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년 전 오키니아와 놀러갔을 때, 제일 먼저 들린 곳이 오키나와의 명동이라 불리우는 냐하였고 그 다음 방문한 곳이 바로 태평양전쟁전사기념관이었다. 이 기념관의 위치가 태평양 바다와 접해 있고 그 날 날씨가 구름 한점 없이 파래, 기념관을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대충 흘려 듣고는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기념관 울타리로 향했었다. 가이드의 말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 이렇게 이쁜 파란 하늘이라니....맘이 한껏 설렜다. 가이드는 우리 가족이 이 기념관의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기념관 주변을 둘러보라고, 몇 분 후에 어디에서 만나자고 하곤 자리를 떴다.

 

나는 가족들과도 떨어져 기념관의 풍경을 둘러보다가, 태평양전사자들이 묻힌 묘비가 늘어서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용산전쟁기념관의 6.25 전사자명이 새겨진 커다란 메모리얼 비석을 떠 올리며, 묘비를 들려다 보는데, 순간 콧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일렬도 늘어선 묘비에 씌여진 이름 밑에는 21살, 22살 내 나이의 반도 안 되는 청년들이 덩그런히 거기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죽음을 당해 그 땅위에 묻혀 있는 젊은 그들을 생각하니, 순간 눈물이 나왔다( 나햐에서 이들에게 바칠 꽃이라도 살걸!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돌아오기만을 가족은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수십년 후 태평양의 한 섬에서 젊은 나이에 죽음을 당한 그들을 위한 위령비가 세워졌다고 통보받을 때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누구를 위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여기 이 자리에 묻혀야 했나? 

 

그리고 결국 많은 내 안의 질문끝에, 나는 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몰랐지? 아까 가이드분이 수만명의 한국청년들이 태평양전쟁 이 곳에서 죽음을 당하고 묻혔다고 했는데...도대체 나는 우리 나라 역사의 무엇을 배운거지? 왜 우리 역사가 아닌 외부에서 이런 사실을 알았을까?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태평양에서 죽어 묻혀있는데, 왜 나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에서 잠깐 보고 말았을까?? 이 정도 대규모의 전사라면 후세들에게 전달해줘야하는 게 역사적 의무 아닌가?  이 드 넓은 땅에 셀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묘비가 세워져 있는데, 왜 이들의 죽음은 역사책 한 귀퉁이조차 서술되지 않았던 것일까? 삶의 반도 펴 보지도 못하고 개죽음당한 이 젊은청년들의 죽음이 왜 잊혀져야하고 기억되지 않는지? 아니 왜 역사의 빈페이지로 남아있어야하지! 왜 우리의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조명하지 않는가?

 

답은 안다. 한일협정과 친일 기득권 세력과 역사가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숨기고 왜곡하고 덮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2.  역사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덮여있는 역사를 걷어내고 용기있게 맞서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만이 역사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강간당한 역사를 다시 끄집어내 일본의 만행을 세계적으로 환기시킨 아이리스 장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리스 장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한테 들은 난징대학살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하여 신념과 열정을 바쳐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라는 작품을 쓰고 그 작품으로 목숨까지 잃었다.  

아이리스 장은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태어나 일리노이 주 샴페인- 어바나에서 자랐다.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난징에서 일본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들으면서 자랐다. 그녀는 이 거대한 범죄가 잊혀진 역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The rape of Nanking>을 썼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폭로한 이 책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장은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다큐멘터리 작가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난징 희생자들을 위해 싸우는 행동주의자이자 미국내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된다.

 

이 책은 1937년 난징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생생히 되살려, 영어로 씌여진 난징대학살에 대한 훌륭한 첫번재 보고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본학자들과 일본의 우익세력은 아이리스 장의 책은 사실 왜곡과 날조라고 반박하며 아이리스 장에게 전화와 메일, 시위 등의 방법으로 협박하였고 일본에서 한 출판사가 번역 출판하려고 하자 대규모 규탄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시체가 캘리포니아 외곽 로스 산또스 고속도로에서 발견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부터 일본 우익 단체의 집요한 협박으로 그녀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그로인해 인해 그녀 나이 36살, 2004년에 총을 쏴 자살한다.

