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테크놀로지를 말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
그건 아서 클라크의 제3의 법칙이라고 널리 알려진,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구분이 불가능하다, 라는 문구이다.
정확히 어느 에세이에서 아서 클라크가 이런 글을 썼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현대의 놀라운 테크놀로지를 언급할 때, 수많은 과학 저술가들이 아서 클라크가 50,60년대쯤 쓴 과학 에세이중에서 쓴 저 위의 문구를 인용해, 갈수록 빠르고 첨단해 되어가는 과학 기술의 경이로움을 표현하였기에, 이런저런 잡다한 과학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서 클라크의 저 문구는 그리 낯선 글은 아닐 것이다.
아서 클라크의 제 3의 법칙인,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불가능하다는 말은, 테크놀로지를 접해보지 못한, 아니 생각조차 못한 과거의 사람들이 현재의 테크놀로지를 경험해 본다면, 현대인들이 요술쟁이 지니처럼 마술을 부리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9세기의 농부가 타임머쉰을 타고 현대로 날아와 현재의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만 모든 생산 활동이 가능했던 19세기의 사람들에게 농사는 농기계가, 청소는 청소기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빨래는 세탁기가, 말대신 자동차가 특히나 핸드폰 하나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정보와 자료 그리고 검색을 한다는 것은 아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체험해 보지 못했던 테크놀로지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믿을 것이며,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우리가 우리보다 더 과학기술이 발달된 다른 외계문명을 만나면 그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과학기술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기술의 점증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세기는 그 어떤 세기보다 두드러진 과학의 세기며 테크놀로지는 과학의 상업적 성과물이다. 테크놀로지는 생활의 편리성을 가져다 주었으며, 우린 그 테크놀로지의 편리성에 익숙해, 테크놀로지의 역사가 100년도 채 안 된다는 진실을 잊곤 한다. 우리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진보적인 삶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우리가 이런 착각 속에 사는 것은 아마 생활밀착의 급진적인 기술의 진보 때문일 것이다.

21세기, 인터넷의 등장은 정말이지 놀랍고도 빠른 기술의 변화를 우리의 생활에 안겨다 주었다.
장하준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바꾸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세탁기보다 인터넷이 세상을 더 빠르게 그리고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의 기술적인 변화를 보라. 예를 들어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통신 수단이 없었다면 자료나 정보의 이동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 전만 해도 가장 빠른 통신 수단은 전화 아니면 팩스였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의 양을 전화로 전달할 수도 팩스로 보낼 수 없기에 대체로 급한 자료를 빼고는 우편으로 보내는 게 통상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 보급 이후 이멜로 통해 방대한 자료의 양이 지구 끝에서 끝까지 빛의 속도로 엔터키 하나만 누르면 보내지게 되었던 것이다. 20여년 전만해도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보내는데 수십일이 걸리던 것이, 20세기 초반에는 몇개월이 걸리던 자료나 정보의 이동이 이제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빛의 속도로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마법의 세계에 한발짝 내딛고 또 한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일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무엇인가가 발명되고 새로 산 휴대폰은 몇 달만 지나면 퇴물이 되었던 지난 10년간 말이다.
자, 그런데 인터넷 등장 이후 10년만에 놀랍고 획기적인 정보 이동의 매체가 탄생하였다. 바로 아이폰의 등장이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정보와 자료가 엔터키를 누르는 동시에 세계 곳곳에 전송되는 즉시 우리는 그것들을 손 안에서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의 하드웨어는 제 아무리 가벼워도 손 안에서 받아 볼 수는 없었다. 인터넷을 열어보기 위해 우리는 그 하드웨어인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고 부팅을 하는 일련의 시간의 과정을 거쳤지만, 아이폰의 등장은 이 모든 과정을 그 자리에서 즉시 할 수 있는 것으로, 단번에 뒤 바꿔 놓았다.
폰 하나만으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료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즉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매체가 21세기 초반에 등장하리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했던가. 아주 먼 미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끽해야 들고 다니는 노트북이 정보이동매체의 최신의 테크놀로지였지 아.마.도.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과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테크놀로지의 완벽한 매체로서의 아이폰을 만든(과연 그가 아이폰의 maker라고 할 수 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이 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가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지시하고 기술자들을 닥달했다는 점에서), 잡스의 테크놀로지야말로 우리를 마술의 세계로 인도해 준 선도자가 아닐까! 미래의 상상력에 도전하여 기술적으로 현실화 했다는 것은 클라크의 말대로 기술을 마술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는 말일 것이다.
그가 없는 지금, 우리의 미래의 테크놀로지는 어떤 식으로 진화해나갈까? 현재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기술로 짐작컨데, 아마 테크놀로지의 진화는 현재보다 더 빠르고 급진적으로 나아갈 것이고 우리는 그 마법의 세계에 그 어느 세기보다도 더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덧: 아이폰을 테크놀로지로의 완벽한 매체라고 한 말이 걸리긴 하다. 워낙 아이폰의 운용체계가 폐쇄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용체계가 폐쇄적이긴 하지만 앱이 그 폐쇄성을 상쇄하지 않나 싶다. 앱스토어의 개방성은 아이폰에게 무한대의 콘텐츠을 제공해주니 말이다. 작년에 아이패드를 사고 난 후에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아이튠즈에 들어가 뭐뭐하고 하는 그런 귀찮은 과정을 거쳤는데, 올해 그걸 단번에 해결해주는 앱이 등장했다. 앱을 설치하고 미드를 다운받아 보는 순간, 앱을 만든 사람도 대단하지만 아이폰의 단점을 앱들이 다 해소시켜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