라서 더 분노했어요!ㅠㅜ 당시에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느라 스스로의 감정도 속였던것 같아요.
지금도 앞으로도 쭉 변화할꺼라 믿어요.ㅎㅎ 미니님처럼 함께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5: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좀 그런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제 남편도 연애시절 치마 좀 입으라고~입으라고~ 그래서 입고 나가서 칠렐레 팔렐레~~간수를 못하는 걸 보고 뜨악!!! 이제부터 함부로 치마 입지 말라고ㅜㅜ
근데 저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어 이 옷 입어라~저 옷 입어라~잔소리 했더니...ㅋㅋㅋ
근데 미미님은 완전 모델이시군요???
왜 미미님인줄 알았어요. 인형!!!ㅋㅋㅋ
어릴 때 내가 가지고 놀던 인형 이름이 미미란 걸 이제 알았어요^^
인형같은 미미님♡

청아 2022-02-23 16:23   좋아요 6 | URL
모델에 관한 제 의견은 아쉽게도 지극히 주관적이예요ㅋㅋㅋ;
당시에 여성학을 공부했더라면, 알라딘을 했더라면 전혀 대응이 달랐을텐데 좀 아쉬워요ㅋㅋㅋ어쩜 제 외모가 아닌 그사람의 생각을 바꾸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ㅋㅋㅋ저도 미미 있었어요 나무님♡ 바비였나? 머리땋아주는 기계도 있었고요ㅋ 남자아이들은 이런거 가지고 놀지못해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더랬죠ㅋ

다락방 2022-02-26 19: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너무 좋습니다. 뭐랄까, 미미님이 쭉쭉 앞으로 나가고 계시는게 보인달까요. 그런데 그게 비단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미미님은 계속 그렇게 살아오셨던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저 앞을 보면서 계속 성큼성큼 걷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좋은 책이나 좋은 사람은 아주 좋은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하게 돼요. 미미님이 알라딘에서 다른 많은 분들과 교류하고 이렇게 책을 많이 읽고 계시다면 미미님의 미래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요? 아무쪼록 미미님의 미래도 이곳에서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미님의 생각과 삶을 앞으로도 계속 나눠주세요.

함께 책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

청아 2022-02-26 19:53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을 이곳에서 만났기에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요. 안그랬다면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시간이 길었을텐데 그런 면에서 귀한 인연이구나, 감사하다고 복이라고 느낍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그런 경우가 많더라구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물음은 가지고 있는데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거요. 그래서 엉뚱한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까지는 하는. 다락방님은 <델마와 루이스>영화같은 분이예요. ‘한 번 경험하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각성을 하게 하게 해주셔서 늘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2-02-26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페티시즘, 권력관계...!
완전 공감!!!

청아 2022-02-26 20:04   좋아요 2 | URL
놀라운 책이었어요! 발췌문들만 읽어봐도 정신이 번쩍듭니다. 최근 어떤 방송에서 10대 한국소녀들의 거식증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출연한 의사 두분이 그 원인에 관심없다고 느꼈어요.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이더라구요. 이 책이 30년전 미국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한국의 상황이 되었구나 생각했어요.
 

다이어트는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진정제다.
- P301

남성도 이런 여성의 종교에 경외심을 느낀다. "아름다움"에 토대를둔 카스트 제도가 마치 영원한 진리에서 비롯된 것인 양 그것을 옹호한다. 다른 것에서는 이런 종류의 무조건적 믿음을 가지고 접근하지않는 사람들이 그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20세기 들어 진리가 상대적이고 인식이 주관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다른 분야의 생각들은 대부분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아름다움" 의 카스트 제도는 양자물리학을연구하고 민족학을 연구하고 시민의 권리에 관한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옳고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무신론자도, TV 뉴스에 회의적인 사람도, 지구가 일주일 만에 창조되었다고 믿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신조처럼 무비판적으로 믿는다.
- P146

어떤 남성은 새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죽 냄새에 성적 짜릿함을 느낀다. 그런짜릿함은 머릿속으로만 느끼는 허구는 아니지만, 다른 남성이 그런 가죽에 부여하는 의미에 근거를 둔 것이다. 가죽 자체에 대한 깊은 성심리적 애착이 아니다. 아름다움의 신화가 제시하는 차가운 경제에 남성이 반사적으로 본능적으로가 아니라) 반응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그것이 성적 매력, 따뜻한 욕망의 대화와는 완전히 분리된 것일 수 있다.
- P282

남성이 여성의 성 자체보다 성을 상징하는 것에 더 흥분할 때 그 사람은 페티시즘 fetishism(이성 몸의 일부나 옷, 소지품 등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의 하나 옮긴이)에 빠진 것이다. 