 

이 책은 난징에 남아 있는 수십만 개의 주인 모를 무덤에 바치는 묘비명(316p)이다. 난징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한 이 책은,  사진기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들과 기사와 살아 남은 자의 증언과 그 곳에서 중국인들을 일본군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외국체류자들의 일기와 편지등을 토대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수된 중국군 포로들의 머리가 나란히 있는 사진, 포로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입술 사이로 담배꽁초가 물려진 중국군의 목이 철조망에 올려져 있는 사진, 의자에 묶여 반복적으로 강간당한 소녀의 사진, 강간당하고 수족을 절단 당한 사진등과 그것도 모자라 무카이 토시아키와 노다 타메시 소위의 100인 목 베기 시합등 너무나 끔찍하고 잠혹한 사진과 기사 그리고 체류 외국인이 쓴 글은 역사적 진실을 한 치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일본군의 난징침략으로 죽은 사람은 영국군의 드레스덴 공습과 이에 뒤이은 화재폭풍으로 인한 사상자 수 (당시에는 22만 5천명의 사상자가 국제적으로 인정되었지만 최근에사망 6만명, 부상 3만명이라는 좀 더 객관적인 수치가 제시 되고 있다) 보다 많았다고 한다. 사실 난징대학살로 죽은 희생자 수는 최소 26만명에서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되며, 죽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일본군은 구덩이를 파 시체를 쌓아놓거나 불에 태우거나 아무데나 버려 곳곳이 시체들로 가득 찼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불행한 역사적 사실과 직면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 책은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3. 중부정부와 우리 나라 정부의 역사적 사실을 대하는 행동은 다르다. 중국정부는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만들고, 난징대학살 때 일본의 만행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려고 애썼으며 결국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4, 우리 정부의 한일역사는 그 많은 젊은들이 죽었던 태평양 전쟁은 한일협정으로 더 이상 일본에게 뭔가를 요구하지 못한 채 박정희가 오키나와 전사기념관에 위령탑을 세운 것이 전부고, 2015년 중국의 난징대학살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을 때 우리는 위안부 합의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하였다.

 

5. 중국은 난징대학살이 역사적으로 잊혀지고 있을 때 아이리시 장이 집요하게 난징대학살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1997년 <난징대학살>이란 책을 출간했고, 일본 우익의 살해위협을 받으며 결국 2004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는 일본우익을 대변하며  박유하란 교수가 위안부는 자발적이었다라는 책을 내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우리 지식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자신의 견해는 학문적 자유라고 주장하는, 이런 지식인을 가진 대한민국이 창피하고 부끄럽다.

 

덧: 예전에 쓴 리뷰에서 자기표절했고, 박유하의 학문의 견해를 검찰이 기소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합니다만, 그녀의 역사적 시선이 학문적 자유라기 보다는 왜곡에 가깝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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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3-26 10:08   좋아요 0 | URL
읽고 반성했습니다 저도. ㅜㅜ
역사를 들추는 것이 역사가 또는 문학가의 일이라면 그것을 읽어내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읽는이들의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왜 읽는지 읽어야히는지를 또 다르게 생각해봅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기억의집 2016-03-26 10:26   좋아요 1 | URL
대한민국 돌아가는 게 답답하죠! 요즘은 가슴에 돌덩어리 달고 사는 느낌이에요. 우리나라가 왜 이리 친일역사관들이 판을 치고 지식인들은 그걸 학문적 자유라고 옹호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슬프네요.

