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 E=mc²> 가 웅진출판사에서 재출간되어, 내 스마트폰 알라딘 화면 속에 추천목록으로 떴길래, 이 책의 재미난 일화가 생각나 서재에 들어와 끄적거려 본다. 워낙 잘 만들어진 책이라 다른 출판사가 작가와 재계약해 재출간할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재출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 E=mc² 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방정식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누구나 다 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이 방정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과학 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쓴 대중과학서인데, 이 책이 과학책이긴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얽힌 일화와 이론에 불과한 방정식을 실제 핵으로까지 발전시킨 아인슈타인 이후의 여러과학자들의 역사적 기록과 비화를 다뤄,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데, 그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이 책의 집필 동기이다. 그가 이 책에 쓴 서문(생각의 나무판)을 빌려 잠시 여기에 쓰자면, 

<프리미어> 라는 잡지에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디아즈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말했다. 디아즈의 대답은 이랬다. "글쎄요, E=mc²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 그리고는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디아즈는 "농담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내가 그 기사를 큰소리로 읽자, 모여 있던 친구 중 하나가 "디아즈가 그걸 정말 알고 싶었을까?"하고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으나 방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 건축가, 프로그래머 두명, 그리고 역사학자인 내 아내까지도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디아즈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 역시 그 유명한 공식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 나는 한가지 생각에 사로 잡혔다. 누구나 E=mc² 이라는 공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공식이 너무 단순해 보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겠거니 했던 사람들은 공식을 이해하려하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상대성 이론을 다룬 책들은 제대로 씌여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상대성 이론의 모든 것을 담은 또하나의 해설서를 쓰거나, 그동안 지겹도록 많이 씌여지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또 하나 보태는 대신,단지 E=mc² 에 관해서만 써 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중대한 한가지 이유는 E=mc²이 아인슈타인의 방대한 업적중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공식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읽게 해 준 책이 바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이 책을 읽고 부터이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내가 처음 과학책다운 과학책을 접한 건,  <모든 것을 바꾼 사람>이란 맥스월의 전기였다. 솔직히 맥스웰의 평전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흥미가 생겨 구입해 읽었지만, 맥스웰의 일상의 편린만 눈에 들어오고 전체적인 삶을 이해했다뿐이지 그가 남긴 과학적 업적이 무엇인지 읽으면서도 잘 몰랐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과학적 이해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넘겨, 다 읽었다.  맥스웰의 평전 이후  왠지 과학책을 한번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나서 두번째 선택한 과학책이 바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작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맥스웰의 전기처럼 딱딱하고 용어도 낯설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는 그런 책을 두번째 과학책으로 선택했다면, 어쩜 나는 두번 다시는 과학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 인생에서 과학이란 용어는 특정 집단의 성과물이나 스마트폰같은 과학기술의 한 분야로만 인식되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아주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정말 과학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싶어, 과학책에 대한 오기라고 할까, 호기심이라고 할까, 여하튼 뭔가 색다른 걸 읽고 싶다는 발동이 걸려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아인슈타인을 숭배하는 독자가 되어, 아인슈타인과 관련된 양자역학까지 넓혀져 읽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EBS에서 방영된 빛의 물리학 다큐 1부중 베른에 보존되어 있는 아인슈타인 집 내부

 

보더니스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 E=mc²에 관해 썼지만, 그의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도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아인슈타인은 천재이다란 의미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의 위대성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EBS에서 발간된 <빛의 물리학>의 PD 정영두가  왜 빛을 알기 위하여, 제일 먼저 아인슈타인을 거론했는지,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해 1905년을 재현하기 위하여 스위스까지 날아가 그의 자취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는지, 다큐를 보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나 또한 아인슈타인을 읽으면서 버켓리스트란 간절하게 내 인생에서 해 보고 싶은 목록을 짰는데, 거기 목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바로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 1905년의 역사적 기록을 찾아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5편의 논문을 발표한 1905년으로 돌아가 그가 일한 베른특허청에 가 보고, 그가 그의 동료였던 베소와 담소를 나누었던 카페나 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였기에, <빛의 물리학> 다큐를 보면서 느낀 전율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은, 지난 달에 영등포에 사는 김모씨가 만든 자신의 무한동력 영구기관은 열역한 제 1법칙을 위배했다는 그 열역학 제 1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에서 시작 된다. 모든 질량은 어떤 변화를 가해도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란 점을 기억해 두자.