페티시즘은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름다움"에 근거해서만 선택하는 남성은 여성을 페티시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녀의 일부, 그녀의 시각적이미지, 심지어는 그녀의 살갗도 아닌 것을 그녀의 성적 자아인 양 취급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페티시가 성적 욕망을 달성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부적이라고 보았다.

여성이 페티시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 덕분에 다른 사람들 눈에 그가 지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이 고유한 아름다움이 아닌 객관적 아름다움만을 이유로 선택한 여성과 섹스를 할 때, 방에는 그와 함께 많은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 P282

이상적인 아름다움이 이상적인 것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P283

"크리스티앙 라크루아(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옮긴이)가 여성에게 여성성을 돌려주다", 패션란의 헤드라인이다. "여성성"은 여성이라는 것에 지금 사회에서 파는 모든 것을 합친 암호다. "여성성이 여성의 성과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뜻한다면, 여성은 그것을 잃은 적이 없고 따라서다시 살 필요가 없다. 우리가 즐거움을 느낀다면 우리는 모두 "좋은"
몸을 가졌다. 관능적으로 되려고 돈을 쓰고 굶주리고 발버둥 치고 연구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다. 어떻게든 에로틱한 관심과보살핌을 받으려면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 P285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건강한 것과 병든 것의 정의를 조작해 날로번창하고 있다. 지금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것에는 분명한 역사적 선례가 있다. 수전 손택 Susan Sontag 이 <은유로서의 질병llness asMetaphor》에서 말했듯이 "건강하다"와 "병들었다"는 대개 사회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내리는 주관적 판단이다. 사회는 오래전부터 여성을통제할 목적으로 여성을 병든 존재로 정의했다. 지금 성형수술 시대가여성에게 가하는 것은 19세기에 의학이 건강한 여성을 병들게 하고능동적 여성을 수동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의 공공연한 재연이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정상인 건강한 여성의 심리와 욕망, 충동을 병적인것으로 정의하는 고대의 의학적 태도를 넘겨받았다.  - P352

주름살에는 생각의 자취가 있고, 몇십 년 동안 웃으면 웃으면서 눈가가 부챗살처럼 접혀 주름이 생긴다. 이런 선을 "심각한 병변"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아주 섬세한 솜씨로 눈썹 사이에 정신을 집중한 흔적을 새기고,
이마에 놀람과 기쁨, 연민의 흔적, 좋은 대화를 나눈 흔적을 주름처럼길게 그려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는 동안 키스하고 말하고 울면 입가에 나뭇잎처럼 그어진 선이 보인다. 얼굴과 목의 피부가 늘어지면 이목구비가 놓인 바탕에 관능적 위엄이 생기고, 사람이강해지면 이목구비도 강해진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면 그것을감추고 싶은 비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은빛이나 달빛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이 채워지면 수영하며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사람처럼 중력을 받아들여 나머지 부분이 너그러워진다. 눈 밑이 거무스름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거기에 잘게 빗금이 그어진 것은 그녀가 참여한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풍부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녀는 이제 더 어두워지고 강해지고 느슨해지고 단단해지고 섹시해졌다. 여성이 계속 성장하여 성숙해지는 것은 보기에 아름다운 일이다.
- P368

여성의 삶에서 적어도 3분의 1은 노화가 나타나는 기간이고, 여성의 몸도 약 3분의 1이 지방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성을 상징하는 두 가지가 모두 수술해서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둔갑하고 있다. 여성이 나머지 3분의 2 기간에들 때만 건강하다고 느끼도록 말이다. "이상적인 것" 이 여성의 몸에 성적 특징이 얼마나 존재하지 않는가로 규정되고 얼굴에 얼마나 삶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가로 규정된다면, 그것이 어떻게 여성에게 이상적인것일 수 있겠는가?
- P369

 이러한 시장 창출이 진정한 의사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의 문제로 거론되지 않는 것 같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장려해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지금은 담배와 술 회사에 투자했던 병원들도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에 윤리적 투자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일부 의료계에서수익을 올리는 관계 구조가 비윤리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병원은 그러한 미덕을 추구할 여유가 있다. 늘 아픈 사람, 죽어가는 사람이 있어환자 집단이 보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은 생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환자 집단을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내, 마치 여성의 유방이 내구 소비재인 양 수영복입은 유명 모델의 전신을 보여주고 곁들여 용이한 신용 대부 조건과낮은 이율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대중이 앓는 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P373