초딩 2016-03-26 10:56   좋아요 0 | URL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의 차이점을 들었습니다. 물론 맞는 말도 다 그렇지도 않겠지만,
독일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자국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죄를 미화하거나 물타기한다고요.
그래서 그것이 독일에 비해 일본은 문학적으로 한계를 경제적으로도 한계를 가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ㅜㅜ 한국은 그 비겁하고 졸열한 일본의 기질을 가지고 있으니, 일본에 비해 선진도 아니면서 못된것만 따라하니 낭패 인것 같습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잘 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역사와 같은 장치를 통해 돌이켜 반성하고 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노력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16-03-30 17:18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기억의집 2016-03-31 09:52   좋아요 0 | URL
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아직까지는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 희망했던 나는 이세돌이 불계패했다는 뉴스에 한동간 충격을 받아 얼얼했는데, 어제 저녁에 밥 먹고 딩굴거리다가 문득, 구굴의 슈미트 회장이나 딥마인드의 하사비스가 이세돌의 대국경기를 보러 올 정도면 어느 정도 이세돌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물론 우리는 인공지능 아니더라도 우리곁을 지켜주는 컴퓨터가 우리 인간의 지능보다 더 강하고 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세돌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은 인공지능은 사고의 확장이 제한되어 있다는 서브가 깔려 있었고, 남편폰이 아이폰이라 간혹 시리에게 말 걸어보면 동문서답형의 같잖은 대답만 나와, 딥러닝라는 말만 요란한, 기계에 학습 주입이라고 해 봤자 빅데이터 수집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우리가 강바닥에 22조 쳐 박아 부을 동안, 그리고 교통편의를 위한답시고 양재지하도로 건설을 계획(이게 지금 조단위의 예산이 들어갈 거라 함)하는 동안,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의 인공지능 경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우리의  현재 과학기술 현실은 딥러닝 커녕 러닝(learning)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당장 인공지능의 일자리 뺏길 걱정보다는 우리도 딥러닝의 러닝이라도 시도해야,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 식민지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어제 딥마인드의 하사비스가 이세돌에게 이기자마자 우리는 달에 도착한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릴 때 우린 러닝은 커녕 양재지하도로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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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 2016-03-10 10:56   좋아요 0 | URL
알파고와 이세돌의 싸움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본다. 바둑을 두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중간쯤 지나고 나면 다음수의 잘못되어짐을 스스로 알기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순간 강자와약자의 심리싸움이라는것이다. 벌써, 눈빛이 다르다. 왜 갑자기 눈빛이야기를 하는가하면, 알파고는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않는다는것이다. 수싸움애서 밀린다하여도 흔들림없이 제갈길로가는 알파고. !!! 이미 처음보터 지는게임이라고 정의내렸어야했다. 여기서 잠깐, 인간의 교만함을 엿볼수있다. 그럼, 인간이 만든 기계와, 진짜인간의 두뇌와싸운다? 처음부터 평ㅇ뱅선에서 출발하지않았다. 차라리, 알파고와, 또다른 기계의싸움이었다면

벗꽃 2016-03-10 10:57   좋아요 0 | URL
달랐으리라...뭐가? 기계들과의 싸움에서 진짜 승자를 가려내는것... 기계와 인간의싸움은 처ㅇ음부터 시작하는것이 아니었다.

기억의집 2016-03-10 18:24   좋아요 0 | URL
김미선님, 기계 대 기계가 붙었을 때가 더 무섭습니다. 제가 오늘 인공 지능 책 부분발췌해서 읽고 있는데, 인공지능을 만드는 연구자들은 거의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전자회로를 만드는 게 목표더라구요. 일단 인간을 꺽고 최종 같은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과 대결할 정도면, 진짜 스카이넷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거죠. 딥러닝이란 의미가 심화학습이란 의미인데, 엄청난 양의 데이터축적으로 사고를 할 수도 있는 건데, 두 인공지능이 대결할 정도면 무서운 거죠. 인공지능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까지 갈 수 있지 않겠어요.. 바둑에서 감정싸움은 의미없다고 봅니다. 예전에 김성룡구단이 이세돌과 구리 대결할 때 이세돌에게 지자 이세돌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경기중에는 경기에만 집중하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패가 확실하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 모를까요!

붉은돼지 2016-03-10 12:37   좋아요 0 | URL
오늘 대국도 기대되는군요....소생은 뭐 사실 오목이나 겨우 두는 수준입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금은 달에 도착한 것 같겠지만 언젠가는 안드로메다에도 도달하고 말것이라는 소생의 소견입니다...^^

기억의집 2016-03-10 17:35   좋아요 0 | URL
저도 바둑 모르는데, 남편이 야구 중계 아니면 바둑 중계를 늘상 봐서 귀에 자주 들리다보니 바둑은 몰라도 낯설진 않아요. 그러게요. 사람이 아닌 나중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우주를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03-10 14:09   좋아요 0 | URL
이세돌과 알파고의 결과는 예상했었는지도?
또는 예상치 못했었을 수도 있는?
제겐 그런 상황이었어요.저는 반반이었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긴 해요.
그리고 순간 두렵더라구요.
그리고 왜 내가 두려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구요.ㅜ
혼란 그 자체입니다요.^^

기억의집 2016-03-10 17:32   좋아요 1 | URL
저는 이세돌이 이겼으면 했는데 오늘도 패 같아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일자리 선점때문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컴의 발전과 동시에 많은 일자리가 생겼듯이 인공지능이 발전되면 부가적으로 일자리도 다 창출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니데이 2016-03-10 20:23   좋아요 0 | URL
오늘도 알파고가 이겼어요.;;
기억의집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기억의집 2016-03-10 20:2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뭔지 허탈한 이 맘은 뭔지 모르겠어요!!!!