 

 E=mc²에서 E는 에너지를 뜻하고 M는 material 질량을, C는 빛의 속도 celeritas를 의미한다. 수 백년동안 에너지와 질량은 별개다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질량과 에너지는 같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말은 예를 들어, 우리가 들고 읽고 있는 한 권의 책의 질량이 그 질량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다라는 이 비범한 통찰력은 그가 평생을 뒤쫓는 빛과 관련있는데,

아인슈타인의 공식은 그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가를 보여준다. 어떤 질량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계산해낵 위해서는 빛의 속도의 제복이라는 엄청나게 큰 환산 인자가 필요하다. 그 환산 인자와 물질의 질량을 곱하면, 그 물질이 내 뿜을 있는 에너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변환되는 질량이 클수록 더 무시무시한 힘이 방출된다. 1 파운드의 질량을 m에 자리에 대입하고c²에 해당하는 거대한 수 448,900,000,000,000,000을 곱하면 , 원칙적으로 100억 킬로와시까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치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발전소가 생성해 낼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큰 수치이다 (생각의 나무판, p 111~112) .

아인슈타인 이전 그 누구도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것을, 그리고 에너지와 질량이 빛과 만나면 어떤 역활을 하는지 연결도리를 찾지 못하다가 아인슈타인에 이르러, 그의 빛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핵을 만들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간단한 방정식은 결국 우리 인류에게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고, 이 책은 이 방정식을 시작으로 어떻게 핵이 만들어졌는가하는 역사적 과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하나의 원자핵에서 나올 수 있는 에너지는 적은 양이어서 자칫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상징적인 이론에 불과했다가, 1933년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인근의 다른 원자핵을 순차적으로 붕괴시키는 연쇄반응을 이용하면 우라늄 원자핵 하나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수조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발견의 발전가 바로 원자력이나 원자폭탄인 것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을 소개하는데 있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글솜씨는 감탄스럽기까지 하지만, 사실 나는 언제나  이 방정식을 보면서, 두 개의 마음이 공존하는데, 이 방정식으로 인해 원자력을 만들어 그 에너지덕에 일상의 편리성을 누리지만, 한편으론 그 핵으로 인한 공포감 또한 불러일으키는 야누스적 방정식이란 것이다.

 

결국 이 공식이 위대하다 하더라도 완전(혹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저 위대한 공식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리 모두 알아야하고 파멸로 가지 않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저 방정식의 위대성과 동시에 파멸성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보더니스의 책을 소개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 이제 노후화된 부산의 고리 원전 폐쇄해야한다는 것.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4-08-07 10:3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저 책을 무척 읽어보고 싶지만, 쉽게 쓰여졌다 한들 제가 읽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는 안될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섣불리 읽을 생각을 할 수가 없네요. 과학이라면 제가 정말이지 '너무너무' 몰라서 말이지요.

이 글을 읽고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거요. 카메론 디아즈가 이 책을 읽었기를, 읽고나서 기억의집님 처럼 과학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기를 바라요. 그렇다면 정말 세상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말이지요.

기억의집 2014-08-07 23: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젤 궁금했어요. 이 책을 과연 카메론 디아즈가 알까 하고 말이에요. 여기저기 몇 군데 찾아봤지만 카메론 디아즈가 이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아요. 디아즈에 대한 언급이 저 때 이외엔 없더라구요~

저도 과학에 대해 잘 몰랐다가 읽어보니 소설분야만큼이나 요란한 곳이더군요. 글 잘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미국은 정말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라던데, 그 말이 맞나봐요.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세요. 전 요즘 도서관에 신세를 많이 지네요~

군자란 2014-08-07 15:33   좋아요 0 | URL
열심이 읽고 계시네요^^ 이 더위에 화이팅!!!

기억의집 2014-08-07 23:39   좋아요 0 | URL
할줄 아는게 읽는 거라서...읽긴 읽는데,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네요. 스마트폰을 끊던지, 아니면 알라딘을 열심히 들어오던지 해야겠어요~ 오늘 말복이라던데 날씨가 밤 되니 선선하네요^^

2014-08-09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9-20 10:51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일단은 이 책을 꼭 한 번 찾아서 (도서관에서) 읽어봐야겠다, 다짐했어요.
(어려울까요?T.T.)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한 가지. 고리원전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꼼꼼히 읽어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유민아빠, 사진..... 기억의집님이 댓글 다실때마다 유민아빠 생각나고, 세월호 생각나고, 아이들 생각날 거 같아요.... 잊지 말고, 기억할께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370원 오른 5580원이라고 뜬 기사를 읽었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자영업자나 기업주입장에서 보면 사실 그 최저 임금도 벅찰지 모르겠다만, 5580원은 물가를 감안하면 적어도 너무 적다.