여성에게 가장 필요치 않은 것은의 몸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는 일이다.  - P373

우리가 아름다움의 신화에 직면했을 때 물어야 할 것은 여성의 얼굴과 몸이 아니라 그 상황의 권력관계다. 이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누가 말하지? 이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어떤 맥락에서 그럴까? 누가 면전에서 여성의 외모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면 이렇게 자문해볼수 있다. 이게 이 사람이 상관할 일일까? 그런 권력관계는 평등할까? 나도 상대에게 똑같이 그런 사적인 언급을 하면 마음이 편할까?
대개 여성에게 외모를 환기시킬 때는 진정한 끌림이나 욕망에서 그러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서 그럴 때가 많다. 우리는 그러한 차이를잘 구별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자신을 해방하는 기술이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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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에서는 박사학위를 마치자 남자친구가 유방 확대수술을 해주었다는 여성의 말을 들려준다. 미국의 현재 흐름은 딸이 졸업하면 유방 확대수술을 해주고 아들이 졸업하면 전통적인 유럽 여행을 시켜주는 것이다. 캠퍼스에서 가장 빛나는 여학생도 대개는 완전히 굶주린 상태에 가장 가깝다. 여성은 유방 확대수술이나 지방 흡입술, 코 성형수술을 권력을 얻은 것[박사학위나 유산 상속, 바트미츠바(유대교에서 12~14세 된 소녀들이 하는 성인식 - 옮긴이)]에 대한 보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권력을 얻은 데 대한 해독제로도 하고, 그러도록 요청받는다.- P338


우리나라에서도 여대생들이 대학에 합격하면 취업을 이유로 쌍꺼풀, 코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건 일반적으로 여성을 일컫는다. 남성은 못생겨도 능력이 있으면 용서?가 되지만 여성은 능력이 있어도 못생기면 용서받지 못한다. 


예일대학에서는 행정관이 로즈 장학생 선발 면접을 보는 학생들을준비시키면서 "남학생들은 됐고 여학생들은 옷과 자세, 화장에 관해조언할 것이 있으니 잠시 있어요" 하고 말했다. 인터뷰 오찬에서는 남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세상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계획인가?"라고 묻고, 여학생들에게는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몸매를 어떻게 유지할 건가?"라고 물었다.- P338


62년생인 이 책의 저자 나오미 울프는 예일대를 나왔다. 이런 일이 비단 예일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1991년에 처음 발표한 이 책의 내용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사실들이 여성들의 삶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과 문화별로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양상이며 여성들은 이런 사회인식에 대해 익숙하다. 

 

여성학이 여전히 교과과정에서 주변적 위치에있고 교수 가운데 여성이 5퍼센트도 안 되며, 젊은 여성들에게 가르치는 세계관도 남성적이다. 이렇게 그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은 남성적 분위기에 순응하도록 한다. 어머니와도 떨어져 캠퍼스에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그들보다 나이 많은 역할모델 가운데 남성 아닌 사람이 거의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자기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흠모하고 모방할 여성의 이미지로 주로 제공되는 것이감명을 주는 여성, 그들보다 나이 많은 현명한 여성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과 나이가 같거나 적은 여자아이들, 정신으로 존경받는 여성이아닌 여성의 이미지다.  - P336


나조차도 이러한 사실들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어서이고, 여성학을 공부해서이고, 다락방이라는 존재를 통해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고, 북플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북플을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여성학 공부를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 읽은 수준높은 책들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성학 책들이 점점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책이 그렇듯 여성학 책들 가운데서도 문제를 보다 깊게 들여다보고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들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이 사실들, 모순, 기만에 대해 알게된다면 많은 것들이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여성의 권리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들이 모두 이런 기회를 다 갖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려면 좀 더 찾고 좀 더 관심을 갖고 좀 더 분주해야 하고 좀 더 필요로해야한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은 옹색하고 구조적으로 방해물들이 너무 많다. 그저 이 세계를 용납하고 받아들이는게 훨씬 쉽다. 더 수월하게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영향받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이고, 문화고 체계다. 