별족 2016-03-11 11:17   좋아요 0 | URL
오늘 필패를 예상했다는 사람의 글을 봤는데, 완전 스릴러입니다. 구글의 사기극이죠. 기술에 대한 공포가 기업에 대한 공포로 바뀝니다그려.
기사는 짧고 원 출처는 검색이 안 되어서 이런 출처를
http://cafe.daum.net/thyroidcancer/GDad/12772?q=%C0%FC%BC%AE%C1%F8&re=1

기억의집 2016-03-11 15:49   좋아요 0 | URL
저 지금 보고 왔어요.아 이분 진작 이세돌에게 개임이멜이라도 보내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세돌 알파고 경기보면서 , 아 우리나란 인공지능 전문가가 없구나. 지금 세계가 인공지능 기술에 열 올리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오늘 나가기 전에 네이버 들어가서 알파고에 대한 댓글 읽어보고 진짜 좌절했습니다. 국가가 왜 인공지능에 투자하냐는 글 보고. 기업이 해야한다고.. 아니 도대체 국가가 왜 존재할까요? 국가가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육성하면 안 된답니까? 투자 하고 나중에 성공하면 법인세 쎄게 받으면 돼지. 기업이 안하면 정부라도 마이너 기술에 투자했더라면 선지적이지 않나요?! 이세돌이 아무 정보 없이 대결한 거 보세요. 아 정말 저 쓰면서도 열 받습니다. ㅠㅠ
 

 

 

 

 

 

 

 

 

 

 

 

 

 

 

 

 

 오늘 3월8일은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아는척하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도 페북에서 안내하는 세계 여성의 날 페이지를 보고, 아~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구나! 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여자 입장이다보니, 유엔이 콕 집어 전 세계 여성인권과 평등을 선포하는 오늘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적어도 전 세계의 모든 여성들이 오늘하루만이라도 세계 여성의 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나의 시대를 사랑하고  지금 이런 시대를 만들어 준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감사한다. 물론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여전히 남녀차별은 존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긴 하지만, 전 세대의 여성들에 비하면 나에게는 말할 자유, 표현할 자유, 소유할 수 있는 자유,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이 주어졌으므로, 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워 온 수 많은 페미니스트과 그들을 도왔던 남성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엄청난 빚을 진 셈이다.

 

언젠가 페이퍼에도 올렸지만, 우리는 현대사회의 관습에 너무나 익숙해, 과거의 모습을 현재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곤 한다.  위의 사진은 벨기에 사업가 솔베이의 지원하에, 1911년 유럽의 내놓으라 하는 물리학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솔베이회담의 한 장면이다. 이 사진에서 우리는 한 손을 머리에 기댄 채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마리 퀴리의 모습과 그 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남성 물리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흘끔 사진을 보면서, 아, 이 사진은  역사적인 순간을 포착한, 그 시대의 부분적인  모습을 찍은 거구나. 마리 퀴리가 위대한 여성과학자니깐, 남성물리학자들 사이에 있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남성물리학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골똘히 뭔가 생각하고 있는 마리 퀴리을 찍은 이 한장의 사진이, 그 당시 사회 관습상 얼마나 불가능한 장면이었는지 깨달은 것은, 1926년에 출간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나서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1926년에 씌여진, 버니지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그녀가 묘사한 당대 여성의 모습은 남성과 철저히 차별화 되고 분리된 모습이었다. 한 예로, 대학이나 도서관에서조차 여성은 출입이 불가능했으며, 여성이 대학이나 도서관에 들어간다해도 남성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걸을 수 없고, 따로 여성만이 다닐 수 있는 후미진 길로만 걸어다녀야할 정도이니, 20세기 초에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21세기를 사는 우리로서는 그 시대의 여성의 지위와 억압된 삶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20년대 서구지성의 전당이라는 곳에조차 여성의 길을 따로 낼 정도니, 20세기초에 찍힌 저 사진 속 마리 퀴리의 모습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여성의 사회 참여 모습이 아닌,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럼 20세기 이전에 왕성하게 활동한 여성소설가 제인오스틴이나 브론테자매는 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 의하면, 그녀들조차 소설 쓴다는 것을 숨기고 몰래 썼으며, 자신의 소설을 쓰기 위한 독립된 방조차 없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20년대에 들어서면서,울프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을 남성의 종속물이나 부속품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독립체로 바라보며 본격적인 여성의 평등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수 천년의 역사중에서 얼마 되지 않은 셈인 것이다.