 

올 상반기에 언니와 내가 장사 좀 해 보겠다고 이리저리 장사할 거리를 알아보면서, 자영업의 가장 걸림돌이 임대료와 인건비 문제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와 언니는 인건비를 좀 더 후하게 주자는 쪽이긴 한데(언제나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루 매상 삼십만원이 넘어도 사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올해는 자영업에 대한 계획을 져버렸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둘이 하루종일 번갈아 가며 주말도 없이 운영해야 한사람당 백오십에서 이백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요즘 세상에 백오십에서 이백이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거 벌겠다고 주말까지 반납하는 건 생각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게다가 알바까지 쓴다면 저 금액조차 가져가기 힘들다.

 

자영업을 알아보면 가장 먼저 인건비문제에 맞부닥뜨리게 되었는데, 사실 임대료만 낮춰져도 좀 더 높은 인건비 책정은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구조가 부자들을 위한 받침대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고 할까나.

 

우리집는 상봉코스트코와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에 있어, 캐리어 끌고 자주 왔다갔다했는데, 간혹 엘리베이터벽에 붙어 있는 아르바이트 공고문을 볼 때가 있었다. 근데 말이다. 여기 시급이 알바치고는 제법 쎄다. 근 만원에 가깝다. 올해는 회원권을 끊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작년 기준으로 9천원 가까이 주었으니, 올해는 아마 시급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코스트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궁금했다. 우리 나라 최고 유통기업인 이마트보다 더 많은 시급을 주는 회사다보니, 미국 자본주의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코스트코에서 왠일로 왜 이렇게 시급을 많이줄까?하고 말이다.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읽어봐도 미국의 노동시장은

근로자에겐 너무나 열악하고 혹독하다. 시급은 시급대로 낮고 복지는 개뿔,  근로자의 환경이 최악인데다 핑크빛 미래가 없어 보일 정도로 암울해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을진데, 어, 왠일로 미국의 코스트코는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나라 최저입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줄까?  두배는 아닐지라도 두배에 가까운 입금을 지불하는 회사라니! 궁금하다.

 

그래서 검색하다가 조선 비즈에서 코스트코 창업주인 짐 시네갈과 인터뷰한 기사를 읽게 되었고 미국에도 이렇게 돈 많은 창업주중에서 근로자에게 소득과 분배를 나눠주는 창업주가 있구나, 하고 싶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여기에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
“품목별로 가장 좋고, 싸며, 제일 큰 하나만 공략…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게 우리의 힘”

시애틀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동쪽으로 30㎞쯤 달리니, 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는 세계 최대 창고형 할인점 기업인 코스트코(Costco) 본사가 보였다. 미국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 또는 ‘전설(legend)’로 불리는 코스트코 창업자이자, 29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짐 시네갈(Sinegal·76)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회장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자 9㎡(약 3평)짜리 칸막이 수십 개가 펼쳐졌다. 복도를 걷는데 한 칸막이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짐입니다”라며 손을 불쑥 내밀고 나왔다. 하얀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시네갈 창업자다. 그의 집무실에는 유리창과 문이 없었다. 그래서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크기도 일반 임원 사무실과 거의 똑같았다.

 

시네갈 창업자는 “저희 회사는 신입사원이든 CEO든 따로 방이 없습니다. 또 서로 이름으로만 부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티셔츠에 붙은 명찰에는 ‘짐, 1983년부터 직원(JIM, employee since 1983)’이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놓고 있는 그는 되도록 첫 벨소리에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매주 평균 50여 통씩 고객들에게 직접 편지 답장을 보낸다. “매일 최소 6~7번에서 최대 12차례 매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지켜보는 게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그의 별명은 ‘진솔하고 실천적인(down to earth)’ CEO이다.

 

시네갈이 1983년에 창업한 코스트코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誌)가 선정한 ‘포천 500대 기업’ 랭킹에서 24위(2012년)이다. 마이크로소프트(37위·매출 699억달러)나 아마존(56위·480억달러)보다 높다.

 

미국을 포함한 9개국에 매장 592개, 임직원 12만8000여명, 멤버십 회원 6400만명, 889억달러(약 101조원)의 매출…. 지난해 이런 ‘성적표’를 달성한 코스트코는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시기인 6년 만에 매출 30억달러를 달성했고, 주가와 매출은 상장 당시인 1992년과 비교해 각각 800%, 700% 올랐다.

 

월마트와 카르푸가 한국에서 2006년 철수할 때도 버텼던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 유통 기업이다. 코스트코의 서울 양재점 연간 매출(약 5000억원)은 세계 코스트코 매장을 통틀어 1등이다.