대학생의 절반은 여성인데, 전임교수 중 여성 비율은 16%[플랫]

http://naver.me/F0cuFMae




여성박사 10명 중 4명 ‘비혼족‘…˝결혼하면 연구 못해˝[과학을읽다]
출처 : 아시아경제 | 네이버

http://naver.me/IFKOSZpq




여성 지우고 ‘가족‘만 남기겠단 이들이 모르는 사실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출처 : 오마이뉴스 | 네이버

http://naver.me/GsazprKQ





여성할당제 반대? 국민의힘은 당 강령도 무시하나
출처 : 오마이뉴스 | 네이버

http://naver.me/xcud6K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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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21 1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라는 존재˝ 가 엄청나군요 ^^ 명문 예일대도 아직 저렇게 인식이 떨어지는군요 ㅎㅎ 미미님의 글이 더 많이 알려져서 인식이 바뀌면 좋겠습니다~! 전 미미님 덕분에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는거 같아요 ^^

청아 2022-02-21 11:19   좋아요 5 | URL
여기서 다락방님 못만났다면, 어땠을까 아찔합니다 물론 새파랑님도요^^* 마지막 말씀 감동이예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 참 멋진경험인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02-21 11:2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 선정하실 때 항상 여러가지 면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시더라구요. 그냥 따라 읽기만 해도 여러 영역에서 골고루 완전 ‘어려운‘ 책들을 같이 읽을 수 있어서 저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넘 좋아요.
덕분에 미미님의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그것도 좋구요. 우리 오래오래 같이 읽고 같이 써보자구요!!

청아 2022-02-21 11:28   좋아요 5 | URL
어쩔땐 거저 얻어가는것 같아 미안하기도해요. 게다가 같이 이야기나누고 북돋워주시니 이건 거의 유료로 해야하는 특별교육아닌가요?^^*
이미 함께하고 계시던 단발머리님도, 단발머리님의 사유도 부럽습니다~♡ 그럼요! 계속 쭉 함께할래요!!!

책읽는나무 2022-02-21 11:4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락방님 책 선정에 있어, 매달 완독하고 나서 정말 안목이 대단하시구나!!! 깨닫습니다.
책이 너무나 많은데 거기서 깊이 사유할 수 있는 한 권의 책!!!! 거기다 분야도 다양해~~
참 친구 잘 만났구나!! 싶어요.
알라딘 오래 버티고 있길 잘했다! 이런 생각도??ㅋㅋㅋ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사유도 공유하니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녔다는 솔직한 고백에 또 위안도 받고..배우고...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만나 수다 떠는 느낌?? 함께 읽는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거구나? 많은 걸 깨닫게 해주는 것 같네요^^

청아 2022-02-21 11:55   좋아요 6 | URL
공감합니다♡ 이 책 여러모로 아프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함께 읽고 게다가 쓰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점이 참 좋아요!! 다들 경험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니 거기서 더 배우게되고요. 나무님이 또 마침 함께 해주셔서 항상 든든하고 따뜻합니다!! ^^*

2022-02-21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1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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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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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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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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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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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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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1 13: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중학교 졸업선물로 쌍꺼풀 수술 많더라고요. 남자아이들은 전자기기 ㅠ 다락방님 글이나 댓글, 미미님 말씀처럼 참 고맙고 좋은 영향력을 줍니다 ~ 북플의 고마운 존재, 또 그런 맘을 전하시는 미미님도 고마운 존재 ㅎㅎ 저도 이 책 주문해야 하나요. 3월에 주문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ㅠㅠㅠ

청아 2022-02-21 13:47   좋아요 5 | URL
일부 단정적인 측면이 없지않아 있는데 그럼에도 나름 통찰력이 뛰어나서 감탄많이 했어요. 미니님 읽어보실만해요! 미니님도 이곳이 책들의 바다라면 제게 등대같은 존재예요~♡ 제가 여기 이런곳인줄 알았으면 이거 생기자마자 앱깔고 매일 출석했을텐데요ㅋㅋㅋ제 주변에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별종으로 살았습니다ㅠㅠ

가필드 2022-02-21 2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미님 나무님 페미니즘 철학입문 올리시는 거 보고 여성의 광기에 이어 두번째 읽고 있는데요 배우는거 많아요 먼저 북플 이웃님들 덕에 많이 알아가게 됩니다

청아 2022-02-21 20:27   좋아요 4 | URL
<페미니즘 철학입문>좋아서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보냈어요ㅎㅎ
가필드님도 도움많이 받으셨음해요! 같이 읽는다는건 참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네요*^^*

서니데이 2022-02-21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나이에 상관없이 성형수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해서, 라고 병원에서는 홍보하는 것 같던데요. 요즘 후기를 보면 전후의 차이가 상당하긴 하더라구요.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2-02-21 21:56   좋아요 4 | URL
네! 이제는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었는데 여전히, 여성들의 전유물인 성형의 이유를 이 책이 잘 설명해주고 있어요^^* 오늘은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