 

물론 그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의 독립성에 대한 강연을 하기 전부터,  여성의 운동에 대한 열망과 움직임은 미국에서 일기 시작했다. 초기 여성운동가들의 움직임은 참정권 획득 운동이었다.  남성과 같은 지위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었고 남성과 같은 지위를 얻는다는 것은 평등을 위한 싸움이었으며  무엇보다 법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아니었다.. 초기 여성운동가들이 참정권을 얻기 위해 기득권 남성들과  힘겨운 투쟁을 하는 동안,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참정권 부여에 소극적이었으며 심지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의 비리를 탐사했던 기자인 아이더 타벨조차 여성참정권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반대했었다. 

 

그러나 초기 여성운동이 많은 여성의 동조를 얻어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의 투쟁에 동조하는 남성들도 있었는데, 프랭크 바움도 그 중 한명이었다. 몇년 전에 오즈의 마법사를 쓴 열혈 공화당원인 프랭크 바움의 평전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읽으면서 놀라웠던 건, 프랭크 바움이 여성참정권 획득을 위해 자신의 평생 과업으로 삼았다는 것. 우리는 이 작가를 단순히 유명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지만, 바움은 여성참정권을 얻기 위해, 여성운동가들과 함께 지역신문을 내고 집회에 참석했으며, 한편으로 남자 아이(프랭크 바움은 아들만 셋 있었다 )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아닌,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획득 염원을 위해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오즈의 마법사를 집필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잠깐, 프랭크 바움의 평전 이야기 좀 더 해 보련다. 프랭크 바움의 평전은 너무나 유명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집필하게 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서술한 것이지만, 이 동화의 탄생 배경과 함께 초기 여성운동의 모습이 잘 그려졌는데, 바움이 초기 여성 참정권 운동의 지지자였고 실천가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의 평전만큼 19세기 말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잘 그려낸 평전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이 평전을 읽고 나서, 간혹 투표권리를 행사 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를 반성하였다. 얼마나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참정권을 얻기 위하여 헌신하고 투쟁하였는지, 얼마나 참정권을 간절히 원했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나의 투표권리를 꼭 행사하였다.

 

우리 세상이 수천년동안 불평등과 편견이라는 엔진이 달고 세상을 움직이고 있을 때,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면서,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바람직한 세상으로,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편견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세계로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 만약 페미니스트란 말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면, 평등주의라는 이념으로 타인을, 세상을 계속해서 바라봐야한다. 링컨은 미국의 독립 선언문이 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단언했는지 청중에게 물어본 후, 그는만민평등에 대해이렇게 대답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든 인간은 이미 평등을 달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이런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설령 완벽하게 달성되지 못하더라도 늘 추구하고 노력하면 끊임없기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하나의 목표라고 말이다. 이 말은 차별이나 편견이라는 이름하에 놓여졌던 , 여성, 흑인, 동성애의 평등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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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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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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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0 0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6-03-09 11:01   좋아요 0 | URL
서양 여성운동 첫무렵에 참정권 운동도 틀림없이 있었지만, 두 가지 여성운동도 더 있었어요. 하나는 `생존권(출산권)` 운동을 했던 마거릿 생거(마거릿 생어)입니다. 다른 하나는 `노동권` 운동을 했던 마더 존스예요. 참정권 운동을 한 여성은 거의 중산층 이상이 대상이었다면, 생존권 운동하고 노동권 운동을 한 여성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소외되고 아픈 여성`이 중심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주류운동은 언제나 정치참여 쪽으로 기울어지기에 여성운동을 연구하는 분들도 거의 다 참정권에만 눈길을 맞추더군요.

마거릿 생거라는 분이 했던 생존권(출산권, 산아제한) 운동은 `남성이 요구하는 잠자리를 여성이 거부할 권리`하고 `남성이 잠자리를 요구할 적에 남성이 피임을 하도록 요구하는 권리`에다가 `남성은 욕구해소를 넘어서 육아와 가사를 여성한테서 배워서 함께 할 것을 바라는`, 여기에 `남성과 여성 모두 청소년기에 성교육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이 네 가지가 핵심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튼, 여성의 날이 달력에 적힌 딱 하루로 그치지 말고, 언제나 서로 평등하고 평화로운 살림이 되기를 비는 마음이에요...