 

“월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은 가격을 어떻게 하면 높게 책정해 이윤을 늘릴까 고민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더 낮춰 이익을 최소화할지 고민하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존 뮬린스·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시네갈 창업자에게 직접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으로 4가지가 돌아왔다. 첫째, ‘법에 복종(obey the law)’이다. 편법을 동원한 로비와 관시(關係)가 절대적인 중국 시장에 코스트코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중요 이유 중 하나는 이 원칙의 훼손을 우려한 때문이다. 둘째는 ‘고객을 정성껏 대우하라’이다. 코스트코는 창업 때부터 ‘마진 15%룰(rule)’을 엄수한다. 마진이 더이상 생길 때는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혜택을 나눠준다.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20~25%), 백화점(50%)의 마진율보다 크게 낮다. 다음은 ‘직원에게 최고의 혜택을 준다’이다. 코스트코 직원들의 연봉은 유통업계 평균보다 40% 정도 더 많다(시간당 평균 20달러). 매출의 1.25%(지난해 11억1200만달러·약 1조1391억원)를 직원 건강의료보험 및 복지혜택에 쏟아붓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품 공급업자를 똑같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존중한다”고 했다.

 

“주주(株主)에 대한 보상은 맨 마지막으로 신경 쓸 일입니다. 월가는 매주 월~목요일까지 실적으로 회사를 평가하지만, 저희는 50년 뒤까지 평가받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고객이 구입하는 제품의 품질을 희생시킬 수 없고 직원들의 행복도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Weekly BIZ는 2년여 동안 공을 들여 시네갈 창업자를 본사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올 1월 CEO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사회 멤버로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영원한 ‘코스트코 맨’인 그를 통해 세계 5위 소매기업 코스트코의 ‘정신’과 ‘비즈니스 세계’를 해부했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스타벅스 열혈 팬이다. 그는 손에 든 스타벅스 컵을 가리키며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다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코스트코가 스타벅스에서 대량 공급받는 커피 가격이 비싸 스타벅스에 ‘제품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통보했다는 것. 그랬더니 슐츠 CEO가 “나한테 이럴 수 있나? 당신이 ‘가격 경찰’(price police)인가?”라고 펄펄 뛰어 몇 개월간 냉전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네갈 창업자는 “내가 이겨 결국 가격을 낮췄다”고 했다.

“비즈니스에선 친구도 절대 봐줄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가격을 깎고, 흥정하고, 또 깎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뼛속 깊이 박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는 만 18세 때 대형할인점인 ‘페드마트’(FedMart)에서 매트리스 하역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적자였던 페드마트의 여러 매장을 흑자로 전환했고 창고형 할인점의 효시(嚆矢)인 프라이스클럽(Price club)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지냈다. 그는 47세에 투자가인 제프 브로트먼(Brotman)과 함께 750만달러를 들여 시애틀 시내에 코스트코를 창업했다.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5초 정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전하고 싶은 갈망이 컸습니다. 남들은 저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합니다. 그와 한 가지 닮은 것은, 저도 제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죽기 전날까지 일한 그처럼, 저도 제 일에 몸과 열정을 다 바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하나를 팔되 최고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팔아라”

―창업 당시 가졌던 원칙이 있나?

“‘돈은 매장에서 버는 것이고, 경영진은 매장의 직원과 고객을 왕처럼 대접해야 한다’는 철학을 세우고 창업했다. 사무실 벽에 ‘매장에서 연락이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매장 일에 집중하라’는 문구를 써 붙였을 정도다. 나는 지금도 매장의 계산대 현금 출납기에서 울리는 ‘링링!’ 소리가 가장 즐겁다.”

―CEO 시절 연간 평균 200일 정도 매장을 방문했다. 일에 지쳐 회의가 든 적이 있을 법하다.

“성공하려면 항상 일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건강이나 가족도 챙긴다. 1주일에 3차례 라켓볼을 치고 일요일엔 반드시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 휴가도 간다. 하지만 가족과 저녁 먹기 전에는 문서 작업에 몰두하고 휴가지에서도 코스트코 매장을 꼭 방문한다.”

―경영 철학 가운데 왜 제품 마진율은 15%를 고집하나?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하는 적당한 기준이다. 그 이상 이익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discipline)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된다. 나아가 고객들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한다.”

―코스트코의 이익률은 2%대인데 어떻게 성장이 가능했나?

