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애가 라이트노벨인 이 멋진 세상에 폭염을!을 주문해 달라길래, 알라딘에서 주문하려고 들어왔다가 서재의 한켠인 책연표에서 이 책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책과 함께 어제가 그의 사망일이라는 글을 보았다. 갑자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저 평전을 보자니, 참, 착잡해서... 한때 나는 자서전이나 평전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저 프랭크 로이드 평전을 끝으로, 더 이상 평전이나 자서전을 읽지 않는다.
벽돌만큼이나 두꺼웠던 평전들, 예를 들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만큼이나 두꺼웠던 트뤼포나 캐서린 그레이엄같은 평전을 읽고 난 후의 완독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권의 평전을 다 읽었다는 건, 한 인물의 전체 인생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다채로운, 풍속, 정치, 문화, 시대 정신 등등을 알 수 있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유용함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이후, 평전이나 자서전을 읽지 않게 된 계기가, 글이란 게 작가의 취사선택으로 한 사람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 작가의 취사선택으로 한 인간을 재단한 것이라면 굳이 벽돌같은 두꺼운 책보다는 위키피디아를 통해 간략하게 한 인물의 업적이나 성과를 알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평전에는 씌여있지 않는 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유부녀와 바람을 피워 그 여자와 그녀의 아이들과 사는 동안, 그들을 돌봐준 흑인 집사에 대한 모욕과 부당한 처사로 인해, 그 흑인 집사가 라이트가 집에 없는 동안, 그의 부인과 아이들을 다 살해한 사건이었다. 저 평전에는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다. 심지어 이 사실을 알고 서점에 가서 다른 작가가 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평전을 흝어봤지만, 이 사실을 언급한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그 때가 한 칠팔년 전인가. 그때 오프 서점의 평전 코너에 가서 두 세권의 라이트 평전을 한참동안 흝어보았지만, 이 가십성의 글은 어느 작가의 책(다 벽돌처럼 두꺼웠는데도 말이다)에도 선택되지 못 한 채, 한 인간을 그럴싸한 가난한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이 스탈을 구축한 건축가로 포장되어 있었다.
어제 이런 프랭크 라이트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며, 서재에 나왔는데, 오늘 이 책 읽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다.
부디 이 글을 회고록으로 생각해 달라, 작가가 거짓말을 한 회고록, 실은 사람들을 믿게 만들었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인종, 성별, 계급, 신조였음이 밝혀졌기 때문에 경악스럽게도 나중에 불신을 당하는 그런 회고록 중 하나로 생각해 달라. 내겐 완전히 반대되는 문제가 있다. 나는 내 말이 더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게 하려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p15
이 대목 읽는데, 세상의 모든 평전 작가들이 조 윌트의 이 대목을 새겨 들길 바라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