기억의집 2016-03-09 22:1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마거릿 생거에 대해서 찾아봐야겠어요. 제가 여권운동에 대한 역사를 검색해 보니 인터넷에는 그렇게 유용한 자료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읽은 사회서적들과 여러 책들의 기억에 의존에서 쓴 거였어요.

아무래도 참정권이 법을 여성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에, 참정권의 획득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거든요. 생존권운동도 결국 입법의 문제였기에 아마도 참정권에 촛점을 맞추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페이퍼에의 글이 길어질까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미국 여서으이 26년 참정권 획득 이후에도 스위스 같은 나라는 여성의 참정권이 1970년에야 가능했으니 사실 20세기가 여성이나 인종차별이나 동성애차별에 대한 투쟁의 역사였더라구요~ 그리고 숲노래님이 언급하신 마거릿 생거가 주장한 생존권 문제는 서구쪽에서는 많은 부분 실현화 되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는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유교문화가 뿌리박혀 있어서... 그걸 거부하면 김치년 이러니 참.. 과도기겠죠!


다락방 2016-03-10 10:07   좋아요 0 | URL
와, 기억의집님. 이 글 정말 좋으네요. 마리 퀴리 사진은 일전에도 한 번 페이퍼 쓰셨던 기억이 나요. 그렇지요?

프랑크 바움, 사실 전 그동안 관심도 없었는데, 이 글 읽고나서 평전 읽어볼 생각을 갖게 되네요. 지금 당장 검색해볼게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기억의 집님!

아! 오즈의 마법사도 읽어봐야겠어요.

기억의집 2016-03-10 10:51   좋아요 0 | URL
네, 지난 번에 올렸던 글에 덧붙혀서~

저는 예전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평전 읽고 더 이상 자서전이든 평전 안 읽어요. 자서전이든 평전이든 진실을 말하진 않더라구요... 바움은 서점에 갔다가 오즈의 마법사 작가여서 궁금해 들춰보았다가 저런 면이 있구나 싶어 구매해 읽었던 작가였어요. 하도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좀 특이한 인물이긴 해요.
 
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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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북스피어나 황금가지 페이지가 있다는 것, 오늘 첨 알았음. 명색이 열혈 쟝르 팬인데.... 지금까지 세상 참 좁게 살았구나 싶다.

이것도 문동에서 나온 미야베 미유키의 음의 방정식, 아니였다면 페북에 이런 페이지가 있는 줄도 몰랐을 건데. 이번에 출간된 미미여사의 음의 방정식은 거의 독자사기에 가까움. 아니 한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그것도 읽는 도중에 딸냄이 엄마 감자튀김 해 줘,라고 해서 감자튀김하는 칠팔분 빼면 한시간 분량도 안 되는 책을 만원에 파는 사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잔머리임!! 어휴.. 쌍욕이 막 나옴.

차라리 미미여사 전담 출판사인 북스피어에 넘겨 에소프레소 시리즈로 출간하게 하지. 에소프레소 시리즈로 출간되면 한 칠천원 하려나! 내용도 그냥 딱 단편소설정도의 가벼움이더구만.

신경숙 표절로 문동 욕 바가지로 먹을 때도 난 문동을 그렇게 고깝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일단 이 출판사가 한국문단에 기여한 바가 크다. 예로 창비와 문지, 그리고 조중동의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답답한 문학권력의 구조를 깼고, 그나마 다양한 신인발굴이나 순수소설이라는 껍데기 문학에 대한 집착보단 여러 종류의 번역 소설을 발굴해서 출간했으니깐. 게다가 알라딘이나 예스 리뷰어들, 책에 관한 한 전문지식을 가진 직원을 학벌에 상관없이 기용한 점이 문동에 대한 신뢰를 다져왔는데, 이번 음의 방정식 출간은 문동의 욕심이 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꼭 그 책을 양장본으로 멋드러지게 만들어 출간할 만큼 미미여사의 중요작도 아닌데 말이다.