“월마트는 14만개 아이템을 진열해 놓지만 우린 4000개만 판다. 품목별로 가장 품질 좋고, 값이 싸며, 큰 사이즈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 4~5개를 고객이 고르다가 결국 안 사가는 것보다, 확실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게 낫다. 이런 방식으로 코스트코는 1년에 재고가 13차례 소진된다. 월마트 등 경쟁 기업은 연간 9차례 재고가 소진된다.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게 우리의 힘이다.”

 

―초창기 인지도가 없을 때 어떻게 회사를 키웠나?

“보통 5달러짜리 햄버거가 잘 팔리면 대부분의 매장은 6~7달러로 가격을 올린다. 그러나 우리는 3~4달러로 가격을 낮춘다. 중요한 건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 제품 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제품 공급자들을 설득해 이들이 먼저 양질 제품을 내놓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과거 우리는 대니시 쿠키(danish cookie) 1파운드를 3~4달러에 팔았다. 그 뒤 해당 공급 업체를 잘 설득해 쿠키 2파운드를 5달러에 내놓았다. 그러자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더니 그들이 먼저 5파운드짜리 쿠키 제품을 7달러로 만들어 찾아왔다.”

 

기자가 찾아간 이달 3일 낮, 코스트코 본사 1층 로비에는 제품 공급자 수십여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쪽 벽에 ‘제품 공급자들에게 : 어떤 비판과 조언도 환영합니다. 다만 최대한 낮은 가격의 품질 좋은 제품을 부탁합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매일 코스트코 제품 담당자와 만나기 위해 평균 1시간 30분을 기다린다고 했다. 제품 선별 과정은 ‘낙타의 바늘 구멍 통과’를 연상케 한다. 500대 1에서 1000대 1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시장점유율을 넓혀라

―경영 철학이 위협받아 가장 흔들렸을 때도 있을 법한데.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을 때였다. ‘이익률이 낮아지니 인력을 줄이고 마진을 높여라’는 압박이 극심했다. 그러나 진짜 훌륭한 기업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업이라고 믿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가격을 높이는 것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모든 제품 공급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오히려 제품 가격을 내렸다. 금융 위기 때는 가격을 내려도 어차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동일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즉각 거부반응이 온다. 결국 우리는 위기를 극복했다.”(코스트코는 2010년과 지난해 각각 9.13%, 14.07%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스트코는 일정 금액(40~50달러)을 연간 회원비로 받는데 불황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소비보다 저축이 미덕인 지금 상황에선 부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기업이 ‘충성심’(loyalty)을 만들며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충실해진다는 점이다. 회비를 내면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묶어놓는 효과도 있다(웃음). 연간 멤버십 경신 비율은 90% 정도다.”

 

‘내실 경영’을 실천하는 코스트코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은 직원이다. 코스트코의 계산대 직원(정규직)의 연봉은 4만9000달러이다. 월마트 등 경쟁 유통 기업 직원들은 연봉의 25%를 건강보험료 같은 의료 비용으로 지출하지만, 코스트코 직원은 연봉의 8%만 낸다. 차액(差額)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는 덕분이다. 직원 정년(停年)도 없어 코스트코 매장에는 60~70세의 ‘정정한’ 노인이 점원으로 상당수 활동 중이다.

 

―직원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닌가?

“아니다. 혜택을 많이 주면 좋은 업무 분위기가 절로 생겨난다. 우리는 후배를 칭찬하는 문화 못지않게 후배가 상관을 칭찬하는 문화도 있다.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내 상관이 잘 돌봐줬다’는 칭찬들이 회사 안에서 매일 생겨나 회자된다. 적자가 나더라도 기업은 직원들에게 가는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의무의 일부다.”

▲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의 집무실은 직원들과 찍은 수백여 장의 사진과 코스트코를 상징하는 다채로운 물건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는 “CEO도 지속적으로 배우며 경영 노하우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자기 사업장은 물론이고 경쟁자들의 사업장도 자주 방문해 학습과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사콰=이신영 기자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에게 회사 가치관을 전하고 훈련시키는 일이다”

“CEO는 단 한 번 도약해 고층 빌딩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수퍼맨’이나 ‘총알보다 빠른 사나이’가 절대 아닙니다. CEO는 조직의 ‘선생님’일 뿐입니다. 저는 항상 중간 관리자 이상급 직원들에게 ‘만약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깨닫지 않는다면, 그 직업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CEO의 열정만큼 직원들이 현장에서 똑같은 열정으로 일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CEO의 1순위 과제는 직원들에게 회사 정신과 가치관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이를 공유하는 ‘코치(coach)’가 되는 일입니다.”

 

그는 매년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서 높은 성과를 낸 이른바 ‘고성과 임원(high performing executives)’ 24명을 뽑아 직접 본사로 1년에 4차례씩 불러 교육한다. 세계적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 같은 경영 서적을 읽고 몇 시간씩 토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외부에서 유능한 직원을 영입하지 않는 ‘순혈주의’로 비판받고 있다.

“우리 회사의 모든 임원은 회사 내부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외부 영입은 없다. 외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우리 사람만 생각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장점이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 원칙 중 하나다.”

 

―매년 연봉을 35만달러(약 3억9500만원) 받았다. 코스트코 매출의 절반에 불과한 코카콜라의 켄트 CEO는 당신보다 연봉(1447만달러)이 47배나 많다. 너무 적은 연봉을 받은 게 아닌가.

“35만달러조차 너무 큰돈이다. 비용에 민감한 조직을 경영하려면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 CEO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보다 100배, 200배나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국 CEO들에게 조언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해야 한다. 분기 실적에 얽매이면 비즈니스에 손상이 간다.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간 적자를 견뎠다. 그 후에 흑자로 만들었다. 경영진 회의 때마다 ‘한국 시장은 잠재력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성공의 때를 기다리며 끈기있게 버티자’고 다독거리면서 살아남았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출생: 1936년 미국 피츠버그

학력: 1959년 샌디에이고 주립대 졸업

경력: 1954~79년 페드마트 입사, 수석부사장
1979~83년 프라이스클럽 수석부사장
1983~2012년 1월:코스트코 CEO
2012년 1월~현재:코스트코 이사회 멤버

기타: 비즈니스위크지‘최고의 CEO’(2003년), 타임지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2006년)

취미:라켓볼

 

원문 : 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7/2012081701238.html 접힐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펼친 부분 접기 ▲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이 창업주 혼자만의 돈이 아니고 노동자와 함께해서 쌓은 공동의 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돈을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하는 창업주가 미국에 존재하는다는 게 놀라웠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분배에 인색한,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짐 시네갈같은 창업주가 빨갱이라고 비난받지 않는 게 더 의아하다.

 

자기계발서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자신의 성공이나 자랑하거나 떠벌리는 경영주보다 그가 존경받을 수 있는 건,  노동의 가치와 분배를 실천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쩜 자본조의 국가에서 최저 임금은 가장 기본적인 분배이며 그 파이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때 경제는 악순환의 되풀이일지 모르겠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임금인상은 경제를 원활하게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근로자의 주머니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나가는 돈도 많아지는 법이니깐. 우리나란 부동산에 대한 혜택이 아닌 자산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늪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을 듯 한데, 역시 우파 정권은 분배에 인색하다. 최저 임금 5580원이라니.

 

궁금증: 짐 시네갈같은 창업주의 자신의 종업원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백인의 80%가 공화당 지지자들이다라고 하는데, 그는 열혈 민주당 지지자. 그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얼마만큼의 지지를 얻을까, 궁금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4-09-20 10:56   좋아요 0 | URL
우아~~ 코스트코 자주는 안 가지만, 사장이 완전 다르게 보이네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장님 많아졌으면..... 가능할까요?
 

 

 이 책의 저자 월터 르윈옹에 따르면, 무지개 원리만 잘 알면 우리 스스로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딸아이와 함께 만들었어요. 르윈옹은 42년전 그러니깐 72년도에 7살난 딸아이와 추운 겨울에 집앞 호스로 무지개를 만들었는데, 으스스한 추운 경험때문인지, 우리에게는 여름에 만들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 여름을 기다리며, 한창 더운 지난 주일에 딸아이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무지개 만드는 조건은 일단 태양의 반대편에 서서 물뿌리개나 호스로 물을 뿌려주는 것, 우리집 아파트가 서향이라, 다섯시만 돼도 아파트베란다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게 보입니다. 르윈옹이 제시한 첫번째 조건이 맞아떨어지므로, 아이와 함깨 물뿌리개로 베란다창틀에 기대에 물뿌리개를 뿌려주었더니 무지개가 만들어지네요. 르윈옹은 빛이 물방울벽에  반사되고 45도로 굴절되면 빨강이 만들어면서 무지개가 된다는데, 사실 각도는 염려해두지 않고 이리저리 뿌려보니 딱 저 위치에서 무지개가 만들어지네요. 르윈교수 말대로 물뿌리개와 저 위치가 45도 같기도 하고... 무지개가 만들어졌다는 기쁨에 르윈옹이 장황하게 설명한 무지개 각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르윈옹이 딸과 함께 만든 무지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4-07-14 11:11   좋아요 0 | URL
아 저 다음주에 조카 만나러 가는데 이거 해보고 싶네요. 음..그런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기엔 좀 좁을 것 같고.. 흐음..