내 속좁은 추측으론 이번 문동의 미미여사의 음의 방정식 출간은 작은 출판사의 밥그릇 빼앗아 먹는 못난 놀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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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01 08:40   좋아요 1 | URL
이번 미미여사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거네요. 분량이 긴 편은 아니군요.
기억의집님 , 행복한 3월의 첫날 되세요.^^

기억의집 2016-03-09 22:13   좋아요 1 | URL
서니님, 댓글이 너무 늦었죠. 제 북플에는 서니님 댓글이 안 떠서 지금까지 몰랐어요. 컴에 들어와 확인하니 꽤 오래전에 쓰셨네요. 죄송해요~

너무 짧은데다 가격이 쎄서 기만당한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알라딘이북으로 북스피어 짜라시 다운 받아 읽으니, 저 양반 주인공으로 단편 네편을 만들 예정이고 이게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머진 저 가격주곤 못 살 것 같아요.

서니님 편한 밤 되세요!

붉은돼지 2016-03-08 12: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북스피어 에스프레소 시리즈 모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요....워낙 모을 게 많아서..ㅜㅜ
아직 헤밍웨이 한 권 밖에는 못 모았네요 ㅎ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16-03-09 22:15   좋아요 1 | URL
에스프레소 시리즈 괜찮아요. 분량이 짧아 금방 읽고, 아 테드창만 빼고요. 휴대성도 있어서 어디 갈 때 저 한권 가져가면 갔다왔다 다 읽을 수 있어요~ 초기 에소프레소는 가격대가 괜찮은데......
 

 

보스톤 다이나믹스에서 유투브에 올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이족보행로봇 아틀라스의 동영상을 보니, 인간의 멸망은 과학자들이 강조하는 핵무기에 의한 것이 아니고,  결국 인간 진화의 끝자락에는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지고, 로봇 종족만이 살아 남아 이 푸른 지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의 노동력 대체가 로봇일 것이라고 예견하는데, 로봇의 노동력 대체와 A.I. 로봇의 서비스 대체는 자본에 의해 살아가는 인간의 생산과  소비를 더욱더 위축시키고, 결국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필요없는 종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그리고  필요없는 종이란 각인을 우리의 유전자가 빨리 흡수해 다음 세대에 더욱 더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함을써 인구 절벽에 다다르는 것은 아닌지. 지금 세대들도 애 낳아봤자 가진 자들의 노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독신이나 하나로 만족하는데, 로봇이 노동력과 서비스를 대체하면 인간종을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한 거 아닌가. 이 지독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움직이고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내가 읽은 A.I의 최고작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프라이데이이다. 이 책 읽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로봇은 상상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던 것이었는데, 이제 상상의 세계가 아니고 현실이 되기 시작하였다.

 

로버트 하인라인은 남성 A.I가 아닌 여성 A.I를 만들어냈고(남성이 아니고 여성이 주인공이라니, 이 발상만 해도 이 작품이 걸작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중 하나고 로빈스 크로소의 프라이데이와 전혀 다른 종속이 아닌 독립된 주체로 비유함으로써 작가의 미래적 비젼이 드러났다), 프라이데이의 활약상은 액션영화의 남자주인공 버금 간다. (이 작품이 하인라인 말년 작품인 1982년작인데, 영화 에이리언 II 의 시고니 웨버만큼이나 전투적이다)

 

이 책은 마초 같이 생긴 하인라인(외모는 남성우월주의로 가득 차게 생기지 않았음?)의 진보적인, 21세기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보성이 두드러진 작품인데, 그의 진보적인 상상력이 현실이 될 줄이야. 이번에 보스톤 다이나믹스에서 선보인 아틀라스가 저렇게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하인라인의 소설속 인공지능 로봇인 프라이데이가 탄생하는 건 시간이 걸릴 뿐 곧 다가올 미래의 우리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SF작가들의 일개 공상이라고 치부하며, 그들의 미래 상상적인 비젼을 책으로 읽을때만해도 즐거웠는데, 막상 인공 로봇이 우리 시대에 현실화될 수 있다니, 아무래도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 사피엔스로 사라지거나 혹은 하인라인의 또 다른 SF 소설인 우주의 개척자들처럼 다른 행성을 찾아 거기 행성땅을 개척하고 밭매고 살아야 할지도.

 

한편으로, 아틀라스 로봇 동영상 보며 암울한 미래가 그려지다가도, 22조를 강바닥에 쳐 박는 것보다 암울한 미래가 올 수 도 있지만, 저런 로봇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에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것에 실패를 하더라도,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3월 9일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있다. 혹자는 알파고의 승리를 점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은 무리라 이세돌의 승리를 예언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까지는 인간의 편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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