기억의집 2014-08-06 17: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조카랑 무지개 만들기 놀이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답글이 너무 늦어서..죄송해요!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작가 시마다 소지와의 만남이 그저그랬던 건 그의 <기울어진 저택>과 <혈안>에 포함된 그의 단편소설을 연달아 읽고, 그의 미스터리 결말이 너무나 작가위주의 사건 해결과 그 사건 해결의 과정이 작위적이고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스터리소설 팬으로서 작가의 억지스러운 사건 해결이 우스꽝스러워 더 이상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었더라면,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었을텐데, 여하튼 그 두 작품만을 읽고 나는 그가 미스터리 작가로서 과대포장되었다,라고 단정하고 그 이후론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와 5월이었던가, 가지고 있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있던 그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사건 해결 과정보다 범인의 트릭이 기발나서 매력적이었다고 해야하나.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의 추적과정보다 더 범인의 트릭이 섬세해서, 시마다 소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서 범작들은 여전히 억지스럽네, 하는 약간의 실망감이 들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 역시 사건 해결은 억지스럽다. 점성술이나 마신유희같은 지적인 트릭은 볼 수 없으며, 트릭의 기발함이나 섬세함은 한물 간 것 같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우연스러워, 미스터리 소설로선 만점을 줄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나는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를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작품의 결말부분에 형사 요시키가 노인과 마주보며 심문(?)하는 장면에서 미스터리 소설가로서,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해가면서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작품은 한낫 사건해결이나 트릭이나 같은 장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요시키를 통해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고 밝혀냄으로써, 독자에게 준 커다란 감동과 울림은, 비록 마신유희나 점성술같은 급의 미스터리 소설은 아닐지 몰라도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데 손색이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4-06-25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성술 살인사건 아주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작품도 읽으려고 사놨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아니다, 기울어진 저택을 나도 읽었는데 그냥 그랬어요, 맞아맞아.
이 작품이 괜찮군요? 오케... 좋은 정보 감사해요, 기억의집님~

기억의집 2014-06-26 09:04   좋아요 0 | URL
마고님, 진짜 괜찮은 작품이에요. 특히나 결말부분 요시키가 노인을 심문할 때 그의 진정성있는 말과 상사에게 화가 나 말하는 대목은 작가의 토로라고 해도 좋을 듯 싶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콧등이 시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리도 아 나도 애국자이긴 하구나..싶네요. 그런 글을 쓰기까지 시마다 소지의 용기가 엄청났을텐데.. 싶기도 하고요.
 

어제 다음 뉴스 흝어보다가 문래동에 사는 김모씨가 무한동력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기사가 났는데,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40623105714172  결론적으로 말하면,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으려고 김모씨와 기자가 작당한 사기기사다. 중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무한생산한다는데 정확한 이론적 근거도 없고 무엇보다 열역학 제 1법칙에서 어긋난다는 말에 피식,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럴싸하게 속아넘겨 돈만 챙기려는 사기구나 싶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얻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수백년동안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의 물리적 이론과 수학적 증명을 통해 점점 미시적으로 진행되어 얻은 결과물이 현대의 테크놀로지이다. 수백년 전 호기심이 강한 과학자들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고 그 현상에서 왜, 무엇을이란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의 해답을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심지어 이론과 자신의 상상력과 결합해 수학적 증명을 통해 만든 결과물이 오늘날의 테크놀로지인 것이다.

 

저 기사처럼 김모씨가 만든 영구기관이 물리학의 제 1법칙을 깨트렸다고 자신있게 호언장담할 정도면 그 이론적 근거와 수학적 증명이 발명품과 함께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야하는 게 맞다.  중력을 이용했다니... 중력을 이용했다는 것은 우리 지구의 중력장을 이용했다는 말인데, 결국 이 말은 지구란 질량의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말 아닌가. 아닌가. 열역학 제 1 법칙에 위배된다는 말은 걸국 지구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은 채,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었다는 말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열역학 제 1 법칙에서 파생된 가장 위대한 방정식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E =mc ² 이다. 이 말은 모든 질량은 에너지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우리가 읽고 있는 한권의 책의 질량으로 에너지화할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하나의 원자핵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너무 작은 양이어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레오 실라르드가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인근의 다른 원자핵을 순차적으로 붕괴시키는 연쇄반응을 이용하면 우라늄같은 물질의 원자핵 하나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수조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으므로써,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 이론적 바탕이 되어 나온 결과물이 비극적이지만 바로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소....).

 

그런데 김발명가는 열역학법칙과 상관없이 에너지를 중력에서 얻었다라고 주장하는데, 그럼 인공중력장이라도 만들었다는 말인가. 며칠 전에 테드창의 <이해>란 단편을 읽었는데, 호르몬k를 주입해서 인간 이상의 초월적인 지능을 가진 주인공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인공 중력장을 만들수 있다고 하더만,  그럼 영구기관과 동시에 인공중력장 또한 발명했다는 말 아닌가 싶다. 인공중력장을 만들었다는 말은  하인리히의 소설 <우주의 개척자>처럼 먼 목성의 위성까진 아니더라도 지구에 가까운 달에 기지를 만들 수 있는 엄청한 발명이다.

 

하지만 세상을 뒤엎을 발명치곤, 그의 발명을 대한 이론과학자들이나 수학자들의 검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우습다. 심지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그의 발명이 넌센스가 가깝다는 걸 증명해준다.

 

인공중력장을 발명하지 않는 한, 그는 영구기관을 만들 수 없고, 열역학 제 1 법칙에 기반한 중력을 이용해 영구기관을 만들었다면, 지구의 핵분열을 가져올 재앙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스위스에 설치된 LHC의 활동으로 지구가 블랙홀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낳고 있는 마당에, 중력을 이용한 영구기관이라니. 차라리 테슬라처럼 진공에서 에너지를 얻어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속이지.

 

미치오 가쿠는 자신의 저서 <불가능은 없다>에서 영구기관에 대해 언급했다. 과학의 무한도전에 긍정적인 그조차 영구기관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시작 아이모프의 고전소설 <신들 자신>에 서기 2070에 한 무명의 한 화학자가 우연한 기회에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을 개발한다. 소위 전자 펌프라는 불리는 이 장치는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 이로써 그는 인류 문명을 에너지 위기로부처 구원한 역대최고의 과학자로 추대된다. 아시모프는 이를 두고 "전 세계에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산타클로스나 알라딘의 요술팸프"라 표현했다.그 화학자가 설립한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으로 등극하고, 석유나 가스 , 석탄, 핵원료등 기존의 에너지원을 공급하던 기업들은 모두 파산한다...........모든 사람들이 위대한 성취를 축하하고 있는데, 한 물리학자만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스스로 자문한다. "이 공짜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결국 그는 비밀을 알아낸다..

 

에너지 손실없이 영원히 작동하는 영구기관은 유사 이래 모든 발명가와 과학자, 그리고 온갖 사기꾼들의 영원한 성배였다 (p 393~394)

 

 

그러나 이 모든것은 더욱 심오한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애 열역학법칙들은 다른 법칙보다 우선하는가? 이 지룸은 열역학법 제 1 법칙이 발견된 후로 과학자들의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열역학법칙을 피해 가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여파는 세상을 뒤흔들고 남을 것이다.

 

나는 대학원 학생시절에 에너지 보존 법칙의 근원을 깨닫고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리gkr의 기본 원리중에 뇌더의 정리Noether's theorem라는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인즉 물리계가 어떤 대칭성을 갖고 있으면 거기 해당하는 보존량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었다(이 정리는 1918년에 수학자 에미 뇌더가 증명했다). 우주를 다스리는 법칙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바로 에너지 보존법칙이다(또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해도 물리하의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운동량보존의법칙이 얻어지며 공간을 회전시켜도 물리법칙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각 운동량보존법칙이 얻어진다).

 

 이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내가 받았던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때 문득 내 머릿속에는 수십 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빛의 스펙트럼이 지구에서 발생한 빛의 스펙트럼과 완전히 똑같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태양이나 지구가 존재하지 않던 수십억년 전에 우주의 끝에서 방출된 빛이 오늘 날 지구에 있는 수소, 헬륨, 탄소, 네온등에서 방출되는 빛과 동일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기나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리학의 기본법칙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p408~409)

 

미치오 가쿠의 말에 의하면, 지난 수백년동안 영구기관을 끈질기게 연구한 끝에 열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완성할 수 있었고, 영구기관은 절대 실현될 수 없지만, 그 덕에 증기기관의 기본 원리를 터득하고 산업혁명을 거쳐 오늘날의 기계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언젠가 열역학 법칙이 깨질 수 있다. 가쿠도 회의적이긴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모든 물리학 법칙이 그렇듯,그 단단한 이론을 깨드리려면 이론적 근거와 수학적 증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야하며 그 법칙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한사람의 돈키호테식 도전이 아닌 많은 이론적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협력하에 작업해야하지 않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